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산 출:영남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대구가톨릭대학교 문학박사.
1996년 『시와산문』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으로 『지렁이가 밟고 간 길은 뜨겁다』, 『새는 날아간 만큼 하늘을 품는다』가 있고,
시평집 『사랑하라, 두 번은 없다』가 있다.
2020년 경북일보문학대전 금상 수상.
<저자의 말 >
나무를 좋아하면서도
정작 나무의 말을 제대로 알아들은 적이 없다.
새를 그리워하면서도
정작 새가 날아간 그곳에 엽서 한 장 보낸 적이 없다.
그것이 어쩌면 삶인지도 모르겠다.
바닥을 짚으면 바닥이 손바닥에 붙어 딸려 올라왔고,
바닷가를 거닐면 입이 없는 몽돌이 자꾸만 웅얼거렸다.
언제쯤 사물이 던지는 말을 온전히 받아 적을 수 있을까?
귀도 눈도 다 내려놓으면
단 한 개의 눈으로 오는 너를 마중 나갈 수 있을까?
2026년 9월 전원목
목차
제1부
설렘나무 12
이슬 14
이슬꽃 16
틈 18
소금쟁이의 사랑 20
등을 켜고 21
당신은 어디에 있나요 22
몽돌 1 24
몽돌 2 25
몽돌 3 26
등 28
동백 30
자작나무 32
제2부
바닥을 짚었다 36
난타 속에는 절규가 산다 38
울지 마라, 엄마 40
넙치 42
고양이 44
문신(文身)의 힘 46
독방의 독백, 독백의 독방 48
그늘의 저항 50
오래된 신발 52
무장산 억새 54
말랑말랑한 청포도 56
새의 착륙 58
빈디 60
제3부
물방울 성전 62
서식지 64
그해 가을은 겨울보다 깊었다 66
커피포트 양 68
작별의 언약 70
아이스크림처럼 72
덫 74
비숑 프리제 76
아버지는 죽어야 한단다 78
‘개-’를 위한 헌사 80
거울에게 벌칙을 가하다 82
또다시 거울을 버렸다 84
되새김질 86
제4부
도요새가 죽었을 때 88
미몽(迷夢) 89
낮달 90
사라진 숲 92
곰배령엔 곰이 산다 94
얼음돌 96
별들의 수화 97
포장 98
후포항을 지나다 100
강가에 쪼그리고 앉아 101
달하 102
그냥 104
돌의 풍장 106
<책 속 시 한 편>
빈디
새야 새야 너는 어디로 가느냐
미간에 붉은 점을 찍은 새야
갠지스강에 태양이 지고
검은 재들이 강물 속으로 헤엄쳐 갈 때
새야 새야 너는 입속에 아무것도 물지 않고
붉은 점의 눈을 가진 새야
눈과 눈 사이
세상은 눈썹과 눈썹 사이에 있다고
자작나무처럼 천 개의 눈을 달고
비틀비틀 눈밭을 걸어가는 나에게
너는 천천히 온다
단 한 개의 눈으로 온다
전원목 시인의 시학은 인간 중심적인 언어와 분절적 시선을 해체하고, 사물의 본질을 있는 그대로 복원하려는 ‘현상학적 환원’의 여정이다. 평론가는 시인이 지향하는 ‘단 한 개의 눈’을 주객 이분을 넘어선 영도(零度)의 시선으로 규명하며, 1부에서 4부까지의 시적 궤적을 사물의 물성 고고학과 미완의 신비라는 틀로 분석한다.
1부에서는 세월의 흐름에 따라 문명의 흔적이 지워지고 원시적 자연으로 회귀하는 퇴화의 역설을 다룬다. 인간 언어의 한계를 자각한 자리에 투명한 이슬과 사리(舍利) 같은 영혼의 결정체가 응축되며, 이는 지상의 고통을 온몸으로 감내하는 구도적 자세로 이어진다.
2부는 실존이 딛고 선 가장 낮은 장소인 ‘바닥’의 물질성을 탐사한다. 로드킬 당한 고양이나 반 토막 난 지렁이의 처절한 몸짓을 통해 문명이 은폐해온 상처와 부조리한 야성을 읽어내고, 나아가 5·18 광주민주화운동 소년의 영혼과 넙치로 대변되는 어머니의 삶을 통해 비천하지만 위대한 버팀의 연대를 이뤄낸다.
3부는 외부와 단절된 독방에서 겪는 자아의 분열과 각질화를 직시하며, 결코 가닿을 수 없는 절대적 타자를 향한 ‘물방울 성전’으로의 순례를 감행한다. 여기서 내 몸이지만 만질 수 없는 맹점인 ‘등 뒤 견갑골’은 영원한 결핍의 중심이자 시인의 진정한 서식지로 명명된다.
4부는 시집의 절정으로, 모든 포장과 이미지가 연소된 소멸의 자리에서 열리는 환함을 노래한다. 산불로 무성한 잎들이 타버린 후에야 비로소 ‘나무 뒤의 나무’라는 존재의 진실이 명징하게 드러난다.
결론적으로 시인은 치매 앓는 어머니의 미몽(迷夢)의 웃음과 저수지에 가부좌를 튼 얼음돌의 사리 속에서 완벽이라는 독버섯을 깨는 ‘미완의 신비’를 발견한다. 최종장인 ‘달하’에 이르러 인류의 가장 오래된 묵언의 수화를 빌려 여명의 숲까지 마중 나가는 시인의 걸음은, 완벽주의의 피로에 지친 현대인에게 서늘한 구원과 영원한 여백의 등불을 선사한다.
첫댓글 136쪽의 시집을 읽으며 마음에 남기고픈 시들을 접다보니 밤새 26쪽을 접었다. 작고 보잘것 없는 것들에 대한 시인의 애정이 독자를 사로잡으며, 독자 마음 속 황무지 땅에 나무가 서게 하고, 꽃을 피우게 이끌어왔다. 잠자던 영혼을 깨워주신 시인님의 섬세한 시적 영혼에 존경과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