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리뷰 【거기, 그곳에 세상 끝에 다녀오다.】 지미 친. 옮긴이 권루시앙. 진선북스.2002년
글. 코오롱 등산학교 명예교장.
【거기 그곳에】는 미국의 유명 모험 사진작가 지미 친(Jimmy Chin)의 모험 사진집이다.
지구 곳곳의 오지에 산재해있는 K7. 창탕고원. 에베레스트. 말리. 남위 180도. 메루. 요세미티 .차드. 부가부 산군. 요세미티의 프리솔로. 남극대륙등지의 유명 등반대상지를 찾아 등반과 모험을 즐기는 순간순간들을 카메라의 렌즈에 담아 【거기 그곳에】라는 제호의 사진집을 출간했다.
저자 지미 친은 아카데미 수상작 【프리솔로】의 감독이자 모험사진의 대가다.
미국의 다큐멘터리 영화 프리솔로의 주인공 알렉스 호놀드는 지미 친을 가리켜 “그는 지구상에서 가장 폭 넓은 여행을 다니며 경험을 쌓은 모험사진작가 이며 이 사진집은 완전한 걸작이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세상에 도전할 영감을 얻었다.”고 말할 정도로 극찬했다.
그는 1999년 카라코람의 차라쿠사 벨리의 K7 첫 원정을 시작으로 창탕. 에베레스트. 밀리. 남위 180도. 메루. 요세미테. 차드. 부가부. 남극대륙 등 지구 곳곳에서 촬영한 기록들을 사진집으로 묶었다.
그는 5천 미터 고도의 티베트 창탕고원에서 세븐 서미트 등정자 중의 한 사람인 릭 리지웨이와 함께 멸종위기의 티베트영양 치루를 찾아내어 중국정부에 보호 종 지정을 요청했고, 파키스탄의 K7과 남미 파타고이아의 세로토레에서 참담한 실패를 맛보았으나. 메루 봉의 주봉 샥스핀을 초 등정 한다.
차라쿠사 계곡
1999년 여름 파키스탄 차라쿠사 계곡 여행은 지미친의 인생에 하나의 전환점이 되었다. 그것을 계기로 일반적인 직업을 포기하고 고산을 타는 인생 쪽으로 돌아섰다.
차라쿠사 계곡 사진은 어느 등반 잡지에서 처음 보았다. 존경받는 등반가인 콘래드 앵커와 피터
크로프트가 카라코람 산맥 곳곳을 최초 등반하는 장면을 전설적 등반가이자 사진작가인 가렌 로웰(Galen Rowell)이 포착한 멋진 사진이었다. 지미 친은 그 사진들을 보며 결심했다. ‘진정한 등반가는 카라코람 산맥을 탄다.’ 그리고 나는 진정한 등반가가 되고 싶었다. 가렌 로웰은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수직의 세계 요세미테《The vertical World of yosemite. 1974》를 편집한 사진작가다.
2005년 필자는 차라쿠사 지역의 드리피카(Drifika.6447m)를 등산학교강사들과 원정한 적이 있었다. 파키스탄 사람들이‘히말라야의 알프스’라 부르는 차라쿠사는 히말라야에 속해있으면서도 알프스와 같은 풍치를 지닌 곳이다.
차라쿠사(Charakusa)계곡의 베이스캠프(4308m)주변은 몽블랑산군의 샤모니 침봉 군과 흡사한 경관을 지니고 있다. 베이스캠프를 중심으로 6-7000m급 침봉들이 성곽처럼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 스판사르(Spansar).나세르피크(NasserPeak.3850m). 독스 노브(The Dogs Knob). 파롤(Farol).K7웨스트(K7West.6973m).모포(Mofo).K7(6973m).링크사르(LinkSar.7041m). K6(7261m). 캐신 피크(Cassin Peak). 카프라(Kapura.6544m). 5.12의 난이도를 지닌 나세르 피크(Nasser Peak.3850m). 파디 브락(Fathi Brakk)등 수십 개의 첨봉(尖峰)들이 원형경기장처럼 사면을 에워싸고 있다.
나는 콘래드를 2000년 여름에 처음 만났다. 그에 대해서는 이미 많이 알고 있었다. 그는 정점에다 이른 유명 등반가였다. 세계 곳곳에서 중요한 곳들을 초 등반했고, 그의 사진들은 『내셔널 지오그래픽』 표지를 장식했다. 1999년 “Because it is There“(산이 거기 있기 때문에)라는 명언을 남기고 에베레스트의 전설이 된 조지 맬러리George Mallory*의 시신을 실종 75년 만에 발견하는 성과를 올린 등반가다.
K7
사람들에게 거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카라코람 히말라야의 K7은 장엄한 산이다. 차라쿠사 계곡에 열병하듯 도열해있는 여러 봉우리 중 6,934미터 높이로 솟아 있는 이 산을 보면 산악 요새라는 생각이 든다.
창탕고원
서 티베트의 창탕 고원을 별도 지원 없이 횡단하는 443킬로미터에 걸친 대장정에 나서는 중이었다. 창 탕 고원은 지구에서 가장 높고 가장 외진 사막 고원이다. 그 전인 2001년 겨울, 릭 리지웨이Rick Ridgeway는 7대륙 최고봉을 최초로 등정한 미국의 등산가로 7대륙최고봉(seven Summits)을 모두 오른 그는 세븐 서미트(Seven summits)라는 말을 처음 만든 등산가이며, 2017년 한국 울주 세계 산악문화상 첫 수상자이다.
그는 창탕고원 원정을 논의하기 위해 나에게 연락을 해왔다. ‘치루’라 불리는 티베트영양은 원래 개체 수가 수백만을 헤아렸으나, 구하기 어려운 캐시미어의 일종인 샤시 숄 수요가 많아지면서 멸종 직전까지 개체수가 줄어들었다. 릭과 콘래드 앵커, 게일런 로웰, 데이비드 브리셔즈는 사람 눈에 잘 띄지 않는 치루의 이동 경로를 따라 가서 이제까지 알려 지지 않은 그들의 번식지를 찾아내고자 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의뢰로 그곳을 영화로 기록함으로써 그 지역이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보호 될 수 있기를 바랐다.
창탕히말라야지역에 서식하는 티베트영양의 일종인 치루(Chiru)가 사람들의 포획으로 나날이 개체수가 줄어가고 있는 현실을 보고 이들의 서식환경이나 종의 번식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새끼를 출산하는 과정 등을 추적해서 보전대책의 일환으로 보호구역 설정의 중요성을 중국정부에 건의했고 이를 관철시키기도 했다. 치루의 부드러운 속 털은 양질의 모피로 캐시미어는 물론이고 그 어느 모피보다 더 부드럽고 질감이 좋으며, 털 한 올 한 올을 마이크론 직경으로 측정해보면 세계에서 가장 가늘기 때문에 가장 부드러운 스카프와 숄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지난 20년간 이들 숄은 뉴욕이나 파리의 패션 중심가에서 유행했으며 숄 하나가 2만 달러 정도에 유통된다고 한다. 이런 숄 하나를 만들려면 속 털이 가장 두꺼워지는 겨울철의 어미 치루 세 마리 분량이 필요하다고 한다. 따라서 치루의 밀렵은 1980년대 후반부터 급격히 증가했으나 이후 줄었다고 한다.
프리솔로
한 세대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암벽등반의 천재 알렉스 호놀드가 이룬 극한 모험등반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펼쳐진다. 그가 이룬 등반성과는 매우 놀랍고 소름이 돋을 정도다. 그의 등반사진 몇 개를 보면 온몸이 전기충격을 받은 것처럼 떨려온다. 그러나 이 책에 실린 그의
등반사진이 미쳤거나 무모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가 이룩한 등반성과는 놀랍다. 전율이 일어날 정도다. 그의 등반기록 몇 개를 읽는 것만으로도 모골이 송영하지만 분명한 것은 호놀드가 광적이거나 무모하리만치 저돌적인 사람이 아니라는 점이다.
알렉스 호놀드의 프리솔로 등반은 얼마 전 k.B.S에서 방영된 적이 있다. 이 책에는 2019년 오스카상 장편 다큐멘터리 상 수상작인《프리솔로》촬영과정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장편다큐멘터리 《프리솔로》는 알렉스 호놀드가 2017년 엘캡의 프리라이더 루트를 프리솔로로 등반하는 내용이다. 최고의 산악영화라고 호평 받은《프리솔로》촬영 과정을 상세하게 확인해주는 것 또한 이 책이 독자들에게 주는 보너스다.
프리솔로(Free Solo)란 로프와 파트너의 도움 없이 맨 몸으로 하는 등반을 말한다. 장비는 암벽화와 초크백이 전부이며, 장비를 보호기구로 사용하지 않는 등반이다. 이것은 등반을 가장 원초적인 도전 행위로 본다. 즉 발에 암벽화만 신고 마찰력을 높이기 위해 손가락 끝에 초크만 묻힌 채 벽에 대항하는 행위이다. 따라서 프리솔로는 가장 순수한 등반형태라 할 수 있지만 등반도중에 작은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집중력이 요구되는 등반이다. 등반 중에 홀드가 부서진다든가 홀드를 놓치거나 비가 뿌린 바위에 미끄러져 추락사할 수 도 있다.
요세미티
지미 친에게 요세미테는 그의 삶속에서 세계 어느 곳보다 더 큰 영향을 끼친 곳은 없었다.
아와니치 인디언 조상들이 살아왔던 이 지역은 사회 부 적응자들이 모여들었으며 그는 10대 후반부터 이곳을 들락거렸다. 존 무어. 이본 취나드 부터 오늘날의 젊은 세대 사람들이 주류사회로부터 떨어져 나와 캠프장의 흙바닥이나 자동차 안에서 잠자며 암벽사이에서 생활하며 등반을 해왔다. 이와 같은 규모의 등반을 가까이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은 전 세계에서 오직 요세미테 뿐이었다. 요세미테는 수직상승의 능력을 길러주며 자신의 육체적 정신적 한계를 극한까지 넓혀주게 된다. 이 계곡은 등반자들을 강하게 만든다.
지미 친은 날마다 이 계곡 이곳저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유명등반가들의 등반장면을 쫒아 다녀야 했다. 딘 포터. 알렉스 호놀드. 리오 홀딩. 토미 콜드웰 등이었다.
어떤 장면은 한 장을 찍기 위해 며칠씩 등반하며 장비를 설치해야했다. 사진에 담긴 사람 중 몇몇은 우리 곁을 떠난 사람도 있다.
어떤 특출 난 장면을 찍을 때 내 스스로가 공포에 질리는 경우가 있다. 알렉스 호놀드가 하프 돔에서 쌩크갓 레지를 로프 없이 옆걸음으로 건너가는 장면은 나 스스로가 전율을 느끼게 하는 장면이었다. 후일 이 사진은 【프리솔로/2019년. 알렉스 호놀드와 데이비드 로버츠 공저】의 표지사진으로 쓰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