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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거탑] 06
S#1. 회의실
전회와 이어지며...
오경환, 자리에서 일어나서 상석으로 오면,
용길, 자리를 비켜주고 오경환이 앉아있던 말석에 가서 앉는다.
오경환 : (둘러보고는) 이번 차기 외과 과장 선거가 공명정대하게 치러질 수 있도록,
선거관리 위원장으로서 엄정하게 감독 관리하겠습니다!
모두들, 박수를 치기 시작한다.
주완, 맘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용길, 떨떠름한데...
오경환 : 그럼, 내일 1차 선거위원회에서 봅시다.
오경환, 자리에서 일어나고 교수들도 일어나기 시작한다.
S#2. 회의실
오경환을 필두로 교수들이 회의실에서 빠져나오고
주완, 교수들과 웃으며 나오며 인사를 하고...
S#3. 준혁의 교수실
준혁, 책상 앞에 앉아 굳은 표정으로 전화를 천천히 내려놓고...
곧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가운을 벗어 던지듯 놓고 겉옷을 들고 나간다.
S#4. 주차장
준혁의 차가 튀어 나간다.
S#5. 일식집 홀
용길과 하익현 서둘러 안으로 들어가고...
S#6. 일식집 룸
준혁, 민원장, 용길, 하익현, 유필상이 앉아있다.
하익현 : 그래도... 오교수님한테 표가 몰리지 않은 건 다행 아닌가요? 오교수 님빼고, 14명 중에서 8명만 찍었잖습니까?
유필상 : 오교수를 찍지 않은 6명 기초의들은 반기를 든 게 아니야.
‘오교수님, 임상의들 일에 뭐하러 나서십니까?’ 이런 거지.
용길 : (끄덕이며) 결국, 오교수가 설치면 따라가게 돼 있어. 그래서 기초의들이 무서운 거야.
게다가 대다수가 장교수를 탐탁치 않게 생각하고 있잖아. (준혁을 본다)
준혁 : ....!
민원장 : (변명하듯) 아유... 우리 사위가 좀 모난 구석이 있어서. 저도 그게 걱정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훌륭하신 분들의 지혜를 구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하익현 : 오교수님이 선거위원장이 된 마당에 이젠 백약이 무효 아닌가요?
준혁 : ...!
용길 : 아무 약이나 쓰면 그렇겠지만... 정확하게 진단해서 맞는 약을 쓰면 효과는 분명 있게 마련이지. (필상을 보면)
모두들 : ...?
유필상 : 내가 나설 때라 이 말이지. (끄덕이며) 지금까지 탐색전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육박전이야.
다이다이로 붙어서 각개격파해 나가는 거야.
민원장 : (얼른) 군자금은 걱정 마십시오.
유필상 : 이번 일에 성과가 전혀 없었던 건 아냐. 오교수와 연결 고리가 느슨한 6명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잖아.
용길 : 약리학, 혈청학이 그 안에 포함되겠군.
유필상 : 거기에 미생물학도... 후후...
민원장 : 그럼 거기서부터 공략을 시작하면 되겠네요. 아, 안심입니다.
저 같은 하수는 그냥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어야겠습니다. 하하하..
모두들, 미소를 짓고...
준혁,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데...
S#7. 일식집 밖 (저녁)
비가 내리고 있다.
준혁과 민원장, 자신들은 비를 맞으면서 유필상, 용길, 하익현 등을 우산으로 씌워주며 차에 태우고 있다.
민원장 : 살펴 가십시오. 잘 부탁드립니다.
준혁 : (90도 인사) 들어가십시오.
그들을 태운 차가 떠나면...
민원장 : 어떤 거 같아?
준혁 : 네...? 뭘 말씀이십니까?
민원장 : 쟤네들을 믿고만 있으면 외과과장이 될 수 있을 거 같냐고.
준혁 : 네...?
민원장 : 불안하지?
준혁 : (그렇다 말 못하고) ...
민원장 : 우리끼리 얘기 좀 더하고 가자. (일식집으로 가고)
준혁 : (따라가는) ....
S#8. 일식집 룸
비에 머리가 촉촉한 민원장과 준혁...
민원장 : 저 사람들은 배 안 고픈 사람들이야. 저기에 너 과장 안 된다고, 목 날아갈 사람 있어?
봐서 아니다 싶으면, 손 털면 그만인 사람들이라고.
준혁 : (느낌이 오고) ...
민원장 : 나만해도 그래요. 안 되면 좀 아쉽지만 맘 접으면 그만이야. 하지만 자넨 어때? 자네한테는 인생 아냐?
준혁 : ...그렇습니다.
민원장 : 그럼, 뭔가 달라야잖아. 수술 하나 잘했다고 넋 놓고 있다간, 본전도 못 건져.
우린 우용길, 유필상이한테 매달리는 게 아니야. 이용하는 거지. 쟤들도 우릴 이용하는 거고.
준혁 : (끄덕이고) 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민원장 : 지금부터는 말이야. 발 한 번 잘 못 디디면, 천 길 낭떠러지라는 사실 명심해.
준혁 : (결의에 찬) 네...
민원장 : 앞으로도 일이 잘 안 풀리면... 극약처방을 하는 수가 있어.
준혁 : 극약...처방이라뇨?
민원장 : 언제 한번 말했었지? 오경환 교수한테 헤딩한다고. 어쩌면 그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야.
준혁 : (놀라는) 그건 안 됩니다. 불가능 합니다.
민원장 : 과연 그럴까? 난 액수의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준혁 : 무슨 뜻인진 알지만... 오교수님은 그런 방법이 통할 분이 아닙니다. 잘못했다간 오히려...
민원장 : 겁나지?
준혁 : ....
S#9. 달리는 차 (밤)
준혁의 차, 빗속을 달리고 있다.
준혁, 굳은 표정인데...
S#10. 도영의 집
도영, 거실에 앉아 민아의 공작 숙제를 함께 하고 있다.
도영 처, 벨이 울리는 핸드폰을 들고 다가온다.
도영 처 : 전화...
도영 : (받는) 여보세요.
진주 : (F) 선생님, 저 진주예요.
도영 : 어 진주야 (걱정) 지금 어디니?
도영 처와 민아, 무슨 일인가 바라보고...
S#11. 진주의 방
진주, 엄마와 함께 침대에 기대 통화 중이다.
진주 : 비가 와서 엄마가 바다 못 데리고 간대요.
도영 : (F) 아, 그랬구나. 그래, 비 그치고 가면 되지 뭐.
진주 : 비 내일 그친대요.
도영 : (F) 그래? 잘 됐네. 진주야, 엄마 좀 바꿔줄래?
진주 ; (건네며) 엄마...
S#12. 도영의 집 앞
준혁 차, 다가와 서고.
준혁, 내려서서 비를 맞으며 도영의 집을 가만의 노려본다.
S#13. 도영의 집
도영 : 네... 네... 무슨 있으면 바로 연락 주세요. 네, 네... (끊고)
민아 : 아빠, 진주가 누구야?
도영 : 어어... 아빠가 치료하고 있는 친구야. 그러고 보니까 우리 민아하고 동갑이네.
민아 : 많이 아퍼?
도영 : 아니... 조금... (하며 민아를 쓰다듬고)
민아 : 아빠가 빨리 고쳐줘...
도영, 민아를 쓰다듬던 손이 순간 멈칫해지고...씁쓸하게 웃는다.
현관벨 울리고... 도영, 돌아보는데...
S#14. 도영의 집 현관 앞
준혁, 서 있는데 문 열리고 도영이 나타난다.
도영 : 장선생...
준혁 : (웃고) 그냥 지나다가...
도영 : (의아한데) ...?
준혁 : 그냥 가?
도영 : 어... 들어와 (하며 자리를 비켜주면)
준혁, 과일바구니를 건네고 망설임 없이 들어선다.
S#15. 도영 집 서재
의학서적이 빼곡하게 꽂혀 있고, 준혁이 보고 있다.
준혁 : 옛날 생각난다. 너랑 도서관에서 밤새 공부하던... 아, 이 책... (병리학 원서를 꺼내고)
오경환 교수님한테 배우던 생각나네. (떠들어 보는) 언제 오교수님께 식사 대접이라도 해야 되는데...
조직검사 건으로 매번 도움 받으면서도 밑에 애들 시키다 보니까 뵙지도 못하고... (책 꽂고)
도영 : 근데 어쩐 일이야? 전화도 없이...
준혁 : 전화하면 내일 보자고 할까봐.
도영 : ... 무슨 일인데?
준혁 : (단도직입적으로) 오경환 교수님하구 자리 한번 만들어줘.
도영 : (속마음을 읽듯) 선거위원장 되셨다는 얘기 들었어.
준혁 : (앉으며) ....이렇게 과장되는 게 힘들어서야.
도영 : 그런 일이라면 안 만나니만 못해.
준혁 : 니가 좀 도와주면 되잖아. 아니, 자리만 만들어줘. 나머진 내가 알아서 할게.
도영 : 계속 그런 얘기 할 거면... 그만 가라.
준혁 : 도와준다는 얘기 듣기 전엔 못 가!
S#16. 서재 밖
도영 처, 과일 접시를 들고 들어가려다 멈칫하면,
흥분한 준혁의 목소리가 들린다.
준혁 : (E) 너야 말로 비겁한 방관자야! 그래, 니 말 다 맞고 다 옳아!
하지만 너두 나중에 내 입장 되면, 과연 태연할 수 있을까?
도영 : (E) 장선생, 양심까지 속여가면서 과장되진 마라! 추해 보여!
준혁 : (E) 뭐?
도영 처 : (딸을 부른다) 민아야.... (하고 다시 가는)
S#17. 서재
준혁, 도영의 멱살을 잡고 잡아먹을 듯 으르렁거린다.
준혁 : 추해? 뭐가 추해? 내 밥 내가 찾아먹겠다는데 뭐가 추해?
도영 : (멱살을 풀려하지만 안 풀리고) 놓고 얘기해. 집이야.
준혁 : 너처럼 형제들 모두 줄줄이 의사인 놈들은 몰라. 내가 왜 이렇게 까지 해야는지...
두고 봐. 니 도움 없이도 난 과장이 될 거고. 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내 손으로 살려낼 테니까.
민아 : 아빠...
과일 접시를 들고 들어온 민아, 접시를 떨어뜨리고 울음을 터뜨린다.
도영과 준혁, 돌아보면... 어찌할 바를 모르는데...
S#18. 주완의 거실
주완 처, 고급 꼬냑과 잔을 가지고 온다.
주완 : 이거 지난번에 찾을 때 안 보이든데...
주완 처 : 내가 당신 몰래 감춰 뒀지... 오늘처럼 기분 내고 싶을 때 같이 마시려구. (따라주며) 잘 했죠?
주완 : (웃기만)
주완 처 : 오늘 장준혁쪽이 놀랬겠어요.
주완 : 그랬을거야. 제 아무리 협잡을 해도 오교수한텐 안 통하게 돼 있어.
주완 처 : 이제 우리 윤진이하고 노민국 교수만 연결되면 금상첨화네.
주완 : 화룡점정이지...
주완 처 : 내일 윤진이 퇴원하면, 본격적으로 작업을 들어가야겠어요.
주완 : 작업을 들어가다니? 표현이 좀 속된 거 아냐...?
주완 처 : 말이 그런거구... 잘 되게 해 본다는 소리죠...
S#19. 희재 집
준혁과 희재 서로를 탐닉하고 있다...
F.O
INS) 병원 전경 (아침)
S#20. 병원 로비, 에스컬레이터
준혁, 출근하는 도영을 만난다.
지난 밤 감정으로 잠시 바라만 보고 있는 그들...
준혁 : 어제 일은 미안하게 됐다. 꼬마 앞에서.
도영 : 잘 이해시켰어.
준혁 : 그래... 그리고 다시는 너한테 그런 도움 부탁 안 한다.
도영 : (끄덕이고) ...
준혁 : 내 스스로 해내는 걸 보여줄게.
도영 : 잘 되길 바래... 이건 진심이다...
준혁 : 니가 나중에 과장이 되는 때가 온다면 난 아마 외과 과장으로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을 거야.
그때 난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표를 던질 거야. 친구인 너한테.
준혁, 자신을 바라보는 도영을 뒤로 하고 힘있게 걸어오고...
S#21. 주완의 교수실
주완, 윤진과 대화중인데 준혁, 노크와 함께 들어온다.
준혁 : 아, 윤진씨도 있었네요.
윤진 : (인사하고) 그렇잖아도 인사드리려고 했는데... 덕분에 건강해져서 퇴원해요.
준혁 : 네, 어제 찍은 CT나 다른 검사에 이상은 없지만 당분간 추적 관찰이 필요하니까
일주일쯤 후에 외래로 한번 나오세요.
윤진 : 그럴게요...
주완 : 무슨 일인가?
준혁 : 아, 예...
윤진 : 전, 가볼게요. (가방들고, 인사하며) 수고하세요.
주완 : (문까지 배웅하며) 그래, 아빠 회의가 있어서...
윤진 : 괜찮아요. 저녁에 집에서 봬요. (나가고)
주완 : (자리로 돌아오며) 그래, 이번엔 뭘로 날 자극할 생각인가?
준혁 : (미소) 그런 식으로만 생각하지 마십시오.
주완 : (마뜩찮게 본다)
준혁 : (원보 내밀며) 보셨습니까? 다음 달 초에 다장기 이식 심포지엄을 열까 해서요.
과장님 퇴임 전에 뜻 깊은 행사로 만들고 싶습니다.
주완 : 흠... 나를 위해서 이런 생각까지 해주다니...
준혁 : (미소) ...
주완 : 자네답지 않구만...
준혁 : (표정이 굳는) ...
S#22. 도영의 연구실
도영, 연구에 열중하고 있다.
윤진, 밖에서 노크하는데도 모르고...
윤진, 빼꼼히 문 열고 들어온다.
도영의 책상 모서리를 똑똑 두드린다.
도영 : (놀라 본다) 언제 오셨어요?
윤진 : (농담) 아~까요... 지금 막 들어왔어요. 퇴원하는 길에 인사하러 왔는데 바쁘신가봐요?
도영 : 아뇨. 진주 암세포 감수성 테스트 중이였어요.
윤진 : 진주... 이제 안 오잖아요.
도영 : 혹시... 올지도 몰라서...
윤진 : ... 어제 전화 왔었어요.
도영 : ... 저한테두요.
둘이 말없이 있는데...
S#23. 병원 로비 (낮)
윤진과 도영, 걸어 나오며 대화한다.
윤진 : 전 전화 받고 반가워만 했는데... 역시 의사선생님이시라 다르네요.
도영 : 네?
윤진 : 덜컥하셨다면서요? 진주가 아파서 전화 한 줄 알구.
도영 : ...직업병이죠...
윤진 : 그런 병은 의사라면 다 걸려야 하는데... 병원에 있어보니까 안 걸린 의사들도 많은 거 같던데요?
도영 : 책임감은 다 갖고 있어요. 표현을 안 할 뿐이지.
윤진 : 같은 편이라 이거죠?
도영 : 그런 뜻이 아니라... 전 그냥 제가 좀 예민했었다는 뜻이었습니다.
윤진 : (바로) 저 이제 환자 아니거든요?
도영 : 네?
윤진 : 언제까지 환자 대하듯 깍듯하게 하실 거냐구요. 진주한테는 친구하자고 하셨다면서... 은근히 섭섭해요.
도영 : 제가 원래...
윤진 : 낯가린다?
도영 : (뜨끔, 농담으로) 인간성 보거든요. (픽 웃고)
윤진 : 뭐라구요?! (웃고)
도영 : 농담이에요. 불편하셨다면 고치도록 해 보겠습... 해볼게요.
윤진 : 그럼... 잘 고치고 있는지 확인하러 와야겠네...
도영 : (의아한... 본다)
윤진 : (쑥스러운) 외래 올 때 들린다구요. (숨 돌리는) 갈게요.
윤진, 택시 타고.
도영, 보는데... 택시에서 돌아다보던 윤진, 얼른 똑바로 안고.
도영, 안으로 들어간다.
S#24. 주완의 교수실
주완 : (원보를 건네며) 없었던 일로 하지.
준혁 : 네?
주완 : 좋은 안건이긴 한데... 아직 환자가 완전히 회복한 것도 아니고... 그리고 뭣보다 시기가 적절하지 않은 거 같아.
준혁 : ...적절하지 않다뇨? 오히려 시기를 놓치면 급변하는 의학계에서 그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완 : 선거 기간이잖나. 이럴 땐 본말이 전도돼서 무슨 의도를 가진 쇼처럼 보일 수가 있어.
준혁 : (찔리지만) 쇼라니... 무슨 말씀이십니까?
주완 : 음... 가령 말이야. 자네가 이 민감한 시기에 화제의 주인공이 됨으로서
선거 위원단한테 어필하려는 의도로 보여질 수 있단 거지. 그럼, 오히려 자네한테 손해잖아.
준혁 : 그런 의도 아닌 거 아시잖습니까?
주완 : (기막혀 잠시 보다) ... 알지. 잘 알고 말고. 그러니까 오이 밭에서 신발 끈 매지 말고, 배 밭에서 갓끈 매지 말자고.
준혁 : 그런 오해 때문에 꼭 해야 할 일을 안 한다면...
주완 : (자르며) 장교수, 됐어. 난 됐으니까. 자네가 과장이 된 후에, 멋지고 화려하게 심포지엄 개최하라고.
그래봐야 한 달 상관이야. (나가며) 난 선거 위원회가 있어서.
준혁, 나가는 주완을 돌아보는데...
S#25. 회의실 밖
사환, 나와서 문을 닫고는 출입금지 팻말을 건다.
S#26. 회의실
오경환, 주완, 유정진, 용길, 하익현, 박창식 등 굳은 표정으로 앉아있고...
오경환, 외과과장 지원 서류 복사본을 건네면 한 부씩 받는다.
오경환 : 후보들에 대한 토의부터 시작하시죠.
모두들, 비장한 표정인데...
하익현 : 제가 먼저 한 말씀 드리자면... 일단 우리 대학 병원의 외과과장을 뽑는 일이니 만큼
본원에서의 많은 경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 나가 본교 출신이라면 사명감과 더불어 애교심을 가지고 일 할 수 있고...
유정진 : (자르고) 그건 지엽적인 면이 아닐까요?... 메스를 드는 의사라면 어디 출신이냐 보다는
실력과 학식이 우선시 돼야 한다는 게 같은 외과의로서 갖는 제 생각입니다.
하익현 : (질세라) 저도 메스를 드는 (강조) 산부인과의입니다. (노려보고) 최고의 실력을 갖춘 본교 출신이면
타교 후보에 비해 남다른 각오를 다질 수 있단 말씀을 드리려던 건데... 말 좀 끝까지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유정진 : (끙해지는...)
박창식 : 저 역시 하과장님과 같은 의견이긴 합니다만... 왠지 두 분 말씀은 좀 객관적이지 않은 듯 한데... (하는데)
유정진 : (자르고) 아니 그럼 주관적이란 말씀이십니까?!
오경환 : 언성 낮추세요. 토의를 하는 거지 개인감정을 피력하자는 자리가 아닙니다.
그리고 유과장님은 말씀을 끝까지 듣도록 하세요.
박창식 : 감사합니다. 위원장님...
박창식, 유정진을 보면, 유정진, 뜨끔해져서 고개를 획 돌린다...
용길과 주완은 뭔가 나오겠군 하는 듯 둘 다 문상명의 추천서를 펼쳐본다.
S#27. 의국
준혁, 건하와 민승에게 지시 내리고 있다.
준혁 : 의국장은 심포지엄 예산 빨리 뽑아서 보여주고, 민승이 너는 동시이식 촬영한 거 하일라이트만 구성해서
30분 짜리로 편집해 놔. 나머진 내가 알아서 할게.
민승 : 네, 알겠습니다.
건하 : 저... 과장님께서 허락하시던가요?
준혁 : (망설임없이) 응. 그러니까 이주완 과장 송별회라 생각하고, 잘해 보자고.
S#28. 회의실
오경환 : 말씀 이어서 하세요.
박창식 : 네. 먼저 명인대학병원 외과를 끌어갈 인물이라면 본교 출신이 학원의 전통성을 잘 이어가리란 생각이 듭니다.
타교 출신이 본교의 명맥을 유지 하기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하며 유정진을 본다)
유정진 : (자르며) 그럼, 이주완 과장님께선 타교 출신이라 맥을 끊어 놨단 말씀입니까?
오경환 : 말 자르지 마시라 했습니다. (노려본다)
유정진 : 죄송합니다...
박창식 : 또한 실력과 더불어 겸손한 자세와 인격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보면 실력만으로 최고라 자부하는 인물들이 종종 눈에 띄어서 말입니다. 이과장님, 제 생각이 맞지 않나요?
(하면서도 눈은 하익현을 본다)
하익현 : (얼른 외면)
이주완 : 맞는 말씀이죠. 외과는 워낙 대식구이다 보니 잘 끌어가려면 마음가짐부터 바로서야 한다는 것이
경험자로서 느낀 바입니다. (용길을 보는데)
우용길 : (끄덕이며 입맛 미소 짓더니) 제가 한 말씀 드려도 될까요?
오경환 : (허락하듯 끄덕이고)
우용길 : 지금까지 말씀들은 학식, 업적, 실력에 인격까지 두루 갖춰야 한다는 건데... 이런 많은 조건이 붙는다면
앞으로 누가 무서워서 후보지원이나 하겠습니까? 너무 욕심들 내시는 거 같네요.
용길, 안경 너머로 교수들 훑어보면 다들 떨떠름한 표정으로 시선을 피하고...
오경환 : 다른 분의 의견 평가 마시고 본인 의견을 내시기 바랍니다.
우용길 : 아...뭐... 의견이 있다기보다... 진료부원장의 입장에서 좋은 인물이 뽑히길 바랄 뿐입니다.
많은 후보가 있으니 그 중 잘 고르면 좋은게 걸리지 않겠습니까? 핫핫핫...
오경환 : (바로) 적어도 대학병원 과장의 인사 문제를 다루는 엄숙한 석상에서
교양없는 말투와 웃음은 이후 삼가 주시기 바랍니다.
용길, 무안하고... 주완, 옅은 미소... 유정진, 박창식 웃음 참고. 하익현, 아휴..하는.
S#29. 너스 스테이션
준혁, 환자 차트를 보며 곁에 민승과 동일. 미라, 안쪽에서 일하고 있다.
준혁 : (민승에게) 오전에 OP 한 환자 열은 어때? 좀 떨어졌나?
민승 : 7도 8부까지 내린 거 보고 왔습니다.
준혁 : 7도 8부... 유선생, 아이스팩... (하며 고개 드는데)
미라 : (아이스팩 들어 보이며) 지금 가요. 교수님. (병실 쪽으로 가고)
준혁 : (챠트만 보며) 빨라서 좋네... 내일 첫 수술 몇 시지?
동일 : C로젯 오전 수술 오후로 연기 됐다는데 시간 당길까요?
준혁 : 그러지 뭐. 스케줄 바꾸고 환자한테 알려줘. 처치도 일찍 서두르고.
동일 : 네.
건하, 급하게 달려온다.
건하 : 교수님...
준혁 : (챠트보며) 왜? (하다 대답 없자 보면)
건하, 뭔가 급한 얘기 할 분위기이고...
준혁, 알아채고 챠트 덮고 간다.
건하, 얼른 따라가고. 의국원들 뭐지? 하는 시선...
S#30. 층계참
건하 : (다급한) 정형외과 동기한테 들었는데 말입니다. 박창식 과장님도 후보자를 올리려고 공작 중이셨답니다.
준혁 : 그래? 그래봤자... 들러리겠지 뭐.
건하 : 그게 그렇지가 않을 거 같습니다. 브랜치에 계신 문상명 교수님이래요.
준혁 : (놀라는) 문상명 선배?
건하 : 네. 교수님 직속 선배시잖아요.
준혁 : .... 내 표를 깎아 먹겠군...
건하 : 최종 후보로 올라온다면, 문제가 심각해 질 겁니다.
준혁, 심각한 표정이 되는데...
S#31. 회의실
오경환, 서류들 중에서 한 장을 오른 쪽에 내려놓는다.
오경환 : 장준혁 교수는 외과 부교수기도 하고
본교 출신 후보는 결정적인 난점이 없는 한 최종 후보로 남겨놓는 것이 원칙이니 올리겠습니다.
각자 다른 느낌들로 모두들, 끄덕이고...
오경환 : 그리고 노민국 교수도 최종 후보로 올리겠습니다. 객관적으로 볼 때 연구 업적이 뛰어나고,
외과의로서 갖출 실력 또한 겸비한 인재니 만큼 후보로 손색이 없다 하겠습니다.
이번엔 각자 좀 전과 반대의 느낌들로 끄덕이고...
오경환 : 자... 그럼, 다른 의견 없습니까? 없으면 이 두 명의 후보로...
박창식 : 잠깐! 제가 한 말씀 더 올리겠습니다. (벌떡 일어난다)
용길과 하익현, 그리고 주완과 유정진, 의아하게 보는데...
박창식 : 본원에서만 후보를 배출하면, 앞으로 누가 브랜치로 가겠습니까?
유정진 : (바로) 맞습니다. 여기서 실력을 쌓고 브랜치로 내려가 본원 못지않게 발전시키고 있는 의사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주완 보면)
이주완 : 제가 말씀드리죠. 문상명 교수의 경우 서산 브랜치로 내려가 외과를 활성화 시켰고,
또 지금은 전주에서 훌륭하게 일을 해내고 있습니다.
박창식 : 그겁니다. 본원, 본원 한다는 건 장차 우리 병원 전체의 발전을 저해 하는 게 아니고 뭐겠습니까?!
오경환 : 박창식 과장님...
박창식 : 아, 위원장님 잠시만요... 그러니까 (하는데)
오경환 : 박창식 과장!
박창식 : 위원장님...
오경환 : 앉으세요. 그리고 천천히 물 한잔 하세요.
박창식 : ... (앉고) ...
오경환 : 박창식 과장님 의견에 동의합니다. 본원의 장준혁 교수, 브랜치의 문상명 교수,
그리고 타교에선 노민국 교수 이렇게 세 명의 후보를 최종후보로 올리겠습니다.
박창식, 그제야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용길, 하익현, 똥씹은 표정이고...
주완, 유정진, 득의만면이다.
S#32. 회의실 밖
오경환, 나와서 가고
유정진, 주완, 박창식 나와서 서로 인사하고 함께 걸어간다.
용길, 하익현 나와서 대화를 한다.
하익현 : 장준혁이 위험하게 된 거 아닌가요?
용길 : 재밌게 된 거지.
하익현 : 네?
용길 : 사는 게 반전이 있어야 재미도 있는 거지... 후후... 아직 갈 길이 머니까 일희일비 하지 말자고.
하익현 : 그래도 저렇게 완전히 한 편이 돼서 그러니까...
용길 : 한 편? 난 아닌 거 같은데? ... (가버리고)
하익현 : ?
S#33. 병원 일각
주완, 유정진, 박창식과 걸어오고 있다.
주완 : 제 제자를 추천해 주시고... 이거 어떻게 감사의 말을 드려야 할지...
유정진 : 문상명 교수 좋은 분이죠. 여기 있을 때 같이 골프도 치곤 했는데...
주완 : 아무튼... 고민은 고민이네요. 제자 두 명이 후보로 올라왔으니... 누구에게 한 표를 던져야 할지...
박창식 : (여유있게 웃으며) 후후... 이과장님이 그렇게 말씀 하시니까 이상하네요.
장준혁을 제쳐두고, 노민국 교수를 올리려고 한다는 소문이 병원에 파다하던데요...
주완 : (당황) 아니, 그런 말도 안 되는...
유정진 : 헛소문이에요. 이과장님처럼 고매한 품성을 가지신 분이 설마요...
박창식 : 어쨌거나 저는... 장준혁이 표를 뺏어먹자고 나선 게 아닙니다. 전 문상명 교수를 당선시키려고 나선 겁니다.
아까 지지해 주셔서 고마웠습니다. (인사하고 가는)
주완, 유정진, 한 방 먹고 멍하니 서 있는데...
준혁 : (E) 앞문에는 호랑이, 뒷문에는 늑댑니다.
S#34. 민원장 원장실
준혁, 민원장과 대화 중이다.
민원장 : 앞문이 노민국이고, 뒷문이 문상명인가?
준혁 : (걱정) 최악의 상황이 된 거 같습니다. 본교 지지파와 타교 지지파의 대결이었는데...
이젠 본교 지지파가 둘로 갈라지게 됐으니...
민원장 : 박창식이... 내 뭔가 꿍꿍이를 부릴 줄 알았어.
준혁 : 네?
민원장 : 그 자식이야 말로 타이틀만 떼면, 정말 아무 것도 없는 놈이야. 정형외과 학회에서 가끔 만나는데...
어찌나 잘난 체를 하는지... 그 자식, 수술도 나보다 못해. 물론, 내가 너보단 못하지만,
그래도 내가 한 칼 하는 사람 아니냐.
준혁 : 무슨 말씀을... 아버님과 저는 분야가 다른데요.
민원장 : 아무튼 너무 걱정할 거 없어. 부지런히 밑밥을 뿌릴 생각이니까.
준혁 : 밑밥이요?
민원장 : 사람은 배신해도 돈은 배신 안 해. 아무리 인간적으로 친하다 해도, 돈에는 장사가 없지.
준혁 : 네...
민원장 : 뭐 지네들끼리 표가 나뉘네, 뺏기네... 하면서 짓고 까불라고 해. 우리는 밑에서 한 표 한 표 확실하게
끌어 모아갈 테니까. 그리고, 사람들하고 좋은 관계 유지해. 안티가 심할수록 돈이 많이 드니까 말이야. 하하하...
준혁 : 네... 알겠습니다.
민원장 : 주눅 들지 말고 누가 뭐래도... 장준혁이가 적임자다. 장준혁이 외엔 없다... 이런 점을 각인시키라 말야.
그 뒤는 내가 맡을 테니까.
준혁 : (안심되고) 네...
민원장 : 어때? 이제 걔들이 종이 호랑이 같고, 종이 늑대 같지 않나?
준혁 : (웃으며) 그렇습니다.
민원장 : 오늘 희수연 있는 날이지? 그런 데 좀 가봤어?
준혁 : 아뇨 별로...
민원장 : 웬만하면 빠지지 말고 다녀. 오늘 가서 인맥 좀 넓혀 봐. 가면 유필상 회장이 도와줄 거야.
준혁 : 네? 네....
S#35. 호텔 안
준혁, 저벅저벅 걸어 들어오고...
안내판을 지나서 가는데...
‘명인 대학교 의과대학 고윤수 명예교수님 희수 기념 논문집 출간 기념회’ 적혀있고
S#36. 이벤트 홀 앞
희수연 기념 얼음 조각이 있다.
용길, 주완, 하익현, 유정진 등 나타나면 정장차림의 건하, 민승, 동일, 유미라 인사하고...
아가씨, 꽃을 들고 다가온다.
아가씨 : 부원장님, 오늘 진행 보실 거죠?
용길 : 응...
아가씨 : 꽃 좀 달아주세요. (하고 가슴에 꽃 달아주고)
용길 : 이런 행사는 이과장님이 맡아주셔야 하는데...
주완 : 아, 아닙니다. 저는 앞에 나서는 걸 잘 못해서요..
준혁 : (나타나) 일찍들 오셨네요. 저, 과장님... 다장기 이식 심포지엄이 잘 될 거 같습니다.
주완 : (놀라는) 무슨 소리야?
준혁 : 제약 회사 협찬 건도 원활하게 해결돼서 예산 확보 됐고,
공중파 TV에서 이번 건에 대해서 스페셜 다큐를 만들겠다고 합니다. 날짜도 다음 달 3일로 확정했습니다.
하익현 : 역시... 장교수의 추진력은...
주완 : (화를 억누르고) 내가 다음에 하란 말 못 들었나?
준혁 : (의아한) 네? (하고 용길을 보면)
용길 : 아... 죄송합니다. (눙치며) 제가 말씀 드린다는 걸 깜빡 했네요. 병원 원보를 보다 문득 생각이 들어서
장교수한테 전화했더니, 그런 기획이 있었는데 안 하기로 했다는 거예요.
준혁 : (짜고 하는 듯) 다음으로 미뤘다고 말씀 드렸는데...
용길 : 아니, 그게 무슨 소리냐 그랬죠. 다 때가 있는 법인데... 외과 뿐 아니라 우리 대학병원 전체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데
그걸 그렇게 했냐... 나라도 밀어 붙이겠다 소릴 쳤는데... 정작 이과장님께 말씀을 못 드렸네요.
주완 : (꾹 참고) ... 그렇군요. 그렇다면, 잘 해봐야죠.
준혁, 하익현, 용길, 미소를 짓는데...
유정진, 주완을 보며 안타깝다.
주완 : 초청할 연자는 다 정해졌나?
준혁 : 지금 섭외 중인데 내일까지 정리하겠습니다.
주완 : 그럼, 노민국 교수는 내가 섭외하지.
준혁, 용길, 하익현 놀라고...
주완, 웃으며 유정진과 시선 교환...
S#37. 예술의 전당 (오후)
주완 처, 윤진의 손을 꼭 잡은 채 주위를 둘러보고 있다.
윤진 : 손 좀 놔... 아퍼.
주완 처 : 꼭 잡는 손일수록 사랑과 정이 가득한 거야.
윤진 : 진작 얘기해줬으면, 친구라도 불렀을 거 아냐. 갑자기 약속이 생겼다 그럼 어떡해?
주완 처 : 미안하다고 했잖아. 그래서 엄마가 대타를 구했는데... (두리번)
윤진 : 대타? (손을 빼려고 하면) 엄마, 혹시...
주완 처 : (더 꼭 잡고) 혹시는 무슨 혹시야... 어머, 노교수님...
윤진, 돌아보면 노민국이 다가오고 있다.
노민국 : 안녕하세요.
윤진 : (떨떠름하고) 네... 안녕하세요...
주완 처 : (그제야 손 놓고) 아휴, 전 뭐 감시하러 나온 건 아니구요.
같이 쇼핑 갔다가... 얘가 하두 노교수님 보구가라구 성화를 해서...
윤진 : (손이 아픈 듯 털면서 황당하고) ...
노민국 : 아, 네...
주완 처 : 그럼... 즐겁게들 음악 감상하시고... 우리 윤진이 맛있는 것 좀 사 주고 그러세요.
노민국 : 네, 알겠습니다.
주완 처 : 그럼... (빠이빠이 하며) 윤진아... 엄마 간다... 호호호 (가고)
윤진, 노민국과 둘이 남게 되자 어색한데...
S#38. 공연장 앞
노민국, 윤진 걸어가는데...
노민국 : 윤진씨.
윤진 : (멈추고) 네...
노민국 : 잠깐 얘기 좀 했으면 하는데요.
윤진 : 네...?
노민국 : 어쩌면 윤진씨가 하고 싶은 얘길 수도 있는데... 사실 저는 지금 누굴 만나거나 인연을 만들 때가 아닙니다.
윤진 : 네? 네에...
노민국 : 윤진씨 부모님께서 절 좋게 봐 주신다는 점에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저한테 유일한 관심은 일입니다. 오늘 이렇게 나온 이유는 이 말을 전하고 싶어섭니다.
윤진 : 네에...
노민국 : 먼저 윤진씨한테 얘기하고 난 뒤에 이과장님께 제 생각을 전하는 게 순서라고 생각했습니다.
윤진 : (멋져 보이고. 웃는) 잘하셨어요.
노민국 : (웃고) 아, 공연 끝나고 말씀 드릴 걸 그랬나요?
윤진 : 아뇨. 클래식 좋아하시면 같이 보실래요? 놓치기 아까운 공연이거든요. 그리고 끝나고 식사도 같이... 괜찮으시죠?
노민국 : 너무 좋아하시는 거 보니까... 좀 억울한 생각이 드는데요. 후후...
윤진, 따라서 웃는데...
둘이 공연장으로 들어가고...
S#39. 이벤트 홀
유필상, 구석에서 준혁을 데리고 주요 인사를 알려준다.
유필상 : 오늘 니가 만나야 할 사람들이야. 대충 알려 줄 테니까 내가 하나라도 빼먹으면 얘기해.
준혁 : 네에...
유필상 : 자... 저기 봐 바... (은근히 손으로 가리키며)
카메라, 하객들을 훑다가 유필상이 말하는 사람에서 스톱 모션이 된다.
유필상 : (E) 저기... 머리 벗겨진 중늙은이. 국회 보건복지 위원회 황주원 의원이야. 알아주는 주당이니까,
간 쪽으로 신경 써 준다하면 좋아라 할거야. 그 옆에서 살살거리는 삐쩍 마른 놈은 의사 때려 치고, 기자된 놈이구.
준혁 : (E) 잘 압니다. 저를 수술의 천재라고 써서 난처하게 했었거든요.
유필상 : (E) 후후... 소설가가 더 어울린단 소릴 듣곤 하지. 그리고 저기 콧수염, 의료 저널 TV 사장 구영훈 박사야.
봐서 너한테 프로 하나 주라고 푸시 할게.
준혁 : (E) 당분간 방송 출연은 안 할 겁니다.
유필상 : (E) 그래? 아무튼 저기 두 명은...
준혁 : (E) 혈청학과 김경진 과장님과 미생물학과 이정학 과장님이시죠.
유필상 : (E) 후후... 곧 우리의 제물이 될 친구들이지.
준혁, 유필상을 돌아보면...
유필상 : (손가락 두 개) 두 명... 두 표. 후후...
준혁 : (웃고) ...
마이크 소리 : (E) 지금부터 고윤수 박사님 희수 기념 논문집 출간 기념회를 시작하겠습니다.
모두 착석해 주시기 바랍니다.
희수를 맞은 교수, 휠체어를 앉아 등장하고 있다.
S#40. 공원
도영 처, 벤치에 앉아 있고.
인라인을 타고 있는 민아를 잡아주고 있는 도영.
도영 처 : 민아야, 그만 타. 힘들어...
민아 : 안 힘들어. 나 아빠하고 더 놀거야.
도영 처 : 와~ 너무한다. 엄마하고 있을 땐 재미 없어했으면서... 엄마 갈래.
민아 : 아빠, 엄마 삐졌나봐?
도영 : 그래? 그럼 어떻게 풀어주지?
민아 : 맛있는 거 사 줘. 그럼 풀어질 거야.
도영 처 : 뭐어~? (도영과 눈치 주고 받고) 그럼 엄마 먹고 싶은 거 먹는다?
도영 : 그래, 엄마 먹고 싶은 걸로 먹자.
민아 : (눈치보다) 엄마... 피자 먹고 싶지 않아?
도영과 도영 처, 어이없어 웃고...
민아, 배시시 웃는다...
S#41. 이벤트 홀
무대에 병색이 짙은 고윤수 교수가 휠체어에 앉아있다.
케잌이 있고, 논문집이 쌓여있다.
용길, 마이크를 들고 메모를 읽고 있다.
용길 : 고윤수 박사님께서 쓰신 글을 대독하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외과의사 고윤숩니다.
희수연에 온 사람들을 비추면서...
용길 : (E) 누구에게나 욕심과 집착을 버려야 할 때가 있는 거 같습니다. 저에게는 바로 지금이 아닌가 합니다.
얼마 전 저는 뇌졸중으로 반신불구의 몸이 됐는데 하늘에서 이제 그만 쉬라는 싸인을 주신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오십 여년을 의사로 살면서 발표했던 논문들을 한 권의 책으로 묶는 것을 마지막으로
‘메스를 든 블루칼라’ 고윤수에서 자연인 고윤수로 돌아갈까 합니다. 이렇게 영예로운 자리를 만들어 주신
사랑하는 후배 의사들과 지인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용길의 대독이 깔리는 가운데, 모두들 숙연한데...
같은 테이블에 앉은 하익현, 유필상이 박창식 그룹을 보며 얘기하고 있다.
근처에는 박창식 그룹이 주완 그룹을 힐끗거리며 대화 중이다.
또 다른 테이블에서는 주완과 유정진 등이 그들을 보며 쑥덕공론이다.
준혁, 뒤편에 서서 내용을 음미하며 고윤수 박사를 숙연하게 보고 있는데...
S#42. 레스토랑
식사를 하고 있는 노민국과 윤진...
윤진 : 의사선생님들은 다 클래식 좋아하시나봐요? 아빠도 그러신데...
노민국 : 전 예전에 많이 들었구, 요즘은 팝을 듣는 편이예요. 편하더구요.
윤진 : 정말요? 팝은 잘 모르는데... 한 때 백스트릿 보이즈는 좋아했어요.
노민국 : 맥스 마틴이 대중적인 곡들을 잘 만들었죠.
윤진 : 그런 멤버는 없었던 거 같은데...
노민국 : 아, 프로듀서에요. 백스트리트 보이즈나 엔싱크, 브리트니 스피어스, 웨스트 라이프 곡들을 프로듀싱했죠.
주로 캔디 팝 전문인데 인상적인 후렴구를 강조한 댄서블한 음악을 잘 만들었어요.
윤진 : 모르는 게 없으신 거 같네요.
노민국 : 아뇨... 그냥 관심 가는 분야엔 파고드는 버릇이 있어서요. 저... 괜찮으시면... 와인 한 잔 하시겠어요?
윤진 : 와인에 대해서도 잘 아시나봐요? 맛만 보고 어디서 언제 만든거다...
노민국 : 아, 아닙니다... 그냥 상식적인 수준에서 아는 정도예요.
윤진 : 어떤 와인이 제일 비싸요?
노민국 : 음... 1787년산 샤토 라피뜬데 85년 영국 크리스티 경매에서 16만 달러에 팔린 적이 있어요.
윤진 : 그냥 상식 정도가 아니신데요?
노민국 : (민망하고) ...
윤진 : (그런 그에게 호감을 느끼고) ...
노민국 : 하실래요?
윤진 : ... 어쩌죠. 제가 오늘 퇴원해서... (하다가 흡!)
노민국 : (놀라는) 입원하셨었어요?
윤진 : (당황해서) 아, 제가 위염이 좀 있어서요. 어제 입원했다 오늘...
노민국 : 아, 네... 그럼, 들어가서 쉬셔야겠네요.
윤진 : 네... (화끈 거리는)
S#43. 이벤트 홀
한쪽에서 트리오 실내악단이 연주를 하고 있고...
고윤수에게 싸인을 받기 위해 늘어선 사람들, 논문집을 하나씩 들고 있다.
고윤수, 이주완에게 싸인을 해주고 있다.
고윤수 : (발음이 부정확) 자네가... 벌써 정년이라고?
주완 : 네, 선생님...
고윤수, 끄덕이며 힘겹게 싸인을 해주는...
주완 : 고맙습니다. 오래 사세요.
주완, 걸어 나오다가 문득 돌아서 멍하니 바라보는데...
S#44. 이벤트 홀 일각
유필상, 준혁을 국회의원, 의료 채널 사장 등에게 소개를 하고 있고...
용길, 하익현과 그 장면을 멀리서 보고 있다.
하익현 : 저...부원장님은 왜 그렇게까지 장교수한테 힘을 기울이시는 겁니까?
용길 : 눈치 빠른 친구가 그걸 몰라? 후후... 내가 돌봐주는 사람이 하나 늘어난다는 건
이 우용길의 표가 하나 늘어난다는 거야. 과장선거, 학장선거... 선거가 좀 많어? 민주주의잖아.
나는 저 친구를 당선시킨다는 의미보다 우용길 파를 위한 한 표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지.
그 한 표는 물론 자네한테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하익현, 수긍하듯 끄덕이며 장준혁 쪽을 보는데...
S#45. 이벤트 홀 밖
주완, 희수연 기념 얼음 조각을 보고 있다.
거의 절반쯤 녹아서 흉물스러워지고 있다.
유정진 : 여기 계셨어요?
주완 : (한숨) 인생이란 게 참 허망해...
유정진 : 네?
주완 : 어? 아냐...
유정진 : 아까 박과장 말도 있고... 현직 과장이 자기 밑에 있는 교수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소문이 퍼지면...
장준혁이한테 동정표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
주완 : 흠... 그건 어느 정도 예상했던 거야. 너무 걱정할 거 없어.
나한테 상대를 배려하면서도 우리 후보를 부각시킬 복안이 있으니까.
유정진 : (궁금해 하는데) ...?
그때 쿵 소리 나고, 주완, 돌아보면...
희수연 기념 얼음 조각이 녹아서 중심을 잃고 쓰러져 있다.
S#46. 피자집
도영 가족 테이블에 커다란 피자가 놓여 지는데...
민아 : 와...
도영 : 민아 이거 다 먹을 수 있어?
민아 : 어, 나 혼자 다 먹을 수 있어.
도영 처 : 에게? 너 엄마 풀어주기로 한 거 잊었어?
민아 : 아, 맞다. 엄마도 먹어. 아니, 드세요...
도영 : (웃는데, 휴대폰 울리고) 네... 아, 진주 어머니...
S#47. 달리는 차 (저녁)
진주 모, 운전하며 전화를 하고 있다.
진주, 뒷자리에 담요에 쌓인 채 가사상태에 빠져있고...
진주 모 : (울음) 선생님... 잘못했어요. 제가 다 잘못했어요. 선생님 말씀 안 들어서... 어떡하면 좋아요...
진주... 우리 진주가 많이 아파요... 도와주세요. 선생님... 도와주세요...
S#48. 피자집
도영 : 침착하세요. 어머니. 그리고 지금, 바로 병원으로 데리고 오세요. 저도 곧 가겠습니다.
도영 처, 민아, 도영을 보고 있는데... 도영, 핸드폰 끊고...
도영 : (도영 처에게) ... 가봐야겠어. (민아에게) 민아야... (하는데)
민아 : (금방이라도 울듯하고)
도영 : (난처한) 미안해, 아빠가... (하는데)
도영 처 : (한숨) ... 얼른 가요. 내가 알아서 할게.
도영 : ... 고마워. 부탁해. (멈칫하다 후다닥 나가고)
도영 처 : 민아야, 엄마랑 먹으면 되지. 그치? (달래는)
S#49. 건물 밖
뛰어나오는 도영, 허둥지둥 주위를 둘러보곤 택시를 잡는다.
택시에 올라타 출발하는데...
S#50. 호텔 앞
건하, 민승 등 고윤수를 차에 태우고 있고, 주완, 인사를 하고 있다.
준혁과 유필상, 조금 떨어진 곳에서 바라보고 있다.
유필상 : 정말 한 시대를 풍미했던 외과의사였어. 알아?
준혁 : 그럼요... 교수님께서 쓰신 책으로 공부도 했는데요.
유필상 : 인생무상이야.
준혁 : ... 저도 교수님처럼 오랫동안 현역에 남고 싶습니다.
유필상 : 최고의 위치에서? 후후..
준혁 : 네...
S#51. 달리는 택시
도영, 조수석에 앉아 초조한데...
시계 보고...운전수에게 손짓으로 방향을 지시하기도하고...
S#52. 달리는 차 (진주 모)
진주 모, 눈물로 범벅이 돼 백미러로 진주를 힐끗 힐끗 보면서 운전을 하고 있다.
진주 모 : 진주야... 조금만 참아... 우리 진주 할 수 있지...?
S#53. 응급실 앞
택시가 도착하고...
도영, 택시에서 내려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데....
진주 모의 차가 다가와 선다.
도영, 재빨리 뒷문을 열고 담요에 싸인 진주를 안아 응급실로 급히 들어가고...
진주 모, 따라 들어간다.
S#54. 응급실 안
도영, 진주를 안고 뛰어가 베드에 누인다.
진주, 열로 인해 숨쉬기 힘들어하고.
도영, 진주의 눈을 까보고, 청진하고... 간호사 옆에 서 있고...
진주 모 : (울먹이는) 아침부터 기침하고 열이 막나고...
도영 : (청진기 빼며) 폐렴이 심해요. X-ray부터 찍어야겠어요. (간호사에게) O2 (오투) 주고
aBGA(에이비쥐에이, 동맥혈가스분석) 좀 체크해 줘요.
간호사 : 네. (하고 스테이션으로 가고)
진주 모 : 선생님... 어떡해요...? 우리 진주... 괜찮겠죠? 네...?
도영 : (마지못해 끄덕이고)
S#55. 와인바
준혁, 들어오면 바에 희재가 있고, 그 앞에 여자 한 명이 앉아있다.
희재 : 어서 오세요.
준혁 : (바에 앉으며) 맥주나 한잔 하고 들어가려구.
희재 : 그러세요. 많이 피곤하신 모양이에요.
준혁 : 어...
수정 : (E) 오빠!
준혁, 돌아보면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나온 수정, 놀래서 보고 있다.
희재, 무슨 관계인가 보고...
준혁 : (놀라) 여긴 웬 일이야?
수정 : 어. 지나가다 가게가 이뻐서 들어왔어. 현숙씨, 인사해. 우리 오빠... 아니, 신랑...
현숙 : 안녕하세요.
준혁 : 아, 네... (인사하고)
수정 : 여기 단골이구나. 같이 들어가면 되겠다.
희재, 상황을 파악하려고 준혁과 시선 교환하지만 알 수 없다.
수정 : 우리 오빠 뭐 시켰어요?
희재 : 맥주요.
수정 : 취소하구 잔 하나 주세요. (와인) 이거 같이 마시자. 어, 다 마셨네. 같은 걸로 하나 더 주세요.
희재 : 네... (와인 창고로 가고)
준혁 : 화장실 좀... (화장실로 가고)
현숙 : 자기 깜짝 놀랬겠다.
수정 : 글쎄 말이야. 여기서 다 만나냐. 하긴 병원 근처니까...
수정, 준혁이 가는 쪽을 보는데...
S#56. 화장실
준혁, 핸드폰을 하고 있다.
준혁 : 어떤 거 같아?
희재 : (F) 모르겠어. 우연인 거 같기도 한데... 자긴 어떤 거 같애?
준혁 : 글쎄... 우연이겠지? 지금 분위기가 그렇잖아.
S#57. 와인 창고
와인 창고에서 희재, 전화를 받고 있다.
희재 : 그럼, 자연스럽게 행동해. 내가 좀 볼게. (힐끗 돌아보면)
바에 앉은 수정과 눈이 딱 마주치자 미소 짓고.
수정, 역시 미소를 지으며 백에서 핸드폰을 꺼내서 단축번호를 누르는데...
희재, 무슨 직감에 핸드폰을 재빨리 끄면서 돌아서고 계속 통화하는 척한다.
수정의 핸드폰 액정에 ‘외과 허준’이라고 뜨고...
S#58. 화장실 앞
준혁, 벨이 울리자 습관적으로 다시 받으려다 화면을 확인하면... '수정아씨' 뜬다.
준혁, 이상한 예감을 느끼고 전화를 받으며 바 쪽으로 걸어간다.
준혁 : 어... 왜?
수정 : (F) 아, 아니... 얼른 오라구...
준혁 : (대답 안하고 빨리 걸어간다)
S#59. 와인 바
희재, 와인을 가지고 돌아오면...
수정, 당황하면서 전화를 하고 있다.
수정 : 여보세요? 자기야...?
희재 : (눈치채고) ...
준혁 : (수정의 바로 뒤에 와서) 나 여깄어...
수정 : (놀라 돌아보며) 어... 전화가 끊어진 줄 알구... 앉어....
준혁 앉으며 희재와 눈빛을 교환하는데...
S#60. 병실 복도
도영, 급하게 걸어가는데 윤진, 뛰어온다.
윤진 : 선생님...
도영 : 아, 오셨어요?
윤진 : 진주는요? 갑자기 왜...?
도영 : 폐렴이 왔어요.
윤진 : 그럼 어떻게 되는 건데요?
도영 : ... (말을 잇지 못하고)
윤진 : (조심스럽게) 맞는 항암제 못 찾으셨어요?
도영 : 찾아야죠...
윤진 : 찾기만 하면 나을 수 있는 건 가요?
도영 : 간하고 신장 기능은 살아있는데... 폐렴이 호전될 거 같지 않네요. ...그래도 하는데 까진 해 봐야죠.
(병실 앞에서) 여기예요.
도영, 윤진 병실로 들어가고 ...
S#61. 1인 병실
도영과 윤진, 들어오면...
진주, 힘겨운 상태인데 겨우 손을 들어 조그맣게 흔든다.
윤진, 눈물을 참으며 다가가 진주 손을 잡아준다.
S#62. 와인바
테이블 위에서 눕혀진 와인병이 돌고 있다.
준혁, 수정, 희재, 수정 친구가 테이블에 둘러 앉아있다. 다들 취한...
병이 멈추면 병 입이 수정을 가리킨다. 박수가 터지고...
수정 : 아... 또 걸렸네.
수정 친구 : (와인 잔 주며) 원 샷! 원 샷!
수정 : 흑기사 쓸래요. 오빠. (하며 건네주면)
준혁 : 어... (받아서 마시는)
수정 친구 : 너무 멋지다.
수정 : (엄지손가락) 최고지 뭐. 자... (병 돌리고)
병이 돌다 이번엔 희재를 가리키고....
수정 : (와인 잔을 건네고) 걸렸다...
희재 : (얼굴에 부채질) 아... 너무 많이 마셨는데...
수정 : 그럼, 흑기사 쓰셔야겠네요. 우리 오빠 빌려 드릴까요?
희재 : 네? (하고 준혁을 힐끗 보면) ...
준혁 : (어이없다는 듯 웃고) 남편 너무 부려 먹는다?
수정 : 에이... 매너 좋잖아. 흑기사 부르세요. 자기, 해줄 거지?
준혁 : 해드릴까요?
수정 : (살피는) ....
희재 : 고맙지만 사양할래요. 저도 저만의 흑기사가 있거든요. (문소리가 들리면, 고개 돌리고) 저기 떴네요!
우람한 덩치의 사내가 들어오고, 희재, ‘오빠’하며 달려가 반긴다.
수정, 준혁의 표정을 살피지만, 오히려 미소 짓고...
수정, 헛짚었단 생각이 드는데...
S#63. 상담실
도영, 은혜, 탈진한 진주모, 대화중이다.
도영 : 지금 상황에선... 열을 떨어뜨리고, 항생제를 써서 폐렴을 치료하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진주 모 : (넋을 잃은 듯) ... 항암제는요? 그것도 안 돼요?
은혜 : 지금으로선 늦었어요.
진주 모 : ... 그래도 마지막으로 ... 뭐 없어요? 우리 진주, 이렇게...이렇게 보낼 순 없잖아요. 선생님...
도영 : ....
진주 모 : 기적이란 것도 있잖아요. 우리 진주한테 없으란 법 없잖아요. 그쵸? 뭐든 해주세요. 도와주세요... 선생님...
도영 : (고개를 숙이고) ...
진주 모 : (울음과 함께 도영에게 매달리고) 우리 진주... 이뻐하셨잖아요. 살려주세요...
우리 딸... 이대로는 못 보내요... 선생님... 제발요...
도영, 은혜, 마음이 아프고...
S#64. 병실 앞
도영, 진주 모, 은혜와 걸어오고...
도영 : 힘드시겠지만... 강한 모습 보여주세요. 그래야 진주한테 힘이 될 겁니다.
진주 모 : ... 어린 게 저보다 더 강해요. 오히려 제가 자꾸 무너져서... (울컥)
은혜 : 그럴수록 더 힘내셔야죠... (다독여준다)
진주 모, 눈물 닦고 심호흡을 한다.
S#65. 1인 병실
윤진, 진주를 돌보고 있는데... 도영, 진주 모, 은혜가 들어온다.
윤진 : 방금 잠들었어요.
도영, 진주 옆에 와서 청진을 하고...
도영 : (청진기 빼며) 호흡은 많이 안정됐으니까 좀 지켜보도록 하죠. (은혜에게) 하선생, 바이탈 수시로 봐주고.
은혜 : 네.
도영 : (진주 모에게)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 주세요.
도영, 돌아서는데... 어느 새 잠이 깬 진주, 가까스로 도영의 가운을 잡고 있다.
도영 : ...?
진주 : (힘없는) 사... 살려... 주세요.
도영, 굳어버리고...
윤진, 진주 모, 은혜... 할 말을 잃는데...
S#66. 달리는 수정의 차 (밤)
수정의 차가 달린다. 준혁, 웃음소리 터지고...
대리 운전사 운전하고, 뒷좌석에 준혁과 만취한 수정이 타고 있다.
준혁 : 내가 그랬다고? 정말?
수정 : (취해서) 내가 똑똑히 기억해. 집에 가기 싫어. 오늘은 너랑 같이 있고 싶어. 니네 집으로 가자.
준혁 : (운전석 슬쩍 눈치보고) 설마...
수정 : 정말이라니까.
준혁 : 참내... 아저씨 앞에서... 죄송합니다. 아저씨...
운전사 : (E) 아, 아닙니다...
준혁 : 하여간... 이걸 그냥.. (양 뺨을 잡고 흔든다) 으이구... 귀여워.
수정 : 왜 이래? 얼렁뚱땅 넘길 생각 마?
준혁 : 집에 가서 얘기해 줄게. 후후후...
수정 : 지금 얘기해... 얼른...
준혁 : 아이 참... 집에 가서...
수정 : 나 화낼 거야... (째려본다)
준혁 : 아... 정말... (머리를 긁적이고) (마지못해 귓속말로) 집에 가기 싫어. 오늘은 너랑 같이 있고 싶어.
...우리 연애할 때 항상 하던 말인데... 기억 안나? 어휴 바보...
수정 : ...! (민망, 가슴팍을 때린다) 몰라.
준혁, 웃으면서 슬쩍 수정을 곁눈질로 보는데...
S#67. 와인 바
희재, 홀로 바에 기대 멍하니 정면을 응시하고 서 있는데...
S#68. 준혁의 집
준혁, 수정을 안고 들어와 내려놓으려는데...
수정 : (목을 끌어안고) 조기 소파까지... 안 그럼 도와달라던 거 안 해.
준혁 : 으이구... 또 하나 잡았지...
준혁, 소파에 수정을 내려놓고, 자기는 옆에 소파에 털썩 앉는다.
수정 : 근데 내가 뭘 도와줘야는데?
준혁 : 자기만 할 수 있는 거.
수정 : 나만? (맹하게) 내가 뭘 할 수 있지...? 나 별로 할 줄 아는 거 없는데... 지금 나 놀리는 거지?
준혁 : (수정의 어깨를 감싸고) 자기가 왜 할 줄 아는 게 없어. 다 잘하지...
그 중에서도 이번 일은 자기라면 최고로 잘 할 일이야...
수정 : (좋아라) 정말? 자기가 칭찬해주니까 나 뭐 된 거 같다. 헤헤...근데 도와주면 뭐해줄 건데...? (묘한 시선으로 보면)
준혁 : (바짝 다가와) ... 이~쁘게 봐 줄게.
수정 : 뭐?! (쿠션으로 퍽 때리고)
S#69. 병원 테라스 (밤)
은혜, 앉아 있고.
동일, 추운 듯 오들 거리며 캔 커피 품에 안고 와 건네며 앉는다.
동일 : 추운데 들어가서 마실까요?
은혜 : 아니, 바람 쐬고 싶어. 추우면 넌 들어가.
동일 : 하나도 안 추워요. 근데 선배, 당직 아닌데 왜 아직 안 들어갔어요?
은혜 : 어... 진주알지? 응급으로 들어왔거든. 최 교수님, 계속 캐어 하시는데 어떻게 먼저 들어가. (하다)
근데 나 오늘 당직 아닌 거 어떻게 알았어?
동일 : 그게... 어떻게 알았더라... (말 돌린다) 최 교수님 정말 대단하시죠?
은혜 : 대단하시지. 환자들한테 그렇게까지 맘 쓰는 거 아무나 못 해.
동일 : 나도 얼른 그런 걸 배워야 하는데...
은혜 : 넌 잘 할거야. 남 생각 먼저 하는 거 니 특기잖아.
동일 : (은근히) 좋은... 거죠?
은혜 : 좋지 그럼... (하며 어깨 아픈 듯 툭툭 친다)
동일 : (그윽하게 보며) 저도 선배가 좋...아... (자신도 놀라) 그게 아니라...어깨 아파요? 내가 해줄게요.
(뒤로 가서는 막상 손을 못 대고 발발..)
은혜 : (다 알고 웃는. 돌아보지 않고) 뭐하냐? 팍팍 주물러봐.
동일 : 네... (주무르는데... 기분 좋아 죽는다)
이때, 건하와 민승이 지나다 이 모습을 보고 밖으로 나와 옆을 지나치며...
건하 : 아휴... 왜 이렇게 어깨가 아프냐...
민승 : 형... 난 허리 끊어지겠어... 누가 좀 주물러 주면 좋~겠는데...
동일, 기겁을 하고.
은혜, 뭐야...하는 표정으로 들어가고.
동일, 잡지도 못하고 죽을 상을 한다.
건하, 민승 낄낄 거리고.
S#70. 1인 병실
베드 위 스탠드만 켜진 어둔 병실 안.
진주 모, 침대에 엎드린 채 자고 있고...
도영, 진주를 청진하고... 수액을 점검한 후... 옆에 앉아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
INS) 병원 전경 (아침)
S#71. 병원 일각
벽에 심포지엄 포스터가 붙어있다.
준혁, 출근하다가 보면, 민승과 동일 포스터를 붙이고 있다.
준혁 : 의국장은?
민승 : 아, 안녕하세요. 네, 펠로우들 모임 갔습니다.
준혁 : 왜?
민승 : 아주 중요한 일이라고만 하던데요.
준혁, 무슨 일인지 안다는 듯 끄덕이고...
S#72. 계단식 강의실
건하, 강단에서 일장 연설 중이다.
건하 : 물론 외과과장 선거기 때문에 저희과 문제긴 하지만 이주완 과장님부터 지금 이게 2대짼데...
먼 얘기 같지만 언젠가는 여기 있는 우리 모두가 당사잡니다. 타교 후보라니 말이 됩니까?
강의실에 앉은 펠로우들, 진지하게 끄덕이고 있는데...
S#73. 병원 로비
준혁, 걸어가다 유필상과 약리학과 과장 송계현을 만난다.
유필상, 윙크하면 공손히 인사를 한다.
준혁, 돌아보면 유필상 뒷짐에 손가락으로 오케이 표시...
S#74. 약리학 연구실
유필상, 약리학과장 송계현을 만나고 있다.
유필상, 연구실을 둘러보며...
유필상 : 제약 회사하고 공동으로 진행하려던 프로젝트 결렬됐다면서?
야... 기초를 너무 무시하는 거 아냐? 의학의 기본을 말야...
송계현 : 그러게 말입니다... (한숨)
유필상 : 부원장하고 긴밀한 협조가 안 되고 있어서 그런 걸 거야.
약리학과 일들이 잘 되려면 내과 수장인 부원장하고 친해야 하잖아.
송계현 : 그야 그렇죠... (궁금하다)
유필상 : 아까 부원장을 잠깐 만났는데, 병원 신축건물에 약리학과를 옮길까 말까 그러드라구.
송계현 : 네? 정말입니까?
유필상 : 어...뭐 확정된 건 아니고... 무슨 과인지는 모르겠는데, 약리학과 하고 저울질 하고 있는 거 같더라구.
송계현 : (불안한) ...예...
유필상 : 내가 한번 알아봐 줘?
송계현 : 그럼, 저야 고맙죠. 잘 좀 말씀해주세요.
유필상, 미소 짓는다.
S#75. 한식당 (낮)
주완과 독대 중인 노민국
주완 : 이번 심포지엄에서 적당한 연제를 가지고 발표를 해줬으면 해.
노민국 : .... 죄송합니다만... 전 안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주완 : 아니 왜?
노민국 : 제 생각에 이 심포지엄은 본래의 의미보다는 전시효과 쪽을 보는 것 같아서요.
주완 : 그렇다면 더더욱 하는 게 좋지 않겠어? 난 자네가 진정한 학자의 면모를 보여주길 바라고 있는데.
노민국 : 장준혁 교수가 그런다 해서 저까지 편승하고 싶지 않습니다.
주완 : 그건 인정해... 하지만 저쪽에서 차마 할 수 없는 추한 짓을 마다하지 않고 있으니...
노민국 : 지금 상황이 좋지 않은 건가요?
주완 : (시침떼고) 아냐 아냐... 좋지 않긴... 저쪽에서 어떻게 나와도 문제없어.
노교수 같은 인재를 어렵게 모셔왔는데 폐가 되는 일이 있어서야 쓰나.
또, 추천해주신 오남기 교수한테도 마찬가지고 말야... 허허허... (얼른 물을 쭉 마신다)
S#76. 교수실 복도
주완, 힘없이 걸어오다가 준혁을 발견한다.
준혁, 자신감으로 걸어오다 정중하게 인사하고는 지나간다.
주완, 돌아보면서 표정을 일그러뜨리는데...
S#77. 달리는 차
수정, 용길 처 태우고 운전하고 있다.
용길 처 : (뒷자리를 보며) 저거야?
뒷좌석에 선물들이 있다.
수정 : 네...
용길 처 : 내껀 없어?
수정 : (당황하며) 아... 나중에 좋은 걸로 사드릴게요.
용길 처 : 농담이야. 생리학과하고, 면역학, 해부학과는 서로 대학 동창들이라 가격 차이나는 거 줬다간 난리나.
수정 : 네, 선물은 별거 아니구요. 안에 상품권 넣었어요.
용길 처 : 그래, 잘했다. 우리 총무 보기보단 영리한 구석이 있네?
수정 : 헤헤...
용길 처 : 그래, 바보 산수 때보단 훨씬 노련해 보여.
수정 : 네?... 네에... (웃는)
S#78. 일식집 룸
혈청학과 김경진, 미생물학과 이정학이 유필상을 만나고 있다.
유필상 : 아, 용단을 내려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김경진 : 우리야 뭐... 꼭 돼야 할 사람을 찍는 것 뿐이니까.
유필상 : 그렇죠. 요즘은 올바른 표 하나 구사하기도 힘들다니까요. 흠흠...
유필상, 헛기침을 쎄게 하며 문을 보면, 반응이 없다.
다시 헛기침을 크게 하면, 민원장이 케잌 상자 2개를 들고 들어온다.
혈청, 미생물 깜짝 놀라고...
유필상 : 장준혁이를 사위로 둔 분입니다. 민충식 원장님이세요.
민원장 : 인사드리겠습니다. 민충식입니다. (서로 악수하고)
유필상 : (케잌상자 나란히 놓으며) 아, 무겁네... 무슨 케잌이 이렇게 무거워.
김경진, 이정학, 돈이 낯설다는 듯 시선 처리를 못하는데...
S#79. 중국집 룸
용길 처, 수정이 보는 앞에서
세 명의 귀부인이 각각 선물 상자를 들고는 서로 눈치를 본다...
귀부인1 : 흠흠... 나중에 봐도 되죠?
수정 : 그럼요.
귀부인2 : (얼른 치우며) 나도 그래야겠네.
용길 처 : 그래, 그래요. 집에 가셔서들 보시고... 맛있는 거 시켜 먹죠.
(메뉴판 보며) 요즘 몸이 허해 진 거 같애... 나 좀 마르지 않았어요?
귀부인들 : (어이없지만) 네...
수정 : (마지못해) 그러신 거 같애요... 많~이 드세요...
S#80. 일식집 밖 (저녁)
혈청학, 미생물학, 각자 케잌 상자를 들고 공범자가 된 듯 겸연쩍게 나선다.
헛기침을 하면서 각자 기사가 딸린 차에 타고 간다.
S#81. 민원장의 차
민원장, 뒷자리에 여유 있게 앉아 전화하고 있다.
민원장 : 내가 누구냐, 민충식이라 이 말씀이지...두 표 건졌다. 두 표...하하하...걱정 붙들어 매...
S#82. 준혁 교수실
준혁, 건하와 함께 있는데 전화 받고 있다.
준혁 : 네, 아버님... 알겠습니다. 들어가세요... (끊고, 건하에게) 그래, 얘기는 잘 됐어?
건하 : 네, 모두들 확실하게 알아들었습니다. 아무래도 자기들 미래가 걸린 얘기니까. 남다르게 받아들이더라구요.
준혁 : 수고했어.
문자메시지가 띵똥 오면, ‘임무 완료! 맛있는 거 사줘. -수정 아씨-’
준혁, 끄덕이며 기뻐하고... 건하, 왜 그런가 보는데...
S#83. 오경환의 집
유정진, 초조하게 서 있는데... 며느리, 나온다.
며느리 : 서재로 들어오시래요.
유정진 : 네. (하고 따라가고)
S#84. 오경환의 서재
유정진, 들어오면 오경환, 앉은뱅이 책상을 앞에 두고 앉아있다.
유정진 : 연락도 없이 불쑥 찾아봬서 결례가 된 건 아닌지...
오경환 : 그건 괜찮은데... 뭐 병원에서 하지 못할 말이라도 들고 왔어?
유정진 : (뜨끔) 꼭 그런 건 아니고... 실은...이번 선거 때문에 이주완 과장님께서 많이 걱정을 하시는데
그냥 보고만 있기 뭐해서요.
오경환 : 걱정이라니?
유정진 : (괴로운 척 하는데) ...
며느리, 차를 들고 들어와 놓는다.
(시간경과)
오경환 : 흠... 노민국 교수 같은 인재라면, 당연히 그런 생각도 들겠지.
유정진 : 하지만 인정상 제자 중 한명을 선택해야 하니까...
오경환 : 투표를 인정으로 해서 쓰나.
유정진 : 물론 그렇죠. 하지만 무시 할 수만도 없는 게 있잖습니까? 그러다보니 노민국 교수같은 인재에겐
눈조차 돌리기 어려운 입장이 되신 것 같습니다.
오경환 : 그런 건 본인 마음 먹기에 달린 거지 누가 대신 선택해줘서 될 일은 아니지.
듣고 보니 유과장이 신경 쓸 문제도 아니군 그래...
유정진 : 그래도 가능하다면... 오 교수님께서 힘을 보태주십사 하고...
오경환 : 이주완 과장이 부탁하던가?
유정진 : 아닙니다. 이과장님께선 제가 여기 온 사실도 모르십니다.
말씀드렸듯이 제가 가만 보고만 있을 수가 없어서 이렇게...
오경환 : 난 내 한 표를 적합하다 생각하는 후보에게 쓰는 것 말고는 할 일은 없다고 생각하는데?
유정진 : (조심스럽게) 그러시다면... 노민국 교수 쪽을 생각하시는 겁니까?
오경환 : 그걸 말하면 선거를 뭐하러 해?
유정진 : 아, 네...
오경환 : 근데, 임상 쪽 예상표는 어떻게 되나?
유정진 : 네... 장준혁 8표, 노민국 5표, 문상명 3표 정도로 예상 중입니다.
오경환, 끄덕이며 그 숫자를 메모지에 적어 넣는데...
S#85. 일식집
유필상, 준혁, 민원장이 있다.
유필상 : 임상은 그렇고... 기초에서 장준혁 8표, 노민국 6표, 문상명 1표 정도가 나올 거야.
민원장 : 그럼 우리 장교수가 16표, 노민국이 11표, 문상명 4표...당선이네요. 당선!
준혁 : (기쁘고) ...
유필상 : 아, 쉽지 않았어. 후후...
민원장 : 아휴 알죠, 알죠... 이제 내일 뚜껑만 열면 되네요. 이거 미리 축하주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유필상 : 후후... 내일 마십시다. 내일 한꺼번에 몰아넣지 뭐.
민원장 : 그것도 좋죠. 하하하... (준혁에게) 잘 된다고 했지.
준혁 : (고개 조아리며) 고맙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유필상, 민원장, 흐뭇한데...
S#86. 오경환 집 밖 (밤)
유정진, 나와서 차에 오르면...
뒷자리에 몸을 숨기고 있던 주완이 몸을 슬그머니 일으킨다.
유정진 : (고개를 절래절래) 역시나 뚫기 힘든 벽이네요. 오교수님은...
주완 : (끄덕이고) ...
유정진 : 이제 어떡하면 좋을까요?
주완 :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지...
유정진 : 특단의 조치...라면...?
주완 : 전에 얘기 했었죠. 상대를 배려하면서도 우리 후보를 부각시킬 수 있는 복안이 있다고... 걱정 마세요. (결연한 표정)
S#87. 와인 바 앞
희재가 준혁의 차에 오른다.
준혁 : 샴페인 가져왔지?
희재 : (꺼내 보이며) 한 병 밖에 없는 건데... 미리 땄다가 내일... 무르게 되면 알지...?
준혁 : 후후, 무슨 소리! 걱정 마. 내일은 이 장준혁의 날이 될 테니까.
준혁, 미소와 함께 출발하고...
(몽타쥬) 차 안에 탄 주완과 준혁의 얼굴이 번갈아 교차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