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달려!”자원봉사자들의 익살스러운 응원 문구와‘하이파이브’격려에 아마추어 마라토너는 다시 웃으며 달릴 힘을 얻는다./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
2006년생인 최은수군은 올해로 춘천마라톤 자원봉사 '5년차'가 됐다. 춘천 국민체육센터 수영회원인 어머니 최금선(32)씨가 지난 2005년 은수를 임신한 상태에서 자원봉사를 시작한 덕분이다. 은수는 올해도 어머니의 손을 잡고 대회장을 찾았다. "아기 맡길 데가 없어서 데리고 오긴 했지만, 아이들도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호호."
이날 수영 회원 37명은 물품 보관 자원봉사를 했다. 참가자들이 맡긴 소지품을 정성껏 비닐 팩에 넣어 포장하고, 경주를 마칠 때까지 보관하는 게 이들의 일이다. 은수가 어머니 최씨와 함께 서 있는 모습만으로도 마라톤 참가자들에게 환한 미소를 안겨줬다.
지난 2005년부터 자원봉사를 시작한 수영회의 김근혜(34) 총무는 "마라톤에 참가한 회원들을 응원하러 왔다가 뜻깊은 봉사를 하자는 차원에서 시작한 일"이라고 했다. 회원인 조은희(36)씨와 함께 대회장을 찾은 딸 박수연(9)양은 "(비닐백에 붙이는) 스티커에 아저씨들 이름 쓰는 게 재미있었고, 칭찬도 받았다"며 웃었다. 이날 오전 3시간 동안 이들이 받은 소지품만 5000여개에 달했다.
올해 춘천마라톤의 자원봉사자는 약 1600명. 출발·도착지인 송암 스포츠타운과 42.195㎞ 코스 곳곳에 배치된 이들 덕분에 대회는 무리 없이 진행됐다. 코스 8개 지점 급수대에서 물을 컵에 따라주는 일은 남춘천여중, 봉의여중, 우석여중, 춘천여중 학생 700여명이 맡았다. 학생들은 "힘내세요" "사랑해요"를 외치며 응원단 역할도 했다. 김은경(13·남춘천여중 1)양은 "온종일 서 있느라 다리는 아팠지만, 고맙다는 윙크를 자주 받아서 힘이 났다"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 스카우트 조직인 '타이거즈 지역대'의 초등학생~대학생 84명은 춘천마라톤 자원봉사가 올해로 10년째이다. 마라토너들의 '마지막 코스'라고 할 수 있는 경주기록용 칩(chip) 반납처에서 탈진한 마라토너들을 부축하고 칩을 수거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정현(11·미동초 6)양은 "아저씨들이 몇 시간 동안 뛰고 들어오는 걸 보면 정말 멋있다. 마라톤을 볼 때마다 참을성을 배운다"고 했다.
강원대 스포츠과학부(200명), 한림대 체육학과(200명), 해병대 춘천전우회(170명) 등의 봉사도 참가자들의 발걸음을 가볍게 했다.
[춘천=김상민 기자 mom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