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아침 ..
맞춰놓은 알람소리에 깜짝놀라 일어나
채 뜨지도 못한눈을 비벼가며세수를 했다.
부랴부랴 옷을 입고 나갈준비를했으나 혹시나 첫차를 놓칠지모른다는
조바심에 택시를 타고 정류장에도착했다.
무대뽀정신이랄까.
일하느라 수개월간 여유없이 살다 어느날 갑자기 군대간 친구가
보고싶다며 녀석이 보내온 편지한통을 들고 물어물어 녀석이 있는
군부대를 찾아나서기로했다.
전라남도 보성군 벌교읍 벌교리...거기서도 인적이 드문 산골깊숙이
자리한 한 방공포대가 친구가 근무하는 부대였다.
서부정류장에 전화해 교통편을 알아놓은게 도움이 되었다.
벌교는 전남 순천과 가까우며 대구에서 가려면 순천을 거쳐야한다고했다.
오전 7시05분 순천까지 가는 첫 고속버스에 몸을 실었다.
순천까지는 3시간 남짓한 시간이다.
국토의 남쪽밑에 위치한 전라남도는 나에게 초행길이다.
사실상 전라도에 갈일이없었기에 나에겐 가슴설레이는일이었고
나역시 내심 기대를하고있었는지도 모른다.
광양을 거쳐 순천터미널에서 내려 바로 벌교로 가는 버스를
갈아탔다. 벌교는 전라남도 보성군 안에 위치한 작은 리(里)다.
버스에서내려 녀석이준 편지봉투를 한번훑어봤다.
벌교까진 도착했지만 내가 알고있는 단서라고는 녀석이 산꼭대기
에 위치한 미사일부대(방공포대)에 근무한다는것뿐.
물어물어 미사일 부대의 위치를 알고나니 더욱 막막하기만
하다. 마을 어르신의 말로는 벌교 터미널에서 50리 길이나 떨어진
율어라는곳에 있는데 마을버스는 하루에 두번있고 산턱에 도착해도
산꼭대기에있는 군부대까지는 비포장길이며 차가없으면 갈수없다고한다.
다리에 힘이 풀렸다.
방금전에 하루두번있는 버스가 출발했다니 나는 걸을수밖에 없었다.
중앙선을 따라 조금걸어가다 마을을 벗어나기전 지나가는 트럭을 잡아
길은 정확히 모르지만 혹시나 근처까지라도 간다면 좀 태워달라고했더니
무뚝뚝한 표정의 트럭주인아저씨가 타라고한다.
그렇게 몇번 지나는 차를 얻어타고 길에서 내려 물어물어 산턱까지 왔다.
손을 흔들때마다 차를세워 태워주는 벌교의 구수한 인심에 탐복했다.
가는길을 뒤집에가며 산턱까지 태워주신 고마운 분께 넙쭉인사를하며
산까지는 혼자올라가겠다고 했다.
땀을 닦으면 쨍쨍내리쬐는 볕을 등지고 산을 올라가기시작했다.
조금 가다보니 저멀리 통신소가 보였다. 군부대의 대공미사일 기지일 거라고 추측하며
부지런히 산길을 올랐다.
곧 나올거라고 생각했던 군부대는 가도가도 끝이 없고 왠지 길이 돌아가게
끔 만들어진것처럼보인다.
끝없이 꾸불꾸불한 길에 겉옷을벗어 손에 들고 비오는듯 흐르는 땀을
닦으면 산을올랐다.
오늘따라 햇볕이 더욱 따갑다.
산은 조용하며 인적도 없다. 혹시나 면회가는 사람의 차가 지나가면 얻어
타려고했으나 한시간이상 산을 올라가는데도 차는커녕 사람조차보이지
않는다.
"4륜구동정지 군사지역. 지뢰매설지."
푯말이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설마하니 등산로에 지뢰가 설치되어있겠느냐마는 이곳은 등산길이라기보단
군사지역이라고 생각하니 살떨림은 멈추지않는다.
대체 이런 곳에 위치한 군부대는 뭐하는곳일까..더구나 어쩌다가 내친구가
이런곳에서 일하게되었는지가 의문이었다. 그리고 나말고 다른이들은 면회조차
오지못할정도로 굽이굽이 첩첩산중에 위치한 부대라니..기가막혔다.
부지런히 걸었는데 한시간이 넘어도 산정상은 보이지않는다.
저멀리 레이더 기지만 아까보다 좀더 크게 보일뿐이다.
두시간가량 산을 타고 더디어 레이더근처에 도착했다.
기쁜의 눈물이 흐름을 느꼈으나 알고보니 그 레이더는 군부대가 아니라
한국통신의 통신센터였다.
통신센터 직원의 말로는 방공포대는 더 가야한다고 한다. --;;
쓰러질것같았으나 힘을 내고 산을 탔다.
뜻밖에도 그런 산중에서도 전화가 울렸다.통신소 근처여서일까..
신호가 끊기긴 했지만 대구에서 울려온 전화는 나를 기쁘게한다.
한참을 가다 저멀리서 군용트럭이 오는걸발견하고 손을 흔들었다.
트럭에서 내린 군인에서 자초지종을 말했더니 대뜸타라고 한다.
친구를 잘알고있는듯했다.
비포장길을 달리는 군용트럭에서 이리저리 치이며 대대앞에 도착했다.
인간 승리였다.
다들 어떻게 올라왔냐고 물었길래.
벌교에서 걸어왔다고 했다.
이 부대 창설이래 걸어온사람은 나밖에 없다고 한다.
독종이랜다...--;;;
출발5시간 만에 도착해 녀석을 기다렸다.
당직근무를 서고 오침을 하고있던 친구가 부시시한 얼굴로 내려온다.
기쁨보다 놀라움이 앞섰을 것이다.(아무렴 그렇지 그렇구말고...--;;)
아침부터 굶고 산을 탓더니 쓰러질것같았다.
먹을 복이있다고 생각했더니 역시나 때마침 군바리 점심시간이었다.
오늘은 사흘에 한번나오는 괴기(고기)반찬이었다.^^
면회실에서 친구가 타오는 군발이 짬밥을 먹고 아무도 없는 간이 독서실에서
이야기를 했다.
첩첩산중에 신선같은 군인들이었다.
정말70년대를 사는 사람처럼 오래된책에 낡은전화 육이오때나 쓰던 군용트럭에
나무책상.
밤을 새고 일어나 피곤하지않는냐는말에 녀석은 그저 씨익웃는다.
친구랑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오후가되니 막상오긴 했으나 내려갈길이 막막했다.
콜택시를 잡아주겠다는 친구를 만류하고 걸어내려가겠다고 했다.
산골부대라 매점도 없어 맛난것도 사주지못했는데 군바리에게 택시를 얻어타는
신세까지 지고싶진않았다. (여비도 달랑달랑했기에 택시를 탈 여유가없었다.)
친구가 당직사관에게 보고를 하고 내려오는길에 저멀리 짬차(군대부식나르는차)
가 지나가길래 녀석이 손을 들어 차를 잡아준다.
흔들리는 짬차의 짬밥을 보며 비포장길을 수없이 굴러 산을 내려왔다.
그러나 걸어내려오지않은게 큰 다행이었다.
(차타고 내려오는데도 30분이니 걸어올라간 나는 인간승리리라~..)
15일만에 열린다는 벌교리의 15일장을 구경하며 벌교터미널에서 순천으로 순천에서
다시 대구를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고속 버스에서 곧잠이들었다 하루종일 산을 탔으니 그럴만도 했으리라.
잠결에 차가밀려 국도에서 고속도로로 올린다는 안내방송을 들은 것같다.
골아떨어져 누가 엎고가도 모를정도로..잠을잤다.. .......
잠에서깼을땐 차창밖은 어둠에 휩싸여있었다.
산에 두고온 친구가 생각이난다.
친구는 지금도 그첩첩산중에서 당직근무를 하고있을것이다.
대구가 있는 북서쪽을 바라보면서 녀석은 무슨생각을 하고있을까.
녀석과 함께했던 지난 10년간의 시간..그가 살아온길과 그가 가는길을
지켜보는 친구가 될수있음이 나에겐 자랑이다.
부대도서관에서본 글귀가 생각 났다.
"보초를 한번도 서보지못한이는 조국을 말할자격이 없다."
그말에 전적으로 동의하진않지만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친구야. 훈련잘받고 멋진녀석이 되어돌아와라.
사제(사회)는 내가 지킬테니 너는 조국영공을 지키뿌라마!!!^^;;
글구 나는 이제일할란다..--;;점심무뜨니 배부르네..
날이 꾸무리하닷..비올라 카는갑닷.
카페 게시글
♬즉석 에세이
벌교기행.
lone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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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4.15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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