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교구장 선출을 앞두고 드리는 9일 기도
둘째 날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 하느님, 대한민국은 일제(日帝)와 군사독재의 잔재와 분단의 현실과 자본정치(Plutocracy) 그리고 이에 기생하는 엘리트주의가 구조화되어 있고 이 반복음적 상황을 교회마저, 아니 교회가 더 앞장서서 옹호하고 공고히 해온 측면이 있습니다.
당신께서는 인류의 복음화를 위해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셨고 교회를 세우셨으나 비겁한 저희는 가시덤불 같은 이 현실에 동조하거나 외면하였습니다.
하느님, 이 땅에 성공회가 들어온 지 130년이 되어갑니다. 당신이 주신 거룩한 소명을 충실히 수행한 선교사들과 성공회 교회를 통해 당신께서는 온갖 어려움 가운데서도 이 땅에 빛나는 복음의 결실을 맺게 하셨으니 감사와 찬미를 드립니다.
1965년 방인교구로 전환되면서 저희 교구는 여러 가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면서 당신의 도움으로 선교적 선택도 많이 하였지만 때로는 올바른 선택을 회피하여 교회답지 못한 결정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그 중의 가장 뼈아픈 일 중의 하나가 성직자의 장기목회가 불가능한 불평등한 비선교적 교구체계가 구조화 되었다는 것입니다.
하느님, 대한민국이 곧 선교 관할지인 대한성공회가 이 사회의 반복음적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하느님의 뜻, 정의와 평등과 평화 그리고 생명으로 복음화하기위해 전력을 기울이기 위해 먼저 성공회 서울교구가 선교적으로 쇄신 되어야 합니다. 그동안 켜켜이 쌓여진 시간과 습성에 동조화되어 복음적 체제로의 변화는 어려운 도전이기에 이 번의 새 교구장 선출은 대단히 중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130년의 시간 가운데 늘 저희와 함께 하시며 역사하신 전능하신 당신의 사랑을 믿습니다. 죽음의 나무 십자가에서 부활의 놀라운 역사를 일으키신 당신이 계시기에 저희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하느님 도와주소서. 대한성공회를 선교적으로 쇄신하고 대한민국을 복음화 할 수 있는 새 교구장을 허락해 주소서. 우리 그리스도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