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펑펑 쏟아지고 바람이 세차게 부는 부는 날, 일오탁 회원들에게 안부 메시지를 보냈다.
일오탁 회원 여러분
날씨가 춥고 눈이 내립니다.
주말을 거룩하고 건강하게 보내고 월요일 탁구장에서 반갑게 만나기 원합니다.
*** 일오탁 회원에게 보낸 안부 메시지
일오탁은 나에게서 탁구를 배운 분들의 모임으로, 주 2회 곧 월요일과 수요일이면 효령노인복지타운(이하 효령타운) 탁구장에 나와 탁구를 친다. 주로 난타를 하지만 게임도 하면서 즐긴다.
나에게서 탁구를 배우는 분들은 효령타운의 회원으로 60세 이상의 노인이다. 심지어 80세를 넘긴 분도 있다. 메시지를 받은 회원 몇 분에게서 ‘고맙다.’는 답신이 날아들었다. 그 중에서 순자 여사의 메시지를 소개한다. 읽기 편하게 편집만 했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저는 탁구를 잘 배웠다고 생각해요
탁구 치며 운동할 때가 제일 즐거워요.
차가운 날씨에 건강 잘 챙기세요.
** 순자 여사의 답신
순자 여사는 탁구 배우기를 잘했다고, 탁구 칠 때가 제일 즐겁다고 말한다. 초등학생처럼 순수한 마음씨가 그대로 드러난 메시지다.
그러나 순자 여사가 처음 탁구를 배울 때에는 참 힘들었다. 라켓을 휘두를 때에도, 이쪽저쪽으로 떨어뜨려주는 공을 쫓아갈 때에도 그 동작이 몹시 어색했었다. 그러더니 어느 날부터인지 나오지 않았었다.
몇 개월 동안 까맣게 잊고 지낸 후 순자 여사가 나타났다. 모자를 쓰고 있었고, 탁구를 칠 때에도 그것을 벗지 아니하였다. 이상하게 생각했을 뿐 묻지는 않았다.
나에게서 탁구를 배우는 회원은 12이다. 이 중에는 어린 시절 탁구를 쳐본 경험이 있는 분도 한둘 있지만 대부분은 처음으로 배우는 초보자들이다. 이런 까닭에 탁구 기술을 익히는 속도가 느리다. 일반 탁구장에서는 3개월이면 기초를 배운다고 선전하지만 1시간 수업에 12명을 상대하는 이곳에서는 어림도 없다. 랠리가 5회 정도 이루어질 만큼 실력이 높아지려면 최소한 4개월, 더딘 분은 1년 이상 걸리기도 한다.
탁구 기술을 익히는 속도가 더디기는 순자 여사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여타 회원에 비해 순자 여사에게는 성실함이 있었다. 결석을 하는 일이 없었고, 남보다 일찍 탁구장에 나왔다.
‘어떻게 해서 이렇게 빨리 나오느냐?’는 질문에 순자 여사는 ‘손가가 학교에 갈 때 집을 나선다.’고 응답했다.
마치 초등학생처럼 일찍 나온 순자 여사는 명수님을 상대로 1시간씩 탁구를 쳤다. 처음에는 무심코 보았었는데 1년이 넘도록 변함이 없었다.
효령타운에서는 사회교육 프로그램을 4개월 단위로 운영한다. 학기가 끝나는 날, 회식 자리에서 탁구를 배우면서 느낀 점에 대하여 회원 상호간에 의견을 나누었다. 순자 여사는 다음과 같이 소개했었다.
‘뇌수술을 받아서 몸이 허약해졌고, 집에만 있으니 우울증도 왔었다.’
지금은 ‘건강을 회복하였고 우울증도 이겨냈다.’
그러면서 뭇 사람이 궁금해 하는 명수님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우연히 탁구를 배우는 회원으로 만났을 뿐 얼척 없는 사이는 아니라.’고 밝혔다.
순자 여사에게 취미가 된 탁구는 일오탁 회원들과 교제를 나누는 통로이기도 하다. 순자 여사는 요즈음에도 탁구를 즐기며 땀도 흘리고 친교도 한다. 그렇게 하며 노년을 아름답게 장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