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31일(토) 오후6시경 한산마리나.
처음만난 진주에 사는 K씨(38세)와 둘이서 데일리스키퍼 교육을 마치고 마리나 육상계류장 테이블에 앉아 싸온 안주거리를 꺼내고 있었다. 우리는 당일 배운 세일링기법을 내일 욕지도 왕복하는 과정에서 복습하기로 했기에 마리나 마당에서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기로 했다. 출발 예정시각은 다음날인 일요일 오전5시로 잡고 오후1시에 마리나로 복귀하기로 하였다.
나는 지난 7월에 이어 두번째 교육이었는데 처음 혼자서 기주항해교육 받을때와는 달리 세일을 펼치고 접느라 많이 지쳐서 돌아오자마자 술 생각도 나고 배가 고팠다. 윤선장님은 집으로 가신다고 하셨는데 크레인용 배터리 충전하느라 잠시 기다리시며 우리가 싸온 안주거리가 무엇인지 어깨너머로 물끄러미 쳐다보신다. 순간을 놓치지 않고 '선장님, 오늘 그냥 여기서 저희와 한잔 하시고 마리나에서 주무시지요?'. 그러자 '술을? 아~ 이라믄 안되는데,,' 하셨지만 곧 그렇게 되버렸다.
나는 이것이 내 발등을 찍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신나게 요트관련 궁금한 점도 묻고 K씨와 윤선장임과 술을 퍼붓기 시작했다. 사실 오후에 교육을 받다가 선장님한테 꾸지람을 들었다. 내가 얼마전에 올린 단독항해기의 마지막에 남긴 2박3일로 전남 여수시 초도까지 간다는 것 때문이었다. 솔직히 그건 내가 몰라서 그런 것이엏지만 요트렌트는 교육차원에서 대여를 하므로 동,서,남(북은 어차피 통영시이므로)으로 한계선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내가 하루이틀 항해하고 150마일을 가는 것은 오버도 아주 오버라는 나무람이었다. 맞는 말이다. 그렇다면 오버가 안되게 하려면 이참에 요트를 사서 자기요트로 자기가 어디든 가면 되는 것인가? 그러나 좀 더 신중히 생각해 보기로 했다. 계속 술을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보니 어느새 나는 '천만원미만 입문용 30C 880만'의 주인이 되어 있었다. 요트를 그냥 시장 한번 둘러보다가 노점에서 싸게 파는 고등어 한마리를 충동적으로 사듯이 그렇게 산 것이다. 가장 큰 걱정은 마누라지만 한달간 열심히 닦아서 볼품있게 만들어 놓으면 그렇게 욕얻어 먹지는 않을거라 위안하며 이제 다음 단계의 고민을 풀어가기로 했다.
하여간 그날밤 셋이서 소주 1.8리터 한병 반 +참이슬 빨간딱지 2병을 비우면서 결국 요트를 샀고 해질 무렵 두분의 선배 요티들이 정박하러 오셔서 선장님과 같이 그분들 요트의 데크에 앉아서 커피도 한잔하고 그분들의 요트내부 구경도 할 수 있었다.
그리곤 마리나에 텐트를 치고 깊은 잠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6시에 한산도를 출발하여 9시에 욕지도에 도착하여 짬뽕 한그릇 먹고 출항준비를 하다가 문득 허전한 생각이 들어 낚시마트에서 부시리루어(1만원)와 낚시줄(5천원)을 샀다. 귀항길에 트롤링낚시를 시도하기로 했다.
결과는 성공.
같이 교육받은 진주에 근무하는 강형.
이후 K씨는 러더 핸들을 오토파일럿에 맡기고 낚시줄을 잡았다. 그리곤 비진도 근처에서 더 큰것을 잡았으나 뜰채가 없어서 들어올리다가 아깝게 놓쳤다.
고기잡이도 잠시였지만 아직도 설레인다.
이후 서울 집으로 운전하며 오는데 무척 피곤했고 머리는 아주 복잡했다. 마누라한테 요트 이야기 하지 않고 집에 들어서자마자 씻고 잠자리로 들어갔는데 이유없이 실실 웃으니 마누라는 고개를 갸웃하며 의아해한다..
다음날부터 나는 이제 요트를 타는 사람이 아니라 요트를 수리하는 사람이 되어갔다. 미친듯이 각종 공구 및 재료들을 옥션을 통해 구매하여 하나하나 자동차 트렁크에 실었다.
자그마치 150만원이니 요트가격의 20%다. 요트가 싼건지 아니면 공구와 자재를 과도하게 산 것인지 하여간 이것으로 어쩧게 요트를 새롭게 꾸미게 될지 나도 궁금하다.
그리고는 다음주말 남해 하동,사천이 물바다가 되던 날 새벽에 차를 몰고 비바람을 헤치며 통영으로 달렸다. 내가 지나간 2시간쯤후 대전툥영고속도로 무주나들목에는 토사가 쏟아져 그 도로가 일시통제가 되었다는 뉴스를 들었다.
하마터면 요트사고 차를 흙에 묻을뻔 했다. 그런데 통영은 비가 내리지 않았다. 다음날은 햇볕이 쨍쨍하고 더워서 일을 할 수가 없었다. 첫날 낮에는 작업등 설치하고 빗물 퍼내고 걸레질을 하고나니 어두워졌다. (영어로는 요트가 여성명사에 해당되어 she ,her라고 부른다). 이렇게 첫날밤(?) 맞게 되어 요트내부를 구석구석 살펴보니 아 이녀석은 이렇게 생겼구나를 처음 차분히 살펴보고 만져보고 어떻게 꾸밀지, 물탱트/연료/기어와 사프트의 위치, 수동변기의 작동법 등등 살펴보니 수리방향, 수리일정이 머리속에 그려졌다.,
다음주 할 일: 소파,침대 매트리스 교체, 엔진 기본소모품 구매(연료필터, 오일필터, 해수펌프임펠러 3가지), 외부도색 락카, 등 . 끝.
첫댓글 파이팅
dreaming!
어제 배를 육지에서 바다에 띄우기까지 2주간 너무 바빴습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고생시작이군요
고생은
사서하는 고생이 최고의 경지지요
축하드립니다
마지막 진수하기까지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배신하지 않을게요. ㅋㅋ
고치는맛에 요트타는겁니다.ㅎㅎ
고치는 맛은 있지만 땡볕에 너무 힘듭니다만 배를 띄우고 기주항해로 6노트 속도를 확인하니 기분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jehoon2 이뻐해줘야 요트도 보답합니다.ㅎ 나중 실력되시면 풀세일펴시고 항해하면 님 요트도 살려고 발버둥 치시는걸 느끼실겁니다.
@유박사 요트도 생명체라고 보시는 애정 넘치는 표헌이시네요.
느까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어이쿠..감성 예민해지는 한밤에 취중구매라니요..ㅎ 여튼 고생길이 보이십니다..,안지기님과 즐건 요트라이프 되세요
감사합니다.
와이프가 수리하는 동영상도 찍어주고 그리 화는 안 냅니다. 포기한 것 같습니다. ' 니가 이런 인간인지 몰랐데이~' 이러네요.
@jehoon2 오호 반전의 매력발견인가요? 싫어하시지는 않을듯 합니다
대단한 열정이시네요 ㅋ
순간의 광기가 부른 실수 같은데요.
열정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꾸벅,
선장님 축하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고생과 열정은 한 몸이고 주저함과 편안함도 함께 균형있게 붙잡고 가려고합니다.
아직은 고생스럽지 않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속전속결로 진행중이시네요 부러울따름입니다 일손이 필요하시면 불러주세요
고맙습니다.
일손을 살 돈이 바닥나서 혼자 하느라 팍팍 늙어가는 느낌입니다.
어제 진수시키고 배가 움직이니 더 꾸미고 싶은 의욕이 떨어지네요.
세일링 시도할때 한번 오세요.
축하합니다. 그리고 존경합니다...ㅎㅎ
변해가는 모습이 보고 싶군요..
감사합니다.
존경에 해당되는 인물은 아니니 거두어 주시길 바랍니다.
힘들어요.
선장님 파이팅 입니다 제 미래를 보는듯 언잰가 함 선장님 요트 타보고싶네요
연휴에 스크류 등 수리하여 일단 진수하고 어제 저녁 귀가했는데 지금 손가락 움직일 힘도 없군요.
부럽습니다. 저는 몇년째 상상만 하고 있었네요. 혹시 대략 연간 유지비가 얼마나 나올까요? 세금+계류비 인가요? 보험같은것도 들어야 할까요?
2016년에 요트 중과세 기준이 1억에서 3억으로 변경되면서 세금이 19%에서 2점2%(2.2%)로 16.8% 낮아졌답니다.
참고로 저는 세금,등록비+보험료 1년에 10만원= 총 50만원. 계류비는 한산마리나 일년 100~120만원
인천의 왕산마리나는 35ft이하인 경우 일년에 765만원이네요.
참고로 보험은 자손(요트)가 오트바이처럼 안됩니다. 자세한건 저도 잘 모릅니다.ㅎㅎ
@jehoon2 답변감사합니다.
보험료는 1년에 약 12만원 정도 합니다. 그런데 선체나 장비에 대한 보험은 없고 자동차 책임보헙처럼 승선자 유사시에만 보상해주는 보험입니다. 누구 태워줄 일 있으면 보험 들어야 합니다.
@무사시 이런 정보가 우리에겐 중요한데 잘 몰랐습니다.
감사합니다. 선배님.^^.
선장이 되셨군요. 축하드립니다. 이제 하루하루 젊어지시겠어요,^^
3박4일 연휴에 땡볕 아래서 일하고 거울을 보니 시커멓게 그을리고 주름진 얼굴에 깜짝 놀랐습니다.
축하 받을 일 절대 아닙니다.
선장이라 불리니 어색하고 직업이 바뀐 듯 합니다. 쑥스럽네요. 고맙습니다.
good !
Tq.
Much better than nothing to do!!
부럽습니다~
홧팅입니다 ..축하합니다
축하드립니다
선장님 축하드립니다!
술마시고 일저지르신거 크게 잘하셧네요 축하드립니다
저도 술한잔하면서 구매의사를 밝히다가 술깨보니 선주가 되었는데...비슷하시네요.....저도 고치는데...노력까지 하믄 거의 2~3백 들어갔습니다. 매주 주말 요트로 출근하고 있구요......대단하십니다.
선장 되심을 축하드립니다.
오~ 역시 저질러야 앞으로 나아갈수 있는가보네요~ 선장님 뵈러 내려가야하나?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