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4년 1월 1일 홍수전은 청나라 시절 광동성 화현에서 3남 2녀 가운데 네 번째인 셋째 아들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의 이름은 인곤(仁坤)이었다. 그의 집안은 객가(客家)였는데, 객가란 한족(본지인)이 아닌 외래이주자 집안을 일컫는 것이었다. 집안 형편은 그리 넉넉한 편이 아니어서, 인곤의 두 형은 서당에 다니지 못하고 집안일을 도와야 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모든 일에 관심이 많고 집중력이 강한 인곤만은 꼭 교육을 시켜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어린 시절부터 홍수전은 서당에 다녔다. 서당에서는 주로 사서오경을 중심으로 한 유학서적을 읽었다. 이러한 유학적 교양이 나중에 기독교까지도 다분히 유교적으로 해석하는 계기를 주었다. 서당에서 보여준 그의 실력은 탁월했다. 그러나 그와 그의 가족이 그토록 염원했던 과거 시험에서는 번번이 낙방하였다. 화현의 현시에는 합격했지만 다음 단계인 부시에서 실패한 것이다. 1837년 세 번째 낙방한 후 홍수전의 낙심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과거에 연속으로 낙방한 것이 곧 그가 비범한 인물로 살아가는 원인이 될 줄은 그 스스로도 몰랐다. 낙방의 굴욕이 너무도 커서 그는 시험이 끝난 후 열병에 걸려 들것에 실린 채로 귀향했다. 그로부터 약 40일 동안 홍수전은 거의 의식을 놓은 채 꿈속을 헤매었으며 헛소리를 계속했다. 이 환몽이 홍수전을 특별한 사람으로 만든 첫 번째 계기가 되었다. 1840~50년대 홍콩에서 선교활동을 했던 선교사 테오도르 햄버그는 홍수전 전기를 쓰면서 홍수전의 환몽 경험을 비교적 자세하게 기록하였다. 햄버그의 기록에 따르면 홍수전은 환상 속에서 특별한 노인을 만났다. 노인은 홍수전을 향하여 “용기를 내어라, 맡은 일을 다하여라, 어떤 곤란한 경우에도 나는 너를 도와줄 것이다”라고 말했다. 홍수전은 또 때때로 중년의 사내를 만났다. 홍수전은 그를 장형이라 불렀다. 중년의 사내는 홍수전에게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를 가르치고, 아주 먼 지방까지 가서 악령을 물리쳤다. 홍수전은 훗날 노인을 ‘상제(上帝)’라 생각했고, 장형을 예수 그리스도로 생각했다. 자신은 자연스럽게 예수 그리스도의 동생이 되는 것이었다. 건강이 회복되면서 홍수전의 인품은 완벽하게 달라져 있었다. 한결 의젓해지고 친절했으며 신중해졌다. 외모도 위엄이 가득한 풍채로 바뀌었으며 걸음걸이도 중후해졌다. 병에 걸리기 전에 얻은 <권세양언(勸世良言)>이라는 책 또한 홍수전의 삶을 바꾸어준 중요한 것이었다. 이 책은 성경의 주요 부분을 발췌하고, 유교 불교 도교 등을 우상숭배와 미신의 예로 비판한 책이었다. 홍수전은 처음에 이 책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자세히 보지 않았으나, 외사촌 이경방이 이 책의 내용을 물어오자 책을 다시 보게 되었다. 책에 깊이 빠진 그는 환몽 속에서 체험한 것을 이 책의 내용에 입각해 해석하기 시작했다. 환몽 속의 노인은 이 책에서 ‘상제(上帝)’라고 번역한 여호와이며, 그가 악마를 격멸할 때 도와준 장형은 예수 그리스도이고, 악마들은 이 책에서 비판하고 있는 유교 불교 도교와 민간신앙이라고 해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