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의 풍경
김분홍
풍경에 묶여 흔들리던
당신의 물고기를 떠올린다
물고기 위에는 구름의 수심이 펼쳐져 있고
바람의 부레가 쪼그라들고 있다
풍경 밖으로 외출하지 못한 바람은 공중에서 한뎃잠을 자고
풍경에 묶인 물고기가
안에서 밖으로 종소리를 쏟아 낸다
먼 곳까지 종소리를 산란하는 물고기는 얼마나 많은 지느러미의 시간을 소진했을까
풍경이 바람을 풀어놓는다 그건 바람이 풍경을 가두는 일
흘러가는 종소리와 흘러오는 종소리 속에
죽은 물고기가 산 물고기처럼 위태롭게 몸을 움직인다
물고기가 짊어진 허공의 무게가 당신의 풍경일까
풍경 속에서 풍경 아래서
당신이 흔들리면
발이 더딘 종소리는 풍경 속에
오래 머물지 못하고 미끄러진다
제 영혼까지 매달고 우는 물고기는
풍경 바깥의 소식을 풍경 안으로 물어 나르지 못한다
공중에 걸린 풍경 속에서
물고기는 또 하나의 풍경이 되어 간다
아무리 퍼내어도 마르지 않는 몸의 소리
당신은 누구도 듣지 못하는 풍경의 야생을 듣고 있다
우리는 브로콜리
샴쌍둥이가 등 돌린 사이라고 해서 풍경까지 돌린 건 아니다
우리는 흩어지지 못하고 쌓여 가는 관계라서
사막에 뿌리내린 변종을 꿈꾸는 바오밥나무
샴쌍둥이가 다리를 공유했다고 얼굴까지 공유한 건 아니다
우리는 일가를 이뤘기에
다종의 얼굴을 다중으로 교체한다
밑동 잘린 장대비를 수확하는
우기의 계절
다리 따로 머리 따로 떠도는 우리는
하나일까 둘일까
마음이 뭉툭해진 구름은 마블링을 넓혀 갈 수 없다
구름을 아삭하게 끓는 물에 데칠 순 없을까
질문은 대답으로 쌓여 간다
자라지 않기로 결심한 구름은
다리가 퇴화하고 머리가 진화하기 시작했다
배우들이 가채를 쓰고
황후의 두 얼굴을 연기한다
낱장으로 태어나지 못한 슬픔이 다발로 묶인다
― 김분홍 시집, 『눈 속에 꽃나무를 심다』(파란/2020)
김분홍
충남 천안 출생. 2015년 《국제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눈 속에 꽃나무를 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