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정수근의 심야음주폭행사건과 뒤늦게 드러난 축소 시도, 여기에 롯데 구단의 계속된 무책임한 행동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지울 수 없다.
정수근은 2군에서 자숙하고 땀을 흘려야 할 시기에 이른 새벽까지 술을 마셨고 결국 시민들과 승강이를 벌이다 불미스러운 일을 저질렀다. 사건 발생 이유가 설사 상대방에 있더라도 정수근으로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더 충격적인 것은 사건 축소를 시도했다는 점이다. 누가 사건 축소를 먼저 제의했느냐는 그 다음 문제다. 정수근은 사건 당시 방망이를 휘두르지 않았다고 분명히 밝혔지만 상대방이 과도한 합의금을 요구하자 “방망이를 휘둘렀다. 내 잘못은 법에 따라 당당히 처벌받겠지만 상대방이 너무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 공인이라고 앉아서 당할 수만은 없다”고 말을 바꿨다. 당연히 처음부터 진실을 밝히고 팬들에게 머리 숙여 사죄해야 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롯데구단의 처사다. 롯데는 사건 발생 몇 시간 후인 7월 26일 오전 10시께 양측의 합의 사실을 밝히며 사건이 일단락됐음을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이근수 사장, 이상구 단장을 비롯한 구단 고위관계자들은 “낮에 일어났더라면 아무 일도 아닌 일인데 언론이 너무 과잉반응한다”는 이해할 수 없는 말만 늘어놓았다.
사건 발생 후 경찰서로 달려간 구단 직원들은 정수근의 음주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고위층은 음주 여부에 대해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했다. 정수근이 음주로 운전면허가 취소된 것이 뒤늦게 밝혀진 7월 29일에도 이상구 단장은 그 전까지 전혀 몰랐다고 부인했다. 또 양측이 합의금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구단 직원이 창구역할을 했지만 이 역시 부정했다. 롯데 구단은 보고체계도 제대로 되지 않은 구멍가게란 말인가. 감추고 발뺌만 하는 게 구단 프런트가 할 일은 결코 아니다.
가뜩이나 관중이 줄어가는 국내 프로야구 현실을 생각할 때, 그리고 ‘구도’ 부산의 야구 열기를 생각할 때 이번 사건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7월 30일 부산해운대경찰서가 양측을 불러 재수사에 들어갔지만 정수근과 롯데 구단은 이제라도 진실을 거짓없이 밝히고 팬들에게 무릎 꿇고 사죄해야 한다.
[미니박스]
롯데 정수근은 7월 30일 오전 11시 폭행 사건과 관련해 재수사를 받기 위해 부산 해운대경찰서로 출두하기 전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에서 소개받은 박성웅 변호사와 함께 부산 동부지청을 방문해 공탁금 300만원을 걸었다.
정수근측은 부상을 당한 정도가 상대적으로 심한 이모씨 앞으로 200만원, 권모씨 앞으로 100만원을 각각 걸었다. 공탁금의 의미는 합의가 결렬된 현 상황에서도 경찰의 수사 결과에 상관없이 최소한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는 의사표현이다.
한편 정수근은 이날 오전 변호사와 함께 부산 해운대경찰서에서 사고 당시 상황과 사건을 축소해 진술한 배경 등에 대해 자세히 조사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