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 제목: 주 찬양할 것 뿐일세
ready!
start!
(피아노 전주)
다다단~ 다단~ 다단~ 다단~
단다단단단 단다단~ (한 둘 셋)
(다같이) 한량없는 축복내리사 끊임없이 부으시네
풍성하신 주님의 사랑 찬양 그칠 날 없도다
기도 소리 끊임이 없고 내맘 기쁨 가득차네
항상 날 지켜주시는 나의 주님 주 찬양할 것 뿐일세
(테너2 솔로) 맘을 주께 다 바치고 주를 왕으로 모시니
근심 걱정 몰려 오고 마음 슬퍼 울적할 때
(다같이) 기도 소리 끊임이 없고 내맘 기쁨 가득차네
항상 날 지켜주시는 나의 주님 주 찬양할 것 뿐일세
(테너1 솔로) 한량 없는 축복 내리사( 다른 파트는 백코러스)
끊임없이 부으시네 풍성하신 주님의 사랑 찬양그칠 날 없도다
기도소리 끊임이 없고 내맘 기쁨 가득차네
항상 날 지켜주시는 나의 주님 주 찬양할 것 뿐일세.
이하 생략.....
혹시 이 곡 다 기억합니까?
과거 우리 하나멜인들이 무지 우라먹었었던 (지금도 우라먹는지.......?) 불멸의 곡입니다.
원래는 반주가 있는데 아카펠라로 하는게 더 좋다는걸 미리 파악및 간파, 과감하게 반주를
생략, 반주자에게 평안을..........그러나 전주는 생략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이곡을 갑자기 들먹이는 이유는...
하나멜에 대한 그 수를 헤아릴수 없는 무수한 추억들 중.
영원히 잊고 싶은, 그리고 아직도 긴장호르몬(사람이 긴장할 때 분비된다는 호르몬인데 그 말은 내가 지어냈음)을 생성케하는 추억이 하나있는데,
오늘 그게 갑자기 생각나서 말입니다...
제가 고3때, 그때는 아마 학교에서 하는 `추수감사절 예배`였던 것 같습니다.
여느때와 다름없이 우린 예배도중 특별찬양을 하게되어있었고, 곡 선택은 단 한명의 불복없이(?) 만장일치로 `주찬양할 것 뿐일세`였습니다.
당일날 아침 음악실에 우리기(12기) 다 모였습니다.
그런데 모이고 보니까,
그당시 우리기에는 테너1이 세명 있었는데,
김강준, 김용준, 그리고 권모군(실명 공개 안함. 그의 특징: 연습에 잘 참석 안함).
강준이 용준이 노래 잘하는건 아마 다 알겁니다.
그런데 그당시 강준이는 성악과 입시 때문에 발성문제로 하나멜을 잠시 쉬고 있었고(중창을 하면 목을 많이 쓴다는 이유로...), 용준이는 그날 학교에 안오고(용준이는 한번씩 자기가 학교 안오고 싶으면, 안오곤 했습니다. 그래도 공부는 거의 1, 2등하니까 선생님들도 그리 뭐라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어쨌든 그 두명이 없으니까 우리에게는 테너1이 권모군 한명 밖에 없었습니다.
권모군.
그가 미덥지 않았다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미더웠던 것도 아니였습니다.
다들 말은 안했지만 아마 다른 멤버들도 다들 나같이 생각했었을 겁니다.
어쨌든 상황이 상황인지라 우리기에는 약간의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나(테너2), 권순현(바리톤), 이재성(바리톤), 유영준(베이스) 그리고 권모군 이렇게 다섯명은
그래도 우린 할 수 있다는, 너무나도 강한 결의에 찬 모습을 가지고 얼마전 전 나라를 강타, 초토화시켰던 `무대포 정신`과 찐한 기도 한 번으로 파이팅을 외치며 서로를 위로하면서(?) 강당에 서게되었습니다.
김용달 교감선생님의 사회로 예배는 시작되었고,
순서는 왜 이렇게 빨리도 바뀌던지...
금세 우리의 그 찬양시간이 되어버렸습니다.
우린 강당 무대에 올라갔고,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줄을 서서 3학년다운 노련미를 마음껏 과시, 술렁이는 학생들의 그 어떤 말(점마 휘재아이가? 용준이 학교 안왔나? 등등)에도 흔들림 없이 , 얼굴에서 그 어떤 긴장감도 찾을 수 없는, 여유있는 모습과 그에 걸맞는 약간의 미소를 유지한 채 기도로 곡을 준비했습니다.
Ready.
Start.
피아노 전주가 흐르고 우린 서로를 바라보며 약간 느끼한 부드러운 미소를 서로 나눴습니다.
전주가 끝나고 이어서 우리의 잘 다듬어진, 남성미가 물씬 풍기는 목소리가 강당을 적당한 볼륨으로 울렸습니다. 원래 이곡의 첫부분은 아무나가 불러도 잘 하게 들리는 곡 일겁니다. 하여튼 그랬었습니다.
`한량없는 축복 내리사~~ 끊임없이 부으시네~`
여기까지 부르는데 왜 이렇게 소리가 듣기에 좋고 잘 맞는지, 정말....
그런데....바로이어지는......
`부으시네`와 `풍성하신`사이에 들어간, 베이스 영준이의 전혀 예상치 못했던 `찬양 에드립`
`[빠밤]`
빠밤. 그 소리는 너무나도 우렁차고 당당하게 강당을 울렸습니다.
듣고있던 학생들 다 디비졌습니다.
안그래도 그들에게 지겹게만 느껴졌을 예배시간에 [빠밤]과 같은`찬양 에드립`은 그들에게는 또 다른 하나의 재미가 아니었나 합니다. 여기 저기서 `와 저거 뭐고? 댄나 우끼네. 저거 가요가?` 등등. 우리의 찬양소리가 잘 안들릴 정도로 왁자지껄, 거의 자갈치시장이었습니다. 이윽고 이 예상치 못했던 사건을 수습하려고 박성기 교장선생님, 김용달 교감선생님은 일어서서 학생들에게 그 근엄하고 날카로운 눈빛을 날리며 오버하는 학생들을 진정시키기에 바쁘셨습니다. 다행히도 학생들은 또 어떤 예상치못한 엽기적인 상황이 계속해서 벌어질지 궁금해서인지 금방 선생님들의 그 눈빛에 다들 한 방씩 맞은척 하면서 조용했습니다.
우린 그들의 그런 반응에 전혀 개의치않고 (사실 좀 개의쳤습니다. 아니 많이) 우리의 가야할 길을 계속해서 가고 있었습니다.
계속해서 가다보니까 드디어 테너1(권모군)의 솔로부분인 `기도소리 끊임이 없고~`부분이 우릴 기다리고 있었고, 우린 서로 호흡을 맞춰가며 찬양에 전념했습니다.
다같이 부르는 부분인 `주찬양할 것 뿐일세`가 끝나고,
한 박자 쉬고 권모군의 솔로. `한량없는 축복내리사~..`를 기다리고 있었던 우리의 다른 멤버들.
그러나
두박자나 쉬었는데도 `한량없는`이라는 소리는 안나오고..
침묵..
그리고 또
침묵...
박자가 꽤 흘렀는데도 여전히 강당은 조용했습니다.
권모군이 그때 왜 그랬는지는 지금도 잘 모릅니다.
어쨌든 권모군의 솔로가 안 이어지자 곡은 더 이상 진행이 없었고,
정적만이 흐르는 가운데,
우리의 기장, 순현이가 사건 수습을 위해 내뱉은 한마디.
`차렷! 경례!`
찬양 시작한지 1분도 안되어서 곡이 끝나고 말았습니다.
우린 어이가 없었고, 어쩔수 없이 다같이 경례를 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경례를 하려고 고개를 숙이는 그 순간.
권모군의 우렁찬 소리.
`한량없는 축복내리사~`
우린 그 소리를 듣자 말자 숙였던 고개를 재빨리 들고 백코러스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걸 듣고 있던 학생들.
완!존!히! 디비졌습니다.
또다시 자갈치 시장이 되어버렸습니다.
교장선생님, 교감 선생님. 다른 선생님 모두 말은 못하고 날카로운 눈빛 날린다고 정신 없었습니다.
그 이후 어떻게 찬양이 끝났고 어떻게 무대에서 내려왔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나의 무의식이 그 기억을 지우고 싶었는가 봅니다.
예배가 끝나고 교실에 들어가자,
친구들은 `중간에 끝난줄 알았는데 또 하데라는둥, 일부러 그랬냐는둥, 감동적(?)이었다는 둥. 코미디라는 둥.` 수업시간에 선생님 얼굴 보기가 민망했습니다.
그 당시 고3이라는 이유로 그리 단결되지 않았던 우리기를 하나님께서 강하게 키우실려고 그랬던가 봅니다.
그 이후 권모군은 하나멜 자리를 안그래도 잘 안왔었는데, 거의 안오게 되었습니다.
권모군. 지금 어디서 무얼하며 사는지 잘 몰라도 지금 만나면 그 때 왜 그랬는지 한 번 그 이유를 아니 그 `저의`를 들으면서 한 번 웃고 싶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산다는게 장난이 아니라는걸, 머리가 아닌 피부로 한 번씩 느낄 때,
옛 시절(?) 하나멜 재학생때를 생각한다는게 그리 즐거울 수 없습니다.
하나멜은 나에게 -엔돌핀 (뇌에서 분비되는 마약과 같은 성분이며, 분비될 때 마약못지 않은 쾌감을 가져다 주고, (웃을 때 많이 분비된답니다.) 많이 분비되면 분비될수록 몸을 이롭게 만든다는 물질. 이건 내가 지어낸 말이 아님)을 가져다 주는 너무나도 좋은 이름입니다.
긴글 읽어줘서 고맙습니다.
오늘 우리학교 개교기념일이라 하루 `짜구`나서,
이렇게 긴 글을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짜구`가 무슨 말인지 사실 저도 잘 모르겠지만.... 대충 알아서들....
그럼, 다음에 또...뵙겠습니다.
ps: 12기 너희들 그때 기억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