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타 5 - 중앙 광장에서 시민축제를 구경하고 기차역에서 슬램덩크 포스터를 보다!
10월 30일 가쿠노다테 (角館)에서 신칸센 기차로 아키타 秋田 역에 도착하니 역사에는
이 도시의 여름철 마쓰리인 아키타 간토축제 (秋田竿燈まつり) 사진이 보이는데
일본 동북 지방의 무형 문화제이자 여름의 병마를 물리치기 위한 마쓰리 라고 합니다.
역사에 간토 마쓰리 외에 이웃 도시 마쓰리 사진들도 있으니 구경하면서 동구로 나가 호텔을 찾아
체크인을 하고는 다시 역으로 돌아와 오가온천을 보기위해 서북쪽 오가반도의 오가(男鹿)
로 가는 왕복 기차표를 1인당 1540엔에 구입하는데 기차 시간이 많이 남은지라 역 서구로 나갑니다.
보행자 전용도로인 주오도리(중앙통리) 를 걸어서 두블록을 가니 엄마들이 특이하게 차려입은 아이들을
동반한 모습이 보이기로 이벤트 가 있다는 생각에 큰 도로에 이르니 스피커 소리가 요란하고
아이들과 일반인들이 단체 복장을 한게 보이니 시민축제가 한창인데 무용(율동) 경진대회 라고 할까요?
자원봉사자가 우리 부부에게도 참여 를 권하는데 그럼 간단한 인적사항을 적고는
줄을 넘어 안으로 들어가 바닥에 앉아서 무용(율동) 대회를 관람 해야 하는
데.... 우린 오가(男鹿)로 가는 기차표 를 끊은지라 사양하고 팜플릿만 받아듭니다.
아키타시(秋田市) 는 도호쿠 지방 북서부, 아키타현의 연안 중앙부에 있는 아키타현의 현청 소재지이니
시를 중심으로 인구 45만명의 아키타 도시권을 형성하고 있으며 아키타번 시대부터 성시로서
또 쓰치자키 항은 기타마에선의 기항지로서 번창했으며 일본 최대의 유전인 야바세 유전 이 있습니다.
아키타시는 아키타현의 경제, 행정의 중심지로 인구는 30만명 이며 도호쿠지방의 중소도시들
처럼 경제기반이 취약한지라 2000년 이후로 지속적으로 인구 감소가 진행되고 있으며
아키타공항 은 과거 인천 국제공항에서 직항편이 있었으나 수요 문제로 단절 되었다고 합니다.
아키타는 2001 아키타 월드게임이 개최되기도 했으며 이와아키 히토시 단편 '눈의 고개' 에서는
사타케 요시노부가 구보타 번으로 이주한 이후 세운 성 에서 부터 출발한 도시 라고 나옵니다.
유전 때문에 태평양 전쟁 때 대공습 을 받아 200명 이상이 죽고 시가지가 전소 되었는데 이 공습이 1945년
8월 14일 늦은 밤 부터 15일 이른 아침에 걸쳐 이뤄졌으니 태평양 전쟁 최후의 공습 을 받은 것 입니다.
시민축제 공연 안내자인 여자분의 참가 권유를 기차시간 때문에 거절하는데 이제 오가온천 을 구경
하기 위해 오가반도로 가야 할 시간이라...... 바다를 볼 생각을 하며 기차역으로 돌아
와서는 역 구내에서 농구선수들 포스터 를 발견하는데 가슴에 “SHOHOKU" 라고 적힌걸 봅니다?
“SHOHOKU" 라.... 가만있자? 아니??? 슬램덩크(SLAMDUNK) 에 등장하는 고교
농구팀이 능남, 상양, 해남, 풍전, 산왕에 북산(SHOHOKU) 이 있었지요?
"북산" 은 만화 슬램덩크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다니는 학교 이름으로 일본 원작의 이름은 쇼호쿠
(湘北 SHOHOKU : 상북) 인데...... 16세기 일본의 센고쿠(전국) 시대에 가나가와현의
옛 이름으로 호조씨가 5대 100년 영화를 누렸던 "사가미국(相模国 상막국) 의 북부" 라는 뜻입니다.
정식명칭은 가나가와현립 쇼호쿠고등학교 (神奈川県立 湘北高等学校)로 비디오판에선 한자를 그대로 우리말
독음으로 읽어 상북 이라고 하고, 원작 단행본(한국판) 에서는 북산 이라고 했으며, 또 SBS 에서 방영된
애니메이션 판에서는 신성 (경기도 안양시 소재 학교) 이라고 하는 등 한국판에서는 이름이 3번이나 바뀝니다.
사람 이름과는 달리 고등학교 이름은 한국화해봤자 의미가 별로 없지만 왜 '상북고' 를 '북산고' 로 바꿔야
했는가 하면...... 연재 당시 울산시 울주군 상북면에 실제로 있었던 '상북고등학교' 와 겹치는 것을
피하려 했다는 설이 유력하며 풍전의 경우도 풍옥 에서 이름을 바꾼 것이니 어감 문제인 것으로 보입니다.
인터넷에서 북산고의 실제 모델이 가마쿠라 고교 라고 잘못 알려진 경우가 많은데, 가마쿠라
고교는 북산의 경쟁 학교인 능남고의 배경 모티브가 된 학교 이며 북산고의 실제
학교 건물의 모델은 도쿄 도립 무사시노키타 고등학교 (東京都立武蔵野北高等学校) 입니다.
그리고 북산고(상북고) 이름의 모델은 가나가와현립 쇼난고교 (神奈川県立湘南高校 : 상남) 에서 따온
것인데....... 하지만 이 학교 쇼난(상남)고는 강백호가 들어간 북산과는 달리 대부분 대학을
진학하는 명문고라고 하며 농구 유니폼은 시카고 불스의 홈 어웨이 유니폼 을 참조한 것이라고 합니다.
북산고(상북고)는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립학교로 낙제를 7개나 맞을 정도의 문제아 강백호와 양호열등 바보
군단 과 3학년의 영걸이 패거리 등의 양아치 학생도 있고 채치수나 권준호, 이한나 등 우수한 학업성적과
태도를 가진 학생도 있으며 또 물리 보충 수업을 하고있는 걸로 봐서 평준화된 인문계 고등학교 인 듯 합니다.
학칙에 낙제 과목이 4개 이상 있는 선수는 전국대회에 출전할 수 없다는 규정 이 있는데, 채치수
를 제외한 주전들이 다들 꼴통 바보 군단 이라.... 교무실에 가서 싹싹 빌어서 겨우겨우
재시험 기회를 얻어내고는 죽도록 벼락치기를 해서 어떻게든 낙제를 면하는 것으로 나옵니다.
우리 부부는 몇년 전에 이즈반도 아타미 온천 에서 기차를 타고 가마쿠라 로 가는 도중에 후지사와 藤沼(등소)
역에 내려서 원데이 패스인 에노시마~가마쿠라 江の島 ․ 鎌倉 Free Pass 를 600엔에 구입해 가마쿠라
鎌倉(염창) 행 사철 에노덴 江の電 전차 를 타고는 10분 남짓 달려서 에노시마역에 내려 섬을 구경 했습니다.
다시 기차를 타고 오른쪽에 바다를 끼고 두정거장을 가서 가마쿠라코코마에 鎌倉高校前(겸창고교전)
역에 내려서는 몇미터를 걸어서 슬램덩크에 에노덴 기차가 지나가는 건널목에 강백호 가
서 있는 장면이나..... “ 아키라메테라 소코데 시아이슈료다요 あきらめたらそこで 試合
終了 だよ 포기하면 거기서 시합 종료야” 하는 대사가 떠올라서 마음이 두근거리는 곳을 찾았습니다.
에노시마 江の島(강노도)역 오프닝 곡에 사쿠라기(강백호)와 하루코(채소연) 가 만나는 기차 건널목 과 루카와
(서태웅) 가 자전거를 타고 강백호와 달리기 를 하던 거리가 있으며 언덕을 오르면 료난(능남)의 체육관
이 있는 가마쿠라고교 에 도착하는데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느라 요란을 떨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옛날 생각을 하다보니.... 문득 일본인으로 서경대 글로벌 비즈니스어학부 교수 이즈미씨 가 동아일보에 쓴
이지미 지하루 한국 블로그 가 생각나는데, 글 제목을 ‘슬램덩크 세대별로 다른 감상법‘ 이라고 달았습니다.
입춘이 지난 2월 9일, 나는 오랜만에 쇼난(湘南) 해변에서 에노시마(江の島) 와 가미쿠라
(鎌倉) 지역으로 이어지는 바닷길을 걸었다. 이 지역은 현재 상영 중인 이노우에
다케히코 감독의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의 무대 가 된 곳이다.
원작 만화 ‘슬램덩크’ 가 26년 만에 애니메이션 영화 로 돌아와서 다시 가보고 싶어졌다.
도쿄에서 한 시간 반 정도면 갈 수 있는, 파도가 좋아 한겨울에도 서핑 하는 사람들이 찾아오는 장소로, 무척
아름다운 곳이다. 나는 고등학교 졸업후 3년 동안 이 바다에서 자전거로 10분 거리에 살았기 때문에,
이 해변을 수없이 걷고 또 자전거로 달렸다. 주말에는 에노시마나 가마쿠라까지 가기도 해 추억 이 가득하다.
TV 애니메이션 ‘슬램덩크’ 의 오프닝에 등장하는 바다가 보이는 전차 건널목 에 가봤다. 에노시마덴테쓰
(江ノ島電 )의 가마쿠라고고마에(鎌倉高校前)역 에 내리면, 옆에 그 건널목 이 있다. 이곳은 일본인
은 물론이고 한국 사람들도 꽤 눈에 띄었고, 전차가 오기를 기다려 촬영하는 모습을 보며 작품의
인기를 실감했다. 초록색 또는 짙은 파란색의 전차가 바다 사이에 보일 때 마다 두근거리지 않을수 없었다.
만화 ‘슬램덩크’ 는 1990년부터 1996년까지 ‘주간 소년점프’ 에 연재되었으며, 한국에서는 1992년부터 연재
됐다. 일본 대중문화 개방 이전이어서 등장인물이 한국식의 친숙한 이름 을 가지게 되었다. (좀 부끄러운
이야기 이지만...... 주인공 이름이 강백호와 서태웅 등이라 나는 처음에는 한국 만화 인줄 착각했었습니다?)
사쿠라기 하나미치(木花道)는 강백호, 루카와 가에데(流川楓)는 서태웅, 영화에서 미야기 료타(宮城リョ―タ)
는 송태섭등. 현지화된 이름이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더빙과 자막 버전으로 번갈아 네 번 관람하고 나니
그제야 한국 이름이 익숙해졌다. 자주 듣다 보니 개성 넘치며 사랑스러운 캐릭터 에 걸맞은 이름들 이었다.
주변 지인과 학생들에게 영화에 대해 물었더니 몇 가지 특징을 확인할수 있었다. 첫째, 원작 만화를 읽었던
30, 40대 세대는 더빙을 선호 하고, 젊은 층은 자막을 선호 한다는 점이다. 20대에 만화를 봤다는
지인은 자막으로 봤으나 추억을 더 실감하기 위해 더빙으로 다시 보고 싶다 했고, 만화의 광팬인
지인은 바빠서 아직 보지 못했지만 더빙으로 보겠다고 했다. 한편 젊은 학생들은 원어의 감성 을
느껴보고 싶어했고, 일본에 유학했던 학생은 자막 없이 원어만으로 보고 싶어 일부러 일본에서 봤다고 했다.
둘째, 세대를 뛰어넘는다는 점이다. 한 학생은 영화를 부모 세대와 함께 볼수 있는, ‘세대통합’ 이 가능한
영화라고 했다. 어머니와 딸이 함께 보면서 젊은 시절의 어머니가 좋아했던 캐릭터를 공유해서
좋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실제 내가 주말에 동네 극장에서 보았을 때 어린아이들을 데려온
가족 을 많이 봤다. 셋째, 작품의 완성도가 높고 3차원(3D) 작화 가 훌륭해서 몰입이 잘됐다는 점이다.
돌아보면, ‘슬램덩크’ 가 한국에 맞게 현지화됐던 1990년대 만화 세대는 일본의 작품이라기보다는 보편적인
‘우리’ 고등학생들의 이야기 로 받아들였다. 거기에는 인명, 지명 등의 고유명사뿐 아니라 한국의 감성
에 맞게 의역된 대사도 한몫했다. 지인인 장호준 영화 감독은 의역된 대사가 있었기에 우리의 감성에
꽂혔고 국가나 세대를 뛰어넘어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 현상을 일으켰다는 의견을 들려주기도 했다.
이번 극장 상영 작품 에서는 농구 경기 장면과 함께 태섭( 미야기 료타(宮城リョ―タ) 과 그의
어머니의 성장을 중요하게 담고 있는데, 나는 마음의 정리가 되지 않아 멍하니 바다 를
바라보는 어머니의 뒷모습이 인상 깊었다. 나도 고민을 하면서 바다를 바라봤던 기억이 있어서다.
영화 속 태섭이 오키나와를 떠나 이사온 곳으로 여겨지는 쇼난 지역에 소재한 쓰지도단치(堂地) 에서
가까운 바닷가 인 듯하다. 어머니와 아들, 두 사람이 마음을 나누는 장면의 배경 멀리 커다란
후지산 이 보인다. 그렇게 후지산을 보여줌으로써 등장 인물들의 희망찬 내일을 표현 했다.
내가 간 날은 아쉽게도 보이지 않았지만, 후지산을 보고픈 마음에 벌써 다시 그곳에 가고 싶어진다.
사실 이 지역은 ‘더 퍼스트 슬램덩크’ 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바닷마을 다이어리’ 등 수많은 영화,
드라마, 노래의 무대와 배경이 된 곳이다. 일본, 특히 도쿄를 여행하게 된다면 꼭 한번쯤 가보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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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추억을 접고는 이제는 바다와 오가온천 을 보러갈 시간이라.... 아키타시에서 서북쪽에 자리한
오가 반도롤 가기위해 ...... 오가(男鹿) 로 가는 달랑 2량 짜리 미니 열차인 로컬 기차 에 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