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 이론-심화-현업 3단계 과정 통해 혁신 이끄는 최고 전문가로 발돋움 | HR Insight 693호

[LHKOREA]

굴뚝 산업으로 대변되는 제조업은 모든 산업의 뿌리임에도 최근 IT 등 첨단 산업의 발달로 그 중요성이 퇴색되고 하향 평가받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제조업은 인간 삶의 기반을 이루는 기본 산업으로 여전히 높은 가치를 갖는다. 우리나라 최고 기업 중 하나인 삼성전자도 제조라인을 통해 이윤을 창출하는 ‘제조 회사’다. 삼성전자는 IMF 이후 80%이상 해외에 생산 거점을 둔 상황으로 각지 제조라인에 문제 발생 시 즉각 해결할 수 있는 ‘제조기술 최고전문가’의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준전문가급 기술자를 조기발굴 및 집중 육성해 제조기술최고전문가로 양성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해 성공적으로 운영 중이다. 이번 호에서는 중앙공무원교육원와 한국능률협회가 주최한 2012년 민·관 협력 인적자원개발 페스티벌에서 조남채 삼성전자 인재개발센터 부장이 ‘삼성전자 제조기술 최고전문가 양성 사례발표’라는 주제로 발표한 내용을 취재·정리했다.

제조 기술자는 전체적인 제조 매커니즘(mechanism)을 파악할 수 있는 사람으로 보통 공장장으로 불린다. 과거엔 도제식 훈련으로 현장에서 15년 이상의 경험과 역량을 쌓게 해 길러냈으나, 오늘날엔 이와 같이 스승이 장기간 동안 제자를 맡아두고 길러내는 방식을 기대하기 어렵다. 삼성전자는 교육을 통해 제조기술 분야의 최고 전문가를 체계적으로 양성해 보기로 하고, 우리나라 정서와 삼성전자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교육생을 배출하였고, 그들은 전 세계 삼성전자 제조 법인의 제조 컨설턴트로 활약하며 마치 군대의 5분 대기조와 같이 항상 준비를 하고 있다가 문제 발생 시 바로 투입돼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한다.

삼성 제조 시스템(Samsung Production System)이란?

20세기 포드(Ford)의 생산방식은 제조에 최초로 시스템 개념을 차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Ford 제조시스템은 생산자 중심의 푸쉬형 제조 형태로 컨베이어벨트 흐름 작업에 의한 계획적 대량 생산에만 초점을 맞추다보니 단위 시간 내 생산량에만 집중하고 효율성만을 중시하는 형태였다. 생산품의 질과 고객의 수요 및 시장 변화에 둔감한 형태로 낭비 발생이 많다는 단점이 있었다. 철저한 분업형태로 근로자는 단순 반복적 기술만 갖추면 되고, 라인의 병목 현상 제거 노력은 없이 라인 중지를 저지하는 것에만 집중하다보니 라인의 전체적 매커니즘을 이해하고 문제점을 해결하는 기능공의 수요가 크지 않았다.

21세기 도요타의 JIT(Just in Time)은 제조 시스템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온다. 고객의 니즈를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소량 생산 중심이 되고 시장의 변화에 민감해진다. 철저하게 낭비를 배제하려고 하다 보니 제조 라인에서 나타나는 병목현상을 적극적으로 제거하려고 노력한다. 이런 환경에서 생산자는 다기능을 갖춰야 했다.

삼성의 제조 시스템은 현장의 체질개선으로 최고 효율을 지향하는 삼성식 생산 시스템을 지향한다. 오랜 사례를 통해 정립한 철학과 사상은 ‘삼성식 생산시스템을 기반으로 최고의 제품을 팔리는 속도에 맞춰 만들어내 기업의 가치를 극대화’한다는 것, ‘철저한 낭비를 배제하고 최고의 효율을 추구’한다는 것으로 나뉜다. 이 기본 사상에 근간해 ‘제조’가 제조 내부 뿐만 아니라 관련 프로세스를 관리하고 개선하는 끊임없이 혁신을 이끄는 중요한 축이자 조직 목표 달성의 주체라 규명하며 제조 혁신을 추진하게 된다. 이를 주도하는 제조혁신 전문가는 설비와 요소를 포함하는 ‘생산기술’과 ‘공정기술’을 총괄적으로 책임지는 최고의 역량을 가진 자로 정의된다.

삼성은 모든 역량에 대한 등급제를 실시 중인데, 제조기술 역량의 경우도 5등급으로 나눠진다. 1등급은 초보자로 해당 분야의 업무를 습득해야 하는 수준, 2등급은 경험자로 해당 분야의 업무 경험으로 개선은 가능하나 전문 지식은 다소 부족하고 부분적 작업 지도는 가능한 수준, 3등급부터 기술 전문가로 부르며 현 공정의 최적 설계 및 개선이 가능하고 전체 작업 지도 능력이 가능한 사람을 말한다. 4등급은 준 Master로 제조기술직무 경험 12년 이상인 전문가로 유사직무인 개발·구매·품질 분야도 5년 이상 경험해 단위 공정 설계와 생산성 향상을 위한 관리 능력을 보유한 사람이다.
5등급이 Master로 최고제조기술전문가(SPS pro)다. 제조기술직무 15년 이상인 전문가로 개발·구매·품질 등 제조관리 직무를 7년 이상 경험해 생산 공정의 최적 설계, 향후 신 모델에 대응한 라인 설계, 개발 단계에서 원류 개선까지 가능하다.

SPS Pro 양성과정 교육은 아직 5등급에 이르지 못한 4등급 기술자를 5등급으로 조기 전력화 시키는 프로그램이다. 제조 현장이 세계 곳곳으로 늘어나면서 마스터 등급자의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는 현상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교육 프로그램 개발

교육프로그램은 ADDIE 모형에 따라 분석(Analysis), 설계(Design), 개발(Develop), 실행(Implementation), 평가(Eval‎uation)의 5단계로 구성돼있다. 삼성인력개발원의 교육 프로그램 설계는 기본적으로 S-ESD 방식에 따라 경영상 요구 검토, 요구 분석, 분석, 설계, 개발, 파일럿 테스트, 실행 순으로 이뤄진다. 타 교육 프로그램에 비해 차별화 되는 특징은 요구분석 단계에서 철저하게 경영상 요구를 반영해 그 요구를 일으킨 원인과 원인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한다는 점이다.

기술 교육(PS-ESD)은 S-ESD 방식에 비해 실습과정이 강화된다. 공통 역량 교육과는 달리 철저하게 이론과 실습을 동시에 진행시켜 실제로 교육과정을 통해 필요 역량이 표출되는지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술교육 프로그램은 크게 ▲내용 중심 ▲활동 중심 ▲절충형(내용+활동) ▲RP 현장 적용 모형 4가지 형태로 진행된다. 내용 중심 교육은 주로 신기술과 관련된 이론 전달로 세미나 형식이 많다. 활동 중심 모형은 철저하게 실습이 수반되는데 예를 들어, 새로운 장비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방안을 찾게 하는 것 등이 있다. 절충형은 중장기적 차원에서 이론과 실습 교육을 병행하는 방식이다. 

RP 현장 적용 모형은 절충형(이론+실습)모형을 기반으로 RPCI(Rapid Prototyping and Continual Improvement)를 접목한 것이다. RPCI는 대량생산 전 빠르게 시제품을 만들고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받아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를 교육에 가미한 것이다.

그래서 SPS Pro 교육 프로그램의 개발 절차는 ▲기획 ▲개발 ▲운영 ▲정리 4단계로 이뤄지며 RPCI를 가미해 개발 과정 내내 각종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반영,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높였다. 각 단계의 세부 사항은 다음과 같다.

Ⅰ. 기획(Planning) : 개발 니즈와 직무를 분석해 합당한 교육생을 선발하고 그에 맞춰 교육 목적과 목표, 학습 내용과 과제, 교육 방법과 매체 설계를 기획한다. 교육생은 4등급의 기술자 중 우수자로 선발한다.
Ⅱ. 개발(Development) : 교육과정을 개발(이론 연수 프로젝트 등 교과목 설계, 교재 및 매체, 실습 개발, 강의안, 교안 작성, 교육 운영안 작성, 실무 위원 구성 및 실시)하고 현업 프로젝트를 선정, 프로젝트 평가계획 수립, 프로젝트 수행 계획서를 작성했다.
Ⅲ. 운영(Implementation) : 이론학습으로 8대 프로젝트, TPS/SPS, 삼성전자 B/M, 형성 및 수행 평가를 실시했다. 일본연수로 TPS NYPS 우수기업 B/M 및 수행 평가를 한다. 현업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중간 점검을 한다.
Ⅳ. 정리(Summary) : 결과를 평가하고 인증 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인증을 받는다. 또한 전자 컨설팅 등을 통한 심층 면담을 실시한다. 특이할 만한 사항은 기획과 개발을 압축해 동시에 실시함으로써 신속성을 높였다는 점이다.

교육 내용 및 평가 방법

SPS Pro 양성과정 단계별 교육내용은 다음과 같다. 1단계 이론학습에서는 약 10주간 삼성전자 첨단기술연구원(이하 첨기연)에서 합숙하며 8대 프로세스, TPS이론, 국내 사업장 비즈니스 모델을 학습한다. 2단계 심화학습 과정은 10주간 첨기연에서 합숙과 일본 연수를 병행하며 TPS연수, NYPS연수, Consulting 실습이 이뤄진다. 3단계는 5개월간 전 세계 각지에서 현업 혁신 프로젝트를 수행하도록 하고 수료식, 평가 및 인증을 실시한다.

평가는 각 단계마다 절대 평가 기준점을 두고 철저히 단계별로 인증을 한다. 1, 2단계는 각각 70점이 넘어야 통과되며, 최종에선 1단계 20%, 2단계 20%, 3단계 60% 비중으로 총 합산을 내 85점 이상이 돼야 SPS Pro 인증을 받을 수 있다. 1단계에선 각 주차별 이론에 대한 학습 이해도 평가와 수행 평가 점수를 반영하고 2단계는 비즈니스 모델 보고서, 컨설팅 실습 점수를, 3단계는 팀과제 기여도를 비롯하여 개인 MBO, 교육생 상호평가와 팀평가 점수가 합산된다. 이 때 평가기준은 철저히 경영성과에 미친 기여도이다. 특히, 교육 각 단계 중에 수시로 만족도 평가 혹은 제조 임원들의 심층 면담이 이뤄지는 등 교육 중 프로그램의 질적 개선을 위한 평가가 수행된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철저한 평가에 의해 인증이 이뤄지다보니 1기엔 15명의 교육생 중 6명만이 통과했으나 그 이후부터는 프로그램의 질적 개선과 교육생들의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2,3기에는 교육생 전원이 인증을 받고 있다.

경영성과 개선도 및 시사점

SPS Pro 교육 프로그램의 가장 큰 특징은 삼성전자 각 생산 공장에 직접 방문해 실제 현장의 문제를 푸는 방식으로 수행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교육 프로그램 수행 중 제조라인의 혁신이 수반된 사례가 많다. <표 3>는 SPS Pro 양성과정 2기의 경영성과 기여도이다.

교육 만족도 평가 항목을 크게 입과전 관심도, 교육 참여도, 교육과정 만족도, 개인직무 향상도, 현업활용도, 교보재 활용도 차원으로 나눴을 때 3기의 경우 만족이상이 평균 99%, 5점 척도시 4.9점을 기록했다. <표 4>는 1~3기 동안의 평가 결과를 종합한 것이다. 점점 인증자 수도 늘어나고 만족도도 개선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결론 및 시사점

삼성전자는 오랜 경험을 통해 자체 제조 철학과 사상을 정립하고 그에 근간한 제조 혁신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기존의 기술교육 개발 모형 PS-ESD를 분석하고 RPCI를 적용해 제조시스템전문가 양성 모형을 만들어 지금까지 3기에 걸쳐 개선, 발전시키는 중이다.

과정 개발을 통해 얻은 결론으로 ▲교육 프로그램의 질적 개선을 통해 구조화한 교육 커리큘럼은 기본 교육보다는 ‘이론관련 심화교육’ 후 TPS 연수 및 벤치마킹, 협업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이 학습 성과를 높이는 데 더 적절하다 ▲현장 사례 연구는 교육 프로그램의 운영 횟수가 늘어날수록 질적 개선이 이뤄진다 ▲교육 평가를 위한 인증 위원회 구성방법 및 사내컨설턴트 자격 인증평가 방법은 현업 프로젝트를 심사하는 새로운 기준으로 정착되어 활용됐다 ▲제조시스템전문가도 교육을 통해 단기간에 집중 양성이 가능하다는 것 등이다

교육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운영될 수 있었던 데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었다고 보여진다.
첫째, 프로그램의 적시성이다. 대표이사가 직접 체감하고 양성을 지시하는 탑다운 방식으로 진행해 별도의 설득 과정 없이 바로 개발에 착수할 수 있었다. 둘째, 개발의 유연성이다. RP방법을 접목해 우선 교육을 실시하면서 기둥이 되는 것들만 의사결정을 한 후 지속 보완하는 유연한 개발로 교육기간이 1년 이상인 장기간의 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적합하다. 셋째, 현장성으로 현장 중심으로 생각하고 현장의 의사결정을 중시, 현장 문제를 해결하는 현업과제를 실시했다. 이는 Kirkpatrick의 4단계 결과 평가를 교육기간 동안 확인하는 새로운 시도였다. 넷째는 지속성으로 제조시스템전문가 양성을 위해 교육과정을 개발 운영하면서 교육담당자 및 운영을 바꾸지 않고 3년간 지속적이고 일관되게 진행했다. 다섯째는 권한위임 및 결단력으로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교육 담당자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의사결정권을 부여하고 이해관계자와 소통하면서 자율성을 가지고 교육을 운영할 수 있었다.

종합적으로는 제조시스템전문가는 단위 기술에 대한 전문성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도 경영 전반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제조현장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현장의 낭비를 막고 혁신을 이끌 수 있는 혜안을 갖춰야 함을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