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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 02 - 모든 요소가 하나의 전체를 이루고 있다
씬1. 타로카페 안 (밤, 전회 연결)
해인 : (반창호를 보며) 제가 본 사람이... 범인인가요?
반 : 얼굴이 보였나?
해인 : (끄덕인다)
오수 : 얼굴이 보이다뇨? 도대체 지금 뭘 하는 겁니까?
반 : (상관 않고 해인에게 조동섭의 사진을 내민다) 이 사람인가?
해인 : (사진을 보더니) .....아뇨. (하는데)
현관문 열리는 방울소리가 들린다. 해인과 오수를 비롯한 시선이 현관으로 쏠린다.
현관 앞에 승하가 서 있다.
해인 : (긴장해서 보는) ..
승하 : 오승하라고 합니다. (미소를 지어 보인다)
승하와 해인의 시선이 마주친다. 해인, 승하를 보곤 다시 오수를 본다. 그리곤 다시 승하에게 시선이 멈춘다.
오수가 승하를 바라보면 승하가 오수를 향해 미소를 지어 보인다. 그 미소에 일순 굳어지는 오수.
반 : 어서 오십시오. 전화 드렸던 반창홉니다.
승하 : 말씀 들었습니다. 차사무장님 선배님이시라구요?
반 : (웃으며) 네에. 이곳까지 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아 그리고 이쪽은 이번 사건을 맡고 있는 강오수 형삽니다.
(오수에게) 오승하 변호사님.
오수 : (그제야 알겠다는 듯) 아..
승하 : (미소를 지은 채 오수를 보며 손을 내민다) 처음 뵙겠습니다. 오승합니다.
오수 : (씩씩하게 승하의 손을 턱 잡으며) 강오숩니다.
타이틀 뜬다. 마왕 2회
씬2. 타로카페 안 (밤)
오수와 반팀장이 승하와 함께 자리를 잡고 앉아 있다.
다른 한쪽 자리에 앉아 있는 해인은 의문에 쌓인 채 오수에게 왔던 타로카드를 물끄러미 보고 있다.
오수 : (수첩 펼치며) 생각보다 젊으시네요. 변호사님이라서 나이가 좀 있으실 줄 알았는데.
승하 : (미소를 지으며) 편견이죠.
오수 : (본다. 그리곤 이내 피식 웃으며) 그런가요? 아무튼 몇 가지만 여쭤보겠습니다. 이미 들어서 아시겠지만 (하는데)
주희 : (어느새 와서 찻잔 놓으며) 허브차에요. 긴장과 스트레스를 말끔히 씻어주는 차죠. (에서)
해인에게 화면이 오고 그 위로 주희의 대사는 들릴 듯 말 듯 계속 이어지고 있다.
주희 : (E) 긴장과 스트레스가 많을수록 천천히 쉼 호흡을 하면서 심신을 편안하게 하시는 것이 중요해요.
제가 오늘 아침 타롯을 뽑았는데요. 무언가 중대한 만남이 기다리고 있다는 암시가 있었어요. 아마도 여러분들이
저희 카페에 오신 것을 암시하는 카드인 듯해요. 결론은 여러분의 만남이, 정확히 말해서 여러분이 이 카페,
제가 주인으로 있는 이 카페에 오신 건 우연이 아닌 운명이란 거죠.
<해인의 자리>
의문에 쌓인 표정으로 심판 타로카드를 바라보고 있는 해인. 카드에서 읽어냈던 잔상을 떠올린다.
<플래시 컷
- 검은 가죽장갑을 끼고 <심판>타로카드를 들고 있는 누군가의 손.
- 바닥에 엎드려 머리를 감싸 안은 채 누군가의 발길질에 채이고 있는 교복 입은 소년
- 잡지에서 글자를(오수에게 보낸 편지 속 글자)가위로 오려내고 있는 남자의 손,
가위 손잡이 부분이 붉은 색 실로 꽁꽁 동여매져 있다.
- 한 남자의 뒷모습, 그 남자가 돌아보는 순간 얼굴이 들어난다.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웃고 있는 오수다.>
해인, 당황스런 표정으로 오수에게 시선을 돌린다.
주희의 말을 듣고 있던 오수가 무심히 시선을 돌리다 해인의 시선과 부딪친다.
해인, 당혹스럽게 시선을 돌리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다.
씬3. 경찰서 한 곳 (밤)
바쁜 걸음으로 성큼성큼 걸어오는 민재. 뒤에서 오던 재민, 민재를 발견하고 쪼르르 달려온다.
재민 : 이형사님!
민재 : (멈추지 않은 채 걸으며) 말 해.
재민 : 영상판독반에서 CCTV 자료가 넘어왔어요. 여기요. (자료를 주며) 편의점 알바생들 진술이 맞아요.
민재, 자료를 받아서 보면 편의점 CCTV 화면 중에서 교복을 입은 여학생과 남학생이 각각 다른 편의점에서
오수와 권변호사에게 온 택배상자를 편의점 계산대 앞에 놓고 계산하는 모습을 캡처한 사진이다.
민재 : 편의점 근처 학교부터 뒤지면 되겠네.
재민 : (씨익 웃으며) 벌써 어느 학굔지 알아봤죠. 교복 샘플 죄다 뒤져서.
민재 : 어유, 우리 미스신 제법이야. (하고 간다)
재민 : (따라가며 투정) 그렇게 부르지 말라니까요!
민재 : (상관 않고 가면서) 커피 한 잔 마시자, 신마담!
재민 : 에이 진짜.
씬4. 타로카페 앞 (밤)
밖으로 나온 해인, 복잡한 마음을 다스리려는 듯 공기를 들이마신다.
씬5. 타로카페 안 (밤)
오수 : 사고가 있던 날 밤에 권변호사님과 9시경에 통화를 하셨고 10시에 전화를 했는데 통화는 안됐고
그리고 메시지를 남기셨죠?
승하 : (담담한) 네.
오수 : 무슨 일로 그렇게 열심히 전화를 하셨나요?
승하 : (미소) 그것까지 말씀드려야 합니까?
오수 : (보면)
반 : (부드럽게) 그 시간이 범행추정 시간이라서 수사에 도움이 될 만한 단서가 있을까 싶어 여쭙는 겁니다.
승하 : (담담하게) 내가 맡은 항소심 사건에 대해 여쭤볼 게 있어서 전화를 드렸습니다. 마침 손님과 저녁 식사 중이시라고
10쯤 전화를 하라고 하셨구요.
반 : (끄덕인다)
승하 : 약속대로 10시에 전화를 드렸는데 받질 않으셔서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오수 : 권변호사님과는 가까운 사이셨나요?
승하 : 그렇다고 볼 수 있죠. 불행은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는 걸 알려준 스승이니까.
오수 : 변호사님이라 말씀도 어렵게 하시네요.
승하 : (미소로) 역시 편견이 있으시군요.
오수 : (불끈 솟는 걸 꾹 참듯 허 웃는)
반 : (얼른) 바쁘신데 어려운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승하 : (미소로 대답한다)
씬6. 타로카페 밖 (밤)
해인, 혼자 생각에 빠져 있다가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오수와 승하가 함께 나온다.
승하와 해인의 시선이 마주친다.
오수 : (좀 퉁명스럽게) 협조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승하 : (여유 있게)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전화 주십시오, (이름에 은근한 힘이 들어간다) 강오수 형사님.
오수 : 그러죠.
승하 : (해인에게 친근한 미소로) 이젠 낯이 익네요.
해인 : (겸연쩍은 미소로) 그러네요.
승하 : 그럼 또 봐요. (따뜻한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뒤돌아 간다)
오수 : (의아해서) 아는 사람이었어요?
해인 : 뭐.. 그냥. (하더니 카페 안으로)
오수, 해인을 뒤따라 들어가려다가 불현 듯 생각난 듯 발길을 돌려 승하를 쫓아간다.
오수 : 잠깐만요!
승하 : (발길을 멈추고 돌아본다)
오수 : (급하게 와서 멈추고는) 혹시 조동섭이란 이름 들어보셨나요?
승하 : 글쎄요.
오수 : 권변호사님한테 들은 적 없으세요?
승하 : ...아뇨.
오수 : 우리 언제 본 적 있죠?
승하 : (싸늘한 미소로 본다)
오수 : 며칠 전인가.. 차타고 가다가 우연히 본 것 같은데.
승하 : 글쎄요. 그럼 수고하십시오. (하더니 미련 없이 돌아서서 간다)
오수 : (떨떠름한 표정으로 승하의 뒷모습을 보며 궁시렁) 거 되게 폼 재네. (하곤 휙 돌아서 카페 쪽으로 급하게 간다)
승하는 뚜벅뚜벅 걸어가다 그제야 멈추고 돌아본다. 그 얼굴에 싸늘한 미소가 감돈다.
씬7. 타로카페 (밤)
반 : (놀란) 강형사가 보였다는 얘기야?
해인 : ...네.
오수 : (들어오며) 저 인간 영 내 취향이 아니네. (하고 보면)
해인과 반팀장과, 주희가 자신을 보고 있다.
오수 : (어리둥절) 왜들 그렇게 보세요?
씬8. 지하철 물품 보관함 (밤)
검은 가죽장갑을 낀 남자의 손이 보관함의 문을 연다.
그 안에 놓여있던 붉은 색 봉투를 꺼내드는 남자의 손. 곧이어 문이 닫힌다.
씬9. 타로카페 안 (밤)
오수, 영문을 몰라 답답해 죽겠는 표정으로 있고 반팀장과 해인의 얘기는 계속된다.
반 : 혹시 이 카드가 강형사한테 온 거라서 이 놈(오수)이 보였던 게 아닐까? 강형사가 계속 갖고 있었거든.
해인 : 그럴 수도 있지만 제 생각엔 타로카드를 보낸 사람이 강형사님과 뭔가 관계가 있는 것 같애요.
반 : (생각에 잠겨 끄덕인다)
오수 : (답답해 미치겠다) 저기요. 아까부터 계속 들었는데 뭔 소릴 하는 건지 도무지 모르겠거든요?
반 : (철저히 오수를 무시한 채로 자기말만 한다) 그리고 또 다른 건?
오수 : 형님!
반 : (손으로만 제지하고 해인의 대답을 기다리듯 본다)
해인 : 검은색 가죽 장갑을 끼고 있었어요.
오수 : (끼어들며, 답답해서) 누가요?
해인 : 그건 몰라요. 남자 같아요. 그리고.
<플래시 컷
- 잡지에서 글자를(오수에게 보낸 편지 속 글자)가위로 오려내고 있는 남자의 손,
가위 손잡이 부분이 붉은 색 실로 꽁꽁 동여매져 있다. 그 위로>
해인 : (E) 가위로 잡지 같은데서 글자를 오렸어요. 친구라는 글자였어요.
오수 : (뜨악해서) 친구요?
해인 : 네. 꼼꼼한 사람 같아요. 가위 손잡이 부분이 빨간색 실 같은 걸로 촘촘하게 매져있었거든요.
그리고 재단용 가위는 아니구 보통 가위였어요.
주희 : 답 나왔네. 검은 가죽 장갑을 끼고 가위를 많이 쓰는 사나이. (진지하게) 엿장수?
오수 : (어이없어서 주희를 본다)
반 : (생각에 빠져서 해인에게) 그것 말고 다른 단서가 될 만 한 건 없었나?
오수 : (O.L.) 잠깐만요!
해인 : (보면)
오수 : 그러니까 지금 이 타로카드에서 서해인씨가 뭔가를 본다는 겁니까?
해인 : (대꾸할 말을 못 찾고 반팀장을 본다)
반 : 이 친구 보기보단 입이 무거워. 내가 보증하지.
해인 :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인다)
오수 : (답답해서 미치겠는 표정으로 두 사람 보는)..
씬10. 과학수사팀 앞 (낮)
오수, 서류 봉투를 손에 들고 밖으로 나온다. 그리곤 어딘가를 향해 서둘러 발길을 옮긴다. 그 위로.
반 : (E) 사이코메트리라고 들어봤어?
씬11. 강력5팀 안 (어제 늦은 밤, 회상)
오수와 반팀장 두 사람만 있는 사무실. 오수와 반팀장 설렁탕에 소주를 시켜놓고 먹으면서.
오수 : (설렁탕 먹다가 보며) 사이코요?
반 : 사이코가 아니라 사이코메트리, 임마.
오수 : 그거나 그거나 뭐. 암튼 초능력 비슷한 거잖아요.
반 : 물건에 기록된 잔상을 읽는 능력이지.
오수 : (숟가락 놓으며) 그러니까 팀장님 말씀은 서해인씨가.
반 : (말 자르며) 해인이가 사이코메트러야.
오수 : (믿을 수 없어서 보는)
반 : 어떤 물건에 손을 대고 집중하면 물건에 기록된 기억과 잔상을 읽어 내는 능력을 갖고 있어.
물론 항상 읽어낼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오수 : (믿을 수 없다) 농담 하세요, 지금?
반 : (대뜸) 타로카드하고 같이 온 편지 내용이 뭐였어?
오수 : 진실은 친구들을 자유롭게 하지 않는다. (하다가 해인의 말이 생각난 듯 굳는다) ...!
반 : 해인인 그 편지 보지도 못했어. 잔상으로 친구란 글자를 읽어낸 거지.
오수 : (여전히 믿을 수 없다) 그거야 뭐.. 어쩌다 우연히.
반 : 나도 후배한테 해인이 얘길 처음 들었을 땐 너처럼 생각했어. 말도 안된다구.
오수 : 후배요?
반 : 예전엔 강력팀 형사였는데 지금은 변호사 사무실에서 사무장으로 있어. 그 오승하 변호사.
오수 : 예에.
반 : 6년 전 연쇄 살인사건 땜에 맨날 언론에서 두들겨 맞는데 진짜 돌겠더라구. 후배가 한 말이 생각나서 그냥 속는 셈치고
해인이한테 도움을 청했지.
오수 : 그래서 서해인씨가 그 사건을 해결했다고 하신 건가요?
반 : 사실이니까. 물론 공식적으로야 내가 해결한 사건이지만.
오수 : (혼란스러운) ...
반 : 그 사건 이후에 해인이한테 부탁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야. 해인이 얘길 한 것도 처음이구. 철저히 비공식적이란 뜻이야.
오수 : (여전히 혼란스러워서 보는) ...
씬12. 도서관 앞 (낮, 현재)
오수, 의구심에 찬 표정으로 서 있다. 결심이 선 듯 도서관을 향해 걸어가다가 문득 걸음을 멈추고 본다.
해인이 도서관 한쪽에 무언가 들여다보고 서 있다.
오수, 뭔가 해서 보면 해인은 도서관 한쪽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시든 수선화가 심어져 있는 깨진 화분을
안쓰러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씬13. 법정 안 (낮)
검사와 판사, 자기 자리에 앉아있고 피고인석은 비어있는 상태다.
석진이 방청석에 앉아있다.
승하 : (변호인석에서 일어나서) 2007년 노110호 피고인 김순기입니다.
판사 : 피고인 김순기 들어오세요.
곧바로 경호원이 옆방 대기실에 있던 순기를 법정 안으로 데리고 들어온다.
피고인석으로 걸어오는 순기를 착잡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석진.
광두도 한쪽에 앉아있지만 석진과 광두는 서로를 의식하지 못하고 있다.
승하, 순기를 바라보던 차가운 시선이 석진에게 멈춘다.
씬14. 고등학교 앞 (낮)
민재, CCTV 캡처 사진을 들고 하교 길 여학생 두 명에게 보여주고 있다.
여1 : (자세히 사진을 들여다보며) 선미 같기도 한데.
민재 : (환해지며) 선미?
여1 : 네. 진선미라고 우리반앤데요. (여학생2에게) 그치? 선미 맞지?
여2 : 응. 근데 얘가 뭐 잘못했어요?
민재 : 아냐 그런 거. 선미 지금 어딨는지 아니?
씬15. 도서관 마당 (낮)
오수 : (해인에게 봉투를 내민다)
해인 : (영문을 몰라서 본다)
오수 : 사건 현장에 있던 타로카드하고 범행에 쓰인 칼입니다.
해인 : 그런데요?
오수 : 팀장님께 해인씨 얘길 들었는데 솔직히 믿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직접 확인하고 싶어서 왔어요.
해인 : (보는) ..
오수 : 만약 팀장님 말씀이 사실이라면 이 증거품에서 범인 얼굴도 보일 거 아닙니까?
해인 : 강형사님께 확인해 드릴 의무, 저한텐 없는 것 같은데요.
오수 : 제가 언제 의무라고 했습니까? 사실을 확인하고 싶다 이 말이지.
해인 : 확인해 드리고 싶지 않아요. 안녕히 가세요. (돌아서는데)
오수 : (앞을 막아서며) 저기요. 뭔가 오해가 있는 모양인데요. 내 말은 일단 팀장님 말씀이 사실인지 아닌지
저한테도 확신이 필요하고 또 (말문이 막힌 듯) 아 그러니까 한마디로 범인을 잡는데 도움을 달라 그 얘깁니다.
해인 : 도와 달란 얘길 보통 그렇게 하세요?
오수 : 내 스타일입니다. (봉투 내밀며) 자요.
해인 : 범인을 잡는 건 형사님 일이에요.
오수 : (당황해서) 네?
해인 : 전 제 일을 해야 하니까 그만 들어가 보겠습니다. (휭하니 간다)
오수 : (지지 않고 따라가며) 어젠 도와줬잖습니까?
해인 : 아저씨가 부탁했으니까요.
오수 : 그럼 나라서 돕지 못하겠단 겁니까?
해인 : 네.
오수 : (은근히 화가 나서) 이유가 뭔데요?
해인 : 피아노를 치기 싫으면 안치는 거구, 그림을 그리기 싫으면 안 그리는 거예요. 내가 하기 싫으니까 싫은 거구요.
오수 : 그러니까 왜 싫으냐구요?
해인 : (멈추고 보며) 난 강형사님 실험 대상이 아니에요.
오수 : (말문이 막혀서 본다)
해인 : 누구나 남들과 다른 점이 있고 내게도 그런 점이 있을 뿐이죠. 안녕히 가세요. (간다)
오수, 당황스러운 얼굴로 해인을 바라보고 서 있는데 민재한테 핸드폰이 온다.
오수 : (퉁명스럽게 받는) 어. (반짝) 어디야 거기? 알았어.
전화 끊고 가려다가 이내 걸음을 멈추고 해인을 돌아본다. 해인은 흐트러짐 없이 걸어가고 있다.
오수, 뭔가 실수를 한 것 같아 심경이 복잡하다.
씬16. 도서관 복도 (낮)
해인, 조금은 씁쓸한 표정으로 걸어온다. 걸음을 멈추고 창밖을 바라보는 위로.
형사 : (E) 착한 어린이는 거짓말 하는 거 아니야!
씬17. 경찰서 사무실 (낮, 회상)
어린해인,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억울한 듯 형사를 쏘아본다.
해인모가 해인을 초조한 표정으로 꼬옥 감싸 안고 있다.
모녀 앞에 서 있는 형사와 의구심에 차서 바라보고 있는 광두.
형사 : 너 그냥 지어내서 하는 애기지?
해인 : 난 거짓말 안 해요!
해인모가 얼른 볼펜으로 수첩에 뭔가를 적는 사이.
형사 : (어이없는 듯 웃으며) 너 자꾸 거짓말하면 아저씨한테 혼난다.
해인모, 수첩에 쓴 글을 형사에게 보여준다. ‘우리 애는 거짓말 안 합니다‘ 라고 적혀 있다.
형사 : (보고) 나 참, 아주머니까지 왜 그러세요?
광두 : (얼른) 김형사, 내가 할게. (해인에게 미소를 지어보이며) 해인아. 아저씬 해인이 얘기 믿어.
해인 : (고집스럽게 본다)
광두 : (부드럽게) 정말이야. 아저씬 해인이 믿어.
해인 : (살피듯 본다)
광두 : 그러니까 해인인 그 오빠가 쓰러져 있는 장소에 없었어. 그치?
해인 : (주억인다)
광두 : 그런데도 뭔가 보였다는 거지?
해인 : ...네.
형사 : 차형사 애 데리고 지금 장난해?
광두 : (해인만 보며) 그럼 해인이가 보였다는 게 뭔지 아저씨한테 자세히 얘기해 줄래?
형사 : 괜히 시간낭비하지 말구 (하는데)
광두 : (O.L. 강하게) 넌 좀 나가 있어! (해인에게) 괜찮아. 아저씬 해인이가 하는 말 믿으니까 그냥 사실대로만 얘기해 주면 돼.
해인 : (그제야 입가에 신뢰어린 미소가 잡힌다)
씬18. 도서관 한 곳 (낮, 현재)
해인, 눈을 감은 채 창밖에 얼굴을 내밀고 바람을 맞고 있다. 해인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잡힌다.
씬19. 법정 안 (낮)
승하, 변호인 석에 앉아 마지막 변론을 하고 있다.
승하 : 존경하는 재판장님. 김순기 피고에 대한 항소심 사건의 심리에 있어서는 우선 피고가 우발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일에 대한
피고의 심리적 원인에 대한 검토가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피고석에 앉아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순기와 방청석의 석진의 모습 위로.
승하 : (E) 피고는 중학교 3년 내내 심각한 집단 따돌림과 폭력을 당한 불우한 경험이 있습니다.
석진, 그 말에 움찔하듯 승하를 본다.
승하 : 평소 내성적인 성격의 피고는 이로 인해 더욱 움츠려들 수밖에 없었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과도한 자기방어적 기질로
변형되었던 것입니다.
순기 : (더욱 애처롭게 고개를 푹 숙인다)
승하 : 본 사건은 바로 이러한 피고 김순기의 자기방어적 기질이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우발적으로 표출된 불행한 사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석진, 한숨 쉬 듯 무심코 시선을 돌리다가 자리를 잡고 앉는 광두를 본다. 순간 석진이 표정이 움찔하곤 얼른 시선을 돌린다.
광두는 앞만 보고 있다.
석진, 다시 한 번 확인하려는 듯 광두에게 시선을 돌린다. 석진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진다.
그 위로 승하의 변론은 계속 이어진다.
승하 : 피해자 유가족들 역시 피고의 불행한 과거를 동정하고 이해하여 합의를 통해 원만한 해결을 모색하였던 점을 고려하여
재판부께서는 피고 김순기가 희망을 갖고 새로운 인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선처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판사 : 피고인 할 말 있으면 하세요.
순기 : (고개 푹 숙인 채) 제가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다. (울먹이는) 다만 피해자 가족께 정말... 너무 죄송합니다.
승하,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빠져나가는 석진을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는 위로.
순기 : (E) 만약 저에게 기회를 주신다면 사회에 나가 정말 누구보다 열심히 살겠습니다.
씬20. 달리는 승용차 안 (낮)
석진, 굳은 표정으로 운전을 하고 있다. 보조석에 나희, 석진의 오른 손을 잡고 있는 채로.
나희 : 무슨 일 있어요?
석진 : (얼른 표정 풀며) 아니.
나희 : 석진씨 얼굴에 그렇다고 써 있는데? 무슨 일이에요?
석진 : (웃어 보이며) 아무 일도 없어.
나희 : 그럼 다행이구. (핸드폰이 온다. 확인하곤 석진의 눈치를 살피며 받는) 나예요.
석진 : (나희를 본다)
씬21. 희수 사무실 (낮)
희수 : 병원에 가고 있는 길이야?
<화면 분할>
나희 : (시선은 석진을 살피면서) 거의 다 왔어요.
희수 : 김박사한테 전화 해 놨으니까 진찰 잘 받고 들어가.
나희 : 알았어요.
희수 : 나비서한테 집까지 데려다달라고 하구.
나희 : 그럴게요.
희수 : 같이 갔으면 좋았을 텐데.. 미안해.
<화면 나희쪽으로 온다>
씬22. 달리는 차 안 (낮)
나희 : 아니에요. 집에서 봐요. (끊고 석진을 본다)
석진은 아무런 표정 없이 앞만 보고 있다. 나희가 시선을 돌려 앞을 본다.
두 사람 어색한 침묵으로..
씬23. 고등학교 정문 앞 (낮)
민재가 시계를 보며 서성이고 있는데 오수가 뛰어온다.
민재 : (퉁) 왜 이렇게 늦었어?
오수 : 일이 좀 있었어. (둘러보며) 근데 애는 어딨어?
민재 : 안에.
오수와 민재 서둘러 학교 안으로 들어간다.
씬24. 도서관 자료실 데스크 (낮)
해인, 책을 한 아름 안고 데스크로 와 보면 도서관 한곳에 버려졌던 시든 수선화가 새 화분에 옮겨져 책상 위에 놓여있다.
해인, 어찌된 영문인지 몰라 요리조리 화분을 들여다본다.
보람 : (호기심에 차서) 강오수 형사가 놓고 갔어, 너 주라구.
해인 : (뜨악해서) ..언제?
보람 : 한 삼 사십분 됐나?
해인 : (화분을 보는) ....
씬25. 고등학교 한 곳 (낮)
오수와 민재, 편의점 CCTV에 찍혔던 여학생을 앞에 놓고 탐문수사 중이다.
여학생 : (좀 겁먹은 표정으로) 그냥 어떤 아저씨가 택배를 부탁해서 보내 준 것 뿐이에요.
민재 : 어떻게 생긴 아저씬데?
여학생 : 그냥... 평범하게 생긴 것 같던데.
오수 : 특징 같은 건 없었구?
여학생 : 모자를 쓰고 있어서 얼굴은 잘 기억이 안나요. (생각난 듯) 아 맞다.
씬26. 편의점 앞 (낮, 회상)
씬25의 여학생이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돌아보면
고등학생들이 입을 법한 큰 파카(실제 신체를 혼동하기 위해)와 커다란 운동화를 신고(실제 치수보다 큰 신발)
모자를 길게 눌러쓴 남자의 뒷모습이 보인다.
남자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여학생을 향해 한쪽 다리를 절며 다가온다. 그 위로.
여학생 : (E) 한쪽 다리를 절었어요. 오른쪽 다리였던 거 같애요.
씬27. 고등학교 한 곳 (낮, 현재)
오수 : 목발 같은 걸 짚고 있었어?
여학생 : 그건 아니구요.
민재 : 뭐라면서 부탁을 했어?
여학생 : 말을 못했어요.
오수 : (뜨악해서) 말을 못해?
여학생 : ..네.
씬28. 편의점 앞 (낮, 회상)
등을 보이고 서 있는 남자가 여학생에게 쪽지를 내민다. 남자는 검은색 가죽장갑을 끼고 있다.
여학생 쪽지를 들여다보면 '미안하지만 택배를 보내 주시겠어요? 남은 돈은 수고비로 가지셔도 됩니다.' 라고 적혀 있다.
여학생이 남자를 보면, 남자가 택배 상자와 만 원짜리 지폐 세 장 정도를 여학생 앞으로 내민다.
여학생, 남자가 내민 돈을 보고 남자를 보는 위로.
여학생 : (E) 택배를 보내 달라고 종이에 써서 보여줬어요. 그래서
씬29. 고등학교 한 곳 (낮, 현재)
여학생 : 말도 못하고 몸도 불편하니까 택배 보내는 게 힘든가보다 생각하고 그냥 도와 준 건예요.
오수 : (의문에 쌓여있다)
민재 : 쪽지는 갖고 있니?
여학생 : 아뇨. 그 아저씨가 도로 갖고 갔어요.
민재 : 그래... 암튼 고맙다.
여학생 : 제가 보낸 택배에 폭탄 같은 거라도 들었어요?
민재 : (웃으며) 아냐, 그런 거. 나중에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할게.
여학생 : 네. (고개 꾸벅하고 간다)
오수 : (혼잣말처럼) 다리를 절고 말을 못한다.
여학생 : (E) 저기요.
오수/민재 : (본다)
여학생 : 그 아저씨요. 손에 장갑을 끼고 있었어요. 검은색 가죽장갑이요.
오수 : (놀라서 본다)
<플래시 백-씬9의 해인>
해인 : 검은색 가죽 장갑을 끼고 있었어요.
오수 : (창백하게 굳어 서 있다)...
씬30. 강력5팀 안 (낮)
재민 : (통화중이다) 남학생도 똑같이 말했어요.
반팀장 : (들어오는 위로)
재민 : (E) 근데 왼쪽 다리를 절었다고 하던데?
씬31. 달리는 차 안 (낮)
오수와 민재. 핸즈프리로 재민과 통화중이다.
민재 : 그거야 뭐 헷갈릴 수도 있는 거구.
오수 : 검은색 가죽장갑이 맞대?
재민 : (F) 정확히 기억은 못하구요. 장갑은 끼고 있었대요.
오수 : 알았어. (끊고)
민재 : 일단은 범위가 좁혀졌네. 다리를 절고 청각장애인이구.
오수 : 위장일 수도 있어.
민재 : 위장?
오수 : (다짜고짜) 가위를 많이 쓰는 직업이 뭐가 있지?
민재 : 가위는 왜?
오수 : 재단사 아니다 재단용 가위는 아니라고 했지.
민재 : 무슨 소리야?
오수 : 그런 게 있어.
민재 : (픽 웃곤) 근데 감식반에서 증거품은 왜 받아왔어?
오수 : (창밖 보며 딴소리) 아 팀이 몇 갠데 어떻게 네비게이션이라고 달랑 3개 지원이냐?
민재 : (수상한 듯 보는) ...
씬32. 도서관 자료실서가 (낮)
해인, 북트럭을 밀고 가다가 멈춰 선다. 승하가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똑같은 책(거짓의 사람들)을 읽고 있다.
해인, 잠시 그 모습 보다가 그냥 지나치려는데.
승하 : 이 책 읽어봤어요?
해인 : (본다)
승하 : (책에다 시선 준채로) 여기에 흥미로운 글이 있는데..
해인 : 아직 못 읽어봤어요.
승하 : (그제야 책을 덮고 해인을 보며) evil 악이라는 영어단어를 뒤집으면 live 산다라는 뜻이 된다는데요. 재밌죠?
해인 : 별루요.
승하 : 그래요? 난 흥미로운데. (미소를 지어 보인다)
<시간경과>
해인 혼자 승하가 섰던 그 자리에 서서 승하가 보았던 책을 바라보고 서 있다.
조심스럽게 목장갑을 낀 손을 뻗어 책을 책장에서 뽑아 든다. 장갑을 낀 채로 힘들게 책 아무데나 탁 펼쳐서 읽기 시작한다.
아무런 잔상도 보이지 않는다. 해인, 점점 책에 몰입되듯 읽는다. 그 위로.
해인 : (E) 신화와 교리에 따르면 태초에 사탄은 하나님 다음의 제2인자였고,
씬33. 공원 (낮)
벤치에 앉아있는 승하, 마치 해바라기를 하듯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모습이 평화로워 보인다. 그 위로.
해인 : (E) 하나님의 모든 천사들 가운데 우두머리였으며 아름답고 사랑받는 그 이름 루시퍼였다.
씬34. 도서관 자료실서가 (낮)
해인, 책에 빠져 읽고 있는 위로.
해인 : (E) 그가 하나님을 위해서 맡은 일은 시험과 유혹을 사용하여 인간들의 영적 성장을 증강시켜 주는 것이었다.
씬35. 공원 한곳 (낮)
승하, 여전히 벤치에 앉아 눈을 감은 채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해인 : (E) 그러니까 사탄은 원래 인류의 교사였다. 이름을 ‘빛의 수호자’ 라는 뜻인 루시퍼로 지은 것도 바로 그것 때문이었다.
씬36. 도서관 자료실서가 (낮)
책을 읽고 있는 해인.
해인 : (E)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사탄은 대적자의 기능으로 (하는데)
해인의 핸드폰으로 문자메시지가 온다는 신호음 들린다.
해인, 책을 제자리에 꽂고 핸드폰을 확인한다. 핸드폰 창에 ‘이쁜 엄마’라고 떠 있다.
해인, 금방 얼굴에 미소가 돌며 메시지를 확인한다.
해인모 : (E) 내일 아침 약속 잊지 않았지?
해인 : (미소 띤 얼굴로 서가를 빠져나가며 문자 메시지 답장을 보낸다)
씬37. 강력5팀 안 (밤)
오수와 민재가 반팀장에게 보고 중이다. 반팀장은 여전히 지압 지팡이로 목덜미를 꾹꾹 누르고 있다.
민재 : 고교생 두 명의 진술이 일치하는 점으로 봐서 택배를 부탁한 사람은 한 사람이에요.
오수 : 검은색 가죽장갑도 일치해요.
민재 : 가죽장갑에 되게 집착하네? 그리고 남학생은
오수와 반팀장이 같은 생각으로 의미 있는 시선 교환하는 가운데 민재의 말이 이어진다.
민재 : (E) 검은색 가죽장갑이라고 말하진 않았어. 그냥 장갑이라고 했지.
반 : 조동섭 행방은 아직도 오리무중이야?
민재 : 최근까지 조동섭과 동거했다는 여자를 수소문중입니다.
반 : 그리고?
오수 : 피해자가 15년 전에 조동섭을 기소한 검사였습니다.
반 : 그래?
오수 : 단순절도 사건이었는데 상습절도 3년에 보호감호 7년을 선고 받고 청송감호소로 보내졌습니다.
반 : (뜨악해서) 단순절도에 10년?
오수 : 조동섭이 절도전과 5범이라서 상습절도죄가 적용된 모양이에요.
민재 : 그래도 너무했지. 단순 절도에 10년이라니.
오수 : 조동섭이 감호소에서 2년 살고 재심을 청구했었는데 그것 역시 받아들여 지지 않아서 10년을 꼬박 채우고 나온 게
삼년 전이고 최근 일 년 전부터 조동섭이 피해자에게 거의 매일 전화를 걸어 집요하게 사과를 요구했답니다.
반 : 살해 동기는 찾은 셈이구만.
재민 : (한 손에 CD 들고 후닥닥 들어오며) 피해자 비서한테 제보전화를 건 장소가 피해자 사무실 근처 공중전화예요.
오수 : 사무실 근처?
재민 : 네. 그리고 회사 카드키를 사건 삼일 전에 분실했다는 직원도 있구요.
아 참, (CD 보이며) 이게 피해자 사무실 10시 전 CCTV 복사한 겁니다.
오수가 재민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CD를 낚아챈다.
<시간경과>
CCTV에서 보여 지는 화면을 뚫어져라 보고 있는 오수와 민재, 반팀장, 재민.
오수, 긴장된 눈빛에 다부진 표정으로 화면을 응시하다가 남자가 카드키를 놓는 순간.
오수 : 잠깐 거기!!
재민 : (화들짝 놀라서 화면정지버튼 누른다)
오수 : (화면이 흐려서 잘 보이지 않지만 화면 속 장갑을 가리키며) 맞아. 이놈이야. 택배를 부탁한 놈과 인상착의가 일치해.
민재 : 다리를 저는 건 진짜 같은데?
오수 : 알 수 없지. 암튼 저 놈이 키를 놓고 간 뒤에 조동섭이 저 키로 문을 열고 들어간 거야.
민재 : (이해할 수가 없다) 그냥 조동섭한테 키를 주면 될 걸 뭐 땜에 저렇게 한 거야?
오수 : 저 놈하고 조동섭과의 관계를 알아내면 밝혀지겠지.
반 : (재민에게) 조동섭과 청송감호소에 같이 있던 전과자 중에 찾아봐.
재민 : 네.
민재 : 근데. 둘 관계는 찾는다 치고 도대체 강선배한테 타로카드를 보낸 이유는 뭘까?
오수 : (대답대신 반팀장에게) 팀장님,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씬38. 경찰서 한 곳 (밤)
반 : 뭔데?
오수 : 사실은 권현태변호사가 저희 집 고문 변호사였습니다. 미리 말씀 못 드려서 (하는데)
반 : (O.L.) 알고 있어.
오수 : (뜨악) 아셨어요? 근데 왜 아무 말씀도 안 하셨어요?
반 : 니가 얘기 할 거니까. 그래서 뭘 좀 알아봤어?
오수 : 저희 집에서도 조동섭은 모르는 인물이랍니다.
반 : 그래? 어쨌든 이번 사건 너희 집하고 관계가 있어. 피해자가 너희 집 고문 변호사였고 너한테 타로카드가 왔구.
오수 : ...
반 : 넌 뭐 떠오르는 거 없어?
오수 : 계속 생각해 봤는데요.
반 : (긴장) 근데?
오수 : (진지하게) 없습니다.
반 : 그게 말이냐 말밥이냐?
오수 : 찾아보겠습니다.
반 : 지금부터 뭐 해야 되는지 알지?
오수 : 네.
씬39. 경찰서 로비 (밤)
오수, 핸드폰으로 희수와 통화하면서 급하게 걸어 나온다.
오수 : 형, 난데 어디야 지금? ...내가 지금 사무실로 갈게. (끊고 가는)
광두, 안으로 들어서며 오수와 스쳐지나간다.
문득 걸음을 멈추고 오수를 돌아보는 광두, 어쩐지 낯이 익은 듯 고개를 갸우뚱해 보이다가 이내 대수롭지 않은 얼굴로 걸어간다.
씬40. 강력5팀 안 (밤)
재민 : (뜨악해서) 고문 변호사요?
민재 : (이미 알고 있었던 듯) 뭘 그렇게 놀래?
재민 : 알고 계셨어요?
민재 : (반팀장 보며) 강선배 아버님이 정치인이고 또 호텔도 소유하고 있으니까
원한을 살만한 인물이 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어요.
반 : 그렇지.
재민 : (끄덕끄덕) 아아 그래서 강형사님한테 택배를 보낸 거구나.
반 : 비밀까진 아니지만 이번 사건이 강형사와 확실한 연관이 있다는 증거가 나오기 전까진 입조심들 해. 특히 신형사.
재민 : 알겠습니다.
광두 : (안으로 들어선다)
반 : (반가움에 환해져서) 야, 차광두!
광두 : (멋쩍은 듯 빙그레 웃는다)
씬41. 근처 식당 (밤)
소주와 음식을 놓고 앉아있는 광두와 반창호. 서로 술 잔 주고 받으며.
반 : 여기로 옮기고 나서 처음 보는 거니까 일 년은 넘었네?
광두 : 죄송합니다.
반 : 피차마찬가지지. 일은 할 만해?
광두 : 뭐 그럭저럭 괜찮습니다.
반 : 오변호사란 사람 생각보다 젊더라. 사람도 친절하구.
광두 : 좋은 사람입니다. 게다가 무지 똑똑해요. 대학도 안 다니고 고학으로 사시 수석합격했거든요.
반 : 그래? 인간이 아니라 괴물이네.
광두 : (웃으며) 뭐 그렇다면 그런 셈이죠.
반 : 아 참, 나 해인이 만났다.
광두 : (의아해서) 해인이요?
반 : 잘 지내고 있드라. 너도 본지 오래됐지?
광두 : (미소가 지어지며) 네. 근데 해인인 왜요?
반 : (미안한 듯) 권변호사 살인사건에 해인이 도움이 좀 필요해서.
광두 : (정색하고 좀 화내 듯) 그런 부탁 다신 안하기로 약속하셨잖습니까?
반 :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어.
광두 : 이유라뇨?
반 : 자세히 설명하긴 그렇고 실은 사건 현장에 범인이 일부로 택배로 보낸 타로카드가 있었는데 해인이가 직접 그린 거야.
광두 : 타로카드요?
반팀장 핸드폰이 울린다.
반 : 잠깐만. (받으며) 어.
씬42. 강력5팀 안 (밤)
민재 : (통화중이다) 사건 당일 날 조동섭을 봤다는 목격자가 나타났습니다.
씬43. 희수 사무실 (밤)
희수 : (자리에 앉으며) 원한이라니?
오수 : 최근에 아버지나 호텔 문제로 원한을 살만한 인물이 있었냐구?
희수 : 갑자기 그건 왜?
오수 : 권변호사님하고 연관 지어서 생각해 봐. 떠오르는 사람 없어?
희수 : (웃으며) 그런 식으로 따지면 한도 끝도 없어.
오수 : 있어? 없어?
희수 : 없어. 호텔도 별 다른 문제없었고. 내가 아는 한 아버지한테도 그럴 만한 일은 없었어.
오수 : 확실해?
희수 : 내 생각엔 권변호사님 일은 개인적인 원한 문제 같애. 아니면 우발적인 사건이거나.
오수 : 형이 형사 다 해 먹어라.
희수 : (웃으며) 오늘도 못 들어오는 거야?
오수 : 당분간은 힘들어. 저기 형이 아버지한테 좀 물어봐봐.
희수 : (일어서며) 형사님이 물어봐야지 그건.
오수 : (씁쓸하게 웃곤 일어서며) 다 알면서 그러냐?
희수 : 니가 몰라서 그렇지 아버지 너 좋아해.
오수 : (헛웃음을 웃곤) 갈게.
희수 : 같이 나가자. 안 그래도 너한테 할 얘기도 있고.
오수 : 할 얘기?
씬44. 호텔 로비 (밤)
오수와 희수, 걸어 나온다. 종업원들 희수에게 고개 인사를 하며 지나간다.
희수 : 사건 있던 날 밤에 권변호사님하고 술자리가 있었어. 아버지하고 같이.
오수 : 저번에 얘기했잖아?
희수 : 근데 마음에 좀 걸리는 일이 있드라구.
오수 : 그게 뭔데?
씬45. 고급 일식집 룸 (밤, 회상)
강동현과 희수, 권현태의 술자리 스케치.
강동현과 권현태 모두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술을 주고받으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권현태가 즐거운 듯 큰소리로 웃는다.
그 순간 핸드폰이 왔는지 권, 강동현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는 핸드폰을 받는데 밝았던 권의 표정이 차츰 굳어진다.
그리고는 전화를 끊는다.
강동현이 무슨 전화냐고 묻는다. 권, 애써 아무렇지 않은 듯 표정을 풀려고 노력하지만
손목시계를 보며 시간을 확인하는 권의 얼굴에 불쾌함과 초조함이 역력하다. 그 위로.
희수 : (E) 두 분 다 유쾌한 분위기에서 술을 마시고 계셨는데 권변호사님한테 전화가 왔었어.
오수 : (E) 전화?
희수 : (E) 응. 권변호사님은 아니라고 했지만 불쾌한 전화였던 건만은 확실해.
전화를 받은 뒤로 권변호사님 표정이 계속 경직돼 있었거든.
씬46. 호텔 앞 (밤, 현재)
오수와 희수 밖으로 나온다. 희수의 승용차가 대기하고 있다.
오수 : (걸음을 멈추며) 전화한 사람이 누군진 말 안했어?
희수 : 아니. 말투로 봐선 후배인 거 같았어. 그 전화 받고 삼십분 정도 있다가 갑자기 급한 약속이 생겼다면서 일어나셨구.
오수 : 전화가 온 게 몇 시쯤이야?
희수 : 아홉시쯤 됐나? 우리가 집에 온 게 열시쯤이었으니까.
오수 : (의문에 찬 표정에서)
<플래시 백-씬5>
승하 : 마침 손님과 저녁 식사중이시라고 10쯤 전화하라고 하셨구요.
오수 : 혹시 권변호사님이 통화중에 열시에 전화하란 말 안했어?
희수 : 글쎄...그런 말 안하신 것 같은데.
오수 : ...이상하네.
희수 : 뭐가?
오수 : 아냐. 고마워 형.
씬47. 달리는 차 안 (밤)
충혈 된 눈으로 앞을 응시하고 있는 오수의 얼굴에 뭔가 풀리지 않는 의구심이 가득하다.
씬48. 강력5팀 안 (밤)
민재 : (반팀장에게) 목격자가 조동섭을 본 시간이 범행 직후인 것 같습니다.
반 : 조동섭이 피해자를 찾아온 건 분명하단 얘기네.
민재 : 네.
반 : 강형사는?
민재 : 오승하 변호사 만난 뒤에 저하고 (하는데)
반 : (말 자르며) 변호사는 또 왜?
씬49. 실내 수영장 (밤)
오수, 안으로 들어와서 주위를 둘러보면 승하 혼자 수영을 하고 있다.
오수에게 관심 없이 수영에 열중하는 승하의 수영 실력은 수준급이다.
오수, 승하의 모습을 잠시 보다가 수영하는 승하에 맞춰 수영장 난간을 따라 걸으며 질문을 던진다.
오수 : 몇 가지 물어볼 게 있어서 전화 드렸습니다.
승하 : (멈추지 않고 수영을 한다)
오수 : 피해자와 통화한 내용이 정확히 뭡니까?
승하 : (수영만 한다)
오수 : (점점 부아가 치민다) 협조 좀 해 주시죠!
승하 : (골인 지점까지 도착한 뒤 오수를 본다. 입가에 미소는 여전한 채) 이미 다 말한 것 같은데요, 강오수 형사님.
오수 : 의문점이 있어서 그럽니다, 오승하 변호사님.
승하 : (물 밖으로 나와서 수건을 어깨에 두르며) 어떤 점이요?
오수 : 목격자 말로는 피해자가 그 날 밤 9시에 전화를 받고 굉장히 심기가 불편했답니다.
그리고 급한 약속이 생겼다면서 서둘러 일어났구요.
승하 : (미소를 띤 채) 그래서요?
오수 : 그 시간에 피해자와 통화한 사람은 오변호사님 밖에 없었거든요.
승하 : 그런데요?
오수 : 오변호사님 말대로라면 피해자가 불쾌할 만한 전화는 아니었을 거구. 또 10시에 전화를 하라고 했다고 말씀하셨는데
목격자 말로는 피해자가 그런 말은 안했다고 했거든요.
승하 : (싸늘한 미소로) 사람의 기억이란 제각기 다른 거니까요.
오수 : 달라도 너무 많이 달라서요.
승하 : (대뜸) 강형사님은 항상 사실만 말합니까?
오수 : (본다) 무슨 뜻입니까?
승하, 대답 않고 무표정한 얼굴로 오수를 똑바로 응시한다. 오수도 승하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뚝심 있게 바라본다.
긴장감이 감도는 잠시의 침묵.
승하 : (예의 그 미소를 되찾으며) 사람은 자기가 유리하기 위해선 누구나 조금씩 거짓말을 합니다.
하지만 난 사실을 말했습니다. 거짓말을 해야 할 이유가 나한텐 전혀 없으니까요.
오수 : (본다)
씬50. 식당 앞 (밤)
24시간 영업하는 식당 앞에서 서성이는 민재.
승용차가 멈춰서고 오수가 급하게 차에서 내린다.
오수 : 여기야?
민재 : 응. 변호사는 왜 만난 건데?
오수 : 너 나 좋아하지?
민재 : (당황해서 더듬는) 무슨... 헛소리야?
오수 : 근데 왜 그렇게 나한테 관심이 많냐? (식당으로 들어가면서) 가뜩이나 시들지 않는 인기 땜에 피곤해 죽겠는데.
민재 : (표정 정리하고 따라 들어가며 부러 면박) 폭행 본능이 꿈틀거리니까 가능하면 입 열지 마.
씬51. 식당 안 (밤)
오수와 민재, 허름한 차림의 식당종업원 여자(30대 후반).
여자 : 나하곤 아무 상관없는 사람이에요. 3개월 전에 헤어졌구요.
민재 : 조동섭씨가 갈 만한 곳 어디 없나요? 친척이나 친구나.
여자 : 몰라요, 전. 가족들도 전부 외면했고 갈 곳도 없어요, 그 사람.
민재 : (실망스럽다. 명함 건네며) 혹시 생각나는 게 있으면 연락주세요.
여자 : ..예.
오수와 민재 돌아서는데.
여자 : 저기요.
오수,민재 : (돌아본다)
여자 : 도움 될 얘긴진 모르겠지만 그 사람한테 정기적으로 편지가 왔어요.
오수 : (O.L. 긴장해서) 편지요? 누가 보낸 건데요?
여자 : 그건 몰라요. 교도소에 있을 때부터 편지가 왔다고 하더라구요.
오수와 민재, 긴장된 표정으로 의미 있는 시선을 교환한다.
씬52. 24시간 편의점 안 (늦은 밤)
오수와 민재, 커피 한잔씩 들고 서서.
오수 : 니 생각도 나하고 같지?
민재 : 편지를 보낸 사람과 택배를 보낸 사람이 동일인이다?
오수 : 내기하자. 만원 빵.
민재 : (피식 웃곤 조심스럽게) 저기.. 어제 팀장님하고 한 얘기 사실이야?
오수 : 무슨 얘기?
민재 : 서해인씨가 사이코메트러란 (하는데)
오수 : (O.L.) 엿들은 거야?
민재 : (얼른 변명하는) 아니 엿들으려던 게 아니라 사무실에 들어가려다가
오수 : (말 자르며 좀 화내듯) 너 임마!
민재 : 진짜 우연히 들은 거라니까. 그리고 나 입 무거운 거 선배도 잘 알잖아?
오수 : (대답대신 시선 돌리며) 에이 조동섭은 대체 어디로 잠적한 거야?!
씬53. 성당 안 (새벽)
해인과 해인모, 많지 않은 신도들과 함께 새벽 미사를 보고 있다.
신부가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씬54. 성당 마당 (아침)
길게 줄을 선 노숙자들.
해인모와 성당 신도들 몇 명이 노숙자들에게 식판에 밥과 국을 나눠주고 있다.
한쪽에 간이로 마련된 식탁을 닦고 노숙자들을 안내하고 있는 해인. 신부도 해인을 돕고 있다.
여자 : 해인아!
해인 : (돌아보면)
여자 : 밥 좀 갖다 줄래!
해인 : 네! (씩씩하게 간다)
해인모 : (대견한 듯 해인을 바라보며 미소 짓는다)
씬55. 성당 안 식당 정도 (아침)
식당 탁자위에 반찬 통과 밥통, 그릇들이 놓여있다.
해인, 들어와서 밥통을 찾으려고 두리번거린다.
승하 : (E) 뭐 찾아요?
해인 : (돌아보며) 밥이 (하다 멈칫 굳으며, 말을 멈춘다)
편안한 차림의 승하가 큰 밥통을 들고 미소 지으며 서 있다.
해인 : (얼떨떨한) 여기서 뭐.. 하세요?
승하 : 밥 했는데.
해인 : (말문이 막혀서 본다)
승하 : 밥 떨어졌죠?
해인 : ..네.
승하 : 이거(밥통) 들고 갈 수 있겠어요? 난 김치 갖고 가야돼서.
해인 : (얼른) 이리 주세요.
승하 : (밥통을 해인에게 넘긴다)
해인 : (받아들고 가려는데)
승하 : 이름이 뭐예요?
해인 : (본다)
승하 : (농담하듯) 이제 낯은 익은데 이름은 아직 몰라서요.
해인 : ..서해인이에요.
승하 : (따뜻한 미소로) 잘 어울리네요, 그 이름.
해인 : (미소로) 변호사님도 이름하고 잘 어울려요.
승하 : ...그래요?
해인 : 네. (하곤 간다)
승하 : (어쩐지 쓸쓸한 표정으로 보는데)
동섭 : (E) 여깄습니다.
승하, 돌아보면 식당 한쪽 사무실이나 주방(안 되면 칸막이 정도)에서 김치 통을 들고 나온 남자, 조동섭이다.
동섭은 오른 손엔 여전히 낡은 헝겊 장갑을 끼고 있고 왼손엔 장갑을 끼고 있지 않다.
(1회 조동섭 등장 때도 통일해 주시길. 조동섭은 대체로 왼손은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습관이 있습니다)
승하 : (김치통 받아서 들며) 몸도 안 좋으신데 그만 가서 쉬세요. (돌아서는데)
동섭 : 변호사님.
승하 : (본다)
동섭 : 왜 아무것도 묻지 않으시고... 절 돌봐주시는 겁니까?
승하 : (예의 그 특유의 미소를 지어보이며) 저한테 할 말 있으세요?
동섭 : (망설이듯 보다가 이내 자신 없이 시선을 떨군다)
승하 : 할 말이 생각나시거든 언제든 말씀하세요. (의미 있는 미소 지으며) 기다리고 있으니까.
씬56. 해인 거실 (아침)
거실엔 초인종이 울리면 뱅글뱅글 돌아가는 청각장애자용 빨간 신호등이 설치 돼 있다.
해인과 해인모가 봉사를 끝내고 거실로 들어선다.
해인 : (소파에 털썩 주저앉으며) 아우 팔, 다리야.
해인모 : (그 모습 보며 웃는다)
해인 : (엄마가 볼 수 있도록 해인모의 얼굴을 보며 말한다) 엄마, 난 역시 체질이 아닌가봐. 힘들어서 못하겠어.
해인모 : (해인의 입을 주시하다, 곱게 눈 흘기며, 수화 E) 어쩌다 한 번 해 놓고 엄살은.
해인 : 난 엄마처럼 천사가 아니거든요. 근데 아까 그 변호사는 일주일에 한 번씩 계속 봉사활동 했던 거야?
해인모 : (수화 E) 몇 번 왔어. 워낙 바쁜 직업이잖아.
해인 : (끄덕이곤, 관심 갖고) 그 사람이 성당 무료급식 후원자라면서?
해인모 : (웃으면서 끄덕이곤 수화, E) 근데 변호사님한테 왜 그렇게 관심이 많아?
해인 : (민망) 관심은 무슨. 어! 출근 시간 늦겠다. (후닥닥 방으로 뛰어 들어간다)
해인모 : (미소로 보는)
씬57. 도서관 앞 (아침)
해인, 서둘러 걸어오다가 우뚝 걸음을 멈춰 선다.
꼬박 밤을 새운 오수가 졸려서 늘어지게 하품을 하고 있다가 해인을 발견하고 입을 얼른 다물고는
머쓱한 표정으로 머리 긁적이며 해인에게 다가온다.
해인 : (담담한 표정으로 본다)
오수 : (겸연쩍은) 저기... 아침은 먹었어요?
해인 : 네.
오수 : 아아.., 아침을 잘 챙겨 드시는 편이구나.
해인 : 밥 먹는 걸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오수 : 그럼요. 중요하죠. 중요합니다, 밥 먹는 게.
해인 : 근데 무슨 일로 오셨어요?
오수 : (민망한 듯 잠시 망설이다가 이내 씩씩하게) 어젠 미안했습니다. 내가 말하는 게 좀 그래요.
원래 뜻은 그게 아닌데 듣는 사람들은 대체로 기분 나빠 하더라구요.
해인 : (뜻밖의 말에 당황스러워서 본다)
오수 : 해인씰 시험해 본다거나 뭐 그런 의도는 아니었는데 아니 뭐 솔직히 그런 의도도 조금은 있긴 있었지만...
그건 시험이라던가 그런 건 아니구 그냥 자세히 알고 싶다랄까.. (생각대로 말이 안 나온다) 아아 왜 이렇게 말이 엉키냐.
해인 : (자신도 모르게 픽 웃는다)
오수 : 아무튼 기분 상하게 해서 미안합니다. 이 말하려고 왔어요. 그럼, 점심도 잘 챙겨 드십시오. (꾸벅 인사를 하고 간다)
해인, 뭔가 말을 하려다가 못하고 오수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오수의 솔직한 사과가 해인의 마음이 풀렸는지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곧 도서관 안으로 발길을 돌리는 해인.
오수, 가던 길 멈추고 슬쩍 돌아본다. 오수의 입가에도 소년 같은 수줍은 미소가 감돈다.
씬58. 도서관 자료실데스크 (아침)
해인, 자리에 와 앉는다. 문득 오수가 주고 간 수선화 화분에 시선이 간다.
해인의 표정에 뭔가 갈등이 어린다.
씬59. 승하의 거실 (아침)
샤워를 막 마친 듯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털어내며 현관문을 여는 승하.
현관 앞엔 유기농 야채가 들어있는 종이상자를 들고 수곤이 서 있다.
승하 : (뜻밖이지만 반갑다) 형!
수곤 : (안으로 밀고 들어오며) 형이라고 부르지도 마, 임마. 동생이란 놈이 두 달 넘게 코빼기도 안 비치냐?
승하 : (진심이다) 미안해. 좀 바빴어.
수곤 : (상자를 들고 주방 쪽으로 가며) 그래서 내가 왔다. 바쁜 동생 얼굴이나 좀 보려구.
승하 : 하늘인 잘 있어?
수곤 : 작은 아버지 보고 싶다고 따라온다는 걸 겨우 떼놓고 왔어. (상자에서 야채들 꺼내 놓는다)
승하 : 데리고 오지. 나도 보고 싶은데.
수곤 : 그렇게 보고 싶으면서 두 달 동안 한 번도 안 오냐?
승하 : (웃곤) 형수도 잘 지내지?
수곤 : 그럼. 집사람이 너한테 많이 고마워해. 니 덕분에 웨이터 남편, 유기농 농장 사장돼서 출세했다나 뭐라나.
승하 : (웃는다)
수곤 : 이거 우리 하우스에서 직접 기른 유기농 야채야. 꼬박꼬박 챙겨 먹어.
승하 : 그럴게.
수곤 : 아 그리고 참. (짐 꾸러미에서 액자를 꺼내든다) 이거.
승하 보면, 액자에 12년 전 승하와 수곤이 함께 찍은 사진이 들어있다.
수곤(22세)은 웨이터 복장에 익살스런 표정이고 승하(16세)는 무표정한 얼굴에 눈만 살아서 앞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다.
사진을 보는 승하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수곤 : 지난번 우리 집에 왔을 때 너 이 사진 갖고 싶다고 했잖아?
승하 : (사진에만 시선을 준채로) ....어.
수곤 : 세월 참 빠르다. 벌써 12년이나 됐어.
승하 : (사진만 보고 있다) ...
수곤 : 그 사진 보면서 매일 이 형 생각해라. 알았냐?
승하 : (그제야 사진에서 시선 떼고 웃으며) 한 장뿐인 사진인데... 고마워.
수곤 : 고맙긴. 넌 어디 아픈데 없지?
승하 : 그럼.
수곤 : (얼굴 살피며 걱정스레) 근데 야 얼굴 살은 빠졌다. 너무 무리 하는 거 아니냐?
승하 : 걱정 마. 어느 때보다도 좋으니까. (의미 있는 미소를 지어 보인다)
씬60. 주택가 놀이터 (낮)
소라(7세, 정연의 딸)가 무리지어 놀고 있는 꼬마 아이들을 부러운 듯 바라보고 앉아있다. 소라만 혼자 외톨이로 보인다.
소라, 고개를 떨어뜨리고 모래 장난을 하는데 그 앞에 서는 남자의 구두 신은 발이 보인다.
영철 : (E) 넌 왜 혼자 있니?
소라, 올려다보면 양복을 입은 영철의 뒷모습이 보인다.
소라 : (말똥말똥 쳐다본다)
영철 : (뒷모습만 보인 채로, 소라 눈높이에 맞추며) 혼자 놀면 심심하잖아.
소라 : (경계하듯 본다)
영철 : 애들이 안 놀아줘?
소라 : (고개를 주억인다)
영철 : 나쁜 친구들이네. (작은 인형을 내밀며) 자.
소라 : (인형을 보는 눈이 초롱초롱 빛난다)
영철 : 이제부턴 얘가 니 친구야.
소라 : (인형을 받으며 귀엽게 웃는다)
그제야 드러나는 영철의 얼굴. 안경을 쓰지 않은 영철, 천진난만한 웃음을 짓고 있다.
씬61. 강력5팀 안 (낮)
민재와 재민은 자장면을 먹고 있다. 오수는 이미 다 먹고 난 뒤 자신에게 왔던 편지를 들여다보며 읽는다.
오수 : 진실은 친구들을 자유롭게 하지 않는다. 헌법 제11조 1항.
민재 : (자장면 먹으며)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오수 : 평등하지 않지.
민재 : 그게 동기야. 그래서 조동섭이 권변호사를 죽인거구.
오수 : (대뜸 일어서며) 가자.
민재 : 어딜?
오수 : 신마담, 대한민국 형사가 제일 잘하는 게 뭐냐?
재민 : (호칭에 불만이라 불퉁해서) 잠복하고 순찰이요.
오수 : 그러니까 가자구.
민재 : 이거나 다 먹구.
오수 : 다 먹었구만. 빨리 나와. (핸드폰이 울린다. 나가면서 받는다) 어, 대식아.
씬62. 경찰서 한 곳 (낮)
민재 : (입가를 닦으면서 툴툴) 밥 먹는 덴 멍멍이도 안 건드려요.
오수 : 넌 인간이잖냐. (하는데)
대식 : (E) 남의 돈을 썼으면 갚아야지!
오수, 보면 한쪽에서 양복을 빼 입었지만 어쩐지 조폭 분위기가 풍기는 대식이 큰소리로 통화중이다.
대식 : 번호 바꾼다고 내가 못 찾을 줄 알았어, 아줌마?!
오수 : (한심해서) 아~ 저 자식 저거.
민재 : ? 아는 사람이야?
오수 : 먼저 시동 켜 놓고 있어. (대식에게 간다)
대식 : (협박조, 통화 이어지고) 이쪽에서 그만큼 기다려줬으면 성의를 보여야지.
씬63. 식당 앞 (낮)
‘아줌마 구함’ 이라고 쓰여 있는 종이가 붙어있는 식당 앞에서 겁에 질려 핸드폰을 귀에 붙이고 대꾸도 못하고 있는 정연의 옆모습.
대식 : (F) 딸 이름이 뭐더라? 아, 소라던가?
정연 : (그 말에 핸드폰 든 손이 파르르 떨린다)
대식 : (F) 자꾸 거짓말하고 그러면 자식 교육에 안 좋아.
씬64. 경찰서 한 곳 (낮)
대식 : 내가 하나님하고 말 트고 지내는 사이니까 괜히 토낄 생각하지 말고 (하는데)
오수 : (어깨 팍 치며) 얌마!
대식 : (손을 들어서 아는 체를 하며) 암튼 조만간 보러 갈 테니까 예쁜 딸 생각해서라도 성의표시를 좀 해요.
(끊고 큰소리로) 반갑다 친구야!
오수 : (어이없는 듯) 경찰서에서 큰소리로 잘도 떠든다.
대식 : 꿀릴 게 뭐 있다고 통화도 맘대로 못하냐?
오수 : (경고하듯) 그 일 그만두라고 분명히 말했다.
대식 : 에이 또 그런다. 나도 대한민국에서 승인한 공식적인 사업가야.
오수 : (수갑 꺼내 들어 보이며) 너 이거 차고 싶냐?
대식 : 넌 어떻게 친구한테
오수 : (O.L.) 그만 둬라 친구야. 그 일 계속 하다간 언젠간 너하고 나 여기서 업무적으로 만나는 일 생긴다.
대식 : (눈치 보듯) 알았어, 알았어. 뿌린 돈만 회수하면 바로 이직한다.
오수 : (무섭게 노려본다)
대식 : 아아 자식, 진짜야. 너 나 알잖아? 이 윤대식 한다면 해!
오수 : (그제야 얼굴 좀 풀고) 나, 사건 터져서 정신없이 바쁘다, 지금.
대식 : 나도 바빠 임마. (갑자기 기침이 나와서 삭히려 애쓰며) 니 얼굴 본지가 하도 오래돼서 지나는 길에 들린 거야.
오수 : 감기 걸렸어?
대식 : (기침 삭히며) 아냐. 갑자기 이러네.
오수 : (웃으며) 나가면서 얘기하자.
대식 : (따라 나가며) 순기 나올지도 모른다며?
씬65. 경찰서 마당 (낮)
민재, 시동 걸어놓고 차 안에서 기다리고 있다. 오수와 대식이 나온다.
대식 : 그 자식 나오면 너 또 골이 아파지겠다.
오수 : (웃으며) 그럴 게 뭐있냐? 나오면 좋은 거지.
대식 : 좋기는. 어쨌든 이번에도 너한테 엉겨 붙으면 내가 그 자식 가만 안 둔다. 아주 작살을 내지.
오수 : 작살은 자식. 순기 착한 놈이야.
대식 : 니가 그렇게 물렁하게 구니까.
오수 : (말 자르듯 어깨 툭 치고) 담에 소주 한 잔 하자.
대식 : 어 그래. 오수야 내가 너 진짜 좋아하는 거 알지?
오수 : (농담하는) 사귀자 아예.
대식 : 노! (장난스럽게) 남자가 남자다워야 남자지.
오수 : (대식의 배를 푹 치고 웃으며) 담에 보자. (차로 간다)
대식 : 어, 그래. 수고해라. (그리곤 목이 아픈 듯 인상을 찡그린다)
씬66. 주택가 놀이터 (낮)
겁먹은 표정의 소라가 영철이 준 인형을 소중하게 꼬옥 안고 있다.
정연 : (좀 야단치듯) 그 인형 누가 줬냐니까?
소라 : 아저씨가 소라한테 선물한 거야.
정연 : 어떤 아저씨가?
소라 : (고개를 가로 저으며) 몰라. (인형 꼬옥 끌어안으며) 소라랑 친구하랬어.
정연 : ...
씬67. 타로카페 앞 (낮)
멈춰진 차 안. 오수와 민재가 타로카페에 드나드는 손님을 주시하고 있다.
민재 : 이곳에 진짜 나타날까?
오수 : 이유 없이 여기 타로카드를 보냈을린 없어. 조동섭이든 누구든 한번쯤은 나타나겠지.
민재 : 뭐냐 이게. 주말에 쉬지도 못하고. 진짜 욕 나오네.
오수 : 욕하지 말고 사고 쳐라. 정직 3개월이면 실컷 쉴 수 있다.
민재 : 정직도 자주 당하니까 이젠 무섭지도 않은 모양이네?
오수 : 난 하나도 무서운 게 없다. 나 말고는. (핸드폰이 울린다. 확인하고 얼른 받는다) 네, 해인씨.
민재 : (보는)
씬68. 승하 사무실 (밤)
광두, 서류 정리하다가 벽시계를 보면 6시를 향해 부지런히 움직이는 시계바늘.
광두 : (여직원에게) 변호사님 언제 오신데?
여직원 : 전화 없으셨는데요.
광두 : 그래? (하는데)
문이 열리고 누군가 들어오자 광두가 문 쪽으로 시선을 준다. 차분한 표정의 조동섭이다.
광두 : 어떻게 오셨습니까?
동섭 : (차분하고 담담한 얼굴) 여기가 오승하 변호사님 사무실 맞나요?
광두 : 네.
동섭 : 변호사님을 뵈러 왔는데.
광두 : 약속 하셨습니까?
동섭 : 아뇨. 그런 건 아니구. (하는데)
승하 : (들어오다 동섭을 보고 멈춰 선다)
동섭 : (승하를 본다) ...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습니다.
승하 : (미소로) 어서 오세요.
씬69. 도서관 자료실 데스크 (밤)
혼자 남아 책 정리를 하고 있는 해인.
문 열리는 소리에 고개 들어보면 증거품이 든 봉투를 한 손에 든 오수가 해인에게 겸연쩍은 웃음을 지어 보인다.
해인 : (담담한 미소로) 도움이 될지 모르겠네요.
오수 : (꾸벅 고개 숙여 인사하며) 고맙습니다.
씬70. 경찰서 한 곳 (밤)
강력5팀으로 향하는 누군가의 발(택배 직원).
씬71. 강력5팀 안 (밤)
재민 : (반팀장에게) 조동섭이 좀 왕따였나봐요.
반 : (보면)
재민 : 같은 시기에 복역한 사람 중에 친한 사람이 전혀 없었더라구요.
반 : 아무것도 못 건졌단 얘기야?
재민 : 조동섭한테 일정하게 편지가 왔었다는 진술은 확보했습니다. 발신자 주소지 확인 요청했구요.
반 : 편지는 못 찾았구?
재민 : ...네.
그때 택배직원이 택배상자를 들고 들어온다.
택배 : 택밴데요. 강오수씨 계세요?
반팀장과 재민, 굳은 표정에 눈이 확 커져서 택배상자를 본다.
마침 들어오던 민재, 순식간에 상황파악하고 놀라서 우뚝 멈춰 선다.
씬72. 승하 사무실 (밤)
승하, 담담한 표정으로 조동섭을 마주하고 앉아있다.
동섭 : 제가 살아 온 인생을 여기서 어떻게 말로 다 하겠습니까. 인간답게 살아보려고 아무리 발버둥 쳐도
사는 게 지옥 같기만 하구..
승하 : (똑바로 응시한 채 묵묵히 듣는) ....
동섭 : 이젠 죽는 길밖에 없다 생각했는데 변호사님을 만나고 나서 세상이 달라보였습니다. 솔직히 지금도 어떻게 해야 할지
어느 길로 가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승하 : 어느 길을 갈지는 본인이 어디로 가고 싶은지에 달려있습니다.
동섭 : (잠시 보다가...결심이 선 듯) ...제 이름은 조동섭입니다.
승하 : (입가에 의미 있는 미소가 잡힌다)
씬73. 도서관 자료실 한 곳 (밤)
해인, 권현태 사건 현장에 있던 피 묻은 칼에 조용히 손을 가져간다.
그 옆엔 지퍼백 정도의 비닐봉지에 현장에 있던 <심판> 타로카드도 놓여있다.
오수, 긴장한 채 해인의 모습을 숨죽이고 주시하고 있다.
얼굴이 차츰 차츰 굳어지며 호흡이 빨라지는 해인 위로 권의 목소리와 함께 혼재된 잔상으로 빠르게 전환.
권 : (E) 경찰 부르기 전에 당장 나가!
<플래시 컷
- 핸드폰 번호를 누르는 권현태의 손, 핸드폰을 거칠게 쳐내는 조동섭의 손. 그 위로 울리는 핸드폰 소리.
- 칼을 들고 있는 검은 가죽장갑을 낀 손.
- 권현태, 순간 책상 쪽으로 몸을 휙 돌려서 잭나이프를 집어 든다. 권의 얼굴이 보인다.
그 위로 ‘메시지가 도착 했습니다’ 라는 음성 오버랩 된다.>
해인, 괴로운 듯 표정이 고통스럽게 일그러진다.
오수, 걱정과 긴장된 얼굴로 해인을 바라본다.
<플래시 컷
- 칼을 함께 쥔 채로 몸싸움을 벌이는 권과 동섭. 동섭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 권현태 사무실에 걸려 있는 그림이나 액자 속의 한 풍경.
- 권현태 왼쪽 가슴부위에 찔려 들어간 칼.
- 혼이 나간 남자(조동섭)의 눈동자에서 순간적으로 화면을 압도하듯 보여 지는 조동섭의 혼이 나간 얼굴.
해인, 놀라서 눈을 번쩍 뜬다. 이마에 땀방울이 맺혀있고 거친 숨을 몰아쉬는 해인.
오수 : (걱정가득해서) 괜찮아요?
해인 : (대답 않고 잠시 그대로 숨을 고르다가 이내 책상에 머리를 묻는다)
오수 : ...해인씨?
해인 : (그대로 있다)
오수 : (손을 뻗어 해인의 어깨에 손을 대려는데)
해인 : ...괜찮아요.
오수 : (손을 거두고 본다)
해인 : (고개를 든다. 애써 미소 지으며) 사건 현장에 가 볼 수 있을까요?
오수 : (보는)
씬74. 권변호사 사무실 (밤)
해인이 사무실을 둘러보고 있다. 오수는 그 옆에서 가만히 지켜본다.
해인, 벽에 걸린 액자에 시선이 간다. 잔상에서 본 액자다.
그리고 책상 위에 놓인 권현태의 가족사진(권, 부인, 20대 후반의 아들)을 바라본다.
해인, 사진액자를 들어서 바라본다.
<플래시 컷
- 해인이 칼의 잔상으로 보았던 권현태의 얼굴>
해인 : (사진액자를 보며) 이 분이 피해자군요.
오수 : ...네.
해인 : (액자를 제자리 놓고 오수에게) 카페에서 보여줬던 사진, 지금 갖고 있어요?
오수 : 잠깐만요. (핸드폰으로 찍어둔 조동섭의 사진 영상을 내민다) 여기요.
해인 : (사진을 응시한다)
오수 : (기다린다)
해인 : 이 사람이...맞아요.
오수 : 분명해요?
해인 : ...네.
(E) 오수 핸드폰.
오수 : (보면 핸드폰 액정에 마누라라고 떠 있다. 받는) 어, 이형사. ....(순식간에 창백하게 굳어진다)
씬75. 달리는 차 안 (밤)
창백하게 굳어있는 오수, 충혈 된 눈빛으로 어둠을 응시하고 있다.
보조석의 해인, 걱정스레 오수를 보곤 창밖으로 시선을 돌린다.
말 없는 두 사람. 침묵 속에서 밤거리의 네온사인이 휙휙 지나간다.
씬76. 강력5팀 안 (밤)
문이 거칠게 팍 열리며 오수가 들어선다. 긴장된 얼굴로 서 있던 민재, 반, 재민의 시선이 오수에게 쏠린다.
오수, 형사들과 시선 교환하고는 그대로 걸어와 탁자위에 놓인 작은 상자 앞으로 온다.
말문이 막힌 듯 형사들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다.
오수, 상자를 열어 안에 있는 두 번째 타로카드를 꺼내든다. <정의>의 카드다.
오수의 눈치를 살피던 재민, 상자 옆에 놓인 편지를 집어 든다.
재민 : (내밀며) 저기.. 저번처럼 편지도 있어요.
오수, 받아서 펴 본다. 첫 번째 편지와 같이 글자를 오려 붙여서 만든 편지다.
오수 : (소리 내서 읽는) 모든 요소가 하나의 전체를 이루고 있다. 하나하나가 밀접하게 살아서 움직인다.
민재 : 어디서 들어본 말인데 생각이 안 나네.
오수 : (말없이 반팀장을 본다)
반 : (어둡게 가라앉은 표정으로 보는)..
씬77. 해인의 거실 (밤)
해인, 타로카드를 책상위에 둥글게 쭉 늘어놓고 바라본다.
조심스럽게 카드 하나를 선택해 꺼내든다. 카드를 가만히 뒤집어보면 <정의>카드다.
해인, 복잡한 표정으로 카드를 바라본다.
씬78. 강력5팀 안 (밤)
오수, <정의>타로 카드를 응시하고 있다. 민재, 옆에서 카드를 들여다보면서.
민재 : 도대체 무슨 뜻으로 또 이걸 보낸 걸까?
재민 : 또 다른 사건의 예고 아닐까요?
오수 : (불현듯) 팀장님.
반 : (본다)
씬79. 강력5팀 앞 복도 (밤)
오수 : 어쨌든 권변호사를 살해한 범인은 조동섭이 확실합니다. 서해인씨가 범행에 쓰인 칼에서 조동섭을 읽어냈어요.
반 : (본다) ...!
오수 : 일단 조동섭 지명수배 걸고 체포영장 신청하죠.
반 : 확실한 물증은 없어.
오수 : 조동섭을 봤다는 목격자도 있고, 동기도 있고, 게다가 사건 다음날부터 소재 파악도 안 되고 있잖아요.
반 : (생각하며) 지명수배는 어떻게 건다 쳐두 체포영장 떨어지는 건 좀 어려울 거야.
오수 : 어떻게 되든 일단 지명수배 걸고 체포영장 신청하겠습니다!
반팀장 대답할 틈도 없이 오수, 급하게 걸어간다.
씬80. 승하 거실 (늦은 밤)
미미한 스탠드 불빛만 있는 어둠 속.
수곤과 함께 찍은 사진이 들어있던 액자는 텅 빈 채 한 곳에 놓여있고, 승하가 사진을 들고 무표정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다.
잠시 후, 라이터를 꺼내 천천히 사진에 불을 붙인다.
서서히 타들어가는 사진을 바라보는 승하의 입가에 미소가 잡히지만 어찌 보면 우는 듯 일그러지는 기묘한 표정이다.
씬81. 경찰서 입구 (늦은 밤)
어둡게 내려앉은 표정으로 목적 없이 한곳을 응시하고 서 있는 오수. 의문에 쌓인 채...
씬82. 승하 거실 (늦은 밤)
어둠 속에서 가부좌 틀고 앉아 눈을 감고 명상을 하고 있는 승하. 조용히 감았던 눈을 뜬다.
씬83. 식당 안 (아침)
오수와 민재, 반팀장, 재민, 다른 형사 한 명 모여앉아 설렁탕을 기다리고 있다. 모두 무겁게 가라앉은 분위기다.
민재 : (분위기를 띄우려는 듯 밝게) 어제 온 카드는 순전히 폼이야.
재민 : 폼이요?
종업원 설렁탕 갖고 오고 그릇 놓고 하는 위로.
민재 : 권변호사 사건 분석해보면 택배를 보낸 그 날 밤에 범행이 일어났어. 근데 어젯밤엔 아무 일도 없었잖아.
재민 : 맞아. 그러네.
반 : 자, 일단 먹자구. 먹고 힘내자!
오수 : (기합 넣듯) 운칠기삼!
민재 : 뭐?
오수 : 내 좌우명이다! (숟가락 드는데 핸드폰이 울린다. 받으며) 네. (어리둥절한) ..뭐? 지금 어딨는데? 알았어.
(끊고 벌써 일어선다)
반 : 뭔데?
오수 : (여전히 어리둥절한 채) 조동섭이 자수를 했다는데요?
다들 정지한 듯 놀라서 본다.
씬84. 강력5팀 (아침)
오수와 민재, 반팀장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면
형사 앞에 고개를 숙이고 앉아있던 조동섭이 부스스 고개를 들어 오수 쪽을 본다.
오수 : ...!
씬85. 강력5팀 안 (시간경과, 아침)
담담한 얼굴로 책상 앞에 반듯하게 앉아있는 동섭. 그 앞에 동섭을 마주보고 앉은 오수와 주변에 민재, 반팀장, 재민.
조용한 가운데 오수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동섭을 지긋이 바라본다.
민재와 반팀장, 재민 역시 알 수 없다는 듯 말없이 시선을 교환한다.
오수 : (훅 숨을 내쉬고) 조동섭씨.
동섭 : (담담하게 본다) ..
오수 : 도대체 왜 이러는 겁니까? 자수를 했으면 진술을 해야죠. 왜 입 꽉 닫고 아무 말을 안 합니까?
동섭 : (침묵) ....
오수 : 당신이 권현태 변호사를 살해했죠?
동섭 : (침묵) ...
오수 : (답답해서 책상 퍽 치며, 버럭) 지금 뭐하자는 거야!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형사들의 시선이 문 쪽으로 쏠린다.
오수, 답답한 듯 나 참, 하며 무심히 문으로 시선을 돌리면 승하가 예의 그 변함없는 표정으로 서 있다.
오수 : (뜨악해서)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승하 : 제가 조동섭씨 대리인입니다.
오수 : (뜨악해서) 예에?
승하 : (부드럽게 미소를 지어 보인다)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