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일보/ 2013.10.1(화요일)자
詩가 있는 풍경
멍석딸기꽃
ㅡ 문효치
울지도 웃지도 않는다
그냥 잠시 거기 있을 뿐
바람이 흔들어 떨어뜨릴 때
그 모습 우리의 가슴에 그려 놓고
가뭇없이 사라져 간다
말하지 않는다
마음속으로 다져 열매를 만든다
우리가 그 열매를 깨물었을 때
매끈매끈한 목소리에 실려 나오는
별같이 많은 말들이
입 안 가득 씹히고 있음을 알게 된다
◆시 읽기
나타내지 않고, 말하지 않고, 눈에 뜨이지 않는 곳에서도 알찬 결실을 맺는 삶이 있다.
울지도 웃지도 않고 그냥, 잠시 거기에 있을 뿐이었던 멍석딸기 꽃, 바람에 떨어져 가뭇없이 사라졌지만 탐스런 열매를 맺어 놓았다. 빨갛고 반질한 멍석딸기를 먹다보면 씹히는 자잘한 씨앗을
시인은 말없이 다져온 멍석딸기의 별같이 많은 말들이라 했다.
아무리 화려하고 근사한 외양을 갖추었다 해도 內實이 튼튼하지 않으면 생의 결실을 얻지 못한다. 내 마음대로 쓸 수없는 남의 지갑 속에 들어있는 지폐나 은행에 쌓여있는 많은 지폐가 내 것일 수 없듯이, 지식의 홍수시대에 버턴 하나로 바로 얻어지는 수많은 지식이나 여차하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물질이 아니라 충실한 실천으로 검증된 삶의 지혜가 생의 결실이다.
울지도 웃지도 않고 그냥, 잠시 거기에 있을 뿐이었던 멍석딸기 꽃처럼, 떠들썩한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말없이 자신의 일에 충실한 사람은 믿음직스럽다. 자신의 분수에 합당하게, 묵묵히 자신의 일에 충실한 사는 사람. 외양보다는 내실에 충실한 사람, 후회 없이 내실을 튼튼히 다져 온 믿음직한 사람에겐 실천으로 검증된 삶의 지혜가 있다. 실천으로 검증된 알찬 지혜의 말들은 들을수록 생생한 교훈이 되어 오래도록 사람들 마음에 부딪쳐오는 것이다.
입 안 가득 씹히고 있는 멍석딸기의 별같이 많은 말들처럼....
유 진/ 시인, 첼리스트<선린대학 문예창작 전담>
첫댓글 아부지 꼴베고 오실 때
지게 뒤 바소고리 뒤에 꽂아 오시던 그딸기입니다
바소고리....무지 정겨운 말이네요. 갈수록 시골에서 자란 사람들이 참 부러워져요.
멍석딸기의 별같이 많은 말들을 아무 생각없이 먹었군요. 그래서 시인이 되지 못했나봅니다.ㅎㅎㅎㅎ
ㅎ, 씨앗 뱉어내기 바쁘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시를 쓰나 봅니다.
별 같이 많은 말들
멍석 딸기에는 씨가 별처럼 많이 들어 있지요~
새콤달콤 쌉싸레한 인생사의 별처럼 많은 말들이요......ㅎ
하늘이 만들어낸 붉은 망울 망울을 그냥두고 보아야 하는데, 무참하게 입에 넣어 일그러뜨리는 인간의 삶의 길은
약육강생의 자연현상으로 봐야겠지요.ㅎ
잘 지내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