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꼭 가서 축하할 행사가 마산에서 있었다.
가는 길에 겸사로 부산 친구들까지 안부 나눌까 싶어 금요일 아침 일찍 부산으로 향한다.
우연과 인연,
부산에 도착하면서 노포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서울에 사는 고교 동창(오진도 동창회장) 부부를 만났다.
친지 조문으로 부산 다녀가는 길이라고, 우연도 그렇고… 세상 참 좁고 인연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려오기 전에 들르기로 작정한 맛집부터 찾았다.
(요즘 지방에 갈 때는 근처에 알려진 맛집이 있는지 확인하고 될 수 있는 대로 들러보는 습관을 만들었다.)
TV 방송 '백종원의 3대 천왕'에서 소개했던 만두 명가 신발원이 부산역 맞은편 차이나타운 입구에 있었다.
폭우를 맞으며 찾아간 음식점은 점심시간 때여서인지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열이 빗속에도 7~8m가량 늘어서 있다.
4인 테이블 세 개의 좁은 식당, 그러나 홀보다 세 배나 큰 주방은 일하는 분만 십여 명 이상이다. take out 판매가 대부분인 모양이다.
기대하고 주문한 만두는, 내 입맛엔 간이 안 맞아 별미를 못 느꼈다. 양념장 맛까지 별로라 실망!
신발원 군만두
어센트 클럽 후배로 젊은 날 좋은 등반 추억이 많았던 박남식 님을 광안리 쪽에서 만나 당구게임으로 잠시 시간을 보냈다.
남식 님 단골 주점에서 전날 낚시로 잡았다는 학꽁치 튀김을 안주하여 추억 여행을 시작한다.
(박남식 님은 1974년 2월, 설악산 천화대 겨울 개척등반 때 내 대원이었다.)
1978년에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4봉 등반을 함께한 유동옥 선배도 어울려 동참했다.
적당히 대작하고 광안대교와 해수욕장 백사장을 시원하게 내려다볼 수 있는 아쿠아펠리스 호텔 찜질방에 자리를 잡았다.
부산에 사는 어센트 클럽 후배 박남식 님
다음날, 느지막이 일어나 마산으로 향했다.
오늘 참석할 행사는 '한국산악회 경남지부 70주년 기념'과 경남지부 회원들이 계획한 '히말라야 바룬체 봉 원정등반대 발대식'이다.
저녁 행사라 시간이 좀 남아있기에 경남경찰청에서 일하는 후배 산 친구들을 찾았다.
경찰대학 산악부 가족인 하임수 님이 오랜만의 만남을 기뻐하며 반겨준다.
82학번으로 대학산악부 2기생인 하임수 님은
삼십삼 년 전 산악부원일 때부터 인연을 맺어 온 사이로 이곳에서 경비교통과장으로 일한다.
마침 오늘이 당직이라 저녁 시간에 회포를 나누지 못한다며 서운해한다.
발렌타인 삼십 년 한 병과 사양하는 여비 봉투를 억지로 배낭에 챙겨주는 마음이 고맙다.
열린캠프 등산학교 16기로 함께 공부한 이준섭 님도 이곳에서 부장으로 일하는데 하필 오늘 외부 출장 일이 있어 전화 안부만 나누었다.
마산이 고향으로 역시 이번 행사에 초청받은 어센트 클럽 이장백 형이 서울에서 내려오며 알렸길래 행사장인 호텔 로비에서 만났다.
행사장은 벌써 많은 분으로 북적이고 나와 인연을 맺은 분들도 꽤 여럿 오셨다. 오랜만에 소식과 인사를 나눈다.
1990년대 부산 학생산악연맹 주역으로 등반활동에 앞장섰던 하태웅(인제대학 88학번) 님과 부인
설악산 구조대 리더로 산악사고 인명구조 봉사에 평생을 헌신한 박영규 대장
마산에서 산악활동을 시작했지만 어센트 클럽 회원으로 어울렸던 이장백 형, 그 옆은 하태웅 님 부부
회원 가족끼리 어울리는 조촐한 행사인 줄 알았더니 착각이었다.
모임을 끌어가는 최재일 회장 인품 덕분인지 전국에서 축하하기 위해 오신 산악동지들이 이백여 명이 넘어 보인다.
원정대의 취지와 계획에 대해 설명하는 최재일 회장님
히말라야 바룬페 봉 원정대원 소개
오신 분들 소개에 한참 시간을 썼고 나까지 일으켜 세워 소개하는 바람에 조금 민망했다.
행사의 의미, 내빈 축사, 70년 역사 설명, 원정대원 소개가 있었고 저녁 식사와 뷔페 파티가 이어졌다.
파티를 마치고 멀리서 온 산악 가족 오십여 명과는 별도의 2차 모임…
내 주위에 앉은 분들과 산 노래 이야기와 우쿨렐레 연주로 분위를 흥겹게 만들고 어울리다 보니 어느새 자정이다.
살짝 눈을 피해 주최 측에서 배정한 호텔 숙소로 돌아와 몸을 누였다.
이제 이틀째인데 좀 피곤하다. 나이 든 것을 실감한다.
아침 식사를 준비했으니 로비로 내려오라는 연락이 왔다.
숙소에서 주무신 분들이 삼십여 명, 십여 명은 벌써 되돌아가고 남은 분들이 이십여 명이다.
세심하게도 최재일 회장이 근처 유명한 식당에서 복국으로 해장을 준비했다.
서울로 돌아가는 한국산악회 회장 일행이 KTX 티켓이 한 장 남는다며 귀로에 동행할 것을 권한다.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출발 시각에 조금 여유가 있어 최재일 회장의 안내로 마창대교를 건넜다.
귀산동 해안가를 산책하며 잠시 바다 향기를 맡는다.
막 가을로 들어선 계절이라 아직은 나뭇잎 물감이 반사된 바다 색깔이다.
돝섬이 바라보이는 이곳 귀산동 해안은 이은상 님의 시 '가고파'에 표현한 데로 아름다운 바다를 보여주었다.
더욱이 점심으로 장어구이까지… 아무튼 최재일 회장의 배려와 대접, 사람 사랑은 아무도 못 말린다.
한 시 반 KTX,
멋진 마산 산 친구가 계획한 등반을 사고 없이 안전하게 등정할 것을 기원하며 다음 만남 때까지 잠시 작별한다.
아름답게 인생을 가꾸어온 좋은 산 친구의 초청 덕분으로 모처럼 풍성한 가을 여행을 즐겼다.
한국산악회 경남지부 70주년 기념식과 원정대 발대식에서 만난 분들
(한국산악회 경남지부)최재일 회장 신재호 고문 이광조 바룬체 원정대 부단장 외 바룬체 봉 원정대원과 여러 회원
(한국산악회)정기범 회장 변건호 조남복 우명숙 (대한산악협회)김병준 (등산지원센터)남선우 이사장 (부산)유동옥 하태웅 부부
(설악)박영규 (전북)양병옥 외 (광주)나관주 (마산)송용철 (어센트)이장백 (월간 마운틴)이영준 곽정혜 기자 가족 (후원)곽호청
외 200여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