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살아가고 생활하는 세상에서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재산, 사랑, 정의 등등을 언급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가운데서도 가장 절실하고 필요한 것은 바로 신뢰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신뢰는 사람에 대한 믿음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심적으로 교류하고 의지하려고 하는 마음일 것입니다. 신뢰는 단순히 사람에 대한 믿음뿐 아니라 조직과 조직간에도 마찬가지고 국가와 국가간에도 더욱 그러합니다. 부부사이에 신뢰가 강하게 형성되어 있는데 다툼도 이혼을 할 이유도 없고 국가간의 신뢰가 가득한데 무슨 전쟁이 일어나겠습니까.
전쟁이 발발한 지 벌써 4년 7개월을 맞는 러우전쟁이 대표적입니다. 러시아도 우크라이나도 서로 믿지 못합니다. 한마디로 신뢰가 없다는 것입니다. 신뢰가 없는데 무슨 휴전이며 종전을 이루겠습니까. 미국과 이란 전쟁은 더욱 그리합니다. 얼마전 휴전 양해각서 MOU를 맺었지만 서로 신뢰하지 않기에 일주일도 안돼 휴지조각이 되어버리지 않았습니까. 미국입장에서는 이란측에서 몰래 핵무기를 만들 것이며 중동지역을 지배하기 위해 숱한 군사무기를 양산할 것이라고 판단합니다. 이란입장에서도 미국이 언제든 또 다시 대규모 공격을 해올 것이고 자신의 나라를 폭망시키기 위해 호시탐탐노린다고 판단하는데 마음을 드러내놓고 미국측에 손을 내밀겠습니까. 어느쪽이 먼저 신뢰를 저버렸는가는 차치하고 양국간의 신뢰가 쌓일 근거조차 전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휴전을 하고 종전을 하면 무슨 소용입니까. 양해각서 그까짓 종이 한 장 무시하고 그냥 공격을 퍼부으면 그만이라고 판단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한창 개최되고 있는 유엔 총회장에서의 언급도 마찬가지입니다. 유엔이라는 조직이 무엇입니까. 각국의 대표들이 모여 지구촌의 문제점을 논의하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 위한 방도를 궁리하는 자리아닙니까. 그 자리는 독설과 설전을 내뱉는 장소가 아닙니다. 비록 상대국가에 대한 미움과 싦음이 존재해도 세계 각국의 정상과 외교관들이 가득 들어찬 유엔본부 총회장안 특히 연단에서는 그러면 안되는 것 아닙니까. 하지만 이번 유엔총회에서는 살벌한 언쟁이 오고 갔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총회장 연단에 오르자 마자 이란과 쿠바 등 미국의 적대국들을 향해 거친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중동의 불량배였다...쿠바는 완전히 실패한 나라다라는 악담을 쏟아냈습니다. 각국 대표단과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유엔 총회에서 이같은 노골적인 비판적 언급이 나온 것은 유래를 찾을 수 없는 매우 이래적인 상황입니다. 이런 악담이 터져나오자 이란 대표들과 쿠바 대표들은 직원 1명만 남겨둔 채 단체로 퇴장하고 말았습니다. 이런 상황속에서 무슨 신뢰요 믿음이 오고 가겠습니까. 남는 것은 오로지 증오뿐일 것입니다.
정치외교뿐 아닙니다. 스포츠세계에서도 갈수록 신뢰가 사라진다는 말이 많습니다. 현재 국제축구연맹 즉 FIFA를 대신할 새로운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움직임이 강하게 일고 있습니다. 현 인판티노 FIFA회장의 언행때문입니다. 지난 북중미 월드컵에서 그가 보인 행보는 신뢰는 커녕 우려를 증폭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노골적인 브로맨스를 보이다 못해 규정을 위반하면서까지 미국편을 드는 모습에서 신뢰는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오로지 FIFA회장이라는 자리를 이용해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려는 모습으로 보여주기에 딱 알맞았기 때문입니다. 스포츠에서 신뢰가 사라지면 남는 것은 살벌한 육체적 부딪힘밖에 없을 것입니다.
국내정치도 마찬가지입니다. 여야가 서로 상대의 문제점과 실책을 지적하고 나무라는 것은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오로지 지적을 위한 지적과 증오로 가득찬 지적속에 무슨 발전적 미래가 보이겠습니까. 오로지 당리당략에 의한 살벌한 삿대질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것입니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세력속에서도 서로 잡아 먹지 못해 으르렁거리는 모습속에 신뢰는 결코 존재하지 않습니다. 신뢰가 상실된 지적과 나무람은 증오의 발산으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신뢰가 사라진 곳에는 증오만이 남게 되고 증오적인 심리로 무슨 발전과 미래지향적 생각을 기대하겠습니까. 신뢰가 없는 세계는 증오로 가득찬 암흑밖에 없다는 것을 다시금 생각해 봐야 할 듯합니다.
2026년 9월 23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