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기저귀를 갈아주며 보니 사타구니에 볼록 튀어나온 부분이 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찬찬히 살펴보지만 아이가 아픈 것 같지도 않고, 또 어떤 때는 볼록했던 분위가 멀쩡해 보이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엔 ‘서혜부 탈장’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아이는 왜 아프다고 하지 않을까? 흔히 ‘탈장’이라고 하면 굉장한 통증을 동반할 것 같지만 종류에 따라 특별한 증세가 없는 경우도 많다. 탈장은 복벽이나 기타 부위에 결손이 생겨 장기가 그 부위로 빠져나오는 것인데 아이에게는 서혜부(사타구니) 부위에서 발생하는 탈장이 가장 흔하다.
남자아이가 더 잘 생긴다 통계적으로 서혜부 탈장은 아이 50명 중 1명꼴로 생기는데, 남여 비율은 8:2로 남아가 월등히 높다. 오른쪽이 40%, 왼쪽이 30% 정도 발생하며, 양쪽 모두 발생하는 경우는 30%가량이다. 남자아이에게 탈장이 더 많은 이유는 출생 전에 고환이 복강 내에 있다가 태어나기 3개월 전에 1cm 이내의 서혜관을 통해 음낭으로 내려온다. 고환이 내려오면 서혜관은 자연스럽게 막히는데 서혜관이 막히지 않을 경우 장이 음낭 쪽으로 빠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여아보다 남아의 서혜부 탈장 빈도가 높다.
장이 서혜부 구멍으로 빠져나오는 증상 넓적다리와 아랫배가 만나는 부위의 2~3cm 위쪽을 사타구니라 하는데, 서혜부 탈장은 장이나 복막의 일부가 이 사타구니로 밀려 나오는 형태로 밤알 크기가 일반적이나 달걀만 한 경우도 있다. 아이가 별로 아파하지도 않고 잘 놀아서 알아채기 쉽지 않지만 아이가 뛰어논 후에 기침을 심하게 하거나 대변을 본 뒤에 살펴보면 눈에 띈다. 이는 복압이 높아서 뱃속에 있는 장이 서혜관으로 빠져나오기 때문. 반대로 잠을 잘 때는 복압이 낮아져 빠져나온 장이 뱃속으로 들어가므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살펴보면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다. 배 부위의 압력이 증가하면 탈장이 잘 생기므로 서혜부 탈장이 나타나는 아이들은 많이 울리지 않아야 좋다. 복대는 그다지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 전문의의 소견. 살짝 튀어나온 정도면 손으로 넣어주고, 튀어나온 정도가 심하거나 부어서 잘 들어가지 않는다면 탈장된 주위를 차갑게 유지하고 응급실에 가야 한다. 소아외과 전문 병원에서는 탈장 발견 즉시 수술을 권하는데, 이는 아이가 어릴수록 ‘감돈’까지 진행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출생 2주 후부터 수술이 가능하다. 감돈이 안 된 탈장은 응급상황은 아니므로 의사와 상의해 수술 날짜를 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