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가장 잘 팔리는 중형 세단(2021년 31만대) 이유가 있다
토요타 캠리는 미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중형 세단이다. 이미 1,2위 자리를 지킨게 30년이 넘는다. 한국에서는 막강한 경쟁자 틈에 끼여 요즘에는 월 200여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캠리가 왜 미국에서 인기일지 알아보기 위해 캠리를 스포티하게 꾸민 XSE 하이브리드를 타고 서울-대전-진주-서울 약 830km를 주행했다. 결과적으로 높은 연비와 편안한 승차감이 일품이다.
토요타 캠리는 미국에서 중형세단 1위를 지키는 ‘잘 나가는 차’다. 지난해 31만대 넘게 팔았다. 현대 쏘나타가 지난해 9만여 대인 것과 비교하면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2000년대 초중반만해도 연간 50만대를 넘게 팔았다. 높은 내구성과 중고 가격 방어로 유명하다. 토요타는 내구성과 중고차 가치 이외에도 연비 좋은 하이브리드가 유명하다. 1997년 양산형 하이브리드를 처음 시장에 선보인 자동차 업체다. 하이브리드 기술력만 수십 년 쌓았다. 이번에 시승한 캠리는 토요타가 자랑하는 하이브리드 모델로 트림은 XSE.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 XSE
현재 국내 판매 중인 캠리 하이브리드는 지난해 5월 부분변경을 거쳤다. 이번에 시승한 XSE는 상위 트림인 XLE와 비교해 좀 더 과감한 얼굴과 스포티한 뒷모습이 특징이다. 그릴 중앙 앰블럼을 감싼 패널은 입체감을 살려 공격적인 느낌을 준다. 범퍼 하단은 세 부분으로 나누고 ‘스포티 허니콤 그릴’을 적용했다. 범퍼 아래 길게 뻗은 크롬 바도 특징. 전체적인 모양이 상위 브랜드인 렉서스 디자인을 떠올리게 한다. 와일드 하이브리드 슬로건은 XLE보다는 XSE에 더 어울린다.
리어램프 밑으로 가니시를 달아 스포티함을 더했다
옆모습은 XLE와 다르지 않다. 휠도 같은 디자인의 18인치가 장착된다. 옆에서 잠시 쉬었던 디자인 변화는 뒤에서 다시 찾을 수 있다. 범퍼 하단까지 차체 색상으로 통일하고 디퓨저, 듀얼 배기팁, 좀 더 각진 스포일러 등을 달았다. 리어램프 아래로 공기 흡입구처럼 가니시를 덧댄 것도 눈길을 끈다. 시승차 외장 컬러는 ‘이모셔널 레드2(Emotional Red2)’다. 과감해진 디자인과 제법 잘 어울린다.
과격한 외모와 달리 실내는 철저하게 기능적이고 평범하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화려해지는 지금 트렌드와 거리가 있다. 7인치 디스플레이는 다양한 정보를 보여준다. 양옆으로 아날로그 속도계와 하이브리드 상황을 보여주는 다이얼은 한 두 세대 전 느낌이다. 9인치 센터 디스플레이는 플로팅 타입이다.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유선으로 지원한다. 9인치 디스플레이 옆으로 자리한 메뉴와 공조기 조작은 모두 버튼이다. 대중차는 설명서를 보지 않고도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토요타 브랜드 기조를 담았다. 변속 레버 앞으로 널찍한 수납공간을 미련했다. 커버를 앞으로 밀면 아래로 공간이 있다.
시트는 1열과 2열 쿠션의 탄성이 다르다. 1열은 탄탄하다. 쿠션이 몸을 받쳐주는 느낌이다. 2열은 푹신하다. 장거리 주행에선 1열 시트에 앉는 것이 피로도가 적다. 1열 쿠션을 2열에도 적용했으면 더 편하지 않았을까. 공간에 대한 부족함은 없다. 1열에 180cm 기자가 타고 2열에 195cm 기자가 탔다. 무릎 공간에 여유는 없지만 시트에 닿지는 않는다. 헤드룸도 마찬가지다. 규격 외 신체 크기가 아니라면 공간에 대한 불만을 느끼기 힘들다.
195cm 기자가 트렁크에 누워 봤다
트렁크는 널찍하다. 기본 용량은 524L. 2열 시트는 6대4 폴딩을 지원한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195cm 기자를 넣어봤다. 구겨 넣으면 두 명도 가능해 보인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트렁크 상단에 자리한 우퍼가 다소 튀어나와 있다. 큰 짐을 넣을 때 불편할 수 있겠다.
캠리 하이브리드는 직렬 4기통 2.5L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 두 개가 합을 이룬다. 시스템 합산출력 211마력(엔진 178마력, 전기모터 120마력), 최대토크 22.5kg.m를 발휘한다. 무단변속기와 짝을 이루며 공인 복합연비는 17.1km/L다. 1박 2일 동안 시승하면서 약 830km를 달렸다. 서울 광화문에서 출발해 대전, 거창 금원산 휴양림을 거쳐 진주로 갔다. 진주에서 한 바퀴 명승지를 돌아보고 서울로 곧장 왔다. 탑승자는 3명인데 총 무게가 260kg가 넘는다. 단순히 0.5인이 추가된 셈이다. 시승을 진행하면서 연비 운전은 하지 않았다. 교통 흐름에 맞춰 진행했으며 중간중간 에어컨 공조기를 작동했다.
복잡한 서울 도심에서도 19km/L 이상의 높은 연료 효율을 보였다. 고속도로에 올라 시속 110km 내외의 항속 주행을 하니 20km/L를 가볍게 넘겼다. 높은 연료 효율만큼이나 놀라운 것은 승차감이다. 앞서 2열 시트가 1열보다는 조금 떨어진다고 언급했지만 전체적으로 승차감은 너무 좋았다. 경쟁 모델과 비교하면 앞뒤 모든 좌석이 우위를 보인다. 도심이나 고속도로 항속 주행은 물론 속도를 높여 코너를 돌아도 안정감이 느껴진다. 토요타 TNGA 플랫폼의 완숙함을 엿볼 수 있다. 동승했던 기자도 승차감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고속도로 주행 시 대부분은 다이내믹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DRCC)을 사용했다. 커브 구간에서는 별도의 조작 없이 속도를 줄인다. 기존 차선 이탈 경고를 업그레이드 한 차선 추적 어시스트(LTA)는 앞차의 경로를 따라 차선을 유지해준다. 차량이 알아서 도와주니 장거리 주행 피로도가 현저히 낮아졌다. 서울 광화문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 트립 상 연료 효율은 20.3km/L. 복합연비를 훌쩍 뛰어넘었다. 약 830km를 주행하고도 잔여 주행 가능 거리는 100km 이상 표시됐다. 다시 한번 캠리 하이브리드 진가를 느낄 수 있었다.
캠리 하이브리드 XSE는 다소 평범한 인테리어라는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많다. 실내가 다소 구식처럼 느껴지는 점을 제외하면 흠잡을 곳이 없다. 특히 지금처럼 고유가가 지속되는 시기에는 장점이 부각된다. 남들과 다른 개성을 원한다면 캠리는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 기본기가 탄탄한 차를 원한다면 캠리 하이브리드를 추천한다. 고장 잘 나지 않고 기름 덜 먹고 편안한 차. 아울러 중고차로 팔때 제 값을 받는 차. 정비소 가지 않고 기름만 넣어주면 묵묵히 할 일을 하는 차를 원한다면 캠리 하이브리드는 좋은 선택지다.
한 줄 평
장점: 쉽게 내려가지 않는 연료 게이지, 편안한 승차감과 높은 잔존가치
단점: 요즘 트렌드와 맞지 않는 실내 구성과 편의장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