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사칸 앞마당
리 태 근
한없이 아름다운 삶의 한마당이였다. 누가 부르지 않아도 소와 사람 들이 오손도손 모여서 고달픈인생을 담론하는 귀중한 한마당이였다. 뼈없는 사람처럼 누굴보나 헤헤 웃는 한족 채경선은 우사칸의 어엿한 주인이였다. 한쪽눈이 병신이라 사람은 잘못보지만 소라면 눈을 감고도 이름을 줄줄히 외웠다. 장님이 코끼리 만진다고 하더니 소들이 할아주는 혀끝에서 생김새와 키꼴이며 암소인지 수소인지 면봐로 알아맞춰서 <소귀신>이라 불렀다..
<짜개바지 김대장>이 개코냄새를 맏는가? 코를 헹헹거리며 우사칸 앞마당에 나설때면 사원들이 꾸역꾸역 모여든다. 꼬리없는소라고 불리우는 춘세가 마당비로 비내뿔이 궁둥이를 쓸어주며 뭐라고 소와 귀속말을 나눈다. 비내뿔이는 송아지 때부터 춘세아버지 코들빼기 김령감이 정해놓은 기둥소라 사람말을 심통히도 알아들었다.. 어쩌면 궁둥이가 푹퍼진 윤과부의 오리궁둥이를 심통이도 닮았는지 쌍둥이 송아지까지 낳아서 사원들의 총애를 받았다. 목재를 갈때면 앞다투어 차지하는 일등 암소였다.
물레뿔이는 너무 늘어져서 인삼장 최령감을 심통히도 닮았다고 <최뿔레>라고 불렀다. 얼마나 늘어진지 택개실이 할때면 누구도 차지하지 않다가도 목재판 가파로운 산길에서 집재를 할때면 앞다리를 떡 뻗디디고 안전하게 통나무를 끌어냈다. 목재판에 내세우면 사람처럼 미더운 종자소라 모두들 혀를 끌끌찬다. 소가 얼마나 미더웠으면 최령감이 자손만대 물려오던 놋밥식기를 녹여서 소방울까지 만들어 주었겟는가? 소방울 소리는 산촌의 메아리런가 날마다 사냥물을 찾던 시라소니 범도 떨러덩 떨러덩 소방울 소리가 울리면 삼십륙계 줄행랑을 놓았단다.
청산에서 사 왔다는 곤두뿔이는 일은 잘하는데 심술이 많다. 모내기 철이면 사원들은 멀건 시래기죽을 먹으면서 소들에게 찰떡을 처먹였다. 곤두뿔이는 먹지못한 귀신이 붇었는지 앞발을 곤두세우며 광기를 부린다. 그럴때 보면 생산대에 먹새가 생기면 사흘전부터 긂는다는 <개불알이>를 똑떼 닮았는가? <개불알이>는 . 개만 잡으면 정욕에 좋다고 개불알을 불에구워 먹어서 얻은 별병이다. 숱한 개불알을 먹었는데 지금까지 자식내를 하지못해서 시라소니 <개불알이>라고 허물없이 불렀다.
개불알이는 일은 거칠게 해도 먹새만 좋았다. 귀신듣게 떡소리 말라고 술소리만 들어도 술충이 올라와서 참지못한단다. 어쩌다 술잔이 생기면 개불알에게는 절때로 종지채로 내맏기지 안았다. 술종지를 권하면 사양하는척 하다가 한사발을 꿀꺽 굽을 낸다. 억지로 권하던 사람들은 닭쫒던 개 지붕을 쳐다보기다. 돼지고기도 힌비게를 개귀뛰같이 썰어놓으면 소금에 찍을 새도 없이 단숨에 사발믿굽을 낸다. 그렇게 돼지고 기를 좋아하던 개불알이는 먹을것도 못먹고 입을것도 못입고 살다가 죽었다. 사원들은 모내기 할때마다 <개불알이>를 외운다. 습개논을 써레질 할때면 먹은게없는 소들이 척척 쓰러지는 게 안타까웠다. 소들이 허벅다리까지 빠지는 습개논에서 허우적 거리며 헤여나오지 못하자 <개불알이>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논판에 뛰여들어 몸으로 써레질하였다. 격동적인 장면은 두고두고 사람들의 눈굽을 적셨다.
우사칸 둘굴소들이 모두다 흘겨보는 얄미운 노루궁둥이 빼돌이는 심통이도 윤과부를 똑떼닮아서 소들은 노루궁둥이 엉덩이만 보면 헤헤 하고 웃는다. 그렇게 힘든 택개실이도 노루궁둥이만 앞세우면 소들이 죽을둥 살둥 모르고 따르는게 이상하다. 윤과부는 일생동안 두번밖에 자식내를 하지못하였지만 노루궁둥이는 벌써 몇 배 치인지 모른다 여북했으면 평강벌에서도 노루군둥이 씨종자를 받겠다고 가을이면 귀중한 두병이며 옥수수까지 마대에 절복해서 싣고 찾아오겠는가
윤과부는 하도 말잘하고 일잘해서 나그내들이 귀여움을 받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잘생긴데 없는데 노루궁둥이는 얼굴 작시가 오골오골한게 빠진데 없이 잘생겼다 암소치고는 미녀라고 할가 둥굴소가 벌써 자기를 넘겨다 볼때면 궁둥이를 살살저으며 줄가말가 어리광을 부리는 능청스 러운 동작이 무뚝뚝한 윤과부가 왔다가 울고가겠다. 한여름에 노루궁 둥이를 방목장에 내세우면 시름놓는다. 노루궁둥이는 소에게 금지물인 박새며 가래토시싹은 절대로 먹지않는다. 다른소들도 노루궁둥가 먹다남은 풀잎에만 입을 대면서 배부르게 먹고는 마치도 집체호 호장이 부르기나 한듯 석양노울을 이고서 생산대의 우사칸으로 줄쳐서 찾아온다.
한족 소매재 채경선 령감이 된고뿔에 걸려도 하루도 쉬지않고 우사 칸으로 나오는것은 내 자식같은 소들이 저녁이면 음매! 하고 일밭에서 찾아올때 왼눈이 멀어서 잘보지 못하는 채령감을 소들이 먼저 알아 보고 달려와서 손등을 할아주고 얼굴에다 목을 들이대고 쓰다듬어 달라고 어리광을 부릴때 세상 이보다 더좋은 기분을 어데가서 느껴보랴 죽어도 소귀신이 되겠다고 우사칸이 빤히 내려다 보이는 뒤더거지에 묻어 달라던 채경선 령감은 지금은 소없는 텅빈우사칸터를 바라보며 무슨생각을 하고있을가…
아침이면 누가 부르기나 한듯 꾸역꾸역 모여들어서 오늘 하루의 일 과를 분배받고 내 자식같은 소들을 달구지에 메워가지고 받갈이며 후치질 써레질 택개실이 건조실 나무하려 산으로 들판으로 나갔다가 저녁이면 소나 사람이나 지친몸을 끌고서 꾸역꾸역 우사칸 앞마당에 모여들어 오늘낮에 있었던 소들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끝없이 늘여놓는 즐거운 우사칸이다. 그리운 시골사람들이 하루도 없어서는 살지못하는 삶의 터전 이였다.
설날이면 온 마을 남녀로소가 놋대야 괭과리를 두두리고 소버치를 꼭두각시처럼 쓰고서 옹 헤야 지화자 얼씨구 절싸구 좋다 농부일 생 무한이라고 기꺼웁게 춤을추던 우사칸 앞마당에는 언제보나 짜개바지 김대장이 멋진 쏘련딴스는 가 을 메뚜기 콩잎에서 뜀질하는듯 공기돌처럼 놀아서 배꼽이 빠질런다 곡뒤기 구멍난 삿갓쓰고 쪽지게를 지고서 모내기 타령을 부르는 개불알이 목이쉰 노래소리에 감동을 먹었던가 윤과부가 오리궁둥이를 내흔들며 달래각시 양걸춤을 추는데 채경선의 양걸춤은 더더욱 가관이구나 열두발 새끼줄로 상모를 휘날리는 춘세가 마당복판을 헤가를 때 우사칸 앞마당의 막판춤은 크라이막스로 치달아 오른다.
좋구나! 사는게 좋아서 사는지 죽는게 싫어서 사는지 소들도 좋다고 산촌이 떠나게 영각소리 신난다. 춤나온다 춤나온다 이 장단에 춤못추면 어느 장단에 춤을추랴 휘영청 밝은 보름달을 걸어놓고 바지 벗겨지는 줄도 모르고 오리궁둥이 노루궁둥이 물레뿔이 측갈이 물레뿔이 곤두뿔이 소와 사람이 엉켜서 사물놀이하던 흥겨운 내고향 생산대 우사칸 마당에서ㅡ 저건너 잔솔밭에 높고낮은 저무덤아 영웅호걸이 몇몇이며 절세가인이 누구던가 우리네 인생 한번가면 저기 저모양 델터이지 에라만수 대신 이야ㅡ 목청껏 노래부르고 마음껏 춤추던 그리운 얼굴들이 어디로 다갔을가 ? ...
아! 한없이 그리운 생산대 우사칸 앞마당이여!
2009년 9월 대보름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