모르면 묻고 틀리면 고치고 잘못되면 바로잡으면 되는 그 간단한 진리를 우리는 잊고 살아간다. 살아본 적 없는 인생길을 걷는 동안 몇 번을 망설였는가. 묻고 싶어도 어떻게 할지 몰라 어려웠던 기억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묻는 일을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일단 궁금한 것이 있다면 물어보라. 물으면 답이 돌아온다.
길벗 특별초청강연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이 11월 3일 여의도 사학연금공단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법륜 스님은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는 굉장한 것 같고 특별난 듯 여기지만 사실 별 이야기 아니다. 나나 남이나 별반 다를 것이 없다”고 말문을 열었다.
즉시 묻고 즉시 답하는 즉문즉설을 통해 내 이야기를 남 이야기처럼 들어 보고 남 이야기를 내 이야기처럼 들어보는 기회를 가져보자는 것이었다.
강연은 참가자들이 법륜 스님의 강연에 앞서 무기명으로 질문한 내용을 스님이 차례로 답하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질문 1.
“남편을 용서할 수 없다. 남편이 외도한 적이 있는데 그 후로 믿을 수가 없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답변 1.
“성경에 이런 말씀이 있어요. ‘믿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천국이 너의 것이니라’. 역으로 생각해보면 ‘믿지 못하는 자에게 화가 있나니 지옥이 너의 것이니라’라고 말할 수도 있을겁니다. 믿지 못한다면 합장하고 인사하고 조용히 헤어지세요. 그것이 자신을 위하고 남편을 위하고 자식을 위하는 길입니다. 그를 위해서가 아니고 나를 위해 그를 믿어야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믿고싶다고 믿어지지 않는 것이죠. 의심하고 싶어 의심하는 게 아니고 믿고 싶은데 믿어지지 않는 게 문제인 것입니다. 오늘날 세계적 보편성에서 보면 누구를 좋아하느냐는 인간의 의지여서 산을 좋아하든 바다를 좋아하든 이산을 저산을, 이 사람을 저 사람을 좋아하든 인간의 자유인 것입니다. 인간의 특성이 그렇다는 것입니다. 옛날에야 이것은 되고 저것은 안 되고 이 종교는 안 되고 저 종교는 되고 강요가 가능했지만 오늘날은 그렇지 않다 이 말입니다. 불교 집안에 태어났다가도 기독교로 개종해도 되고, 결혼했어도 이혼하고 재혼하면 되는 사회입니다. 그가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그 것은 그의 자유인 것입니다. 누구도 그를 속박할 권리가 없고 그는 자유를 누릴 권리가 인정됩니다. 나 또한 자신이 행복할 권리가 있기 때문에 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 사는 것은 불행하니 자신을 위해 헤어지십시오. 그가 나를 배신해서가 아니라 나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괴로운 것 아닙니까? 인간의 마음이 때로는 그런 겁니다. 요즘엔 강제할 수 없습니다. 너는 나만을 좋아해야 한다는 말은 이 시대에 맞지 않고 인간 본성에도 맞지 않습니다. 원망할 일도 미워할 일도, 나무랄 일도 아닙니다. 자신이 문제입니다. 망설이고 그 사람 곁에서 사는 이유는 그 남자에게 뭔가 얻어먹을 게 있어서 아닙니까. 그래서 내가 못 떠나는 겁니다. 이 사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내가 못 떠나는 것은 아직 빨아먹을 단물이 남았기 때문입니다. 단물이 나쁜 말이 아니라 경제적 이유, 자식 때문에, 부모님의 기대 등 여러 가지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관점을 정리해야 합니다. 사실 남편이 매일 바람 펴도 모르면 아무 문제없이 살 수 있고, 남편이 착실하게 살아도 바람 핀다 의심하면 문제가 생기는 것입니다.”
-질문 2.
“이 사회는 약육강식, 적자생존의 사회라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조화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겠습니까?”
-답변 2.
“질문자의 눈으로는 공존의 사회를 만들 수 없습니다. 패배적 적대감에 빠져 있습니다. 다들 자기 관점에서 세상을 보기 때문입니다. 세상엔 옳고 그름이란 없어 포장하고 규정하지 말아야 합니다. 축구에서 골을 넣고 기도하는 선수들이 있는데 그걸 볼 때마다 하나님 참 할일도 없나 보구나 생각이 들어요. 경기가 얼마나 많습니까, 축구만 있습니까? 하나님이 그런 존재라면 믿을 가치가 있나 생각됩니다.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이겁니다. 어떻게 사물을 보느냐가 중요한 거예요. 세상은 약육강식 적자생존이 아니라 그렇게 보면 그렇지만 다르게 보면 달라 보입니다. 모든 사물이 개별적 존재의 집합체라 생각한다면 한 개체가 빠져도 문제가 없습니다. 모든 존재가 연결된 하나라면 사실은 이것이 참모습이에요. 적사생존은 내가 살기 위해 죽여야 하지만 연결된 세계라면 네가 살아야 내가 사는 것입니다. 그들만이 아니라 나도 적자생존의 세계관을 갖고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히며 내가 하나님의 아들인데 감히 나에게 라고 생각했다면 하나님의 아들이 아니었겠죠. ‘주여 저들을 용서하소서. 저들에게도 천국의 문을’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이겁니다. 내가 못박히면 부처님 저들을 용서하소서라고 하지 못할 겁니다. 그런 상황에서 그 마음을 낸다는 것이 자신을 증명하는 것이었습니다. 모두가 그런 마음을 내면 이 세상이 천국이요 그 마음을 따르는 것이 믿음입니다. 공존의 사회를 원한다면 십자가에 못을 박는 그들까지도 천국에 가야하고 나를 비난하는 그들까지도 천국에 가야하는 것입니다. 교회 다니는 어떤 사람이 나보고 교회가자 했는데 안 간다 했더니 그럼 당신 지옥갑니다 라고 했는데 둘 다 죽었는데 둘 모두 천국에서 만난 겁니다. 그럼 그 교회 다녔던 사람은 기분이 좋을까요, 안 좋을까요? 나쁘겠죠? 내가 지옥에 갔다면 거봐라 내 말 안 듣더니 지옥에 갔지 않느냐 이렇게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나를 십자가에 못 박은 사람도 천국 가는 것이 기독교 정신 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논리적으로 모순이지요. 공존의 길을 모색하고자 한다면 자신부터 바뀌어야 합니다.”
-질문 3.
“일관된 모습으로 살아가기가 힘듭니다. 욕심을 자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답변 3.
“욕심이란 인간의 현실입니다. 욕심 없는 인간이 이상적이라 생각하면 안 됩니다. 미리부터 단정 짓지 말고 결론내지 마세요. 나만 욕심 있나, 남도 이기적입니다. 이기적인 것은 사실입니다. 이 사실을 인정하고 이기적인 행동하니 손해구나 모순이구나 알아야합니다. 너무 윤리 도덕적으로 접근하면 안 되고 현실적으로 접근해야합니다. 남편이 죽거나 부인이 죽거나 한 사람들은 이렇게 한탄하죠. ‘남편(아내)이 죽어서 전 이제 어떻게 살아요, 외로워서 어떻게요, 아이들은 또 어쩌구요.’ 죽은 사람 앞인데도 죽은 사람 걱정안하고 자기 걱정하고 있는 게 인간이란 말입니다. 이기적이에요. 나만 생각하지 마세요. 있는 그대로 나를 알면 남도 그렇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내 더러움 보면 남의 더러움을 알고 내 고귀함을 알면 남의 고귀함도 인정할 수 있게 됩니다. 나를 위해서 남을 도우세요. 착한 일하면 죽어서 천국 가서 좋은 게 아니고 도와주면 자신이 그때 좋아요. 좋아하면 행복하고 싫어하면 불행합니다. 그래서 성인들은 인간의 마음을 잘 알아서 남을 도우라 말씀하신 겁니다. 사랑하는 마음내고 도와주며 살아야합니다. 물에 빠진 사람 구해주면 보따리 내어 놓으라 할까봐 걱정해도 살려줘야 하는 것입니다. 보따리 내놔라 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살았다는 말 아닙니까. 보따리 내어 놓으라 소리 듣기 싫어 그냥 가버리면 그 사람 죽습니다. 그럼 기분이 좋을까요? 사랑은 그가 나를 안 좋아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고 내가 그를 안 좋아해서 끝나는 겁니다. 예수님의 사랑이 끝없다 한 이유는 못 박은 사람에게도 사랑의 마음을 냈기 때문입니다. 이야기하다보니 내가 기독교 선교를 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역설적으로 말하자면 일부 기독교인에 비한다면 예수님에 대한 믿음은 내가 그들 보다 더 강합니다. 못 박은 사람까지 용서한 예수님인데 내가 스님 좀 됐다고 지옥 보내겠습니까? 마음은 믿을 게 못됩니다. 일어나는 대로 내버려두고 티끌 같은 존재임을 알면 위대해질 수 있습니다.”
-질문 4.
“인간은 모두 무엇인가에 소속되어 있는데 이 때문에 문제들이 발생합니다. 인간이 이러한 소속들을 없앤다면 더 살기 좋은 사회가 될텐데 가능 할까요?”
-답변 4.
“인간은 역사적 사회적 존재라는 말을 하는데 역사적이란 시간에 속하고 사회적이란 관계 속에 존재한다는 말입니다. 어제까지 어떻게 살았는지가 오늘에 영향을 줍니다. 그래서 역사를 공부해야 합니다. 주위의 관계가 어떤지도 중요합니다. 소속이 문제가 아니라 소속으로 차별하는 게 문제입니다. 여자로, 인종으로, 지역으로, 종교로 나누는 것은 문제가 아니지만 그로 인해 차별을 만드는 것이 문제입니다. 분별의식으로부터 벗어나야 합니다.”
-질문 5.
“지금보다 더 힘들어지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답변 5.
“한 번 더 하세요. 힘들다고 자살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죽음을 인간의 의지로 조절하면 안 됩니다. 죽고 사는 것은 내 영역이 아닙니다. 살인도 안 되고 자살도 안 됩니다. 안 되면 다시하고, 틀리면 고치고, 모르면 물으면 됩니다. 욕심에 사로잡혀 결과만 바라기 때문입니다. 한번 더 하면 됩니다.”
이 밖에도 법륜 스님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바라보는 일과 분별하지 않는 마음, 자신부터 달라져야 함을 질문들의 답변 전체에서 강조하며 강연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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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이 끝난 후 한 참가자의 질문에 답해주는 법륜 스님 |
이날 강연회에는 방송작가 이금림, 윤청광, 노희경, 이환경, 이선희, 탤런트 김용림,남일우, 배종옥, 김여진, 윤동환, 방송인 이혜영, 작곡가 노영심, 아나운서 한석준 등 방송, 영화, 연극, 문화예술인과 일반 시민 등 300여명이 참석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발견하는 시간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