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1월12일
제목 인생의 겨울을 준비하라
본문 전도서 12:1-8
단풍철이 되니 오래전 교우들과 함께 갔던 지리산 피아골에 다시 한번 가보고 싶어집니다. 지난 주간만 해도 부채든 사람들, 반팔 입은 분들을 보았는데 한 주간 사이에 기온이 많이 내려갔습니다. 이제 겨울이 왔다는 신호입니다. 그런데 인생도 계절이 있답니다. 새싹같이 부드러운 봄날이 있고, 싱싱한 여름이 있고, 단풍 지는 가을이 있고 가을이 지나면 인생의 겨울도 오는 법입니다. 야생 동물들은 겨우내 먹을 양식을 땅에 묻어 놓습니다. 나무들도 잎사귀를 떨어뜨려 겨울 준비를 합니다. 사람들도 인생의 겨울을 준비해야 합니다.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까요?
겨울은 반드시 옵니다
먼저 인생의 겨울은 반드시 온다는 것을 마음에 두어야 하겠습니다. 얼마 전 70살 넘은 여배우의 대담을 들었는데 한번 광고를 찍으면 서울 변두리 집 한 채를 샀던 때를 얘기하면서 나도 이전 리즈시절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리즈시절이란 인기가 높던 때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20~30대의 사진을 보여주는데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배우들만 그런 때가 있었을까요?
솔로몬도 그런 때가 있었습니다. 인생의 가을이 된 솔로몬은 여름날처럼 한창이던 때를 기억하며 전도서를 기록했습니다. 그가 누렸던 부귀영화는 덮을 자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누구나 솔로몬처럼은 아니어도 봄날 같은 때가 있었습니다. 우리도 한 때는 소년이었고, 피가 끓어오르던 청년이었습니다. 저도 여러분들도 여름날처럼 싱그럽고 풋풋했던 리즈시절이 있었습니다.
엊그제 유아세례 받은 것 같은데 이번 주 수능을 보는 아들, 딸들이 있습니다. 며칠 잠자고 나면 청년이 엄마가 되고 학부모가 되고 군대를 보내는 아버지가 될 것입니다. 아들 명배에게 분유 먹였던 때가 어제 일 같은데 직장인이 되어서 아빠가 필요한 게 뭐냐고 물어봅니다. “산양 분유가 단백질이 많아 좋다더라.”라고 했더니 이틀 만에 택배가 도착했습니다. 아들이 보낸 분유를 먹으면서 어릴 땐 내가 아들에게 분유를 먹였는데, 이젠 아들이 아빠에게 분유를 먹게 하는구나 싶어 웃음이 나왔습니다.
잠깐 한숨 자고 난 것 같은데 아침이 되듯이 눈 깜짝할 사이에 인생의 겨울이 찾아옵니다. 인생의 겨울은 빈부귀천을 가리지 않고 찾아옵니다. 다윗 왕도 “내가 이제 세상 모든 사람이 가는 길로 가게 되었노니”라고 했고, 솔로몬왕도 날 때가 있으면 죽을 때가 있다고 했습니다. 거지 시인 천상병은 <귀천>이란 시에서 “노을 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을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누구나 인생의 소풍을 마치는 날이 옵니다.
인생의 겨울은 어떤 모습일까요?
2~5절은 인생의 겨울인 노년기를 상징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손발이 떨리며, 허리가 굽을 것입니다. 치아가 흔들리고 빠져나가니 맷돌질이 잘 안 됩니다. 눈이 잘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귀가 어둡습니다. 식욕도 적어지고 의욕도 사라질 것입니다. 새 소리에 일어납니다. 잠이 적어진다는 뜻입니다. 노랫소리가 적어질 것입니다. 머리에는 살구나무꽃이 핍니다. 흰머리가 밉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염색으로 흰머리를 감출 수 있어도 다리에 힘이 빠지는 것은 막을 수 없습니다.
요즘 노인들은 잘 먹고 의료 혜택으로 받으니 잘못하면 100살도 살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겨울이 안 오는 것은 아닙니다. 조금 지연시킬 수는 있지만 젊음을 붙잡아 둘 수 없고, 인생의 겨울을 막아낼 도리가 없습니다. 인생은 필연적으로 늙고 병이 듭니다. 그리고 한 번은 누구나 죽게 됩니다. 땅에 계속 머물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습니다.
나는 더위는 잘 견디는데 추위는 싫습니다. 그렇다고 겨울을 피할 수 없습니다. 지금 겨울로 들어섰는데 아직도 여름이고 가을이라고 우길 수 없듯이 인생의 겨울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겸허하게 노년의 시절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리즈시절을 떠올리며 옛날에 이랬고 저랬는데..... 그런 말은 소용이 없습니다. “봄이 좋고 여름이 좋았는데”라며 여전히 반팔입고 있을 수 없습니다. 겨울이면 겨울에 맞는 옷을 입고 몸을 덥힐 방안을 강구해야 합니다. 인생도 노년의 때가 되었으면 누추하게 다닐 것이 아니라, 오히려 노년에 어울리는 품위를 갖추며 살아야 합니다.
또 노년의 때엔 일을 줄이고 자기 몸에 맞는 정도의 활동과 일로 조정해야 합니다. 노년기를 보내는 이들에게 나타나는 치매, 관절, 허리 굽음 등을 완전하게 방지할 수는 없지만, 적절한 운동을 통해서 완화할 수는 있습니다. 노인이 되면 물을 적게 마시는 경향이 있습니다. 몸에 수분이 적으면 가뭄 때 밭곡식이 시들거리는 것과 같은 현상이 나타납니다. 화장실 가기 싫다고 물을 적게 먹으면 온갖 병을 불러오게 됩니다. 마실 마음이 없어도 자주 많이 마시기를 바랍니다. 숨도 깊이 마시도록 하십시오. 가능하면 눕는 시간을 줄이고 많이 움직이도록 합니다. 밭에서 일할 때 맨발도 하는 게 좋다고 합니다. 흙을 밟으면 몸에 있는 나쁜 기운이 빠져나간다고 하여 맨발로 걷는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교회 잔디밭 가장자리를 흙길로 만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무엇보다도 노년의 때 신앙 관리를 잘해야 합니다. 건강한 사람도 갑자기 죽을 수 있는데 노년의 때는 그럴 확률이 더욱 높습니다. 그러니 항상 믿음 준비를 잘해야 합니다. 죽을 땐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습니다. 반지도 목걸이도 다 뺍니다. 네팔에서 장례식을 보았는데 강가에서 화장하는데, 먼저 죽은 자의 금니를 빼냅니다. 아래 시장에“금이빨 삽니다.”라는 광고판이 있는 걸 보니, 우리나라도 금니를 빼고 가나 봅니다. 죽을 땐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습니다. 그러나 믿음은 가지고 갈 수 있습니다. 가족 행사나 여행보다 믿음을 가꾸는 일을 우선하십시오. 그렇게 함이 노년의 때를 잘 보내는 방법입니다.
겨울 준비는 청년의 때 해야 합니다
겨울 준비는 언제 함이 좋을까요? 솔로몬의 처방은 이렇습니다. 12:1“너는 청년의 때에 너의 창조주를 기억하라.”늙으면 교회 다니겠다, 일이 없을 때 교회 가겠다는 이들도 있습니다. 젊을 땐 일하고 자녀를 낳고 양육하기에 바쁩니다. 젊을 땐 자기만의 인생을 즐기고 싶은 환상이 있습니다.
하지만 솔로몬은 늙기 전에 젊고 한창일 때 겨울 준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인생의 황금기에 하나님께 삶을 드려야 합니다. 임금님께 가장 좋은 음식을 진상한 것처럼 만왕의 왕이신 하나님께 내 인생의 가장 소중했던 젊고 건강한 황금기를 드릴 수 있어야 합니다. 보통 사람도 새 차를 사서 10년 이상 부려 먹고 덜덜거리는 중고차를 선물로 드리면 좋아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모를 땐 그럴 수 있지만, 젊음의 때 하나님을 섬기는 복을 받은 자라면 청년의 때에 창조주 하나님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것이 인생의 겨울을 준비하는 최적의 시기입니다.
솔로몬도 20세에 왕이 되어 부귀와 영화를 원 없이 누렸습니다. 이제 인생의 가을을 맞게 되니 젊고 건강한 시절에 창조주를 기억하며 사는 것이 최고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젊을 때 부와 즐거움을 누리며 살아보았지만, 별거 아님을 깨우친 것입니다. 인생의 가을이 되니 인간의 욕망이 다 부질없는 것임을 알게 된 것입니다.
펜싱 국가대표를 했던 남현희 씨는 허황된 꿈을 좇아 10억 원 이상 되는 것으로 사치를 부렸지만, 남는 것은 불명예, 수치뿐이지 않던가요? 헛된 것들에 집착하지 않아야 합니다. 돈과 권세를 얻어 행복해진 사람보다 불행해진 사람이 더 많습니다.
젊을 때는 일하고 즐기다가 나중 일 없을 때 창조주를 기억하겠다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입니다. 인생의 겨울 준비는 젊을 때가 적기입니다. 비록 나이가 들었지만 그래도 내 힘으로 예배당에 올 힘이 남아 있다면 곱절로 겨울 준비를 잘하기를 바랍니다.
결론
왜 우리의 심장은 뛰고 있으며 왜 우리 몸에는 피가 흐르고 있을까요? 창조자 하나님을 섬기기 위함입니다. 솔로몬은 늙기 전에 창조자 하나님을 기억하라고 합니다. 전12:13“일의 결국을 다 들었으니 하나님을 경외하며 그의 명령을 지킬지어다 이것이 사람의 본분이니라.”고 했습니다. 하나님을 잘 섬기는 것은 사람의 본분을 다하는 일이어서 삶의 의미 생기고, 삶의 질이 높아지며, 만족스러운 삶이 됩니다. 창조자 하나님을 섬길 때 방황하지 않는 삶을 산다. 하나님을 섬길 때 죽음을 두렵지 않은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영생이 보장됨으로 겨울 준비를 완성할 수 있게 됩니다. 지금은 인생의 겨울을 지혜롭게 대비할 때입니다. 하나님을 잘 섬기는 일에 전심 다하기 바랍니다. 그럴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하나님을 경외함이 사람의 본분이며, 우리가 숨 쉬며 사는 의미입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