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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호문답에 드러난 율곡의 유교사상과 폐단 개혁의지
역사학과 20115516 천진영
시대적 배경
동호문답은 총 11개 조로 이루어진 보고서로서 율곡이이의 사상이 담긴 정치 개혁 보고서이다. 1569년 율곡이이가 34세 9월에 휴가를 얻어 동호 독서당에 연학할 때 저술한 것으로 손님과 주인의 문답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가독서는 유능하고 젊은 문신을 선발, 휴가를 주어, 잠시 정무를 떠나 독서당에서 글을 읽고 학문에만 전념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시작은 세종 때 이루어진 것인데, 세조 때 폐지되었다가 성종 24년에 복구되어 이후 쭉 시행되어온 것이다. 사가독서를 하는 장소인 독서당은 지금의 옥수동․한남동․보광동 등 강변의 경치 좋고 한적한 곳에 위치해 있었는데, 일명 ‘동호독서당’이라고도 하며 줄여 ‘호당’이라고도 불렀다. ‘동호문답’의 ‘동호’도 바로 여기에서 따온 것이다.
사가독서의 선발인원은 많은 편이 아니고, 유능하며 학문에 가능성이 있는 젊은 문신들 가운데서 뽑았으므로, 여기에 선발된다는 것은 하나의 영예이자 앞으로의 벼슬길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많았다. 사가독서 하는 사람들은 이 기간 동안 때로 전강을 하고, 제술을 할 것도 과제로 주어졌는데, ‘동호문답’도 바로 그런 결과로 나온 것이다. 동호독서당에서 문답형식으로 쓰여진 동호문답을 통해서 율곡의 유교적 사상과 현실개혁의지를 볼 수 있다.
내용과 의의
제1장. 군주의 길을 논하다.
[군주의 재능과 지혜가 출중하여 뛰어난 영재들을 잘 임용할 수 있으면 치세가 될 것이고, 비록 군주의 재능과 지혜가 모자란다 하더라도 현자를 임용할 수만 있으면 치세가 될 것이오. 바로 이것이 치세가 되는 두 가지 경우라오. 그러나 군주가 자신의 총명만을 믿고 신하들을 불신한다면 난세가 되지요 또 군주가 간사한 자의 말만을 편중되게 믿어 귀와 눈을 가린다면 난세가 되지요 바로 이것이 난세가 되는 두 가지 경우라오.]
치세와 난세의 조건이 나와 있고 그렇게 되는 원인으로 왕의 역할이 명시되어 있다. 동호문답에서는 오제와 삼왕을 예로 들며 재능과 지혜가 출중하여 왕도정치를 행한 군주를 설명하고 있고 상나라의 태갑과 주나라의 성왕의 예를 들며 현자를 임용하여 왕도정치를 행한 왕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율곡은 제1장부터 군주의 길을 논하고 치세와 난세의 결정됨에 있어서 왕의 역할이 가장 중요함을 말함으로써 우리는 율곡이 당시 선조에게 왕도정치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실 이는 현대에도 적용되는 것으로 나라의 책임자가 스스로 현명하고 총명하며 적재적소에 인재의 등용을 잘 한다면 현시대의 치세가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제2장. 신하의 길을 논하다.
[출사하여 겸선하는 것에는 세 가지 품격이 있습니다. 스스로 도덕을 체득하여 추기급인 함으로써 당대 군주를 요, 순과 같은 임금으로 만들고 당대 백성을 요,순의 백성들로 만들며 오로지 정도에 의해서만 군주를 섬기고 수신하는 자가 있습니다. 이를 ‘대신’이라고 하지요. 오직 나라만을 걱정하여 자신을 돌보지 않고 진심으로 군주를 섬기고 백성을 보호하며 비록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순조로운 때든 어려운 때든 가리지 않고 정성을 다해 사직을 편안하게 하는 자가 있소. 이를 ‘충신’이라 하지요 어떤 자리를 맡으면 그 직분을 생각하고 임무를 맡으면 효과를 생각하여 비록 인물의 그릇이 나라를 다스리기에는 부족하더라도 간사의 재주를 가져서 특정 직무를 감당할 만한 자가 있소 이를 ‘간신’이라 하지요
또한 물러가서 자수하는 데도 세 가지 품격이 있지요. 불세출의 보배같은 재주를 품고 도를 즐기며 궤 속의 구슬을 살 사람을 기다리는 자가 ‘천민’(하늘의 백성) 이지요, 스스로 배움이 부족함을 헤아려 학문의 진전을 추구하고 수양하며 때를 기다리면서 경솔하게 나서지 않는 자가 있으니 이를 ‘학자’ 라고 하지요. 고결하고 청개하여 천하의 일을 탐탁지 않게 여기며 초연하게 숨어서 세상사를 잊고 사는 자가 있으니 이를 ‘은자’ 라고 하지요]
신하를 대신, 충신, 간신으로 구분하고, 재야에 있는 선비를 천민, 학자, 은자로 나누었다. 주공 등은 대신이고, 송나라 사마광 등은 충신이며, 유안 등은 간신의 예이다. 이 밖에 천민과 은자에 대해서도 강태공 등을 전자의 예로, <논어>에 나오는 초나라 접여 등을 후자의 예로 들고 있다. 이렇게 신하와 재야의 선비를 구분하여 나열함으로써 선비의 자질을 논하고 재야에 있는 선비를 구분하는 방법을 말해주고 있다.
정치에 있어서 신하들의 역할이 중요하고 각자 자신의 재능을 파악하여 그것에 맡는 역할을 수행해야 함을 말해준다고 할 수 있다.
제3장 좋은 군주와 좋은 신하가 만나기 어려움에 대해 논하다.
[어찌 그런 선비가 없었겠소. 다만 군주가 그런 선비를 너무 이상적이어서 실정에 맞지 않는다고 의심하여 등용하지 않았다는 말이지요. 1)도학 하는 선비를 ‘진유’ 라 하는데 맹자 이후 진유가 출현하지 않다가 1000여년이 지나서야 주렴계 선생이 나옴으로써 미묘한 진리를 발양했고, 정자,주자가 그것을 계승한 후에야 이 도학이라는 것이 세상에 크게 밝혀져서 중천에 솟아오른 태양과 같은 존재가 되었지요. 그런데도 송나라 군주들이 도학을 알지 못해 이 위대한 현인들을 미관말직에 버려두고 백성들이 그 혜택을 입지 못하도록 만들었으니 한탄스러울 따름이오]
좋은 군주와 좋은 신하가 만나기는 매우 어렵다. 예를 들면 한나라 고조․무제,송나라 태조 등은 인격상 문제가 없지 않으니, 진유라면 그들과 더불어 정치를 하지 않을 것이다. 군신 사이에 서로가 신뢰하기 어려운 것이니, 여기에 어느 정도 부합되는 경우가 있다면, 촉한의 유비와 제갈량 정도일 것이다. 일평생을 유목민처럼 떠돌아다니는 유비는 제갈량을 만나고서부터 촉나라까지 세우게 된다. 삼고초려 수어지교로 대표되는 유비와 제갈량의 만남은 나이 많은 유비가 제갈량을 세 번이나 찾아가 뜻을 구함으로써 이루어 질수 있었고 앞서 2장에서 설명했던 것처럼 제갈량은 군주와 나라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충신이 되어 이것을 보답했다. 이처럼 인재를 위해 자신의 자존심을 내세우지 않고 진심으로 뜻을 구할 때 훌륭한 군주와 신하의 만남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4장 우리나라에서 도학이 행해지지 않음에 대해 논하다.
[삼국이 정립했다가 고려가 통일했는데, 그 과정을 상고해보면 오로지 지혜와 힘만으로 이기고자 했을 뿐이니 어찌 도학이 숭상할 만한 일임을 알았다고 할 수 있겠소. 비단 군주만 그랬던게 아니오. 신하들 가운데서도 진정한 지식과 실천으로 선정의 전통을 계승한 이가 있었다는 말을 듣지 못했소]
진유란 관직에 나아가면 도를 이루어 안민을 하는 사람이요, 은퇴하면 세상에 교화를 베풀어 배우는 사람으로 하여금 잠에서 깨어나게 하는 사람이다. 이이는 이런 기준으로 본다면 우리나라에는 아직까지 진유가 없었다고 생각했다.
제5장 우리 조정이 옛 도를 회복하지 못함에 대해 논하다.
[그러나 지금 국가의 형세는 기절한 사람이 겨우 소생만 한 상태라오. 따라서 아직 모든 맥이 고르지 못한데다가 원기도 회복되지 않아서 서둘러 약을 써야 살아날 가망이 있는 상태에 비유할 수 있다오. 그런데도 혹자는 약을 쓰지 말고 저절로 낫도록 기다리자 하고, 혹자는 좋은 약을 처방하기는 해야 하지만 무슨 약을 처방해야 할지 몰라 팔짱만 끼고 방관할 뿐 방책 하나 내놓지 못하고 있소. 이러다가는 큰 병치레 후 감기라도 들어 구제할 수 없이 위태로운 증후로 커져서 쉽게 사망하는 것과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오. 국가의 형세라 이와 같이 위태로우니 고기를 먹는 사람들[고위 관료]이 정신을 가다듬고 구제 방안을 모색해야 하지 않겠소]
위태로운 상태에서 고기를 먹는 사람들 즉 고위관료들이 정신을 가다듬고 이런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야 하지만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현재 상황을 유지하기 위해 그리고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별다른 조치 없이 그대로 가자는 사람들과 무슨 약을 처방해야 할지 몰라 그대로 방관하는 사람들이 많은 그 당시 책임자들에게 각성을 촉구하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권한을 가지고 그만큼의 힘을 가진 사람들은 그에 합당한 책임도 져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권세만 누리려고 한다면 후에 더 큰 문제를 겪게 된다. 비단 그 당시 뿐 아니라 모든 시대에 이런 권한을 가진 사람들이 사회적인 문제에 책임을 진다면 사회의 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6장 금일의 시대 정세를 논하다.
[왕도정치가 이 세상에서 행해지지 않은 지 이미 수천 년이 지났소. 그러니 [지금] 왕도정치가 뭔지 알고 숭상할 자들이 몇 사람이나 되겠소. 저 무모하고 식견 없는 무리들이 세속의 풍속에 젖고 관습에 익숙해져서, 훗날 왕도정치가 회복되어 세상에 시행되는 것을 보면 필시 놀라 괴이하게 여길 것 이오. 그것은 먼 지역의 낯선 일을 대하는 정도가 아니어서 온 세상 사람들이 시끄럽게 떠들고, 주상의 마음도 굳건하게 안정된 마음을 보장하기 어려울 것이오. 똑똑하다고 하는 사대부들 역시 작은 일에는 밝아도 큰 일에는 어두우며 안정을 추구하고 개혁을 꺼리는 경향이 있어서 장차 반대하는 궐기를 하여 세속 여론의 선창자가 될 것이오. 그러니 개혁의 책임을 맡은 사람이 죄나 면하면 다행일 뿐 어찌 다른 일을 도모하겠소. 이것이 2)치도를 이룰 수 없는 나쁜 조건의 하나라오]
율곡은 치세와 난세는 사람에게 달린 것이지 때와는 관계가 없다고 보았다. 때라는 것은 윗자리에 있는 자가 하는 바에 달린 것이어서 만약 성상이 분연히 일어나 옛 도를 회복하고자 하신다면 가라앉았던 인심이 일어나고 꺾였던 사기도 회복될 것이라고 보았다. 비록 인심이 가라앉고 사기도 낮지만, 지도자가 노력한다면 이러한 것들이 극복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제7장 무실이 수기의 요체임을 논하다.
[격물치지를 하고자 하신다면 독서를 할때는 의리를 생각해야 하고, 일에 임해서는 시비를 생각해야 하며, 인물에 대한 논평을 할 때는 간사한 이와 올바른 이를 판별해야 하고, 옛 역사를 열람할 때는 그 득실을 찾아야 한다오.
성의 하고자 하신다면 여색을 즐기듯이 선을 즐겨서 반드시 그것을 이루어야 할 것이고, 악취를 싫어하듯이 악을 싫어하여 기어코 제거해야 할 것이오.
정심 하고자 하신다면 한쪽으로 치우지지도 않고 얽매이지도 않는 것으로 체를 세워 과불급이 없게 하고 용을 적용시킬 수 있어야 한다오.
수신 하고자 하신다면 의관을 바르게 하고, 시선을 점잖게 하며, 음악과 여색의 기호를 멀리하고, 유희와 관광의 즐거움을 끊으며, 태만한 기운을 몸에 베풀지 말고, 비루하고 어긋나는 말을 하지 말아야 하니 규구를 따르고 예가 아니면 움직이지 말아서 수신하는 실제를 다해야 하지요.
효친 하고자 하신다면 양전을 우러러 보심에 매사에 정성스럽게 하지 않음이 없게 하셔서 기쁘시게 해야 하오]
이이 학문의 실천적인 성격이 드러난다. 요,순,주 와 같은 좋은 정치를 이루고자 할 때에는 실효성이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수기를 하면서 매사를 합리적인지 보아야 하고 실용적인 것에 힘써서 백성들의 고통을 덜어주어야 한다. 지도자가 실을 행하고 스스로 마음을 닦아 뜻을 펼치면 백성과 국가가 더 좋은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보았다.
제8장 간인의 판별이 용현의 요체임을 논하다.
[만약 주상께서 격물치지하여 천리를 궁구하신다면 저 소인배들의 정상은 미세한 부분까지 모두 밝혀질 것이고 선한 이를 좋아하고 악한 이를 싫어해서 그 마음을 공정하게 하신다면 군자의 진언이 주상의 마음에 부합하지 않는 상황은 없을 것이오. 그러므로 간사한 이를 판별하는 데는 이치를 궁구하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이 없고, 현인을 알아보는 데는 공정한 마음보다 더 좋은 것이 없겠지요. 3)주상께서 무릇 이치를 궁구하고 본성을 다하는 것에 뜻을 두신다면 구차하게 자잘한 일들을 성취하려는 논의들이 끼어들지 못할 것이오. 4)백성들을 새롭게 하는 것에 뜻을 두신다면 유행하는 세속이 견지하는 일상적인 주장들에 구애받지 않을 것이오. 5) 박시제중에 뜻을 두신다면 단 한명의 백성이라도 그 은택을 입지 못하는 일이 있으면 이것을 모두 걱정거리로 삼을 것이오 6) 예악을 닦아 밝히는 일에 뜻을 두신다면 한 가지 제도라도 옛 도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가 있으면 이것을 자신의 고통으로 삼을 것이오]
신하에는 군자와 소인이 있는데 이를 어떻게 분간해서 볼 것인가에 대한 문제이다. 이이는 학문을 하면 그것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지도자인 왕이 사물의 이치를 연구하여 천리를 알게 되면 소인의 미세한 것들을 알 수 있고 선을 좋아하고 악을 미워하는 공정한 마음을 가지면 군자의 진언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리가 없다고 본 것이다. 왕이 바른 인재를 등용할 것과 그 방법으로 학문을 닦을 것을 주장했다.
제9장 안민정책을 논하다.
[일족절린의 폐법이란 무엇인가? 지금 과중한 세금, 군포, 군역 등을 견디지 못하고 도망간 백성이 있는 경우 반드시 그 일족과 이웃에게 세금, 군포, 군역을 부담시키는데, 일족과 이웃들도 그것을 감당할 수 없어 도망가면 다시 그 일족의 일족과 이웃의 이웃에게 부담시키고 있지요.
진상번중의 폐법이란 무엇인가? 요즘 말하는 진상이라는 것이 주상께 바치는 데 있어서 모두 다 적합한 것은 아니라오. 어떤 자질구레한 것도 헌상하지 않는 것이 없고 바다나 육지에서 산출되는 것을 빠짐없이 긁어 들이고 있으나 어찬에 진상할 만한 것을 고른다면 몇 가지 안 될 것 이오.
공물방납의 폐법이란 무엇인가? 조종조에서는 방납을 매우 엄하게 금지시켜 모든 공물을 오직 백성들로 하여금 직접 관청에 공납하게 했고, 모든 관청 또한 주상의 뜻을 받들어 아전들에게 기만당하는 일이 없었으며 그들의 농간이나 실상을 모르는 폐법이 없었소. 그렇기 때문에 백성들이 공물로 인한 곤란을 겪지 않았지요.
역사불균의 폐법은 무엇을 말하는가? 지금 이른바 정군・보솔・나장・조예 등 여러 사람들이 온갖 역에 응하는 종류는 첫째, 장기간 번을 서거나 둘째, 두 번으로 나누어 서거나 셋째, 세 번에서 예닐곱 번으로 나누어 서는 것이지요.
이서주구의 폐법은 무엇을 말하는가? 간사한 권신들이 혼탁하고 어지러우며, 상하가 오직 뇌물만 일삼아서 관작도 뇌물이 아니면 승진하지 못하고, 소송도 뇌물이 아니면 승소하지 못하고, 죄수도 뇌물이 아니면 석방되지 못하오]
그 당시 이러한 폐법 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에 안민정책은 반드시 필요했다. 일족절린은 조세제도, 진상번중은 불공평한 공물진상, 공물방납은 공물대납, 역사불균형은 국역 불균형 현상, 이서주구는 부정부패와 대민 수탈에 따른 문제를 파악하고 바로잡는 일이었다. 그리고 쓸 때 없이 노는 관료와 승려에 대해서도 숫자를 줄여야 한다고 보았다. 이 장에서 이이는 민생안정을 가장 구체적으로 논하였고 그리고 5가지의 폐단을 구체적으로 들고 그 대안까지 제시함으로서 즉흥적 감상이 아닌 깊은 고민과 연구에 기초한 것임을 보여준다.
제10장 교육정책을 논하다
[‘소리를 그치고서 메아리를 구하고 모습을 감추고서 그림자를 찾는 일’은 옛날부터 지금까지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요. 따라서 지금 학교 행정은 어찌할 수 없는 지경인데도 방치하고서 좋은 방도를 강구하지 않기 때문에 그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것이지 공이 있는데 효과가 없는 것이 아니라오]
좋은 방도는 나오지 않고 오히려 효과만 바라보고 있는 현실의 안타까움이 드러나 있다.
또한 인재를 구하는 방법에 있어서 글재주만을 중시하고 도덕을 귀하게 여기지 못함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천하에서 다 통하는 학식을 가지고 있고 세상에 으뜸인 행실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과거에 합격하지 않으면 그의 도를 사용할 방법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교육의 기초를 튼튼히 하기 위해 지방교육에서는 교사인 훈도에 대한 지원책, 중앙고등교육 차원에서는 성균관 운영책과 궁극적으로 관료 선발제도의 개선을 제안한다.
제11장 정명이 정치의 근본임을 논하다.
[충신들은 역적이라 배척되고 간신의 괴수가 공신으로 기록되어 있으니, 정명이 이루어지지 못함이 이보다 더 심할 수 없다오.
현재의 대책으로는 먼저 다섯 간흉의 죄를 폭로하고 관작을 삭탈하여 7)위사공신이라는 공훈을 모두 삭제하고, 죄 없는 사람들을 모두 사면하여 종묘사직에 고하고 온 나라에 널리 알려 온 나라 사람들과 함께 다시 시작해야 하오]
율곡이이는 을사년의 위훈을 고치는 대의명분적 일을 요구한다. 백성을 편안하게 하고 사람들의 사기를 진작시키는 것이 현재의 급선무라고 판단했지만 아직 국시가 바로잡히지 못함으로써 8)정명이 완전히 이루어지지 못해 백성을 편안하게 하고 사기를 진작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고 본 것이다. 대의명분에만 치중한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으나 정명의 바로잡음으로써 사기를 진작시킨 이후에야 민생안정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구성상의 특징
동호문답은 명시적으로는 1.군주의길 2. 신하의 길 3. 좋은 군주와 좋은 신하가 만나기 어려움 4. 고려 때까지 도학이 행해지지 못한 이유, 5. 조선과 왕도정치 회복의 관계 6. 금일의 시대 정세 7.무실이 수기의 요체 8.간인의 판별이 용현의 요체 9.안민정책 10. 교유정책 11.정명의 실천 이라는 11개의 주제를 다루며 이 주제들이 전체 11개의 장을 하나씩 구성하고 있다. 그런데 이 11개 장은 크게 3부로 재배치 될 수 있다. 1부는 1장부터 3장까지로 성군이 되어 진정한 치세를 이루겠다는 의욕을 갖도록 선조를 부추기면서 그에 필요한 군주의 자세를 요구하는 것이다. 2부는 4장에서 6장까지로 조선의 역대 정권의 성격과 현재의 정치 현실을 점검하면서 선조로 하여금 자신의 위상과 역할을 성찰하게 하는 것이다. 3부에 해당하는 7장에서 11장 까지는 사실상 율곡이 선조에게 말하고 싶어 하는 핵심적이고 직접적인 내용으로서 당시 선조가 군주로서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들과 그 해결 방향을 제시하는 글이다. 1부를 통해서 율곡의 정치학 자체에 대한 시각을 볼 수 있다면 2부를 통해서는 조선 민족사와 당대에 대한 인식을, 3부를 통해서는 당대 개혁안에 대한 인식을 확인할 수 있다.
결론
율곡의 동호문답에는 백성을 중심으로 현실을 개혁하고자 노력했던 율곡의 노력이 담겨있다. 그리고 백성이 나라의 근본이라는 기본 이념과 동시에 왕에게 왕도정치를 요구하고 부정부패를 척결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이러한 내용을 통해 새로운 시대를 맞이한 젊은 관료 율곡이 새로운 군주 선조와 함께 정치다운 정치를 펼쳐보려는 의욕이 상당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조선시대 뿐 아니라 현재 오늘 날의 정치에도 필요한 덕목들이 나와 있다. 그러므로 이런 주장들에 대해 잘 생각해 보고 필요한 것은 실천에 옮길 필요가 있을 것이다.
각주
1) 도학: 율곡을 비롯하여 조선 주자학자들이 말하는 도학은 유학 중에서도 주자학을 지칭한다.
2) 치도: 다스리는 도리나 방법
3) 자연 및 세상의 이치를 연구하고 이에 따라 인간의 본성을 다 실천하는 것. 곧 성리학적 실천을 의미한다.
4) <대학> 의 삼강 중 하나로 정치 구성원들을 새로운 인간으로 변화시키는 것을 말한다.
5) 박시제중: 널리 은혜를 베풀고 민중을 구제하는 것 <논어> <옹야>편
6) 탕 임금의 삼고초려에 이윤이 드디어 관직에 나아가면서 던진 출사표다
7) 조선 시대 명종 원년 을사사화를 일으키고 유임 등 대윤 일파를 몰아낸 보익공신을 달리 이르는 말
8) 여기서는 을사사화 때의 주동자 윤원형 등의 처벌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았음을 말한다.
참고문헌
안 외 순 『 동호문답 』 책세상 문고
한 영 우 『 율곡이이평전 』 민음사
김 태 완 『 율곡집 (성리학의 이상향을 꿈꾸다) 』 한국고전번역원
안 외 순 『東湖問答』에 나타난 율곡 이이의 초기 정치사상 : 도덕주의와 현실주의의 통일 (2007)
첫댓글 참고문헌에 출판연대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