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의 정신이 살아야 나라가 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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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문화선진국 꿈꾸는 한글학회 김승곤 회장 "한글날의 법정공휴일 지정은, 진정한 문화독립국의 기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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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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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글학회 김승곤 회장은 <환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글'을 소중하게 가꿔온 선현들의 역사를 정성스럽게 되짚었다. © 김철수 | | 최근 인도네시아의 찌야찌야족이 한글을 본인들의 말을 나타내는 글자로 채택했다. 동남아시아에서는 선진화된 한국으로 건너오기 위해 한글을 배운다. 일본에서는 한국어와 한글을 안다는 것이 취업의 플러스 요인이 된다고 한다.
이역만리 세계 각지에서 그 우수성을 증명해나가고 있는 한글, 그 한글을 제대로 쓰고 알리기 위해 한글 지킴이를 자처하고 있는 한글학회 김승곤 회장(82)을 찾았다.
한글학회는 1908년 8월 31일 우리 말과 글의 연구·통일·발전을 목적으로 주시경 선생이 창립한 '국어 연구 학회'를 모체로 탄생했다. 그리고 1911년 '배달 말글 몯음', 1913년 '한글모'로 이름을 바꾸고, 1921년 '조선어 연구회', 1931년 '조선어 학회'를 거쳐 1949년 '한글 학회'로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동안 한글날 제정(1926), 한글 맞춤법 통일안 제정(1933), 표준말 사정(1936), 초·중등 교과서 편찬(1945), 우리말 큰사전 편찬(1991), 국어학 자료 은행 구축(1992), 한글학회 한글정보(컴퓨터 통신 서비스) 개설(1994), 국어학 사전 편찬(1995) 등 한글의 역사와 함께 해 왔다.
1996년부터는 누리집(홈페이지)을 만들어 정보 교환의 마당을 열었으며, 우리 말글의 세계화와 한국어 진흥에 힘쓰고 있다. 건국대 명예교수인 김 회장은 2007년부터 한글학회 회장을 맡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지난 제29회 세종문화상 학술부문에 선정되기도 했다.
흰 머리가 희끗희끗한 김 회장은 사람 좋은 웃음으로 17일 한글회관에서 <환타임스>를 반겼지만 한글날 얘기가 나오자 이내 눈빛에 광채가 돌았다. 지난 10월 발의된 한글날을 법정공휴일로 지정해야 한다는 골자의 법안이 재계의 반대에 부딪히고 있기 때문이다. 공휴일이었던 한글날이 노태우 대통령 시절에 의미 없는 날로 전락한 순간을 그는 이렇게 표현했다.
"수출이 한참 우리나라 경기를 일으켜 세울 때 산업계에서 노동효율이 떨어진다고 우기니 대통령이 별 수 있었겠어요. 그나마도 노무현 대통령 때 국경일로 승격시킨 것도 다행인 거지요." 그러나 참여정부 시절 국경일 지정에도 불구하고 한글날 기념식은 고작 부산·인천·대구 등지에서만 소규모로 치러지고 있는 현실이다.
▲ 김 회장은 '한글날의 공휴일 지정'에 대한 재계의 반대를 '무지'에서 오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 김철수 | | 김 회장은 재계에서 한글날 공휴일 지정에 반대하는 것에 대해 '무지'에서 오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국회의원·대통령만 우리 손으로 뽑아내면 독립한 것입니까, 행정용어·학술용어 등 모든 공적인 일에 아직도 일본식 언어를 쓰고 있는데 어떻게 독립한 것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까."
1910년 발행된 주시경 선생의 '국어문법'에서는 한글의 원리를 분석해 이전에 전무했던 국어문법체계를 열었으며 '품사분류'는 '씨가름', '품사'는 '씨', '명사'는 '이름씨', '수사'는 '셈씨', '동사'는 '움직씨', '형용사'는 '그림씨' 등으로 한자를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그 특성을 효과적으로 나타낸 말씨를 발표했었다.
그러나 당시 친일의 잔재가 남은 학계에서는 '촌스럽다', '언문은 상스럽다'는 이유로 일본식 학술용어가 정착됐다.
김 회장은 지금이라도 우리나라 글이 얼마나 소중한 지를 '알고', '써야', 문화적으로 일본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화적 독립'은 먼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말을 숭상하고 아껴쓰는 것으로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이 편찬한 자국의 국어사전이 12권에 이르는데 반해 우리나라의 국어사전에 수록된 어휘 수는 터무니 없이 적다. 미국·일본 등 문화가 고도로 발전한 국가의 많은 어휘 수는 곧 문화적 차이를 증명한다고 그는 전했다.
가급적이면 일본식 표현을 삼가고 우리 고유의 어휘를 사용하는 것이 어휘를 풍부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며 또한 한자 표현을 순 우리말로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고 김 회장은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특히 "한글을 전용하면 한국의 정신이 솟고, 정신이 살아나면 국력이 커지는 것이 아니냐"며 "전국적인 의식개혁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온 국민이 한글날을 다같이 즐기고 기념할 수 있도록 농악을 울리든 씨름대회를 하든 해야 할 것이 아닙니까, 하루 더 놀자는 게 아니라 한글의 고유한 정신을 심어줄 수 있는 날이 하루쯤은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 김 회장이 "말과 글은 우리의 생명이고 문화의 근본"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 김철수 | |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한글문화 융성'의 꿈을 기운차게 얘기하는 김 회장. 최근 유인촌 문화체육부장관과의 만남 등 이번 정부가 한글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면서 그 꿈이 바짝 다가왔다.
김 회장과 한글학회가 애써 추진해오던 '한글문화관' 건설이 확정 됐기 때문이다. 한글문화관은 내년도 정부예산 350억원을 확보해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동편 터에 건립될 예정이다.
또한 김 회장은 한글학회·한말글문화협회와 <환타임스>가 공동으로 펼치는 '한글날을 공휴일로!'범국민서명운동과 관련, "현 정부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어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통과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법안이 통과되면 우리 국민들이 한글의 소중함과 고귀함을 가깝게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기업인들이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하지 말고 나랏말의 소중함을 깨달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또 일본어 표현이 난무하는 국어사전을 정비하고, 순수우리말이나 고어·방언·동의어·유의어 사전을 편찬해 한글의 참모습을 알리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사전이 사전다워야 국민이 제대로 나랏말을 알 수 있지 않겠습니까. 말과 글은 우리의 생명이고 문화의 근본입니다. 한글을 기반으로 우리나라가 경제만 발전한 것이 아닌, 문화가 함께 우뚝서 우러러 볼 수 있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최연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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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12/18 [10:09] 최종편집: ⓒ 환타임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