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는 잡히는 순간 죽는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멸치에 붙는 수식어에는 '칼슘의 제왕', '뼈째 먹는 생선'이
가장 잘 알려져 있고, 크기별 부르는 이름이 달라, 가장 작은 1.5㎝이하의 크기는 세멸(지리멸), 1.6~3.0㎝는 자멸,
3.1~4.5㎝는 소멸, 4.6~7.6㎝는 중멸, 가장 큰 7.7㎝ 이상은 대멸이라 한다.
물론 크기별 요리법도 다양해, 가장 작은 세멸은 주먹밥용으로 사용되고, 자멸 크기는 볶음용, 가장 큰 대멸은 뼈째
구워 먹기도 하고 젓갈용으로 사용된다. 크기별 멸치를 고르는 법은 잔 멸치의 경우는 흰색이나 파란색이 살짝
도는 투명한 것이 좋고, 중간 멸치나 큰 멸치는 은빛이 나고 맑은 기운이 도는 것이 좋다. 부서진 것은 신선도가
떨어진 멸치를 가공한 것이나, 구부러진 멸치는 살아있는 멸치를 삶아 말린 것으로 신선하다.
부산 대변항에는 봄이 오면(이때 잡히는 크기가 대멸), 갓 잡은 것은 회로 먹기도 하고, 소금구이로 먹는데,
한 번 먹어보면 다음해 또 찾게 된다고 한다. 반면, 멸치는 선도가 저하되는 시간이 빨라, 잡으면 바로 쪄서 말려
마른 멸치로 주로 유통된다.
마른 멸치 중에도 명품이 있는데, 바로 죽방 멸치다. 조수간만의 차이를 이용하는 죽방렴 어법은 어획할 때 상처가
적게 생기고 신선도가 높아, 은빛 멸치를 그대로 말린 것 같아 비싼 가격에 유통된다.
'멸치가 생선이야?'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물론, 멸치는 청어류에 속하는 생선이다. 큰 물고기가 가지고 있는 내장
기관을 다 가지고 있다. 더군다나 멸치는 자손 번식력이 아주 강한 종으로, 태어나서 1년이 되면 어른 고기가 되어,
한 마리가 여러 번에 걸쳐 수천 개의 알을 낳고, 그 기간도 4월부터 8월까지 장기간 지속된다.
멸치의 몸집이 작아 바다 속에서 힘이 없는 존재로 인식되지만, 복잡하게 얽혀 있는 바닷속 먹이 사슬에서는 엄청난
숫자로 당당히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 결과 지금까지 우리는 풍부한 멸치 자원을 통해 지금까지 값싸게 단백질과
칼슘을 섭취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유준택
국립수산과학원
해양수산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