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하지만 여름과 겨울에 비해 봄과 가을의 물리적인 시간은 그 낭만적 잔향에 비해 무척 짧다. 특히 가을은 그 독특한 쓸쓸함과 낭만을 깊이 느껴보기 전에 너무 빨리 지나가 버려 여운은 더욱 깊어진다.
가을의 분위기가 가득하며 낭만에 취해 마치 외국에 온 듯한 착각에 빠져들게 하고 자녀들을 위한 생태-환경 교육도 곁들일 수 있는 곳이 있다. 이곳에 가면 눈만 즐거울 뿐만 아니라 적당한 등산 효과도 거둘 수 있어 건강에도 좋다. 더불어 찾아가기도 편하고 가까운 거리에 연계 공원도 많아 부담 없이 갈 수 있는 곳. 바로 서울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 맞은편에 있는 하늘공원이다.
하늘공원은 ‘미녀와 야수’의 주인공처럼 ‘미(美)’에서 ‘추(醜)’로 큰 폭의 변신을 경험했다. 이 공원은 15년 동안 묵묵히 서울의 쓰레기를 받아내며 서서히 죽어간 ‘쓰레기 산’인 난지도 위에서 지속적인 안정화 사업과 생태환경조성사업을 통해 화려하게 ‘하늘 공원’으로 거듭났다. 이름의 변화만큼이나 지금 하늘 공원에선 악취와 가스로 뒤덮인 난지도의 흔적을 찾기란 쉽지 않다.
하늘공원은 90m의 ‘쓰레기 산’ 위에 5만 8000여 평의 넓이에 존재한다. 인공적인 것이라곤 갈대사이로 나 있는 말뚝과 줄로 구분돼 있는 길이 있을 뿐 억새를 중심으로 한 각종 식물들의 천국이다. 이곳에선 풍력 발전기까지 자연의 일부로 보인다.
이 공원에서 가을의 향취를 느낄 수 있는 이유는 공원 전체에 조성돼 있는 억새밭 때문이다. 이 억새밭에선 사이에 억새들이 있지 않고 억새 사이로 드문드문 길이 보인다. 성인 남자의 키를 훌쩍 넘어서는 억새들의 꽃 사이를 바람이 훑고 지나갈 때마다 바다에서 잔물결이 흔들리는 듯한 장관을 연출한다. 뿌듯하고 멋있다 못해 아찔할 정도다. 흔들리는 억새들 사이로 보이는 사람들도 예사롭지 않아 보이는 이 때. 이것이 바로 가을이다. 하늘 공원이 주는 매력은 서울 근교에서 이렇게 넓은 억새밭을 구경할 수 없다는 데 있다. 그래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우리나라 같지 않다”는 말을 많이 한다. 최고의 데이트 코스로 인기가 좋다.
▶ 선유도
선유도는 야간 조명으로 유명한 무지개 모양의 선유교를 건너면 도달하는 한강 위 환상의 섬이 바로 여기다. 선유도는 조선시대 정선의 <경교명승첩>신선들이 노닐던 선유봉에서 그 원형을 찾는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에 여의도 비행장 건설을 위해 암석을 채취하면서 평탄한 땅만 남은 섬으로 전락해 버려 안타까움이 감돈다.
선유도가 제 모습을 찾은 것은 지난해 4월. 1978년 이후 한강 정수장으로 사용되던 시설물을 재활용해 수생식물원, 수질정화원, 한강전시관 등을 조성했다. 데이트 코스로도 멋진 장소다.
이제는 다양한 수생식물을 관찰할 수 있는 푸른 섬의 생태공원으로 탈바꿈했다. 선유도의 수질정화원은 수생식물이 물을 정화시키는 과정을 볼 수 있어 자연학습장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수질정화원에서 나온 물은 수심이 얕아 어린이들의 물 놀이터로 이용되고 있다.
▶ 서래섬
한강 반포지구에 인공으로 만들어진 서래섬이 있다는 사실은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다. 커다란 바위로 지반을 만들어 놓아 음료수와 도시락만 준비해도 즐거운 가족 소풍이 될 수 있다. 산책 삼아 걸으면 15분 걸리는 아담한 인공섬으로 의외로 경관이 뛰어나 데이트 코스로 인기가 많다.
반포지구와 섬을 잇는 작고 아담한 3개의 다리가 운치를 더하고, 강가에서는 낚싯대를 드리운 강태공의 한가로움이 깃든다. 붕어 잉어에 민물장어까지 낚여 올라온다. 서래섬은 강변로를 달리는 마라토너들과 인라이너들의 쉼터로서도 부족함이 없다.
▶홍릉수목원
청량리 부근에 있는 홍릉은 명성왕후의 능이었으나 1919년 고종이 죽자 현재 남양주시로 옮겨져 현재의 홍릉은 지명으로만 통할뿐이다.
홍릉수목원은 1922년 임업시험장이 설립되면서 조성된 우리나라 최초의 수목원이다. 그러나 한국전쟁으로 대부분이 파괴됐다가 1960년대 후반부터 재조성돼 현재 국내에 자생하는 수목은 모두 이곳에 식재되어 있다.여름에는 녹음이 창연해 그늘과 휴식을 제공하고, 가을에는 곱디고운 오색단풍으로 계절의 추억을 간직하고 싶은 이들에게는 제격이다. 요란스러울 정도의 풀벌레 소리가 오히려 정겹게 느껴지고, 다양하게 조성된 숲길을 걷다보면 콧노래가 절로 나오는 데이트 코스이다.
도심 한복판에서 계절의 정취를 느끼기에는 이보다 더 좋은 곳이 없다. 8개의 세부 수목원과 습지원 난대식물원을 비롯해 다양한 자연학습관을 갖춰 나무와 숲에 대한 체험학습 기회도 제공한다
▶서오릉
고양시 덕양구의 서오릉은 능역 내에 5개의 능이 있다는 데서 그 이름이 유래됐다. 세조의 아들인 덕종과 수빈 한씨로 알려진 소혜왕후의 경릉을 비롯해 창릉, 명릉, 익릉, 홍릉이 있다.
왕실의 가족무덤군을 이룬 곳이지만 평상시에는 인근 학교 학생들의 역사교육과 야외학습장으로도 자주 이용될 정도로 그 문턱이 낮게 느껴진다. 비각과 무인석 등 여러가지 조형물에서 오랜 역사의 숨결이 느껴지고, 곳곳에 펼쳐진 잔디밭과 소나무 숲속에서 푸른 가을하늘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일상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것 같다.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데이트 장소다.
서울과 다름없는 지리적 여건으로 많은 사람이 산책을 즐기기 위해 찾는 곳이다.
▶삼청동
깨끗한 계곡이 있는 <삼청공원>으로 가보세요. 구불구불 이어지는 산책로는 연인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전통문화 공연장인 <삼청각>은 맑은 공기와 아름다운 경치 속에서 차 한 잔을 마시며 잠시 쉬어가기에 좋다.삼청각에서는 아침 10시부터 밤 10시까지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이 셔틀버스는 삼청각 ->세종문화회관 ->서울프라자호텔 ->교보문고 ->경복궁 ->삼청각 순으로 각각의 버스정류장을 지나니 참고할 수 있다. 연인들에게 아주 좋은 데이트 코스다.
사찰에 들려보는 건 어떨까? <길상사>는 조용하고 깨끗한 절로, 연인끼리 호젓하게 산책하기에도 좋답니다. 이런 곳은 디카족들의 사랑을 받는 명소이기도 한다. 사진기만 들이대면 예술작품이 나올 정도로 구석구석의 아름다운 정취가 매력적이다. 주말이면 출사를 나온 젊은이들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간송미술관>에서는 한국의 전통 미술을 관람할 수 있다. 지붕 위를 걷는 여인상으로 유명한 <국제 갤러리>에서는 다양한 현대 미술 작품을 접할 수 있다. 갤러리, 극장, 카페 등이 모여있는 복합문화공간 <아트선재센터> 또한 전시장과 쉼터의 역할을 해주는 곳이다.
이색 박물관에 들려보는 것도 재미있다. 삼청동에는 티벳 문화를 접할 수 있는 <티벳 박물관>, 세계의 각종 장신구를 전시해놓은 <장신구 박물관>, 부엉이를 주제로 80개국의 2천여 작품을 전시해놓은 <부엉이 박물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