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도, 덜도 말고 오늘만 같아라”는 한가위가 지났다. 오곡백과 무르익는 중추가절에 한국에선 독서주간, 수확체험축제(양평), 아시아 음식축전(인천), 평화 누리길 걷기(파주), 종교축제(종로구), 어르신 대축제(용산구) 등 문화행사가 꼬리를 잇는다. 하지만, 미국은 이 축복 받은 계절에 생뚱맞은 ‘전국 자살예방 강조주간’(9월 둘째 주) 행사에 열을 올린다.
워싱턴주 자살자는 하루 3명꼴이다. 전국 50개주 중 21번째로 많다. 특히 15~24세 연령층에선 자살이 사망원인 중 2위이다(전체 연령층에선 8위). 당국은 자살 기도자들이 반드시 징표를 보인다며 “죽고 싶다” “살 의욕이 없다” 따위의 말을 입버릇처럼 하거나 인터넷에서 열심히 자살방법을 탐색하는 젊은이들을 보면 핫라인으로 연락해달라고 당부한다.
미국인들의 자살률이 특별히 가을철에 높은 건 아니다.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는 가을철이나 독감, 관절염, 폐렴 등 질병이 유행하는 추운 겨울철에 자살자가 많을 것 같지만 사실은 신록이 우거지는 희망의 봄철에 가장 많다. 그 뒤 점점 줄어들어 한 겨울인 2월엔 최저로 떨어진다. 매주 평균 700명 선인 전국의 자살자가 봄철엔 800명 선으로 늘어난다.
비가 많이 오는 시애틀엔 의외로 자살자가 많지 않다. 자살률 높은 전국 10대 도시 순위에 끼지도 못한다. 그 순위의 톱은 ‘당연히’ 라스베이거스이다. 인구 10만명 당 34.5명꼴로 자살한다. 그 뒤를 콜로라도스프링스, 투산, 새크라멘토, 앨버쿼키, 메사(애리조나), 마이애미, 덴버, 잭슨빌(플로리다), 위치타(캔자스)가 잇는다. 대부분 날씨 좋은 도시들이다.
전 세계 자살자는 매년 80만~100만명에 달한다. 사망원인 중 자살이 10번째로 많다. 미국인들은 연간 약 3만4,000명이 자살한다. 15분마다 한명 꼴이다. 피살자 수보다 두 배 정도 많고, 대개는 ‘자살 병’으로 불리는 우울증이 원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30년 즈음엔 우울증 사망자가 암, 중풍, 전쟁, 사고 등의 사망자를 능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이 ‘자살 공화국’으로 불리는 건 어제오늘이 아니다. WHO가 지난주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자살률은 2000년 인구 10만명당 13.8명에서 2012년엔 28.9명으로 자그마치 109.4%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WHO의 172개 회원국 중 키프로스에 이어 2위였지만 키프로스의 2012년 자살자 수는 10만명당 고작 4.7명이어서 한국과는 비교도 안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통계(2012년)에서도 한국의 자살률은 10만명당 29.1명으로 회원국 중 압도적으로 1위이다. 특히 65세 이상 노년층의 자살률은 10만명당 무려 80명이다. 같은 해 OECD의 다른 회원국들은 대부분 자살률이 줄어들었다. 스페인은 22.2%, 독일은 15.6%, 일본은 4.9%가 각각 줄었고 에스토니아는 무려 43.8%나 감소했다.
자살예방 강조기간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달 중순 인기배우 로빈 윌리엄스가 역시 우울증으로 자살했다. 51년전 이맘때 마릴린 먼로의 자살만큼이나 충격적이었다. 원래 배우는 치과의사와 음악가에 이어 자살률이 세 번째로 높은 직업으로 꼽힌다. 그 뒤를 무용가, 문학인, 사진작가, 예술가(조각가 포함), 목수, 의사, 코미디언, 과학자(수학자) 등이 잇는다.
그런데, 자살예방 강조기간이 시작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자살한 한인이 있다. 뉴욕 플러싱의 이종훈(50)씨다. 그는 추석 다음날(9일) 부인과 16세 아들을 칼로 찔러 살해하고 아파트 방에 불을 지른 후 자살했다. 이씨는 위의 자살률 높은 10대 직업에 해당되지 않는 대형트럭 운전기사였다. 빚쟁이에 시달린다는 등 생활고를 털어놓은 유서를 남겼다고 했다.
한국에선 자살충동을 강하게 느낀다는 사람이 10명 중 거의 한명꼴이고 약 40%가 경제문제를 이유로 꼽는다. 상황이 더 심각할 수밖에 없는 한인들은 동포사회 외에 기댈 곳이 마땅치 않다. 뉴욕타임스에 본국정부 비난광고를 대문짝만하게 내는 한인단체가 불우동포를 도와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다시 든다. 이씨 가족의 비극을 바로 그 신문이 보도했다.
9-13-2014
첫댓글 하루에 만번 웃음 운동을 하고 싶습니다. 절대 비관말고 모든 번뇌 웃음으로 날려버리는 연습을 해야겠습니다.
'잘 지내지? 바람 참 좋다.' ' 힘들 일들 모두 그냥 지나가는 바람이라 생각해 보면 어떨까?' '아, 바깥바람 쐬니까 좋지?'
'가장 뜨거운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너무도 많다. 아직 오지 않은 것은...' '풋 하고 웃지 말고 하하하하하하하'등등 이 모든 글귀가 자살율 1위던 마포대교 생명의 다리에 새겨져 있죠. 덕분에 다시 한 번 자신을 들여다보고 발걸음을 되돌려 생명의 전화에 도움 요청이 많답니다. 자살율 1위라는 불명예를 지우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부단한 노력을 한 결과~~
역시 눈산님은 한국 모든 정보를 저보다 많이 알고 계시네요.
아침에 일어나 거울을 보며 '너랑 나랑 오늘 하루겁게 살자' 약속하고 짝짝짝. 웃는 연습
치과의사가 자살률 제 1위라는 게 뜻밖입니다. 그런데 예술가들의 자살률이 높군요. 현실과 상상의 괴리 때문인가요?
"저 세상은 너무도 아름다워 이승과 비교 할 수 없기를" 이라는 말이 먼저 간 분들에게 적용되기를 바라고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 라는 말로 스스로 위로하며, 우리, 힘차게 삽시다 ! 아자 ! ^^
한 나라의 대통령을 지낸 사람도 자살하는 세상에서 누가 누구를 탓 하겠어요? 그져 마음 비우고 이웃과 따뜻하게 칭찬, 용서, 감사하면서 살아가면 죽고싶은 충동이 없어 지려나? 부질없는 생각인가요?
제게 문제는 由我而死입니다, 죽음에 앞서 가족의 동의를 구했었는지 궁금합니다. 자기로 인하여 가족이 죽는 일을 어찌 자행할 수 있었을까요? 도대체 어떻게 살아왔길래... 그런 권한을... 갖게 되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