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대통령 탑승기 추락..전원사망
폴란드 정부 대표단 등 탑승자 96명 전원 사망
각국 정상 애도 표명
레흐 카친스키 폴란드 대통령 부부 등이 탑승한 비행기가 러시아 서부 스몰렌스크 공항에 접근하던 중 추락, 탑승자 96명 전원이 사망했다고 10일 러시아 당국이 밝혔다.
러시아 비상대책부는 카친스키 대통령 내외를 태우고 바르샤바에서 출발한 러시아제 Tu(투폴레프)-154 비행기가 이날 오전 10시 56분께(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서쪽으로 350km 떨어진 스몰렌스크 공항 활주로 부근에 추락, 카친스키 대통령을 포함해 탑승자 전원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비상대책부는 사고기 Tu(투폴레프)-154기에 모두 96명이 탑승하고 있었으며 이 중 88명은 폴란드 정부의 공식 대표단이었다고 말했다.
폴란드 외교부도 추락한 비행기에 카친스키 대통령 부부가 타고 있었다고 밝혔으며 러시아 관리도 카친스키 대통령의 사망을 확인했다.
카친스키 대통령 부부 외에 대통령 비서실장, 중앙은행 총재, 육군 참모총장, 외무차관 등 고위 정부 인사와 의원들, 역사가들이 사고기에 탄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지난 1940년 옛 소련 비밀경찰이 폴란드인 2만2천명을 처형한 '카틴 숲 학살 사건' 추모 행사에 참석하려고 러시아를 찾았다가 변을 당했다.
이날 추락 사고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와 도널드 투스크 폴란드 총리가 카틴에서 추모식을 한 지 3일 만에 터진 것이다.
당시 푸틴 총리는 러시아 정부를 비판해 온 카친스키 대통령을 초대하지 않았고 카친스키 대통령은 이날 개별적으로 추모식에 참석하려다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기에는 처음에는 87명이, 이후에는 132명이 탄 것으로 전해지는 등 탑승 인원을 두고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세르게이 안투피에프 스몰렌스크 주지사는 "사고기가 공항 착륙 시도 중 나무 꼭대기에 부딪치면서 추락했고 기체가 산산조각났다"면서 "현재까지 생존자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고 원인으로 조종사의 조정 미숙과 함께 기체 결함 등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고의 원인을 규명해줄 비행기록장치 중 하나가 발견됐다고 인테르팍스 통신이 보도했다.
아직 사고 원인은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사고 당시 공항 주변에 짙은 안개가 끼어 있었다고 공항 관계자들이 전했다.
Tu-154는 사고 다발 기종으로 지난해 7월 이란 북서부에서 추락, 168명이 사망했으며 지난 1월에도 이란에서 러시아 조종사가 조종한 Tu-154 항공기에서 착륙 도중 불이나 40명 이상이 부상했다.
각국 정상들의 애도도 이어졌다.
푸틴 총리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카친스키 대통령 등이 러시아에서 비행기 추락 사고로 숨진 데 대해 애도를 표명하고 철저한 조사를 약속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사고 발생 직후 푸틴 총리를 사고 조사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하고 세르게이 쇼이구 비상대책부 장관을 현지로 급파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번 사고에 대해 깊은 충격을 받았다면서 애도를 표명했으며,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도 총리실에서 내놓은 성명을 통해 "카친스키 대통령 부부의 사망에 충격을 받았고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말했다.
(모스크바.베를린=연합뉴스) 김경석 남현호 특파원
기사입력 2010-04-10 21:06 | 최종수정 2010-04-10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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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추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