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6년 7월 26일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조지 버나드쇼가 출생했다. 버나드쇼가 노벨문학상을 받았다는 사실을 먼저 언급하는 것은 그가 초등학교밖에 졸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력사회가 아니라 ‘학력사회’인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최종학교가 어디인가로 사람 값을 매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렇게 말해도 누군가는 버나드쇼가 노벨상을 받은 것은 영국인이었던 덕분이지 만약 한국인이었으면 수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억지를 부릴지도 모른다.
버나드쇼가 남긴 작품에는 〈시저와 클레오파트라〉, 〈인간과 초인〉, 〈피그말리온〉 등이 있다. 피그말리온은 기원전 43년부터 기원후 17년까지 생존한 오비디우스의 대서사시 〈변신 이야기〉에 등장하는 250여 신화 중 한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키프로스의 조각가 피그말리온은 가난한 나그네들을 홀대하다가 신의 벌을 받아 천박하게 살아가게 된 여인들에게 환멸을 느낀 나머지 독신으로 지낸다. 그는 아름다운 여인상 갈라테이아를 만들어 현실의 연인처럼 대한다.
하루는 미의 여신 아포르디테 축제에 참여했다가 갈라테이아를 진짜 사람으로 만들어 달라고 소원을 빈다. 집에 돌아와 보니 갈라테이아가 정말 여인이 되어 그를 기다리고 있다.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는 부부가 되어 행복한 가정을 꾸리게 된다.
자신이 창조한 가상을 이상의 존재로 여기는 사고방식을 피그말리오니즘이라 한다. 피그말리오니즘은 일종의 성도착증 정도로 폄훼되기도 하지만, 진심으로 기대를 하면 원하는 바가 이루어진다는 의미의 심리학적 관념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초등학교만 다닌 버나드쇼에 견줘 38년 후 같은 영국에서 태어난 헉슬리는 옥스퍼드 대학교를 졸업했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는 모든 인류가 하나의 정부 아래에서 기계처럼 살아가는 미래상을 보여준다. 심지어 인간이 컨베이어 시스템에 의해 수정되고 길러지고 병 속에서 태어난다. 통제가 극심한 전체주의 사회이므로 지독한 계급사회인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인간에 대한 실망도 없으니 피그말리오니즘이 생성될 까닭도 없다.
실망은 기대가 있을 때 생겨난다.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따위의 시쳇말을 늘어놓은 ‘어른’들보다는 “이루어지지 않을지는 몰라도 생각하는 것은 자유”라고 말하는 몽고메리 〈빨간 머리 앤〉의 ‘아이’ 앤이 인생에는 더 큰 스승이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