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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民以食爲天(민이식위천)’
‘먹는 것이 만백성의 하늘’이란 뜻이다. 누가 뭐래도 우리 민족에게 먹는 것의 기본은 ‘쌀’이다. 세계적으로 재배되는 벼의 대부분은 아시아 원산의 사티바(sativa)종으로 중국 양자강 유역에서 9,000여 년 전부터 재배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사티바는 세계의 3대 벼인 인디카, 자포니카, 자바니카로 분화되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알갱이가 둥글면서 짧고 끈기 있는 자포니카 종을 재배한다.
- 세계적으로 벼의 평균 수확량은 10a당 369kg으로 집계되나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650kg으로 가장 높은 수준의 수확을 올린다. 우리나라의 재래 벼는 보릿고개를 벗어나게 한 통일벼가 탄생하면서 본격적으로 자연적인 진화에서 인공적인 진화단계로 탈바꿈했다. 인공적 진화는 시대적인 요구에 따라 먹거나 재배하기에 좋은 특성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가는 육종의 과정을 의미한다.
1945년 광복 이후 격동의 1960년대까지 벼의 육종은 수확성이 정체되어 국민들의 배고픔을 해결하기에는 미흡한 수준이었다. 통일벼가 개발되고 보급된 1977년에야 국가적인 숙원사업인 식량자급이 달성되었다.
통일벼는 키가 작으면서도 줄기가 두텁고 잎이 크며 곧게 뻗어 태양빛을 이용하는 효율이 높아 이전에 재배되었던 자포니카 품종에 비해 30% 이상의 많은 쌀을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1972년 처음으로 농가에 보급되기 시작한 통일벼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1976년에는 3,621만 석의 수확량을 기록했고 우리나라의 쌀 자급을 성공시켰다.
1977년에는 전국 평균 10a당 494㎏의 수확으로 세계 최고 기록을 세웠고, 1978년에는 전국의 논 76%에서 통일벼를 재배해 10a당 평균 생산량이 500㎏에 근접했다. 비약적인 쌀 증산을 이끌어 역대 최고의 수확을 올린 1977년에는 정부가 ‘녹색혁명 성취’를 선포했고 쌀 생산량은 1971년 대비, 무려 50%가 늘어났다.
통일벼의 개발은 학문적으로도 세계 벼 육종의 역사에서 획기적인 사건이었고 그 중심에는 서울대 농대의 허문회 교수가 있었다.
그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줄기찬 집념으로 수백 가지의 서로 다른 교배 조합을 시험한 결과 전 세계의 벼 육종가들이 놀랄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허문회 교수는 27번째 ‘과학기술인 명예의 전당’에 헌정되었고, 그가 개발한 통일벼는 지금도 통용되고 있는 50원짜리 동전에서 숨을 쉬고 있다.
2015년, 지금은 벼의 수확량이 넘쳐 고민을 해야 하는 어려움에 당면하고 있다. 쌀의 재고(在庫)가 계속 쌓이고 쌀값이 폭락해 쌀 감산(減産)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높아졌다. 현재 우리의 농업기술은 색깔이 들어 간 유색미와 어린이 성장에 도움이 되는 쌀, 알코올을 분해하는 데 효과가 탁월한 기능성 쌀을 생산해 내고 있는 수준이다.
벼는 밀, 옥수수와 함께 세계 3대 식량작물 중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자급이 가능한 작물로 국가의 식량안보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기후변화 같은 어떠한 역경에서도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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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뉴 영양돌솥밥 1만~1만5,000원 전화 043-532-0767 찾아가는 길 충북 진천군 백곡면 백곡로 835-8
- 1 곰가내
충청북도 밥맛 좋은 집 우수 모범업소
충청북도 중북부에 위치한 진천은 예로부터 수해와 한해가 없는 천혜의 자연환경과 비옥한 농토, 후덕한 인심 등으로 명성이 자자한 고장이다. 무제산은(574m)은 진천읍과 진천 이월면, 백곡면의 경계를 이루는 산이다.
무제산의 남쪽 정상 부위에서 가까운 백곡면에는 ‘생거진천자연휴양림’이 있고 산 아래 34번국도로 내려오면 충북에서 가장 많은 물을 담수할 수 있다는 백곡호가 있다. 친환경적인 개발을 통해 멋진 풍광을 자랑하는 백곡호는 잉어의 입질이 탁월하다는 정평이 나 있는 낚시터이기도 하다.
백곡로 34번국도변에는 진천 식도락가들의 자랑이라는 ‘곰가내’라는 식당이 성업 중이다. 토속 향기 물씬 풍기는 식당 안으로 들어가면 안주인 임명희(林明喜)씨가 손님들을 반갑게 맞는다. 처음 찾아간 손님들도 십년지기의 언니나 누나를 만나는 기분일 것이라는 게 이 집을 추천했던 분의 설명이다.
‘진천군 지정 생거진천쌀밥집’을 위시 수많은 타이틀을 갖고 있는 곰가내에서는 친환경 유기농 쌀(참새마루)과 국내산 김치, 우리 콩만을 사용한다. ‘곰진지상’을 먹을 수 있는 업소라기에 몹시 궁금했는데 식탁에 차려져 나온 음식은 돌솥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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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뉴 7첩상 1만2,000원(2인 이상). 9첩상 1만5,000원(2인 이상). 12첩상 2만~2만5,000원(4인 이상) 전화 043-534-6388 찾아가는 길 충북 진천군 진천읍 상산로 55-1
- 2 예원한정식
생거진천 화랑밥상을 만난다
진천은 비옥한 양질의 토양에 수리시설이 잘되어 있다. 이런 환경에서 친환경 농법으로 생산한 ‘생거진천쌀’은 윤기와 찰기가 뛰어나 밥맛이 가히 천하일품이다. 생거진천쌀은 전국 으뜸농산물품평회에서 여러 차례 대통령상을 수상했고 품질인증마크도 획득했다. 그만큼 생거진천쌀 ‘러브미(LOVE米)’에 대한 진천사람들의 자긍심은 대단하다.
이 인증마크는 농림부가 후원하고 한국소비자연합회가 주관하여 부여하는 마크다. 전국 1,200여 종류의 쌀 브랜드에 대한 품질, 밥맛, DNA분석을 거쳐 소비자의 기호도와 선호도 등을 종합해서 상위 12개만을 선정하는 마크인 만큼 이 마크가 붙은 진천의 쌀이라면 전국 최고의 쌀임을 자부한다.
진천군에서는 이 쌀로 지은 쌀밥집 여러 곳을 지정해 놓았다. 진천 읍내 중심가 읍내리 1구 골목 안에 있는 ‘예원한정식(대표 정지순)’도 그중 한 곳으로 점심시간이면 자리를 잡기가 어려울 정도다.
진천은 삼국통일의 위업을 이뤄 낸 신라의 김유신(595~673) 장군이 태어난 곳이다. 진천의 서단, 만뢰산 자락에는 생거진천 화랑촌이 조성되어 있다. 진천군에서는 화랑과 쌀을 연계해 ‘생거진천 화랑밥상’이라는 한정식 기본메뉴도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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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뉴 붕어찜 1만3,000~1만7,000원. 도리뱅뱅이 1만8,000~2만 원 전화 043-532-6171 찾아가는 길 충북 진천군 초평면 초평로 1053
- 3 단골집
조선왕실 보양식 붕어찜 천국
낚시터로 유명한 초평호 주변에는 붕어찜마을이 형성되어 있다. 이곳에는 붕어찜을 전문으로 차려내는 업소가 19곳에 달하는 ‘붕어찜 천국’이다. 붕어찜은 오래 전부터 내려오는 보양식 중 하나다. 조선조 때 왕명의 출납(出納)을 맡아 보던 관청 승정원(承政院)의 <승정원일기> 등 왕실 기록에는 ‘붕어찜을 왕실의 보양식으로 먹었다’는 구절이 나온다.
왕실의 보양식이라 하면 특별한 음식으로 알기 쉽지만 사실은 특이하거나 구하기 힘든 음식들만은 아니었다고 한다. 이것은 조선 왕실의 절제된 음식문화를 보여 주는 한 단면인데, 인조, 영조, 효종 때 이 붕어찜에 대한 기록이 여러 번 나오고 나중에는 민간에도 널리 퍼졌다는 것이다.
1881년(고종 18년)에 간행된 부녀자의 생활지침을 위한 순 한글판 사전 <규합총서(閨閤叢書)>에는 붕어찜에 관한 내용이 소상하게 소개되어 있다. 조선조 17대 임금 효종 즉위년(1649년)에는 신하들이 중전에게 보양을 위해 붕어찜을 권하면서 ‘붕어찜은 비위(脾胃)를 보하고 원기를 회복시키는 성약(聖藥)’으로까지 치켜세우기도 했다.
초평호는 광복 이후 축조된 저수지로 1985년 증설되면서 낚시터로 크게 각광 받게 되자 낚시꾼들이 몰려 왔고 마을에서 이들에게 먹거리를 제공하게 된 것이 붕어찜마을이 형성된 내력이라고 한다. 그래서 당시 문을 연 음식점들은 모두가 원조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중 ‘단골집’은 제2대 업주 황근철・ 연금자씨 내외가 대를 이은 붕어찜의 본가로 충북도에서 지정한 ‘대물림 업소’다. 진천군에서 지정한 향토맛집으로 도에서 주관한 향토음식경연대회에 붕어찜을 출품해 수상한 것을 큰 자랑으로 내세우고 있다. 붕어찜이 대표음식이지만 메기찜과 각종 매운탕도 차려낸다.
특히 충북 영동이나 충남 금산 등 금강 주변에 있는 업소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소문이 난 ‘도리뱅뱅이’도 낸다. 도리뱅뱅이란 이름은 피라미나 빙어를 프라이팬에 동그랗게 돌려서 요리한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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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뉴 물막국수 6,000원. 수육 한 접시 1만5,000원 전화 043-532-8884 찾아가는 길 충북 진천군 이월면 진광로 725
- 4 진천막국수
1년 만에 전국적 인기를 끄는 업소
무제산의 동쪽 자락에는 진천군 이월면이 위치한다. 점심시간, 이곳에 있는 진천막국수에 가보니 손님들이 번호표를 뽑아들고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건물 1~2층을 식당으로 쓰고 있는데 1층의 식탁수가 26개나 되니 한꺼번에 100명도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규모다.
개업한 지 1년, 진천에서 만난 많은 식당 주인들이 놀라움과 부러움을 나타내면서 연구대상으로 삼아야겠다고 했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음식, 부담스럽지 않은 음식값, 그리고 넉넉한 주차공간으로 손님들을 만족시킨 것이 성공의 비결인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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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뉴 토종닭백숙 4만5,000원 전화 043-532-6770 찾아가는 길 충북 진천군 초평면 초평로 983
- 5 방원가든
넘치는 인정 생거진천쌀밥집
진천은 생거진천(生居鎭川)의 ‘생거(生居)’를 특허청에 등록해 고유 브랜드로 삼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사는 고을’을 지향하고 있다.
진천은 평야가 넓고 토지가 비옥해 산물이 풍성하다. 한해와 수해가 별로 없어 농업경영이 순조롭고 인심마저 넉넉하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했던가. 1932년에 만든 진천군의 역사책 <상산지(常山誌)> 토산(土産)편에는 ‘조선시대 진천에서는 연간 6만여 석의 쌀을 수확했다’는 기록이 있다.
당시의 전국 통계는 단보당 평균 수확량이 9말3되였다는데, 진천은 11말 5되를 수확, 곡향(穀鄕)으로서의 명성을 크게 떨쳤다는 것이다. <동국여지승람>의 고적조(古蹟條)에는 ‘조선 중종조(1506~1544) 이전부터 관개용 저수지를 만들어 활용했다’는 기록도 있다.
진천군 초평면 화산리 초평호의 한반도 지형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지점에 방목 양계를 하고 있는 ‘방원가든’이 있다. 인정이 철철 넘치는 주인 윤기상씨는 자신의 양계법을 소상하게 설명해 준다. 닭장이 따로 없고 별도로 모이를 주는 경우도 없다는 것이다. 마당에 걸어 둔 종을 치면 뿔뿔이 흩어져 있던 닭들이 한 곳으로 모인다고 한다.
해가 지고 밤이 되면 닭들은 그들의 잠자리인 주변 은행나무 위로 올라가 밤을 보낸다고 했다. 그래서 밤이면 노란 은행나무 잎 사이사이로 검정색 닭들이 앉아 잠자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병아리의 부화도 집주인이 모르는 곳에서 이루어진다니 참으로 신기하다.
이 사실을 소문으로 듣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아 식당 영업이 잘 되는 편이라며 주인은 환하게 웃는다.
진천군에서 지정한 생거진천 쌀밥집이며 충북 우수모범지정업소이다. 충북 향토음식경영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한 경력도 있다.
손님들이 오면 부인 조인자씨는 재빨리 닭백숙을 만들어 낸다. 이 집에서 먹는 닭백숙이야말로 ‘진짜진짜 토종닭백숙’이다.
- 생거진천(生居鎭川)
옛날 옛적 한 여인이 용인으로 시집가서 아들 하나 낳고 잘 살다가 남편이 세상을 떠나자 진천으로 다시 시집을 가 그곳에서도 아들 하나를 더 낳고 ‘잘 먹고 잘 살았다’고 한다. 세월이 흘러 성장한 용인의 아들이 진천의 어머니를 용인에서 모시겠다고 했다.
진천의 아들이 극구 반대하자 결국은 관가의 판결을 받기로 했다. 관가에서는 “너희 어머니가 살아 계시는 동안에는 진천에서 모시고 돌아가시면 용인에 모셔가 제사 지내도록 하라”고 판결했다. 이것이 ‘생거진천 사거용인(生居鎭川 死居龍仁)’이다.
이 말에는 또 다른 이야기도 있다. 옛날에 진천과 용인에 ‘추천석’이라는 동명이인(同名異人)이 살고 있었다. 농사를 짓고 살던 진천의 추천석은 매우 착한 사람이었다. 반면 용인에 살던 추천석은 부자로 살면서도 심술이 많아 동네사람들을 못살게 굴었다고 한다.
염라대왕이 용인의 추천석을 괘씸하게 여겨 사자로 하여금 잡아오도록 했다. 그런데 사자의 실수로 진천의 추천석을 데려갔다. 이를 알게 된 염라대왕이 이번에는 용인의 추천석을 잡아들이고는 그 몸에 이미 장례까지 치른 진천 추천석의 영혼을 불어 넣고는 환생시켰다는 것이다. 그래서 진천의 추천석은 살아서 진천, 죽어서는 용인에서 살게 되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