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들은 나쁜 놈들이야” “있는 놈들이 더해” “지독한 부자들 때문에 우리가 못살아” “정상적으로 살아서 부자 될 수 있나, 부자들은 남 등쳐먹고 탈세하고 나쁜 놈이 틀림없어”
대다수 보통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기 쉽다. 누구나 가난해지면 부자에 대한 적개심과 분노를 가지기 쉽다. 그것이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공자님도 논어에서 "가난하게 살면서도 남을 원망하지 않기란 어려운 일이다. (子曰 貧而無怨 難 )"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면 왜 사람은 부자를 시기하고 미워하는 본성을 가졌을까?
이것은 현대인의 마음속에 아직도 잔재해 있는 시대에 뒤떨어진 원시인 본능 때문이다. 원시인은 부자를 미워했다.
원시인은 왜 부자를 미워했을까?
원시시대는 단결이 중요했다. 단결해야 원시인들은 자신보다 더 큰 사냥감을 사냥할수있고 위협적인 맹수에 대항할수도 있었다. 그래서 원시시대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단결이었다. 집단의 단결을 위해서 공동분배하고 평등하게 살았다.
원시인들은 단체의 평화와 결속을 해칠 수 있는 재산축적을 금기시 했다. 이러한 증거는 오늘날 남아있는 원시 부족에서도 발견된다.
에스키모 인들은 구두쇠를 발견하면 죽였다. 인디언은 재산을 모으는 것을 경계했고, 어려서부터 재산을 남에게 주는 것을 가르쳤다. 또 문화인류학자의 관찰에 따르면 원시부족은 마을에 불행한 일이 생기거나 전염병이 돌면 나쁜 사람 때문에 신의 노여움을 얻어서 이런 마을에 이런 불행이 발생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나쁜 사람을 색출하여 처벌하여 신의 노여움을 풀어야 한다고 믿었다. 그런데 나쁜 사람으로 지목되는 1순위는 ‘재산을 많이 모은 사람(부자)’이었다.
원시인들은 재산축적은 단체의 결속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 ‘재산축적 = 나쁜 행위’라는 믿음을 가졌다. 현대인들도 여전히 부자를 미워하는 원시인 본능 가지고 있다.
부자에 대한 미움과 질시는 경제상황이 나빠지면 더욱더 심해진다. 요즘 들어서 한국의 경제상황이 나빠져서 부자에 대한 질시와 미움이 더욱더 기승을 부리고 있다.
부자에 대한 증오가 바람직한 것인가? 필자는 부자에 대한 증오감이 2가지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첫째는 부자를 미워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자신이 부자가 될 수없기 때문이다.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모습을 닮아가려한다. 그런데 부자를 미워한다면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부자 되는 행동이 방해받아 스스로 부자 되기 어렵다.결국 부자를 증오하는것은 자신에게도 손해이다.
둘째로, 부자를 미워하는 사회는 잘 살기 어렵다. 아담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이런 말을 했다. 한 국가가 잘 살려면 이웃나라가 잘 살아야한다. 가난한 나라는 이웃 잘사는 나라에 서비스와 물건을 제공할 수 있어서 잘 살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잘 살려면 이웃이 잘살아야 나에게도 잘 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부자가 더 큰 부자가 되도록 격려하고 복 돋아주는 사회가 잘 살 수 있는 사회이다. 그래서 가난해도 부자의 줄에서야 한다는 탈무드의 말을 진실이다. 그런데 부자에 대한 미움으로 부자를 마녀 사냥한다면 글로벌 개방시대에 부자들은 떠나고 빈자만 남아서 더욱더 못살게 되는 것이다.
경제학에서 “로빈후드효과” 란 게 있다. 의적 로빈 후드 일당은 숲에서 살면서 지나가는 부자의 재산을 강탈해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주어 주었다. 로빈후드를 따르는 무리는 잘 살게 되었을까?
결과는 로빈 후드가 출몰하는 숲 근처에는 부자들이 통행하길 꺼려했다. 부자들은 로빈후드 출몰 숲을 돌아서 갔다. 결과적으로 그 숲에 남아있는 로빈후드 무리는 더욱더 가난하게 살 수밖에 없게 된다는게 로빈후드 효과이다. 부자를 박해하는 사회는 모두가 못 사는걸 각오해야한다.
자신과 사회가 잘살기위해서는 부자를 미워하는 원시인 본능을 극복해야 한다. 그러나 부자를 미워하는 원시인 본능을 극복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왜냐하면 본능은 교육과 지성보다 강력하기 때문이다.
원시적 본능이 이성을 능가하는 두 가지 예를 들어보자.
실험1)최후통첩 실험
‘최후통첩’이라고 불리는 실험을 하였다. 100만원을 가지고 A가 B에게 분배 안을 최후통첩(제안)한다. 만약에 B가 제안을 받아들이면 A와 B는 제안대로 100만원을 분배해서 나누어 가진다. 만약에 B가 A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둘 다 한 푼도 못 받는다.
자 이제 독자에게 묻겠다. 독자에게 필자 90만원, 독자 10만원으로 나누어 가지자고 제안한다면 당신은 받아 들일것인가?
실험의 결과를 보면 놀랍게도 대다수 사람은 불공평한 제안을 거절했다는 것이다. 공짜로 생기는 돈을 포기해서라도 공평하게 제안하지 않은 상대방에게 타격을 주고 응징하기를 대다수 사람은 원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손해가 되어도 남이 더 많은 손해를 본다면 좋다는것이다.
이성적으로 판단한다면 아무리 자신에 불리한 비율의 제안이라도 공짜로 생기는 돈이니 제안을 받아들여야한다. 그러나 우리의 원시인 본능은 불공평보다는 가난해도 공평한 것을 더 좋아한다. 이러한 원시인 본능은 현대인의 마음에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원시인의 본능 때문에 우리는 다함께 성장은 하지만 불공평이 커지는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에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느낄수 있다. "배고픈건 참아도 배아픈건 못참는다"는 건 인간 본성이다.
실험B) 원숭이 실험
본능이 이성을 이기는 또 다른 경우를 보자. 원숭이에게 교육을 시켰다. 원숭이가 사육사의 왼손을 가르키면 사육사의 오른손에 든 것을 주었다. 교육받은 원숭이는 언제나 사육사의 오른 손에 든 것이 가지고 싶다면 사육사의 왼손을 가르켜서 원하는 것을 얻었다. 원숭이는 교육을 잘 받았고 잘 실천했다.
그런데 사육사가 바나나(먹을것)를 오른손에 들고 있으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원숭이는 그동안 배운 걸 다 까먹고 사육사의 오른손을 가르키며 바나나를 달라고 요구했다. 잘못된 요구로 사육사로부터 몇 번의 거절을 당하는 동안에 원숭이는 분노하고 좌절했지만 그동안 배운 걸 생각해내지 못했다. 원숭이는 본능을 극복하고 자신이 배운 이성을 활용할수없었던 것이다.
우리가 잘 살기위해서는 경쟁을 받아들이고 부자가 더 많이 가져가는 불공평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가 더 부자가 되려면 직관과 달리 시장을 개방하고 기업에 더 자유를 주어야 한다.
우리사회가 잘살려면 각종 세금을 낮추고 경제 거래의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선 직관과 달리 분양가 규제대신에 오히려 분양가를 자유화해야한다.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선 직관과 달리 다가구주택 보유자를 세금으로 때려잡아야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장려해야한다.
그러나 우리는 원숭이처럼 원시본능에 사로잡혀서 엉뚱한 선택을 하고 나중에 분노하고 좌절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러한 잘못된 선택은 교육을 통해서 시장경제에 충분한 이해가 없기에 원시본능에 휘둘리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체제는 경쟁을 바탕으로 한다. 경쟁이란 차이를 전제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불공평한 것이 자본주의 체제의 당연한 결과이다. 그러나 약자도 전체 파이가 커지기는 이득을 얻을 수 있기에 모두가 윈-윈 할 수 있다. 모두가 경쟁하지 않았을 때보다 더 잘 살게 된다. (물론 상대적인 빈부차이는 늘어난다.)
반대로 평등주의에 사로잡히면 공산당에서 보듯이 모두 가난의 굴레로 떨어지게 되어있다. 요즘 중국과 인도가 부상한 이유도 모두 원시인의 본능에 부합하는 평등주의를 버리고 시장경제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나를 포함 대다수 보통사람은 자신의 경험에서만 배운다. 그래서 우리는 처절한 고통과 실패를 겪어보고 수업료를 톡톡히 내고서야 원시인 본능을 극복하게 될지 모른다. 필자는 안타깝고 두렵다. 굳이 가지 않아도 될 실패의 길을 걷게 될까봐서. < 저작권자 ⓒ머니투데이(경제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