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하늘: 하이! 방가! 돌쇠님 혼자 외로이 방을 지키고 계시네.
돌쇠: 그러게요. 오늘따라 아무도 안오네요.
파란하늘: 그런데...이 늦은 시간까지 어인 일로 주무시지도 않고....
돌쇠: 회사에서 숙직중입니다
파란하늘: 숙직? 회사원이시군요?
돌쇠: 넵! 조그만회사 말단과장입니다.
파란하늘: 회사는 어디신데요?
돌쇠: 서울....서초...
파란하늘: 흐미..저도 서울인데...집도 서울이신가요?
돌쇠: 잠 많은 사람들이 많이 산다는 잠실이요.
파란하늘: ...^^
돌쇠: 하늘님은요?
파란하늘: 노원입니다. 수락산 밑에...
돌쇠: 아...네...근데....늦은 시간에...잠이 없으신가봐요?
파란하늘: 돌쇠님 뵐려고 그랬나봐요...^^ 농담....글쓰는게 직업이다보니...나도 모르게 야행성으로...ㅋㅋ
돌쇠: 헉! 시인?...아님..소설가?
파란하늘: 그냥....끄적이는 수준이랍니다.....그래서....신랑한테...무쟈게 무시만 당한다는....슬픈....ㅠㅠ
돌쇠: 아..예..여자분이신구요. 그래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산다는 건 축복이죠. 나중에 작가로 유명해지시면
남편분께 션하게 복수하세요. 전 미리...사인 한장을 받아놔야 할 것 같은데....^^
새벽 3시쯤....파란하늘과의 채팅이었다.
천리안 등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채팅붐이 불었는데...웬만한 동호회 카페마다 채팅이 상당히 활성화되어 있었다.
나 역시 시간이 날 때 마다 채팅창을 켜 두고 생판 낯모르는 사람들과 별 뜻도 없이 주고받는 대화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살았다.
당시엔 회사에 출근을 해도 영미도 볼 수 없는데다가 진급에서 마저 밀리는 바람에...심한 상실감에 빠져 있을 때였다.
하지만 채팅 순간 만큼은 새로운 누군가를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어 그런지 영미도 진급도 다 잊을 수 있었다.
미진은 가뭄에 콩나듯이 잊을 만하면 전화를 했다. 만나는 날엔 왜 그러는지 꼭 아기를 안고 나왔다.
그 바람에 미진을 안을 생각은 아예 할 수도 없었다.
가슴이라도 한번 만져볼라치면 얼른 아기를 안겨주며 몇달은 참으라고 했다.
둘째 녀석과 많이 닮은 것 같아.....혹시....하고 물었는데...글쎄....그럴지도 모르지 하며 의미심장하게 대답을 하는 통에
영 찝찝했는데..미진은 신랑이 나랑 똑 같이 생겨서 그런거라고 하더니 혼자 빙그레 웃었다.
파란하늘: 돌쇠님...잘지내셨어요?
돌쇠: 아..하늘님! 오늘은 낯시간인데...어인 일로...
파란하늘: 돌쇠님 만나려고 그러나봐요....우리 두번째?
돌쇠:...넵...글쎄요. 저는 이 방에 자주 오는데, 하도 여러 사람들이 들어오는 곳이라...잘 기억을...죄송!
파란하늘: 죄송은요. 혹..실례가 안된다면...연세가 어찌....^^
돌쇠:...도야지....
파란하늘: ..아...저보다.....한참.......ㅋㅋㅋ...전 구여운 토깽이랍니다!
돌쇠: 그럼...자, 축, 인, 묘...4살...차인가요?...거의 친구수준이네요.
파란하늘: 그럼....친구할까요?..내가 좀 손핸데....
돌쇠: 저야 무지 영광입죠...영계 친구가 허락해 주신다면야....^^
파란하늘: 괜찮을 것 같네...4살 터울 친구!
돌쇠: ...^^ 친구...감사....감사!
하늘과는 그렇게해서 서로 친구를 하기로 햇다.
얼굴 한번 본 적 없고, 성도 이름도 모르는데...다만 채팅창을 통해 기억하기론
두번 만나 간단하게 인사나눈게 전부일 뿐인데....
카페의 운영자중 한사람이기한 하늘이는 가끔 채팅방을 열었다.
채팅창엔 수시로 사람들이 드나 들었다. 하늘이는 글을 많이 써서 그런지 대화를 주도하는 편이었다.
카페에서 오래된 회원중 남자인 듯한 사람의 관심은 하늘이에게 집중되었고
난 그들이 주고 받는 대화를 보면서 하늘이라는 사람을 대충 파악했는데
자기 신분에 대해 철저히 감추어두는 신중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어렴풋이 짐작할 뿐이었다.
하늘이는 여러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서도 다른 사람들에게는 보이지않는 귀속말을 통해
하이! 친구! 하면서 아는체 해주었는데...괜히 나 혼자 하늘이에게 특별한 대우를 받는 것만 같아 기분이 좋았다.
그러다..채팅창에서 서로 얼굴을 못본다고 조금 잘난 척하는 친구가 있으면 귓속말 창을 통해
파란하늘: 에휴...진상!...친구! 친구는 저렇게 하면 안돼! 알았지?
돌쇠: 난...자랑하고 싶어도 자랑할게 없음...ㅠㅠ
파란하늘: 저 친구! 실상은 알고보면 별볼일 없을걸...저렇게 대단한 친구가 얼마나 할일이 없었으면
대낯부터 채팅창에서 살겠어....저 친구 저녁에도 자주 본 것 같은데...종일 여기서 사나 봐! ㅋㅋㅋ
돌쇠: 그래도 저 친구 인기 짱인데...여자들이 저친구하고만 대화할려고 하는데...
파란하늘: 부러운가? 친구!
돌쇠: 뭘...저런 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인거니까. 쬐끔.....쩝!
파란하늘: 푸하하하...저런 사람들...번개나 정모하면 거의 안나타남
돌쇠: 난 신당동에서 번개할 때 궁금해서 한번 가봤는데..그때 나왔었어?
파란하늘: 신당동엔 안갔음....난 덩치가 너무 커서 다른 사람들이 무쟈게 부담스러워 함
돌쇠:????
파란하늘: 착한 친구!..혹시 알고나서 친구 물르기 없기!
파란하늘: 키 180에다가 몸무게 100 이 조금 넘는 말 그대로 덩어리임....어때 실망인가?
돌쇠: 흠마! 난 165에 55인데....부럽다. 친구 끼리 덩치가지고 뭘 그래...난 괜찮아
그러면서도 거구인 여자가 상상되었는데 조금 실망이 되었다. 하지만 어차피 만나 볼 사람도 아닌데
어떠랴 싶었다.
파란하늘: 헉! 진짜?.....아.....작네...^^ ...
돌쇠:..바꾸자..친구!
미진이 아기 신발을 하나 사다 달라고 했다..... 둘째녀석 신발도 한켤레도 아직 내손으로 사 본 적이 없었는데
그래도 그동안 얻어 쓴게 너무 많아서 아기 신발을 샀다. 사는 김에 우리 아들 녀석 것도 사고 싶었지만...너무 비싸서 사질 못했다.
어머..자기 잘 골랐다.
얘들 신발은 칫수가 다 똑같다고 해서 그냥 분홍색으로 샀어.
아들 신발도 사지 그랬어?
마누라가 샀을텐데 뭐....
우리 애기한테 자기가 해주는 첫번째 선물이야 알아?
애기 아빠가 돈 잘벌잖아.....선물이야 쌔고 쌨을텐데..뭘.
핸드폰 샀어. 자기꺼랑 내꺼랑
아직 우리 부장도 비싸다며 살까 말까 망설이다 결국 못 사고 있는 핸드폰인데
7070, 0707...생일을 따서 번호를 만들었다고 했다.
미진은 구석자리에서 젖을 꺼내 아기에게 물렸다.
하얀 유방속으로 푸른 혈관이 비쳤을 때....미진이 아줌마임이 실감이 났다. 아기는 젖을 빨다 잠이 들었다.
미진아!.....나도.....한입만....
미쳤어...애 젖 먹이는는 동안 내내 그 생각만 했구나?
하도 오래되서...이젠 기억도 안난다. 어떻게 하는건지
마누라랑 해..
마누라도 가까이 가면...아주...질색을 한다. 환장하겠다...마누라랑 애인이랑 둘이 어떻게...비슷하게 스리...
참..대단해...어떻게 내 앞에서 자연스럽게 마누라 얘길할 수 있어?
니가 먼저 말을 꺼냈잖아.
그래도 그렇지...앞으로 나랑 있을 땐 우리 얘기만 해! 다른 사람 얘기하는거 싫어!
옆구리에다 묵직하게 핸드폰을 차고 사무실로 들어가니 부장이 정말 부러워했다.
마누라는 겉 멋이 들어서 쓸데없는 짓을 한다며 못마땅해 했다. 돈 있으면 애기 선물이나 하나사오지 하며
무심한 남편을 원망했다.
파란하늘: 친구! 부탁이 있는데.....들어줄 수 있어?...아니 꼭 들어줘야 돼
돌쇠: 뭔데?..뭔지 알아야 들어주든지 말든지 하지.
파란하늘: 잠실에 공원 많지?
돌쇠: 올림픽공원, 석촌호수....
파란하늘: 올림픽공원...그래 거기 괜찮겠다.
돌쇠: 뭔데?...왜?
파란하늘: 여러 님들이 번개 한번 하자는데...장소가 없어서 말야
돌쇠: 그럼 식당으로 해야지? 웬 공원?
파란하늘: 운동도 하고...도시락도 까 먹고..그게 더 낫잖아. 2차 가고 싶은 사람은 따로 가면 되는거고
돌쇠: 올림픽공원에 그럴만한 곳이 있나 모르겠네. 한번 가볼께
파란하늘: 시간 좀 내 달라고 부탁하는거야. 나랑 같이 올림픽공원 좀 돌아 보자고...
돌쇠: 언제 쯤?
파란하늘: 다음 주 토요일! 괜찮겠어 친구?
돌쇠: 그러지 뭐.
파란하늘: 올림픽공원역에서 내려서 어떻게 찾지?
돌쇠: 핸폰있는데.....
파란하늘: 오! 잘나가나본데....핸폰도 있고.
돌쇠: 잘나가는게 아니고...마누라가 핸폰 울리면 바로 뛰어오라고 올가미를 씌운거지.
파란하늘: 알았어...나는 금새 알아 볼 수 있을거야. 180에 100 알겠지?
돌쇠: 응....덩치 크다고 때리기 없기
파란하늘: ㅎㅎㅎㅎㅎ. 다음 주 토욜 봐 친구!
삐리리리리 하고 핸폰이 울렸다.
돌쇠님! 파란하느이었다. 전화를 받으며 주변을 둘러 보았지만 180에 100이 넘어 보이는 여자는 없었다.
목소리도 덩치에 어울리지 않을 만큼 이외로 차분했고 굉장히 여성적이었다.
죄송해요!....오늘 집안에 급한 일이 생겨서 약속을 못지키게 되었어요.
너무 늦게 전화드려서 죄송해요.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제가 혼자 한번 둘러보고 적당한 장소가 있으면 사진찍어서 카페에다 올려놓을게요.
걱정하지 마시고 일 보세요.....
그렇게 해서 하늘과의 첫 대면은 불발이 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