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그만 별, 어린 소년 하나가 외로이 서있다.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발밑에 보이는 돌멩이를 이리저리 걷어차 보지만, 달리 나아지는 기분은 들지 않았다.
‘예쁜 장미꽃이 하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무척 사랑스러울 거야.’
소년의 작은 바람이 이루어진 것일까? 어느 날 어디에선가 날아온 씨앗이 소년 옆에 내려앉아 속삭였다.
“난 네가 그토록 기다리던 장미꽃이야. 이제 날 꽃피우기 위해 가꾸어주고 사랑해줘.”
“하지만 나는 꽃을 가꾸는 법을 모르는 걸.”
“.....”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왕자’의 내용 중 작은 별에 혼자였던 어린왕자는 어느 날 자신 앞에 나타난 장미꽃 씨앗을 정성스레 가꿔 꽃피우고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만약에 어린왕자가 꽃을 가꾸는 법을 알지 못했다면 애초에 씨앗은 장미꽃으로 피어나지조차 못했을 것이며 소설의 이야기가 시작되지도 못했을 것이다. 건축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만약 누군가가 건축물을 짓고자하지만 그 방법, 즉 시공에 관한 제대로 된 지식을 가지고 있지 못하면 장미꽃을 피워낼 수 없는 것과 같이 제 역할을 하는 건축물을 지을 수 없는 것이다.
이번 학기에 건축 재료와 시공 수업을 수강하며 새로이 느끼는 바도 많을뿐더러 기존에 알지 못했던 여러 사실들을 깨우치고는 한다. 건축에서 시공이 차지하는 비중과 의미도 이 중 하나이며, 특히 이와 같은 시공에 대한 지식이 나에게 얼마나 필요했는지가 말이다.
7주차 강의에서 교수님께서는 건축분야는 각각이 별개인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 다 하나로 엉켜있는 성질이 강하게 나타나는 분야라 말씀하셨다. 그와 함께 건축학과 의학을 전공하는 자들이 잠과 싸워가며 밤을 새며 공부하는 이유는 두 분야가 공통적으로 사람을 다루는 학문이기 때문이며, 그 중요성 때문에 자신 분야의 모든 것을 이해하고 하나하나의 중요성을 인지해야한다는 점 또한 강조하셨다.
총 16주로 구성된 재료와 시공 수업에서 7주차 강의가 가지는 비중은 남달랐다. 어쩌면 건축학과의 5년 커리큘럼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건축물의 전체적인 시공을 다루는 수업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평소와 다른 감정이 북받쳐 오름을 느낄 수 있었다. 최근에 들어서야 시공과정의 중요성을 깨달았는데 학교의 커리큘럼 상 3시간의 강의 한 번으로 끝이 나버린다니. 비록 수업은 3시간의 짧은 시간이지만, 이후에 그 백배 이상의 시간을 투자해서 공부해야한다는 교수님의 말씀이 와 닿는 순간이었다.
최재준조와 이진영조의 발표에 앞서 교수님께서 건축물의 설계부터 지어지는 과정까지를 10분 만에 간략하게 설명해주셨다. 설계가 이루어질 장소의 경사가 어떻게 되며, 지하 또는 주변에 가스관과 배수관과 같은 파이프들의 위치여부, 주변 시설물들, 해당 지역의 건축법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사이트의 특징들을 알아야하는데, 특히 경도와 위도, 해수면과의 관계를 꼭 파악해야한다는 점은 기존에 모르던 사실이었기 때문에 꽤나 새로웠다.
사이트에 관한 조사와 그에 따른 설계가 모두 완료되면 주변 건물과의 관계를 고려하여 벤치마크를 지정한 후 본격적인 시공이 이루어진다. 지하의 흙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흙막이를 설치하는데, 이는 토공사에 관한 것이며, 토공사에는 흙 파기 공법, 흙막이벽체 공법, 흙막이지지 공법, 부력 방치 공법 등이 있다. 흙막이 공법 중 알아둬야 할 것에 SCW(Soil Cement Wall) 공법과 CIP(Cast In Place Pile) 공법이 있는데, SCW 공법은 흙막이 선을 따라서 구멍을 뚫은 후 그 흙에 직접 시멘트 풀을 혼합하여 연속되는 원기둥 모양의 구조들로 벽체를 구성하는 공법이며, CIP 공법은 겉으로 보기에는 SCW 공법과 비슷하지만 그와 다르게 말뚝을 직접 타설하는 방식으로 모르타르와 자갈 등을 주입하여 벽을 형성하는 공법으로 비교적 좁은 장소에서도 사용이 가능하여 도심지에는 주로 CIP 공법이 사용된다.
이러한 토공사를 하기 위해서는 지반조사가 충분히 이루어져야하는데, 이는 보링을 통해 간단하게 알아볼 수 있다. 보링이란 원통형으로 땅을 파내 지질이 현재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를 알아보는 방법으로, 보링 이후에 비로소 시공방법이 정해지는 것이다. 영화 ‘투모로우’의 첫 장면에서 과학자들이 빙하를 원기둥 모양으로 시추해내던 모습이 떠올라 비교적 이해가 쉬웠으며, 건축에서도 이와 같은 행위가 이루어진다는 사실에 신기함을 느꼈다.
토공사와 기초공사가 완료되면 건축물의 뼈대가 될 골조를 세우게 되는데, 대표적인 방식으로 S조(철골), RC조(철근콘크리트), SRC조(철골철근콘크리트)가 있다. 단면자체를 보았을 때는 SRC조가 가장 밀실하여 튼튼하지만, 최근에 증가되는 지진의 위협에 위의 세 가지 골조 중 어떤 방식이 가장 유연한지에 대하여는 사람마다 입장이 달라 미지수이다. 이와 같은 골조가 세워진 이후에는 외관, 유리창, 내부 작업 순으로 시공이 진행된다.
이 외에도 최재준조와 이진영조의 발표 이후에 교수님이 보충설명을 해주신 것들 중 기억에 남는 것이 몇 가지 더 있었다. 양중장비의 일종인 타워크레인은 마스트를 추가해 밑에서부터 위로 무거운 물체를 올리기 위해 사용되는 장비로, 건물 외부의 대지뿐만 아니라 시공되어지는 건물의 슬라브 위에 세워 작동시키기도 한다. 교수님께서 학기 초반에 건축가라면 타워크레인이 어떠한 방식으로 움직이는 것인지를 궁금해야한다고 언급하신 적이 있어 더욱 집중하여 듣게 되었다.
트레미관을 이용하여 콘크리트를 채워 넣을 때에는 아래 부분에서부터 채워야 빈틈없이 균질한 콘크리트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 또한 인상 깊었고, 특히 건물에도 배와 같이 부력이 생겨 떠오르려는 성질을 갖기 때문에 록 앵커로 닻줄의 역할을 해주거나 영구배수를 사용하여 지하수위를 낮추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 특이하여 기억에 남았다.
사실 7주차 강의는 지금까지의 재료와 시공 수업에 비하여 이해하는 것에 많은 어려움을 느껴졌다. 교수님과 발표자들의 강의 및 발표가 굉장히 좋았음에도 시공과 관련한 내용들이 나에게 너무 낯설었기 때문이다. 이전에 있었던 석재, 점토, 시멘트, 혼화재 및 혼화제에 관련된 내용들은 수업 이후에 머릿속에 그림과 같이 그려지는 과정이 있었다면, 이번 시공에 관한 내용은 조각조각 떠다녀 그것들을 하나의 그림으로 합쳐내는 것에 어려움이 있었다. 어쩌면 지금까지 디자인에만 빠져 정작 그것을 땅에 온전히 서 있게 도와줄 구조와 좋은 결과물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거치는 올바른 시공과정의 중요성을 보지 못하던 내 모습이 꽃을 가꿀 능력이 없는 어린왕자의 모습이 아닐까? 어떠한 것을 갈구하고 꿈꾸지만 정작 그것을 이루어낼 능력이 없다는 것은 너무나 슬픈 일일 것이다.
처음에는 시공에 대한 발표를 준비하게 된 최재준조와 이진영조가 어려움을 겪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앞섰지만, 이제는 그 동안의 많은 준비와 고민을 통해 지식을 쌓았을 두 조가 부러울 따름이다. 아직 나에게도 많은 시간이 남아있다. 앞으로의 대학 강의에서 어쩌면 더 이상 만나보지 못할 시공에 관한 수업인 재료와 시공 7주차 강의는 끝이 났지만, 보다 나은 나 자신과 내가 설계할 건축물들을 위해 앞으로 많은 시간을 투자하게 될지라도 시공에 관한 지식을 꾸준히 쌓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의미 있는 하루였다.
첫댓글 어린왕자의 꽃에 시공을 비유하다니..! 시작부터 좋은 레포트군요~~
감사합니다. 이제 휴가 즐기시면서 푹 쉬고오세요 ㅎㅎ
인트로가 참신하네요...!! 덕분에 시공파트가 건축전체에서 어떤느낌인지 알게됐어요. 잘 읽고 갑니다ㅎㅎ
바쁘신 와중에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트로 장인이시군요. 잘 읽었습니다~
이제 슬슬 교재본 마무리를 해야겠어.. 내일 회계시험 화이팅
인트로 장인 공감합니다
집주인.. 감사 ㅎㅎ
다음에는 어떤 멋진 인트로가 나올지 궁금하네요
같이 공부해야..good
재료와 시공 수업을 들으며 느끼는 바가 많습니다..
재료에 관한 지식들도 다른 전공수업에서 배우는 것들보다 재미있구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