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몇몇 명문대 로스쿨 합격생이 사법시험 합격자에 버금가는 대우를 받는다고 하지만, 일본의 경우는 전혀 다르다. 일본은 로스쿨에 입학한 후에도 최소 3년 반에서 4년 반 동안 큰 관문 세 개를 통과해야 진정한 법조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법학 기수자/미수자 코스: 기수자는 빠르게, 미수자는 자세하게
일본의 경우 한국과 달리 법학부와 로스쿨이 병존하기 때문에 학부에서 법학을 전공한 학생들을 위한 법학기수자 코스가 설치돼 있다. 따라서 처음 지원할 때부터 학부 법학 전공자는 2년제의 법학기수자코스, 비법학 전공자는 3년제의 법학미수자코스 중 하나를 지원하게 된다.
지난해까지 일본 로스쿨의 전체 정원 5800여명 중 대략 2/3가 기수자, 1/3이 미수자이다. 도쿄대는 매년 기수자 코스 200명, 미수자 코스 100명이다. 법학미수자코스는 적성시험 점수 외에 외국어점수, 자기소개서, 대학별 논술시험 점수 등을 기준으로 뽑고, 법학기수자코스는 대학별로 다른 시험을 치른다.
입학시험에 합격하면 다음해 4월 미수자 코스의 학생들은 1학년으로, 기수자 코스 학생들은 2학년으로 입학하게 된다. 졸업 학점은 도쿄대의 경우 93학점인데 기수자 코스의 학생은 30학점을 이미 취득한 것으로 인정해주기 때문에 2년간 63학점 이상을 따면 미수자보다 1년 먼저 졸업한다. 그러므로 한국처럼 재학생들의 법학 전공자와 비전공자에 따른 유불리 및 실력 논쟁은 잘 벌어지지 않는다.
◆신(新) 사법시험: 확률 50對50에 도전
2년 또는 3년 동안 학점을 완전히 이수하고 졸업하면 5년 동안 3회, 신사법시험을 칠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된다. 매년 5월에 실시되는 신사법시험은 헌법, 행정법, 민법, 상법, 민사소송법, 형법, 형사소송법, 선택과목(도산법, 조세법, 경제법, 지적재산법, 노동법, 환경법, 국제공법, 국제사법 중 택일)의 8과목의 시험을 4일에 걸쳐 실시한다. 객관식 시험 채점 후 6월쯤 1차 합격자를 가리고, 1차 합격자의 논술 답안만을 채점해서 최종합격자를 9월에 발표한다.
이 신사법시험의 합격률 때문에 일본에서도 5년째 시행 중인 로스쿨 제도에 대해 말들이 많았다. 응시자의 절반도 통과하지 못하는데다가 5년 동안 3번밖에 응시 기회가 없어 또 ‘고시 낭인’을 양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마저 실패하면 ‘삼진 아웃’에 걸리는 한 선배는 마지막이라는 압박감에 공부보다는 마인드 컨트롤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또 법학기수자가 보통 40% 정도 합격하는데 비해 법학미수자의 합격은 30% 정도에 불과한 점도 문제이다. 다양한 배경의 법조인을 양성한다는 로스쿨 제도의 취지 자체가 무색해진다는 비판에 직면한 것이다. 도쿄대 로스쿨에서도 법학미수자들의 1학년 과정을 강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려온다.
◆사법연수: 1년여의 실무 수습
신사법시험이라는 관문을 통과해도 사법 연수라는 마지막 관문이 남아 있다. 신사법시험 합격자를 대상으로 사법연수소가 주관하는 사법연수는 우리나라의 사법연수원 과정과 매우 유사하다. 분야별 실무수습, 종합 실무수습, 집합 수습으로 구성되어 약 1년 과정이다.
사법 연수가 끝날 무렵 수료시험이 실시되는데, 신사법시험을 1차, 이 시험을 2차라고 부르기도 한다. 매년 10명 정도를 빼면 대부분 통과하기 때문에 불합격자가 더 뉴스가 되는 시험이다. 여기까지 무사히 통과해야 비로소 일본법조인으로서의 첫 발을 내딛게 되는 것이다.
다음 편은 ‘로스쿨의 수업과 시험’
-도쿄대의 커리큘럼
-구체적인 수업방식, 진행
-정기시험의 개요
-정기시험의 평가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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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맑음은?
도쿄대대학원 법학정치학연구과 법조양성과정 법학미수자과정 2학년. 현대고-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2006년 일본에 건너가 2007년 도쿄대 로스쿨 내국인 전형에 합격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일본 음식과 대중문화를 좋아해 꾸준히 관심을 가져오다가 일본 로스쿨 진학을 결심했다. 서울대 재학 시절 여성주의 매체인 ‘쥬이쌍스’ 편집장을 지냈고, 모과(母科) 동창회보 기자로 활동하면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의 전용차에 탑승해 하루 동안 동행 취재하기도 했다. 졸업 후 국제비정부기구(INGO)에서 활동할 계획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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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아니라고 봐. 이제 헌민형공부하는 사람들과 사법시험합격자가 같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노력하면 그들을 따라잡고 넘어설 수 있다고 표현하는 것이.
그 부분은 저도 좀 개그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숨쉬는/ -> 반말하시는 건가요??ㅋㅋ 역시 서로연도 법저 스러워 지네요..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