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인 날과 시간 : 9월 14일 10;00시
모인 곳 ; 인천 공항 출국장 7번 게이트
간 곳 ; 소무의도 무의바다누리길
산행 이야기
(인천국제공항 출국장7번게이트)
09시 50분
- 오늘은 해외 산행이다.
영종도, 잠진도, 무의도를 거쳐 소무의도까지 기차, 배, 버스를 갈아 타고 걷는, 거리에 비해 머나 먼
여행이다.
함께 할 학우와 여고생은 모두 17명이다.
남 도희 학우는 진저리치게 싫어하는 잔돌 길이 없는 길이라며 뒤늦게 참석했고, 민 영기 학우 부부는
간밤에 전주 사돈 집 문상 후 밤새 귀경하여 참여하는 투혼을 보였다.
투병 중인 도 윤주 학우까지....
다들 서울 동쪽, 남쪽, 북쪽에서 이곳 서쪽 끝까지 강과 바다를 건너 모였다.
( 소무의도 찿아가기)
10시 20분
- 222번 BUS가 왔다.
우리가 가는 잠진 선착장행 BUS는 매시 20분, 50분 2회 운행한다.
휴일 나드리 객이 장사진을 친 그 긴 줄 속에서도 우리는 이 정길 대장의 기민한 대응으로 잽싸게
BUS에 올라 자리를 잡고 앉아 속으로만 웃는다.
잠진 선착장을 출발한 카페리가 바다 건너 무의도로 가기 위해 서서히 선체를 180도 회전하자
온 바다 갈매기들이 떼를 지어 몰려와 배를 중심으로 빙빙 돌며 먹이 비행을 한다.
10분 정도에 불과한 항해 길이라서인지 배를 돌리자마자 무의도 큰무리 선착장이다.
배의 뱃속애 가득찬 사람들과 줄 지어선 자동차들을 보니 인마의 왕래가 많은 이 가까운 섬 사이에
왜 그 흔한 교량이 없는지 알 것도 같다.
이 곳에서 다시 BUS를 갈아 타고 소무의도와 마주 보고 있는 항구 마을인 샘꾸미로 향한다.
이 곳 지명들은 옛 이름이 그대로 남아있어 뜻은 아리송하나 우리말 고유의 맛이 있다.
샘꾸미? "샘 구멍이 어디 있나?"
인근에 있는 하나개 해수욕장의 하나개는 "큰 갯벌"이라 던데.
(소무의도와 안산 하도정)
11시 30분
- 바다 누리길 1코스인 414m 길이의 알록달록 칠을 한 아취형의 소무의교에 올라서니 초가을 햇살을
받은 수 많은 물결 조각들이 은싸라기가 되어 반짝거리고 있다.
오늘 밤 달님이 오시면 금싸라기로 변하겠지.
젊은 여고생 5인조가 다리 위를 앞서 나가고 도 윤주 학우가 소진한 원기를 회복하려는 듯 큰 숨을
들여 쉬며 대장님의 호위를 받으며 후미를 지킨다.
이어지는 74m 높이의 안산 계단 길은 밑바닥이 바다여서인지 남산 만큼이나 높은 것 같다.
쉬고 또 쉬고, 세월아,네월아, 어리적거리며 오르자니 굽이굽이 산길에 허리만 굽어 간다.
드디어 하도정, 글 그대로 새우섬 정자다. 11시50분
영종도가 들어서기 전 그 많던 동백하 새우잡이 배들의 모습은 이제 정자 현판에서나 흐리게
그려볼 뿐이다.
"바다아아에에는 물이 마르고, 어어부우들 노오랫 소리 멎은지이 오래일세"
아무 생각없이 음으로만 평생 불렀던 "고향 무정"이 뜻으로 다가온다.
오늘 하도정은 우리들 세상이다.
정자 안 여섯 변의 테두리 의자와 바닥에 자리를 깔고 열 일곱명이 들어 앉으니 그야말로 안성맞춤이다.
오늘은 점심 없는 산행이다.
대신 자리를 잡고 앉자 검은 깨, 흰 깨, 곡물과자와 과일 등 주전부리가 이 배낭 저 배낭에서 나와
수북히 쌓인다.
특히 이 명천표 살얼음 막걸리에 소주, 복분자를 섞은 박 대규 학우왈 삼합주를 한 잔 마신 고 저 멀리
인천대교, 송도 신도시, 월미도, 해녀섬을 둘러 본 후 그 너머 수평선을 따라가며 그어 보니 더할 나위
없는 풍경이다.
정자 이쪽에선 사과를 두껍게 깍는다며 타박하는 김 창섭 학우의 힐란조 언성이 깍기 봉사 중인 심 회장
사모님의 귀등으로 흘러 버리고, 정자 저쪽에선 다음 달 교우회 체육대회 날 윤 광선 학우 사모님의
겆저리 봉사를 노린 김 광수 학우가 술잔을 따라 올리며 온갖 맛치사를 하느라고 바쁘다.
정작 그녀는 "나는 네가 지금 하는 일을 알고 있다"는 듯 무덤덤하기만 하다.
이야기가 건강 문제에 이르자 어느 듯 40분이 훌쩍 지났다. 오래 쉬었고 갈 길이 남았다.
다시 출발
12시 30분
오르막 길에 힘을 소진한 도 윤주 학우는 내리막 길이 조심스럽다. 한껏 목소리를 키우며, 씩씩한 척
하지만 내미는 손을 마다하지 않는다.
(소우의도 해변길)
"명사의 해변길"
명사는 박 정희 전 대통령이다.
재임 시절 이 곳에서 가족들과 서너 번 쉬어 가셨단다.
저 멀리 앞서 간 학우들을 오늘의 찍사 광선 학우가 박아대는 모습이 오히려 그림이다.
햇볕이 제법 따갑다.
도중에 멋대가리 없이 문이 잠긴체 속빈 강정처럼 우두커니 서 있는 섬 박물관의 그늘 벤치에 앉아
쉬고 있자니 바닷 바람이 시원하다.
"박물관은 마이너스100점, 바닷 바람은 플러스 100점"
소무의도 누리길은 총 2.48km로 짧다. 소요 시간을 2시간으로 넉넉히 잡고 13시 30분 식당을 예약 한
후 느리게 걷기로했다.
하도정에서 40분 쉬며 노닥거리고, 조금 걷고 더 쉬고 "이랴" 대신 "워워" 하면서 온갖 늦장을 다
부리는 데도 시간이 남는다. 참 오랫만에 느껴 보는 청춘 시계다.
(유민 식당)
- 개발이 더딘 소무의도에는 그리 마땅한 식당이 없다.
어부가 민박을 겸하며 투잡으로 운영하는 이 곳은 예약 손님만 받는다.
주 메뉴는 간장게장 백반이다. 두당 15000원.
반찬과 국은 매번 바뀐다.
맛은 메뉴에따라 복걸 복이다.
답사 차 지난 번에 왔을 때는 좋았었다. 그래서 기원했다. "이 번에 더 좋기를....."
그러나 몇몇 학우들의 입 모양이 "마이너스 100점"을 읊조리고 있다. 눈치만 는다. ㅠㅠ
배탈이 난 이 석재 학우몫 게딱지 하나가 양보 흐름을 타고 게걸음으로 내 앞에까지 왔다.
심회장님은 오늘도 57동창회 년말및 명년 행사 계획 홍보에 여념이 없다.
(귀경 풍경)
14시 30분
- 돌아가기위해 신발 끈을 다시 맨다.
들어 온 순서의 역순이다.
소무의교(도보)-샘꾸미(버스)-큰무리선착장(배)-잠진도(버스)-인천공항(공항철도)-서울역
배에서 내린 김 광수 학우는 경보 선수다.
빠른 자 앉아 가고, 느린 자 서서 간다.
16시
- 다시 인천 공항 출국장 7번 게이트
오늘의 최우수 공항 패션은 김 창섭 학우 부부다.
아들이 사 줬다며 유난히 발을 높이 들고 걷는데,신고 있는 샛빨간색 커플 레저화가 공항 청사에만
들어서면 빛을 발한다.
뒷풀이를 위해 점 찍어둔 망고 밀크 팥빙수 집은 벌써 빙수 메뉴를 접었다. 요즘 팥빙수는 사계절 식품
인줄 알았는데,,,,,
특히 여고생들을 비롯 다들 아쉬워 하는 모습을 보니 괜시리 미안해 진다.
대신 입맛에 따라 생맥주 0개, 딸기쥬스 0개, 토마토쥬스 0개~
주문 외우기도 여간 힘든게 아니다.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이다.
공항 철도로, 리무진으로, 김포 공항으로, 서울역으로각자 연계 교통편에 따라 흩어진다.
즐거웠네. 편히들 가시게나.
글쓴이 홍 성중
추신: 10월 산행은 교우회 체육대회 관계로 쉽니다.
ㅅ
첫댓글 안간사람도 간것 처럼 세세히 설명했네
홍회장 수고가 많았습니다.
참석한 학생은 다 아는 내용이라 재미 없겠지만 참석 못한 나는 진지하게 끝까지 천천히 읽었다
읽고나니 입가에 웃음이 계속 맴돈다 왜 그럴까^^^^
댓글 감사합니다.
어머니가 입원 중이시라 병수발하며 밤새 어렵게 쓴 글이라 댓글이 격려가 되네요
삼합주를 한잔 마신고는 마시고로, 복걸복은 복 불복으로 고칩니다.
장문의 설명' 수고했습니다.
오랜만에 산행참석~
우리부부는 매우 만족 했슴니다. 모임인원은 적어도 신경쓰기는
마찬가지라 생각됩니다. 앞으로 자주 참석하려합니다
지방에 근무하는 핑개(?)로 귀경을 못하여 동참을 못해 아쉬웠는데 산행일지를 보니 더 더욱 만사를 팽겨치고 가야 하는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상세한 산행일지 읽고 또 읽었지요 수고 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