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문의 검문 검색
인생이란 쓰다가 마는 편지이거나 그리다 마는 그림처럼 미완성이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서 저승에 갈 때까지 한 계단씩 올라서 모두 아홉 개의 문을 통과한다고 한다. 도중에 포기하는 사람을 제외하고 천수를 다하는 사람은 아홉 개의 문을 오르면 일생을 마친다고 한다. 그런데 천수를 다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아홉 개의 문을 모두 오르지는 못한다. 즉 9문을 다 오르는 사람은 이승에서의 기준으로 성공한 케이스다. 똑같이 빈손으로 나와서 저승 갈 때까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그 세월 동안 나름대로 목표를 세워놓고 명예를 누리든 부를 얻든 한 계단씩 성취해 가면서 의미있는 일생을 보낸 사람들이다. 나머지는 저승사자에게 불심 검문을 당하여 조기에 마치는 사람도 있고 아니면 스스로 포기하던지 그러지 않더라도 아예 성공이나 성취 같은 것은 마다하고 서 너 계단정도 오르는 척하다가 그냥 둘레길이나 돌면서 일생을 마친다.
아무튼 9 문을 모두 오른 사람은 한 계단만 더 올라서 10 문까지 가보고 싶은데 조물주가 허락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왜냐하면 10 문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천국으로 들어가는 계단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저승의 출입문도 9 문까지 밖에 없어서 이승에서는 더 이상 올라갈 문이 없다고 한다. 10문을 가보는 것은 사람들의 로망이다. 간혹 종교계에서 로망을 실현시킬 수 있다는 꿈을 심어주기도 하지만 이승에서 저승으로 가는 길에는 특혜가 없으므로 누구도 금방 천국으로 들어가는 길은 없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인생사에서 사람들이 즐겨하는 말이 도전이다.
,“자, 결심하셨습니까?” “네, 도전!”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겠냐 마는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
어떻게든지 어려운 일을 극복해보려는 염원으로 끊임없는 도전을 즐겨하고 도전을 유혹한다. 그래서 목숨을 바쳐가며 히말라야 14봉을 등정하고 세계최고봉이라는 예베레스트 정상에 오르는 도전을 한다. 그러나 아무리 올라도 ‘하늘 아래 뫼’일 뿐이다. 그 곳에서 보이는 하늘은 땅에서 보는 것 보다는 좀 더 가까울지는 몰라도 까마득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아무리 천국에 직행하는 계단을 찾으려고 도전을 해본들 인생은 미완성이다.
사람을 빚어서 빈손으로 인간 세상에 내어놓는 조물주는 참으로 짓궂은 것 같다. 과일이라도듬뿍 손에 쥐어서 내보낼 일이지 굳이 금단의 과일을 만들어서 유혹이라는 단어를 가르쳤다. 그리고 안되는 줄 알면서도 도전을 시켜 애만 쓰게 만들어서 힘을 빼앗고 가는 길마다 선택의 기로에 서게 하여 그 작은 간조차도 쪼그라들어 애간장 타게 만드는 것을 즐기는 것 같다. 또한 잔인할 정도로 너무 냉정하다. 아무리 인간사회에서 부와 명예를 얻었다고 해도 빈손으로 나와서 덤으로 얻은 것이니 저승갈 때는 모두 이승에 놓고 가도록 했다. 옛날에는 귀족이나 부호로 한세상 누리고 살던 사람들이 빈손으로 시작해서 자기 노력으로 얻은 것이므로 저승갈 때도 가져가겠다고 우겼다. 그래서 그동안 모아두었던 금은보화는 물론 심지어는 아내와 하인까지도 순장시켜서 저승으로 데리고 가려고 했다. 그러나 일생을 보내는 동안 조물주가 애간장을 타도록 만들어 힘을 전부 빼앗아서 우격다짐으로 들고 갈 수도 없어서 금은보화를 뇌물로 써서 저승문을 통과하려고 했다. 그런데 막상 저승문 앞에 이르고 보니 염라대왕의 지시를 받아 움직이는 저승사자들은 청렴결백할 뿐만 아니라 융통성이 전혀 없었다. 이러한 소문들은 가끔 한번씩 저승 문턱을 넘었다가 되돌아온 사람들을 통해 알려지게 되어 이제는 가져갈 엄두도 내지 않는다. 아깝더라도 자식들에게 주고 가거나, 이승에 기부하고 빈손으로 떠나는 것이 상식화 되었다. 다만 심심풀이로 동전 한 잎 정도는 기념으로 입에 물고 통과하도록 해주고 혹시 금 이빨 같은 장신구는 화장쟁이들의 수고비로 쓰도록 해주는 것이 관습이 되었다.
저승에 도착하면 사람들은 일단 1문부터 9문까지 각 출입문별로 줄을 선다. 이승에서 얻은 정보에 의하면 1문이 제일 좋다고 해서인지 대부분이 1문이나 2문으로 몰려서 매우 혼잡하다. 심지어는 미리 자리를 잡고있는 사람에게 이승에 연락하여 충분히 사례하겠다고 하여 자리를 양보받기도 한다고 한다. 그러나 잠시 후 저승사자들이 도착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저승사자들은 각 출입문 앞에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을 모두 광장으로 집합시킨다. 남녀의 구별도 없고 또한 돈 많고 권세있던 사람이나 많이 배워 유식한 사람이나 모두가 벌거벗은 몸들이라 구별이 되지 않는다. 관등 성명을 대면 저승사자들이 공적 조서가 적힌 인명부를 대조한 다음 출입문 별로 줄을 세운다. 간혹 이승에서처럼 뇌물을 쓸 기회가 없을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수중에 지닌 것이 없으므로 별다른 방도가 없다. 그만큼 저승문으로 갈 때에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저승사자들의 검문검색이 공정하고 철저하므로 세상에 나올 때처럼 모두가 빈손이다. 광장에서 분류가 끝나면 저승사자들은 마치 논산 훈련소에 입소하는 장병들처럼 “왼발, 왼발” 하는 구호를 선창하며 각 출입문으로 인솔한다. 이승에서 선량하게 살아온 사람은 가난할망정 1내지 2문에 배정되어 천국에 가까운 안락한 저승으로 들어가게 된다. 대신 부귀와 영화를 누리고 편안한 일생을 보낸 사람들은 그들로 인해 사람들이 괴롭힘과 상처를 받은 정도를 따져서 8문이나 9문으로 배정되어 아비규환의 지옥으로 떨어진다고 한다.
이와같이 미완성인 인생은 인과응보의 공정하고도 철저한 검문검색을 통하여 저승문을 통과하면서 비로소 완성이 되는 것이다.
(2024.7 백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