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팔년칠월막토거시기

[화동]

주룩주룩 장마비 속에서 마시는 술 맛

그 맛이 참 술맛이다.

"비오는날 오후 3시" 영화 제목같은 7월 막토날의 느낌

누구든 술 생각이 아니 날 수 없다.

추적추적 내리는 장마 비로 자동차는 빗물을 튀기며 내빼는 양평동

지하철 공사로 보도를 징검징검 걸어야하는 길을 따라 추어탕 집을 찾았다.

同感이라는 글자 그대로

오늘의 이 기분, 이 술맛, 이 텔레파시를 공감했는지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더 많은 동무들이 자리를 다투어 차지 했다.

흰 글자는 남자들 노란 글자는 흰 글자의 부인들

康一弘 姜熙晩 金桂仁 金平一 李正燮 金英根 金在雄 朴根植 朴聖道

張錫圭 李京龍 李東震 李載英 李興南 金基元 沈奉燮 尹東煥

康一弘 金桂仁 金在雄 朴聖道 李京龍 李興南

이렇게 23 명의 식구들이

메기 매운탕과 추어 튀김 그리고 잎사귀 4개짜리 진로로 궂은 비의 음기를 다스렸다.

주인 아저씨는 미꾸리와 메기 천렵이 전문이라서 전국 명산 계곡을 다녀 자연산 민물고기만 거두고

주인 아줌마는 무진장(무주,진안,장수)의 장수 출신, 마이산이 고향으로  전북의 감칠 맛 전문가.

이들 부부의 궁합이 음식 궁합이 되어 이 집의 가운이 열린 것이라고 강짱은 내력을 전한다.

매운탕 속에는 미나리와 메기가 짝지어 파 마늘 고추를 만나 얼큰하고

소주와 매운탕으로 후끈해진 막토들은 얼큰 맛에 상기되어 화기애애함이 더욱 찐하게 되고.

장마비는  시원하게 내리고

찌개는 끓고

덕담은 흐르고 

동창 홈피의 오른 이준복군의 9988234론이 화두에 올랐다.

9988에 2-3일앓다 죽는다는 우스개를

9988**4로 마치는 것이 더 해피하다는  이준복군은 그것을 5등급으로 나눴었다.

**4

사람이 태어나는 모습은 하나지만

죽는 모습은 인구 숫자만큼 다양한 밥법으로 죽는다.

어떻게 보면 사람은 값진 죽음을 위하여 사는 것이지도 모른다.

12 년간 엄청난 공부와 수련을 마치고 귀국 이듬해 순교한 김대건 신부는

평생 선교를 위해 몸바친 동료신부 최양업보다 더 큰 이름을 남겼다.

전자를 피의 순교자

후자를 땀의 순교자라고 이르는데 피는 땀보다 값진 것인가 보다.

죽음의 순간은 시간이 멈추고 초월되는 영원의 시간이기에 

의를 위한 장엄한 죽음은 사람을 짐승에서 신으로 진화시킨다.

11년전 사랑하는 아내와 영원한 여행을 떠난 안기준군은

그 시간도 영원하여져 둘이 영원한 하나가 되었다.

건강 화두에 이어 장수비결이 나와 설왕설래 했더니

누군가 꼭 게시판에 요약정리해서 올리란다.

1) 계획적 인생보다는 무계획 인생

2) 일 중독을 피하고 게으름을 일상화하며

3) 힘 자랑하지 말고 옴살을 떨며

4) 힘든 것은 남에게 떠메고 자신은 맨손으로-

5) 음식을 적게먹고 술 담배를 하지 말고-

이러면 오래 산다는데 그래서

예로부터 나쁜님이 오래산다는 말이 맞기는 한 것같다.

5)번 빼고는 모든 항목이  쌩 얌체가 하는일 아닌가.

잘영근장로가 디카를 번쩍거리며 찍어 댔다.

간번에 07막토라는 시디 사진집을 내어 주목을 받은터

사진발을 잘 받으려 너나없이 신경 쓰는데

강짱 옆에서 한판 박자는 넘(님과 놈의 중간)들 땜

좌석 질서가 마구 흔들렸다.

강짱이 인기짱이구나.

장마비처럼 물흐르듯 마친 성찬

어둡기 전에 우리는 선유도로 떠났다.

불구경

물구경

쌈구경이

예로부터 구경三絶이라 했다.

홍수가 난 한강 구경은 원래가 서울 雜景 중에 으뜸

한강 다리가 물에 잠기는 위험수위 5센치 --이 정도는 돼야  찐한 구경인데

走馬看山 격으로 물구경을  走馬看江하고

강짱이 준비한 프랑스와인 점보 병을 땄다.

23명의 술꾼들에게는 코끼리 비스캣

모자라고 감질나는 알코홀, 그것이 부족하다고

몇 몇 주당이 그룹 이탈 맥주  집으로 샜다.

나머지 막토는 20대 아베끄 족의 시선을 받으며 가가대소 시끌벅적

소주발이 올라 仙遊之境에 이르렀다

아하 그래서 이곳을 선유도라 했나보다

산소님이 이번엔 디카를 번쩍였다.

조자룡이 아두를 품에 안고 장판파에서

장창을 번쩍이며 천군만마 사이를 종횡무진하듯

타임리 찬스를 안놓치시고 현장을 촬영 막토 앨범에 올리셨다.

선유도의 밤은 깊어 옛 박판길 선생님게서 가르쳐주신 날날이 노래가 뇌리를 스친다.

강건너 야경이 그림이다.

별들 반짝이는 남쪽의 나라

고요하게 밤은 깊어 가고

카르맨 실버 서서 부르는 노래

고요하고 아름답게 들려온다.

46년 전의 노래다 -- 은사님도 10 여 년 전 고인이 되셨다.

[쌍륜객]

매번 유머가 넘치는 재치로, 깔끔 명료한 비망록으로 정리해주시는 화동님께 감탄과 함께 박수를 보냅니다. 감사!

[강짱]

역시 화동의 필력이 막토를 더욱 빛나게 하고 있습니다.화동님 계속 감사하겠습니다.

[산소]

화동님은 글 솜씨가 정말 대단하십니다. 어쩜 이렇게 글로 파노라마를 보여주시는지요~ 건강에는 적게 먹고 움직이면 좋을것 같은데 그리 쉬운것 같은 일이 정말 어렵습니다. 카메라가 있어 몇장 찍어 올렸습니다.

[강짱]

이날 술빨이 받아서인지 네잎파리 댓닢에 맥주까지 식음료대가 엄청나게 나왔을터인데 심봉섭군이 전부 부담하여 죄송스럽기도 하고 미안키도 하고 그렇습니다. 아무튼 오날도 회비 없이 우리 막토님들은 입만 갖고 희희낙낙 한여름밤을 즐기다가 귀가했습니다.

[강짱]

심봉섭!!!!!! 고맙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