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교통네트워크 뉴스레터 칼럼]
경쟁적으로 도입하는 교통 패스, 언젠간 통합해야 한다
- 김훈배 정책위원
바야흐로 2024년은 '교통 패스의 전성기'라고 언급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토교통부에서 최초로 도입한 '알뜰교통카드'가 지금의 'K-패스'로 변경됨과 동시에 지역마다 자체 예산을 확보하여 기능을 강화한 지역 맞춤형 패스들이 경쟁적으로 도입되기 때문이다. 일단 국가적으로나 지역마다 경쟁적으로 확대되는 상황들에 대해 고무적인 건 사실이다. 애초 기본적인 목표는 이용자들의 요금 부담을 낮추는 것을 넘어 사회적으로 확대되는 기후문제에 대응한다는 취지가 담겨있다. 즉, 기후문제에 대응하는 방법 중에선 도로의 자동차를 감소시키고, 자가용 이용자를 대중교통으로 유도하여 이용률을 높이는 과정들로 온실가스 감축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지역마다 맞춤형 패스를 도입하는 것은 좋지만 너무 과하거나, 남발한다는 느낌을 보인다면 아무리 좋은 취지의 정책이라도 나중에는 퇴보할 수 있다는 점을 무시해선 안 된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지역 여건에 맞춘 패스가 잘못되었다는 점이 아니라 이용하는 시민들이 혼란을 겪지 않고, 일부 기능은 통합하여 혼란 없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현재 지역 맞춤형 패스를 도입한 지역은 서울시의 '기후동행카드'를 포함해 경기도의 '더 경기패스', 인천시의 I-패스와 광역 I-패스, 부산시의 동백 패스가 존재하는데, 서울시와 인천시의 광역 I-패스는 환급형이 아닌 정기권 형태다. 앞서 언급한 교통 패스 전성기의 시작은 기후동행카드를 도입한 서울시가 불을 지폈는데 장기적으로 지역 단위 또는 기능별로 통합해야 할 시기가 다가올 것이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서울시의 기후동행카드, 사용은 늘어나지만, 혼란은 '여전'
올해 1월 27일에 시범 운영으로 시작한 서울시의 기후동행카드. 버스와 지하철, 따릉이를 포함한 수단을 월 65,000원에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정기권 카드다. 여기서 따릉이를 제외하면 3,000원이 할인된 62,000원에 이용할 수 있으며, 지난 7월부턴 만 19~39세 청년들에 한해 7,000원을 할인한 청년 할인권. 더불어 서울로 관광하는 외국인들과 짧은 시일만 사용하는 이용자를 대상으로 삼은 단기권까지 종류를 확대했다. 시행 8개월이 지난 현재 기후동행카드는 꾸준한 발급이 이뤄지고 있으며, 이용하는 시민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상한 점은 시행 8개월이 지났지만, 시민들의 혼란은 줄어들지 않는데 그 이유가 무엇일까.
먼저 도입 과정부터 크고 작은 소음이 끊이지 않았는데, 대표적으로 경기도 및 인천시와 사전협의 없이 서울시 독자노선으로 도입한 점이다. 오로지 서울 안으로만 한정 짓는 것이 아닌 경기,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 전체를 고려하여 정책이 시행되어야 모든 시민이 누릴 수 있음에도 그런 과정을 생략한 것이다. 예전부터 서울시 버스가 경기도까지 운행하거나, 반대로 수도권에서 서울로 들어오는 노선과 철도들이 광역 단위로 연결하기에 과거처럼 따로 분리하는 것이 아닌 세 지역을 하나로 연결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기후동행카드 자체가 요금 인상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목적에서 시작된 만큼 수도권 지하철에선 신분당선을 포함하여 사용 가능한 구간과 불가능한 구간이 분류되어 있고, 반대로 경기도 구간임에도 서울시(서울교통공사) 구간이면 가능하거나, 하차 시에는 가능한 경우도 존재하여 시민과 사업장의 혼란은 여전하다. 그나마 서울시가 기후동행카드 사용이 가능한 구간과 지역을 확대하곤 있지만 글쎄, 예산과 이해관계 등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
관련하여 최근 모 언론사의 단독으로 '기후동행카드가 대중교통 활성화에 효과 없었다.'라는 제목의 기사가 보도되었는데, 초반에서 언급했지만 '자가용을 이용하다가 대중교통으로 전환된 수치' 혹은 '자가용을 이용하는데, 시범적으로 이용해 보는 시민들이 증가한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데이터가 없다는 점. 더불어 최대 150원부터 최대 700원까지의 요금을 인상한 점에 대해 시민들의 반발을 무마시키고자 도입한 '선심성' 정책이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런 비판을 피하기 위해선 결국 사용 인원을 증가시키는 점에 대해서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통상적으로 시민들이 왜 대중교통을 외면하고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분석이 시급하다.
못해도 20년째 이어진 준공영제의 고질적 병폐와 노선 소유 구조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중복노선을 없애거나, 단축해야 한다는 뻔한 말들은 그만 듣고 싶다. 시간이 흐를수록 대중교통을 외면하는 시민들이 많아지는 까닭이 단순 노선 때문만은 아닐 테니 말이다.
인천시, 두 개의 I-패스 출시? 무슨 차이인가
K-패스와 비슷한 시기에 도입한 인천광역시는 환급형과 정기권 형태를 병행하고 있다. 지난 5월 'I-패스'를 통해 월 15회 이상 이용하면 교통비를 환급하는 정책을 도입했다. 경기도의 경기 패스와 마찬가지로 인천시 예산을 별도로 추가하여 K-패스에 기능을 확대한 개념인데, 지난 8월 30일부로 정기권 형태를 추가로 도입했다. 바로 인천시를 출발하는 광역버스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광역 I-패스'인데, 환급형과 달리 기후동행카드와 같은 정기권 형태로 월 8만 원에 광역버스 무제한 이용을 통해 시민에게 편의를 제공하겠단 취지로 도입했다. 여기서 굳이 별도의 광역버스 패스까지 도입할 필요가 있는지, 특히 실효성 부분에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인천광역시는 준공영제를 2009년도에 실시하여 올해로 15년째를 맞이했는데, 도입 초기 광역버스는 준공영제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이후 코로나를 거치면서 노선별 대수가 대폭 줄어들거나, 상당수 폐지되었는데 올해 7월 광역버스에도 준공영제를 도입하여 종사자의 근로여건 개선과 대수 증차 및 운행횟수 증편으로 편의를 제공하겠다 공언했다. 즉, 광역 I-패스 제도는 광역버스 준공영제 시행과 연계하여 추진했다 볼 수 있다. 정작 광역버스 준공영제는 7월 시행에서 계속 늦어지는데, 노조와의 임금 협상이 완료되지 않아서다. 만약 정상적으로 시행되었더라면 광역버스가 자주 다녀야 하나 준공영제 지연으로 늦어지고 있으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인력 수급도 원활하지 않다.
신기한 점은 인천시도 광역 I-패스의 선호도가 적을 것을 예상했는지 초기 예산을 3억 원으로 책정했다. 문제는 먼저 도입한 환급형 I-패스도 광역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데다 광역 전용은 지하철 및 기타 시내버스와도 환승이 불가하다. 오로지 광역버스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데, 인천시를 출발하거나 경유 하는 광역버스라도 인천시 면허가 아닌 노선(광명시 3001, 3002번/안산시 M6410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사용이 불가하여 과연 얼마나 많은 시민이 사용할지가 의문이다.
일각에선 서울까지 광역버스로만 통학한다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시선도 존재하나, 환급형 I-패스에 혜택이 더욱 많은 만큼 굳이 별도로 사용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재검토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신도시 지역과 구도심 광역버스 간의 보이지 않는 차별과 타고 싶어도 긴 배차 간격 때문에 탈 수 없어 외면한 지 오래된 현 상태서 기후동행카드처럼 사용 불가능 노선이 존재한다는 것부터 이미 가치가 떨어지고, 더 나아가 전형적 예산 낭비의 비판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교통 패스의 장점 극대화 방안은 결국 '통합'뿐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교통 패스가 진정으로 온실가스 감축, 기후문제에 대응하는데 성과를 쌓기 위해선 지역과 기능적인 측면에서 통합을 고민해야 한다. 당장 수도권만 하더라도 국토교통부 산하의 '대도시권 광역교통위원회'의 한계와 광역 단위를 포괄하는 교통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는 시점에서 분리된 교통 패스는 그런 주장들을 무력하게 만들 여지가 있다. 물론, 이런 과정에는 수단마다 운영기관이 분리된 상황을 돌파하고 협의하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지역마다 기능이 조금씩 다르거나 속된 표현으로 남발하는 것에서 그친다면 공공교통 이용량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악영향만 가져올 공산이 크다. 당장 서울시민이라도 기후동행카드를 쓰지 않거나, 별 효과를 느끼지 못해 일반 교통카드를 사용하는 시민도 적지 않게 존재하듯이 말이다.
물론, 어느 지역에 거주하며 활동하냐에 따라 개인에게 맞는 정책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부정하고 싶진 않다. 다만 인근 지역. 특히 수도권으로 분류되는 서울, 경기, 인천 등 광역 단위로의 기능적 통합은 필수적으로 고민해야 대중교통 이용량 증가가 표면적으로도 드러날 수 있게 될 것이며, 추가로 이용환경 개선 과정을 놓쳐선 안 된다. 그런 과정들이 함께해야지만 바야흐로 교통 패스 전성기를 '부정적'이 아니라 '긍정적'인 시선으로 볼 수 있을 것이며 혼란까지 감소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그렇게만 흘러간다면 비로소 모두가 차별 없이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는, 아니 진정으로 요금 걱정과 부담이 없는 공공교통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지 않을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