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이웃, 경비실 김 씨 아저씨
|개암 김동출 |
어제 일요일 오후 7시경, 지하 1층 폐기물 처리실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수돗가에서 빈 통을 씻고 있을 때였습니다. 갑자기 경비 복장을 입으신 분께서 “김 선생님 아니십니까?” 하고 반갑게 인사를 건네셨습니다.
고개를 들어 보니 몇 달 전에 인사를 나누었던 김*훈 아저씨였습니다. 나는 고무장갑을 낀 채 엉거주춤 앉은 자세로 “오늘 근무하시는 날인가 봅니다.” 하고 인사를 받아 안았고, 김 씨 아저씨는 “아, 네. 오늘은 제가 밤 근무 당직입니다.” 하시며 주민들이 함부로 두고 간 빈 상자를 벽쪽으로 밀어 정성껏 정리 작업을 하셨습니다.
이곳은 원래 경비실 관할 구역은 아닙니다. 하지만 청소 도우미 여사님들의 손길이 쉬는 동안, 당직 경비를 서시는 아저씨께서 종종 들러 넘치는 음식물 쓰레기통을 새 통으로 교체해 두시거나, 분리수거용 가마니 아래 흩어져 있는 재활용 쓰레기를 제자리에 정돈해 두시곤 하는데, 어제 친절하신 김 씨 아저씨가 바로 그러하셨습니다.
정문 경비실에서 근무하시는 김 씨 아저씨를 처음 만난 것은 몇 달 전이었습니다. 정문으로 배달된 우편물을 찾으러 갔을 때 대면하게 되었습니다. 명찰을 보니 시골 초등학교에서 3학년 담임을 할 때 가르쳤던 제자의 이름과 같았고, 인상마저 참 많이 닮아 있었습니다. 딱 한번 바라보면 ‘아!’ 하고 마음으로 전해오는 좋은 느낌의 첫인상. 김 씨 아저씨가 바로 그러한 분이셨습니다. 젊은 시절에는 인물 좋다고 소문이 꽤나 나셨을 법한 분이었습니다. 또한 향기나는 사람임을 느낄 수도 있었습니다.
어제와 달리 그날 나의 차림은 아주 단정했습니다. 집으로 올라와 마침 계간 문학지에서 내 몫으로 보내온 여분의 책이 있기에, 표지 안에 마음을 담아 서명을 하고 다시 경비실을 찾아가 전해드렸더니 이런 선물은 처음 받아본다며 참 좋아하셨습니다. 그후로는 차를 타거나 걸어서 정문을 오갈 때마다 나를 만나면 참 반갑게 인사를 해주셨습니다. 이제는 주민과 봉사자라는 거리감 있는 사이가 아니라, 사람 대 사람으로서 서로를 깊이 존중하는 온기 있는 사이로 발전되었습니다.
필자의 지인 중에도 은퇴 후에 김 씨 아저씨처럼 아파트 경비를 서는 분이 계십니다. 경비직의 특성상 24시간 교대 근무를 하는 곳이 많다고 합니다. 생각해 보면 24시간 비좁은 사무실에서 숙식하며 근무하는 것이 얼마나 고되고 힘들지 가늠이 됩니다. 자는 시간이 있다고는 하지만 얕은 칼잠일 터입니다.
직업 중 아파트 경비 직종은 참으로 힘든 일입니다. 그중에서도 상식 없는 입주민과의 갈등이 가장 힘든 점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보수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냉난방 등 사무실 근무 환경만큼은 충분히 배려해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격적인 존중입니다. 간혹 TV에서 인격 모독이나 폭행 같은 비인간적인 소식을 들으면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엊그제 경산시에서 일어난 아파트 관리사무소 방화 사건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비극이었습니다. 느닷없는 사고로 젊은 여직원이 화상을 입고 사망했다니, 그 유가족은 얼마나 억울하고 분통이 터질까 싶습니다.
사람들은 제복아래 감춰진 진실을 제대로 알지도 못한채 이들의 전직 경력을 무시하고 거친언행으로 함부로 대하지만 어쩜 우리 입주민 보다 더 알찬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분들을 진정한 이웃으로 믿고 의지할 때 삶의 공동체 문화가 꽃처럼 아름답게 피어날 것이라 여겨집니다.
어제 다시 만난 친절하신 김 씨 아저씨께 넌지시 나이를 여쭈었더니 내 동생과 갑장이었습니다. 전직에 대한 나의 궁금증에 그분은 “동가식서가숙” 했지요 하고 허허 웃으시며 지나온 삶을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종교는 독실한 크리스천인 아내의 인도로 내가 잘 아는 교회에 다닌 지 오래라고 하셨습니다.
그럼 그렇지, 성경 말씀을 들은 이의 언행은 어디가 달라도 다른 법입니다.
어제 김 씨 아저씨와 앞으로 카톡으로 대화를 나누기로 하고, 최근에 쓴 수필로 저의 네이버 블로그에 올린 글 몇 편을 선물했습니다. 부족한 저의 글의 독자층을 넓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는 욕심도 숨기지는 않습니다.
친절하신 김 씨 아저씨가 무더운 올여름 우리 주민들의 안전을 밤낮으로 잘 지켜주심에 감사하며, 아저씨께서도 모쪼록 건강하시기를, 그리고 마음의 평화가 늘 함께하기를 빌어 봅니다.
**작가노트/ 부족한 글이지만, 자라나는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이 이 글을 읽어 주기를 소망해 봅니다.
2026-08-03
첫댓글 최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