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 늦 잠자는 집 사람 놔 두고 혼자 밥을 먹으려고 반찬을 찾아 보는데 언제 끓여 놓았는지 꼬리 곰탕이 냄비에 가득하였다. 텔레비존으로 어젯 밤에 있었던 호주오픈 테니스 대회 남자 결승전의 대 접전 경기의 재 방송을 흥미롭게 쳐다 보며 꼬리 곰탕을 맛있게 즐겼다. 꼬리 뼈에 붙어 있는 고기를 뜯어 먹는 맛이 일품인데 오늘 그 맛을 보면서 아주 옛날 (1980년대) 한국에서 꼬리 곰탕 전문 식당에서 사 먹던 추억이 떠 올랐다.
내가 가던 곳은 평택의" 파주옥"이라는 식당이었는데 당시에 나는회사 업무로 평택 근교의 논에서 농사 실험을 매년 실시하고 있어서 농사철에 자주 갔다. 일하다가 점심식사 시간이 되는 경우에는 거의 파주옥으로 찾아 간 기억이 난다. 소 꼬리와 진한 국물 그리고 매운 것절이 배추 김치가 조화를 이룬 비교적 간단하면서도 맛이 좋은 메뉴였다. 손님들이 꽉 들어 찬 홀과 룸이 그 집의 인기를 보여 주니 시끌 벅적한 분위기에 휩쓸리는 멋도 좋았다. 농사철에 방문하는 것 말고도 가족들과 고향 가는 길에도, 다른 출장으로 통과하는 기회에도 자주 들렀으니 내가 그 집의 단골 고객이었던 것이다.
이 곳 뉴질랜드에는 그런 꼬리 곰탕 식당이 없지만 소꼬리 토막은 살 수가 있어 집에서 끓여 맛을 볼 수가 있는데, 꼬리에 붙은 살코기는 나도 좋아 하지만 우리 집에 같이 살았던 애완견 싼타도 아주 좋아 하였다. 내가 대충 뜯다가 넘겨 주면 싼타는 아주 즐겁게 남은 살코기를 알뜰히 뜯어 먹곤 하였다. 그런데 오늘은 싼타가 하늘 나라로 가고 없으니 나 혼자서 가능한 대로 고기를 많이 발라 먹어야 한다. 열심히 앞니로 갉아 보지만 싼타 같이 알뜰히 뜯어 낼 수가 없다.
아침식사 하면서 이렇게 한 번 추억을 더듬어 보았다. 한국에서는 꼬리 곰탕 말고도 갈비탕, 도가니탕,사골탕, 감자탕 등 뼈를 고아 먹는 알뜰한 음식 문화가 슬기로운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배어 있어 재미 있다. 한국의 음식들 중에 여기서 구경할 수 없는 것도 있고, 있다 해도 제 맛이 안 나는데 집에서 꼬리 곰탕이라도 맛 볼 수 있어서 다행으로 생각하며 향수를 달래 본다. (2012.1)
첫댓글
고향의 구수한 맛. 들깨 가루 한 숟갈 넣어
틉틉하게 먹던 옛 시절. 진한 탕국맛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