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에서 얻는 온고지신 철학
- ‘인생의 깊이를 더하는 고전 읽기(이강래)’를 읽고 -
고전에 대한 사전의 뜻은 ‘예전에 쓰인 작품으로 시대를 뛰어넘어 변함없이 읽을 만한 가치를 지니는 것’이라고 풀이해 놓았다. 그래서 인류에게 위대한 업적을 남긴 선각자나 청사에 이름이 길이 빛나는 위인들은 독서를 많이 할 것을 권장하되 가급적이면 고전을 자주 읽을 것을 장려한다.
미국의 세계적인 부자 빌 게이츠도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은 우리 마을 도서관이었다. 하버드대학교 졸업장보다 더 소중한 것이 독서하는 습관이다.’라고 설파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무수히 많은 고전 작품이 존재한다. 이런 고전 명작을 찾아 읽으면 미지의 삶에 대한 방향을 제공받을 수 있고, 불확실한 미래를 환하게 밝혀주는 등불을 얻을 수도 있다. 따라서 독서는 그야말로 다다익선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볼거리나 읽을거리, 즐길거리가 지천으로 쏟아지는 시대에 무엇을 찾아내서 읽을지 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수도 있지만 세상에 널리 알려진 고전을 찾아 읽으면 후회하는 일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고전은 이미 걸작이라는 평가가 내려져 있고 누구나 읽으면 삶에 크고 작은 교훈을 얻게 된다는 사실이 널리 입증돼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개의 사람은 삶이 바쁘고 심신이 피곤하다는 이유로 책을 멀리한다. 그런데 음주가무나 휴흥향락에는 조금 바쁘더라도 참석하여 즐거움을 누리려고 애쓴다. 독서를 하지 않는 것은 바쁘거나 피곤해서라기보다는 독서 자체가 마치 학생처럼 공부하는 기분이 들어서 거부감이 들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사람들은 학창 시절에 대학 입시 위주의 교육과 사회에서의 성공을 위한 공부를 강요당하다보니 학교 문을 나서면 자연히 책을 거들떠보기도 싫어하게 된다. 예로부터 글공부하는 선비를 우대하는 학벌지상주의 사회의 폐단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만 사람은 최첨단 지식 기반 사회와 정보화 시대를 맞아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얻기 위해서 평생을 배우고 익혀야 한다. 배우고 익히지 않으면 경쟁력이 떨어져서 낙오하기 십상이다. 낙오는 패배와 동의어이기에 살아가면서 치열한 경쟁을 뚫기 위한 학습은 선택 아닌 필수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중국 고전 중의 고전인 논어에 ‘배우고 때로 익히면 기쁘지 아니한가’라는 말이 나오기는 하지만 보통 사람들에게 학습은 상당한 고역이다. 책을 생각하거나 마주하는 것 자체가 엄청난 스트레스다. 심지어 평소에는 멀쩡하다가 책만 보면 잠이 온다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하지만 치열한 글로벌 무한 경쟁 시대를 헤쳐 나가려면 독서 내지는 학습은 누구에게나 선택 아닌 필수다. 아무 책이나 닥치는대로 읽는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검증된 걸작인 고전을 제대로 골라서 읽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삶의 지혜가 생기고 난마처럼 얽힌 복잡한 세상을 헤쳐 나가는 비결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런 시대에 ‘인생의 깊이를 더하는 고전 읽기’라는 책은 좋은 읽을거리가 되기에 손색이 없다. 이 책은 나날이 생활 전선에서 분투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갖가지 시련에 처했을 때에 어렴풋이나마 해답을 얻을 수 있는 지혜가 담겨 있어서 늘 곁에 두고 들춰보기에 제격이다.
중국 고전인 사서삼경을 비롯한 채근담, 정관정요, 한비자 등에서 알맹이를 뽑아내서 읽기 쉽게 엮었으니 숨가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틈틈이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서 보기에 안성맞춤이다. 목차만 눈여겨봐도 글 내용이 한눈에 쏙 들어온다.
고전이나 역사의 기록 등은 그 분량이 워낙 방대해서 어떤 순서로 읽어나가야 좋을지 감을 잡기가 쉽지 않다. 특히 중국 고전에서는 그런 느낌이 더욱 강하게 다가온다. 요즘과 같이 분주하게 돌아가는 시대에 생계 유지가 바쁜 사람들에게는 고전 읽기는 거의 고문과도 같을 수가 있다.
이 책은 중국 고전의 핵심 내용만을 간추려서 엮었기에 정신 없이 바쁜 현대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전혀 부담 갖지 말고 편안한 마음으로 하루에 한 페이지씩만 읽어도 어휘력이 풍부해지고 식견이 넓어지며 삶을 대하는 가치관이 달라질 수 있다.
옛날 것이라고 모두 고루하거나 시대에 뒤떨어진 것은 절대 아니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는 말처럼 옛날 것을 익히고 그것을 통해서 새로운 것을 알아내서 우리가 바르게 나아갈 방향을 짐작해 볼 수 있다.
고전을 읽다 보면 주옥 같은 명언이나 삶에 교훈이 될만한 글귀가 밤하늘의 별처럼 수두룩하다. 멋진 글귀를 대하다 보면 저절로 탄성이 나온다. 이래서 고전명작이구나 하는 마음이 불현듯 생긴다. 고전으로의 진정한 가치를 알게 돼 타인에게 읽게 하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나도 일상생활 틈틈이 시간 내서 집 주변 도서관을 찾아 고전을 즐겨 읽곤 한다. 사실 어떤 책이든 글을 읽는다는 것은 상당한 노력이나 정성이 필요하다. 책을 선택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자리를 잡고 조용히 앉아 읽으려면 마음의 평정과 함께 지극한 인내가 필요하다. 머리에 온갖 잡념이 가득찬 상태로는 한줄도 제대로 읽지 못한다.
만물의 영장이라지만 사람은 누구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근심이 있고 혹시 닥쳐올지 모를 위기나 시련에 대한 공포가 있다. 그렇지만 꾸준하게 고전 읽기에 심취하다 보면 어렴풋이나마 미래에 대해서 예측할 수 있고 위기에 직면했을 때에 적절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낼 수 있는 방법을 얻게 된다.
내가 고전을 읽으며 찾아낸 가장 가슴에 와닿는 글귀는 명심보감에 나오는 ‘심안모옥온(心安茅屋穩), 성정채갱향(性定菜羹香)’이라는 말이다. 마음이 평안하면 초가집도 따뜻하고, 성품이 안정되면 나물국도 향기롭다는 뜻이다.
그리고 채근담(菜根譚)에 나오는 ‘대인춘풍(待人春風), 지기추상(持己秋霜)’이란 말도 가슴을 때린다. 남을 대할 때 봄바람처럼 부드럽게 하고, 자신을 대할 때는 가을 서리같이 엄격해야 한다는 뜻이다.
고전을 읽다 보면 정말로 가슴을 탁 치게 만드는 처세에 조언이 될만한 글귀가 많다. 그런 글귀는 복잡다기한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이 삶의 철학이나 인생의 좌우명으로 삼아도 될 정도로 진리와 교훈이 보석처럼 번뜩인다. 고전을 읽으며 선현들의 발자취나 그 시대상을 미력하게나마 짐작하는 것도 쏠쏠한 재미의 하나다.
평균수명 백 세의 초고령 시대에 이제 겨우 인생을 절반가량 살았는데 ‘오늘은 내 남은 생애 가운데 가장 젊은 날’이기에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고전 읽기는 학습의 재미를 안겨주고 과거 선현들과의 대화를 주선 받는 느낌이다. 앞으로도 줄곧 고전 읽기를 하며 소소한 행복을 찾아나갈 생각이다.
나이 들면 빈곤, 질병, 고독, 무위에 휩싸여 고통 받기 쉽다. 고전 읽기는 이를 해결해 주는 만능 열쇠가 되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무엇이든 처음이 어렵지 일단 시도하면 알게 모르게 남다른 묘미를 느낄 수 있다.
사는 일이 지루하거나 이런저런 인간관계로 심신이 피곤하고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가 쌓일 때에는 고전 읽기로 마음을 다독여볼 것을 적극 권하고 싶다.
끝으로 중국 송나라 말기 학자 황견이 전국시대부터 송나라까지의 고시와 산문 등을 모아 엮은 시문선집인 고문진보에 나오는 왕안석의 권학문 가운데 한 구절을 옮기며 글을 마칠까 한다. ‘가난한 사람은 책 때문에 부유해지고, 부유한 사람은 책 때문에 존귀해지며, 어리석은 사람은 책으로 인해 어질어지고, 어진 사람은 책으로 인해 부귀를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