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문화재단(나도선 이사장)이 주최하는 과학축제인 ‘대한민국 과학축전’이 해마다 그 인기를 더해 가고 있다. 명실공히 국내 최대 과학행사로 자리 잡고 있는 과학축전의 하이라이트는 ‘크리스마스 과학강연’이다. 지난 8월 12일부터 이틀간 열린 이 행사는 좌석이 매진돼 일부 관람객들은 서서 보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사이언스타임즈는 크리스마스 과학강연의 주인공으로 영국 옥스퍼드 대학 수학과 사토이(Marcus du Sautoy) 교수의 강연내용을 ‘8월의 크리스마스 과학강연’ 특집 시리즈 기사로 마련했다. 강연에 직접 참가할 기회가 없던 학생들에게 다시 한번 수학의 신비를 새롭게 느낄 수 있는 좋은 크리스마스 선물이 되길 바란다. [편집자 註] | |
가장 큰 소수는 9백만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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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토이 교수는 재기 넘치는 언변과 특유의 쇼맨십으로 8월의 크리스마스 과학강연을 이끌었다. ⓒ |
사토이 교수가 이제까지 소수에 대해서 많은 이야길 했는데 그럼 가장 큰 소수는 무엇일까요? 궁금하지 않으세요? 지금까지 알려진 소수 중 가장 큰 소수는 전체를 일일이 나열할 수는 없고 9,152,052자리 소수라는 정도로 알아두시면 좋을 듯하네요. 구백만 자리를 넘어섰습니다.
미국의 센트럴 미주리 주립대학 팀이 2005년 700대 이상의 컴퓨터를 사용해 발견한 숫자입니다. 미국에 전자 프론티어재단(Electronic Frontier Foundation)이 있는데 1000만 자리 소수를 찾으면 10만 달러의 상금을 준다고 약속했습니다. 9백만 자리까지 찾았으니 금방 찾을 수 있을 것 같죠?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까지 못 찾았습니다. 왜냐하면 수가 너무 크고 방대하니까 용량이 큰 컴퓨터를 동원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자, 다시 사토이 교수에게 자장면 이야길 더 들어 볼까요?
“자 이제 자장면이나 국수를 만들려면 이 밀가루를 두 배 늘리는 걸 일곱, 여덟 번 반복해야 합니다. 그렇게 할 경우 국수의 길이는 얼마나 길어질까요? 킨텍스 끝까지 도달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거고, 가까운 지하철 역까지 도달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또 여기서 2km 떨어진 호수공원까지 도달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요.
이제 박 선생님이 계속 밀가루 반죽을 반으로 접고 두 배로 늘리는 작업을 반복하실 겁니다. 자, 한 번 접었고 그리고 다시 접어 두 배로 늘렸습니다. 이렇게 길이가 두 배가 될 때마다 반죽은 얇고 길어집니다. 여러분은 얼마나 길어질 것 같다고 생각합니까? 여섯 번 정도 했다고 합니다. 자 이렇게 긴 국수가 나왔습니다. 박현대 선생님께 박수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자장면에는 엄청나게 큰 수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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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토이 교수는 소수 속에 수의 모든 신비가 담겨 있다고 주장한다. ⓒ | 그렇다면 이 국수의 길이는 얼마나 될까요? 지금처럼 7~8회 정도로 두 배씩 늘릴 경우에는 그 길이가 여기에서 800미터 떨어진 지하철역까지 길어진다고 합니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긴 국수죠? 이 면 뽑기 세계기록은 21번 배수로 길이를 늘린 거라고 합니다. 그럴 경우 국수 길이는 이 강의장에서 출발해서 홍콩을 지나서 런던까지 갈수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두 번 접어서 배가를 한다면 그 수가 엄청나게 커진다는 겁니다. 배가의 힘이 이렇게 큰 겁니다.”
잠깐만! 자장면의 길이에 대해서 약간 보충설명을 하고 넘어 가죠. 여러분이 좋아하는 자장면이나 우동은 잘라서 먹기도 하지만 원래 하나로 돼 있다는 거 아시죠? 그러니까 끊어진 부분이 없이 한 줄이라는 겁니다. 그러면 박현대 선생님이 한 것처럼 자장면을 겹치고 또 겹칠 때 그 길이가 얼마나 되는지 알아 봅시다.
원래 반죽의 길이를 1.6m 정도라고 할 때 한번 접으면 1.6x2m가 되는 거고요, 두 번 접으면 배가가 돼 1.6x22이, 다시 접으면 1.6x23 이 됩니다. 결국 접는 횟수(n)에 따라 1.6x2nm가 되는 겁니다. 박 선생님은 6번을 했습니다. 그러면 자장면의 길이는 1.6x26m가 되는 겁니다. 계산을 해보면 1.6x64=102.4m로 엄청나게 긴 길이가 나옵니다.
“자장면 20번 접으면 홍콩을 건너고도 남아”
일반 자장면이나 국수의 경우 보통 5번을 접는데 1.6x25=1.6x32=52.2m가 됩니다. 아마 곱빼기 정도면 6번을 접을 거고, 7번 이상 접는 경우는 없습니다. 그러려면 첫 반죽이 많아야 하고 힘도 엄청나게 많이 들지 않겠어요? 우리가 먹는 자장면이 정말 이렇게 긴지 자장면을 시킨 다음 직접 계산해 볼 수도 있습니다. 자장이 다 묻혀 있는데 어떻게 하느냐고요? 글쎄, 그것은 여러분이 할 일입니다.
조금 더 설명을 드리죠. 사토이 교수는 면을 만드는 방식으로 20번을 접은 게 가장 많은 횟수였다고 했습니다. 사람이 팔을 벌리면 팔 끝에서 다른 팔 끝까지의 길이가 사람의 키와 같다고 합니다. 그러나 반죽은 조금 늘어지기 때문에 조금 더 길다고 칩시다. 반죽의 본래 길이가 1.8m정도는 충분히 된다고 보고 계산을 해보죠.
그러면 1.8x220m가 됩니다. 계산해 볼까요? 2의 10제곱은 1,024입니다. 그러면 1.8x1,024x1,024=? 이라는 방정식이 나옵니다. 이걸 전부 계산하면 1,887,436.8m가 됩니다. 이를 km로 환산하기 위해 1000으로 나누고 대충 반올림하면 1,887km가 나옵니다.
이 길이가 얼마나 되느냐 하면 우리나라 길이보다 더 깁니다. 우리나라를 삼천리 강산이라고 합니다. 수학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제주도 남단 마라도에서 가장 북쪽인 함경북도 온성까지 거리가 3천리입니다. 1리(里)는 보통 400m입니다. 그러면 1200km라는 해답이 나오죠.
재미있는 것은 자장면을 20번 접으면 삼천리를 훨씬 넘는다는 겁니다. 우리나라가 너무 좁은 게 아니냐고요? 그러면 불가능하겠지만 50번을 접어서 나오는 계산 1.8x250m가 얼마나 되는지 계산 해보기 바랍니다. 지구의 둘레는 얼마나 되고, 지구와 달까지의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도 생각해 보기 바랍니다. 사토이 교수는 이러한 배가(倍加)가 얼마나 크게 작용하는지를 설명하고 있는 겁니다. 다시 사토이 교수한테 갑시다.
“배가(倍加)의 크기는 상상을 초월해”
“사실 배가의 크기가 얼마나 대단한지는 국수가 아니라 쌀을 관찰해야 합니다. 지원자가 필요합니다. 지원자는 체스 판 첫 번째 칸에 쌀 한 톨을 올려주세요. 둘째 칸에는 2톨을, 셋째 칸에는 4톨을 놔 주시고요. 그 다음에는 8톨을 올려 주세요. 그러니까 그 전 칸의 쌀의 수에 곱하기 2를 해서 계속 올려 놓는 겁니다. 이 실험과 관련된 유명한 일화가 있습니다.
일화에 따르면 체스게임은 인도의 한 수학자가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왕이 이 체스를 보고 너무 맘에 들어서 그 수학자한테 원하는 거면 무엇이든지 상으로 들어 주겠다고 했습니다. 곰곰이 생각을 한 수학자는 이렇게 주문했습니다. 하루가 지날 때마다 체스 판의 첫째 칸에는 쌀 한 톨, 둘째 칸에는 두 톨, 셋째에는 4톨, 넷째에는 8톨…, 이렇게 다음 칸에는 전 칸에 놓인 쌀의 두 배의 수를 올려놓도록 부탁했습니다. 그 쌀을 전부 달라는 거죠.
왕은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흔쾌히 승낙을 했습니다. 쌀 몇 톨은 별게 아닙니다. 하지만 배가의 효과가 얼마나 큰지 곧 알게 될 겁니다. 그러면 이렇게 됩니다. 첫째 칸부터 쌀의 수가 1, 2, 22, 23, 24…로 불어 납니다. 그러다가 스무 번째 칸(220)으로 가면 한 수레가 필요할 정도의 쌀이 쌓이게 됩니다. 그러나 인도의 왕은 돈이 많기 때문에 이만큼의 쌀을 구하는 건 별로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계속될 때는 엄청난 양의 쌀이 필요하게 됩니다.
만약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 260이 된다면 엄청난 양입니다. 서울 전체를 덮고 한국을 다 덮을 겁니다. 서울의 가장 큰 고층빌딩도 덮을 수 있습니다. 결국 인도의 왕은 이 수학자에게 자신의 전 재산을 내줬다고 합니다.”
잠깐만! 그러니까 왕은 날마다 배수가 되는 쌀을 내주게 됐으니까 수학자가 받을 수 있는 쌀의 수는 날이 갈수록 1+2+22+23+24+25+26…으로 쌓이게 되는 거죠. 계산을 해보면 엄청난 양입니다. 처음에는 과소 평가할 수 있지만 며칠 사이에 엄청난 수로 불어나는 겁니다. 이를 등비수열의 합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왕은 수학자에게 손을 들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체스 판은 수학이 발달된 인도에서 유래”
고등과학원이라고 아시나요? 우리나라 수학, 물리학, 우주론 등 기초과학을 연구하는 연구소입니다. 대단한 학자들이 몰려 있는 곳이죠. 여기에서 근무하고 있는 윤강준 수학 박사의 이야기도 재미있습니다. 인도 왕에 얽힌 일화에 대해 윤 박사는 조금 다르게 이야기합니다. 아주 흥미로운 내용입니다. 잘 들어 보세요.
“쌀이 이렇게 늘어 가자 왕의 체면이 말이 아닙니다. 그래서 고민에 빠졌죠. 재산을 팔 정도가 아니라, 나라 전체를 팔아도 그 수학자와의 약속을 지킬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 고민 때문에 시름시름 앓게 됐죠. 사랑하는 아내도 싫고, 훌륭한 음식도, 자식들까지도 보기가 역겨워진 겁니다. 수학자와의 약속 때문에 그런 거죠. 방법이 없으니깐 말입니다.
그렇다고 그 수학자를 불러 ‘옛날에 당신과 했던 약속은 다 취소야. 그러니까 더 이상 쌀을 달라고 하지마. 임마, 알았어?’라고 말할 수는 없는 거죠. 왕으로서 체통과 체면이 있고, 또 그 이야기가 일반 국민들이 알면 왕을 얼마나 가소롭게 생각하면서 비웃겠습니까? 그래서 계속 고민만 쌓이는 겁니다. 또 고민과 함께 쌀의 수도 계속 쌓이는 거 아니겠어요?
궁(窮)하면 또 다 통하는 법입니다. 그 때 또 다른 훌륭한 수학자가 ‘짜잔’ 하면서 나타납니다. 그래서 왕한테 다가가 ‘폐하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드릴 테니 모든 걱정을 날려 보내시고 건강을 다시 찾기 바랍니다.’라고 말합니다. 그 수학자의 이야기를 들은 왕은 정말로 ‘천하의 으뜸가는 재주’라며 그 충고를 실행에 옮깁니다. 그래서 날마다 쌀을 배가해서 달라는 수학자를 부르죠.
“큰 수는 셀 수 없어”
‘나는 그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아주 큰 쌀 창고를 지었노라. 거기에는 엄청난 양의 쌀이 있다. 그래서 자네가 내한테 약속한대로 쌀을 가져 가게. 그 대신 조건이 있네. 계산은 확실해야 하니깐 쌀의 수를 나의 부하가 보는 앞에서 분명히 세고 가져 가게.’ 그리고는 갑자기 잃었던 입맛이 돌아와 음식을 먹기 시작합니다.”
윤 박사가 이야기한 내용이 무엇인지 아시죠? 배가의 위력은 대단합니다. 그러나 그 배가의 위력을 세기도 힘이 듭니다. 그 쌀의 수를 세면서 가져갈 수 있을까요? 세는 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220의 쌀을 셀 수가 있나요? 셀 수가 없습니다. 수 천억 원의 재산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정도면 자신의 재산을 가늠하기가 어렵습니다. 마찬가지 이치입니다.
그래서 결국 체스 판을 만든 수학자는 왕 앞에 두 손을 듭니다. “폐하, 저가 요구했던 계약을 없었던 것으로 하겠습니다. 그리고 폐하는 수학자인 저보다도 더 영명(靈明)하십니다. 앞으로 모든 힘을 다해 폐하를 모시겠습니다. 폐하께 걱정을 끼쳐드리는 무례를 범해 너무나 송구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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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과학원의 윤강준 박사는 수학에 얽힌 역사와 일화를 내세우며 수학을 재미있게 풀어 설명한다. ⓒ | 이 이야길 들은 왕은 살맛이 난 거죠. 그동안 겪었던 온갖 시름이 하루아침에 깔끔히 없어진 겁니다. 수학자를 통해 수학자를 이겼다고 할까요? 과학을 통해 과학을 해결했다는 말도 되겠죠. 윤 박사가 들려 준 이야기입니다. 배가의 크기가 얼마나 엄청난지를 담은 이 일화는 많이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물론 사토이 교수도 알고 있는 이야기겠죠? 다시 사토이 교수한테 갑시다. 그리고 문제의 금고를 열어 봐야죠.
“강의 초반에 금고를 열기 위해 힌트를 준 숫자가 3347670493571081입니다. 이 숫자를 만드는 2개의 소수를 찾아야 초콜릿을 먹을 수 있습니다. 다시 한 번 박철민 교수님을 모셔보죠.? 정답을 가져오신 것 같은데 얼굴에 땀이 송송 맺히셨네요. 그럼 두 개의 소수로 두 개의 자물쇠를 열어 보겠습니다.
아, 열렸네요. 그런데 애타게 찾던 초콜릿은 없네요. 봉지만 남았고요. 앤디가 처음부터 거짓말을 했군요. 정말 나쁜 앤디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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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교수가 제시한 3347670493571081을 푸는 비밀은 40303171와 83062211입니다. 다시 말해서 소수인 이 두 수를 곱하면 3347670493571081이 나옵니다. 16자리 정도의 인수분해는 mathematica, maple 등의 수학용 프로그램들로 쉽고 빠르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토이 교수는 강연에서 재미를 위해 어렵게 인수분해 하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3347670493571081를 인수분해 하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는 것도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인수분해 하는 알고리즘들로는 이차체 sieve(quadratic sieve) 방법, 타원곡선방법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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