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산골 주변
故人棲東山 自愛丘壑美(친구는 동산에 살며 산과 계곡의 아름다움을 사랑한다네)
靑春臥空林 白日猶不起(젊은 나이에 멀건이 숲 속에 누어 대낮에도 여전히 일어나지 않네)
松風淸襟袖 石潭洗心耳(솔바람에 옷깃 소매 말끔히 빨고 돌 연못에서 마음과 귀를 씻네)
羨君無紛喧 高枕碧霞裏(부럽다, 속세의 시끄러움 끊고 푸른 안개 속 높이 누운 그대여)
--- 이백(李白), 「題元丹丘山居」
* 元丹丘는 이백의 친구
▶ 산행일시 : 2011년 1월 29일(토), 맑음, 바람 세게 붐
▶ 산행인원 : 25명( 영희언니, 스틸영, 버들, 숙이, 설앵초, 배대인, 드류, 히든피크, 김전무,
대간거사, 감악산, 더산, 인치성, 한메, 산야로, 이학동, 메아리, 베리아, 해마, 백석,
인샬라, 하늘재, 가은, 웅이, 상고대)
▶ 산행시간 : 7시간 28분(휴식과 점심시간 포함)
▶ 산행거리 : 도상 17.3㎞
▶ 교 통 편 : 춘천까지 전철로 가고 옴
▶ 시간별 구간(산의 표고는 국토지리정보원의 표시에 따랐음)
08 : 00 - 상봉역 출발(급행)
09 : 40 - 춘천시 동면 월곡리(月谷里) 쇠골, 월천사 앞, 산행시작
10 : 18 - 깃대봉(△388m)
10 : 48 - 343m봉 직전 안부 약간 못 미처 ┤자 갈림길
11 : 54 - 후봉(後峰, 574m)
12 : 31 - 661m봉
12 : 55 - 698m봉, 무인산불감시시스템 시설
13 : 05 ~ 13 : 31 - 698m봉 아래 안부, 점심식사
13 : 56 - 662m봉
14 : 07 - 느랏재, 임도
14 : 58 - 621m봉
15 : 14 - ┤자 갈림길, 왼쪽은 대룡산 가는 길
15 : 21 - 명봉(明峰, △642m)
16 : 00 - ╋자 갈림길 안부
16 : 41 - 구봉산(九峰山, △440m)
17 : 08 - 춘천시 동면 감정리(甘井里) 감정교 부근, 산행종료
21 : 45 - 상봉역 도착
1. 후봉 지나서 조망, 죽엽산(?)
▶ 깃대봉(△388m), 후봉(後峰, 574m)
집에서 상봉역까지 걸릴 시간을 가늠하지 못해 일찍 나왔다. 1착이다. 라디에이터 쩔쩔 끓는 화장
실을 모르고 밖에서 오래 떨었다. 08시 정각 춘천행 급행열차 출발할 즈음 화장실에 들렀다가 알았
다. 차량 1량은 전세 낸 듯 우리 일행으로 꽉 찼다. 이따금 차창 밖으로 눈 돌려 하얀 겨울 산을 파
노라마로 감상하다 굽어보면 물안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북한강이다.
춘천역 광장. 현장에서 25인승 버스를 대절한다. 왕복요금 8만원. 길 건너에 시내버스 승강장이 있
지만 버스가 어느 세월에 올지 모르고(15분 간격이라고 하는데 한 달 전에 여기에 왔었다는 웅이
님은 30분을 기다리다 택시 탔다고 한다), 줄지어 손님 기다리는 택시는 소양댐까지 그 요금이 대
당 1만원이라니 7대는 가야하는 왕복요금이 적어도 14만원이다.
소양댐 아래 세월교(洗月橋, 춘천 사람들은 교각의 원형 강물 통로가 콧구멍을 닮았다고 하여 ‘콧
구멍다리’라고 부른다)를 지나 쇠골 월천사 입구에서 멈춘다. 영진과 랜덤도엽에 표시된 해인사를
개명하였나보다. 사슴농장으로 가기 전 왼쪽의 나지막하고 긴 능선을 오르기로 한다. 산기슭 덤불
헤치고 가파른 사면 한 피치 오르면 소양취수장에서 시작된 탄탄한 능선 길이다.
왼쪽 사면은 바로 소양강으로 떨어지는 절벽이다. 가급적 멀리한다. 건너편 마적산(馬蹟山, 785m)
이 준봉으로 보인다. 부용산 봉화산이 보이고 등로는 완만하다가 깃대봉이 가까워지자 솟구치기
시작한다. 노송의 깊게 패인 수피를 홀더로 붙잡고 오른다. 땀난다.
깃대봉 정상. 벙커 위 눈밭에 삼각점이 있다. 춘천 406, 2006 재설. 조망은 사방 나무숲으로 가렸
다. 밀어닥치는 일행들을 위하여 자리 내준다. 잔 봉우리 오르락내리락 한다. 부는 바람이 없지만
막 내달아 이는 바람이 귀 싸매게 차다. 후봉 가는 길.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다. 우선 가마골로
가야한다. 382m봉 길게 내리고 안부로 떨어지기 전 왼쪽 사면 눈길에 인적이 보인다. 그리로 간다.
일부 일행은 343m봉 오르기 전 안부까지 가서 가마골로 내리겠단다. 그 편이 더 나았다. 눈길 인적
은 가파른 사면을 옆으로 빙 돌아 엷은 지능선 잡았으나 154,000볼트 송전탑 지나고부터 자취 감
췄다. 오지 만든다. 잡목 뚫다가 절벽과 맞닥트려 잡석 깔린 설사면을 트래버스 하여 지능선 갈아
탄다. 이윽고 가마골. 빙판이거나 눈 깊은 골 거슬러 간다.
후봉까지 표고 350m 남짓 올라야 한다. 골 주변은 다 설벽이다. 앞사람이 만든 발자국 계단 밟는
다. 능선에 올라서자 가파름이 푹 수그러든 설원이 나온다. 잡목 비키느라 설원 누빈다. 이런 데에
도 넓게 자리 잡은 무덤이 있다. 무덤 주위에 둘러서서(간이의자 꺼내기가 귀찮다) 탁주로 목 추긴
다. 펑퍼짐한 설원은 계속된다.
히든피크 님이 맨 앞장서 눈길 잡목 뚫는다. 멧돼지 잠자리를 수시로 지나고 제법 살 붙은 능선에
올라선다. 공제선과 숨바꼭질을 시작한다. 후봉(後峰). 마을 뒤쪽에 산이 있어 후봉이라고 한다. 눈
밭인 너른 공터 한가운데 소나무 한 그루가 있고 이 소나무에 ‘대구바우들산악회’에서 정상 표지판
을 매달아 놓았다. 춘천에도 솔개 님, 쥐약 님을 비롯한 맹장들이 버티고 있는 산악회가 수두룩한
데 대구에서 여기까지 와서 표지판을 걸었다는 푸념을 내비치자 먼저 오른 일행들이 그에 대해 충
분히 논했으니 그만 참으라고 한다.
2. 후봉 지나서 조망, 사명산
3. 오봉산(청평산)
4. 왼쪽 멀리는 용화산
5. 눈길
▶ 명봉(明峰, △642m)
후봉에 오르자 돌연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세차게 부는 칼바람이다. 이 바람은 산행 끝날 때까지
그칠 줄 모르고 불어댔다. 쉽게 가는 산이 없다. 12시가 넘어 점심식사 하자해도 이 바람을 막을 마
땅한 장소가 없다. 고개 숙이고 그저 간다. 새골고개 지르마재는 골바람 더해 황량하다. 661m봉은
산행교통의 요충지다. 이정표가 있다. 세월교 6㎞, 느랏재 2.3㎞. 우리가 지나온 길은 위험한 길이
란다. 이제 길 좋다.
봉봉을 산허리로 돌아 넘는다. 돌아도 너무 돌아 약간은 부끄럽다. 698m봉. 멀리서도 무인산불감
시시스템이 보였다. 아무렴 사진은 발로 찍는 것. 거기 오르면 조망 훤할까. 대열 이탈하여 생사면
친다. 바람에 떠밀려 오른다. 교통호 건너 철조망 친 무인산불감시시스템에 다가갔으나 사방 나무
숲 둘러 카메라 파인더 조망은 무망.
698m봉 내리는 길이 더 고약하다. 언 땅 드러나 미끄럽다. 살금살금 내리고 안부. 바람 피한 사면
에서 점심밥 먹는다. 일행이 많으니 남의 입맛 덩달아 얼음 섞인 김치와 깍두기도 별미다. 따끈한
커피로 입가심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26분. 다시 칼바람 뚫는다. 그리 가파르지 않아도 봉우리 오르
내리막에 밧줄이 달려있다.
662m봉에서 오른쪽으로 직각방향 꺾는다. 멀리 하늘금 가리산 감상하며 612m봉을 오른다. 야트
막한 봉우리 마저 넘으면 느랏재고개다(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에는 662m봉 오르기 전 안부가 느
랏재고개다). 고개가 길어서 넘기 지루하다 하여 느랏재고개라고 한다. 임도가 지난다. 임도 따라
봉우리 두 개를 돌아 넘는다. 눈길이어서 임도도 걸을만하다. 가리산에서 대룡산에 이르는 산릉과
그 자락을 훤히 보는 안복(眼福)까지 누림에서야.
임도는 왼쪽으로 꺾어 떨어지고 우리는 미리 생사면 오른다. 621m봉 내리면 독점고개. 추워서 쉬
지도 못하겠다. 마냥 걷는다. 665m봉 오르기가 되다. 대룡산(大龍山, 899m)이 점점 가까워져 대룡
의 너른 품이 더욱 듬직하다. 626m봉 내리면 ┤자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은 갑둔이고개 지나 대룡
산 가는 길 3.6㎞.
명봉 정상 200m 앞두고 가파르게 오른다. 양지쪽이라 눈은 다 녹아 바람에 흙먼지 풀썩 인다. 명봉
정상. 춘천의 해와 달이 뜨는 밝은 봉우리란다. 너른 공터에 통나무 장의자가 놓여있다. 삼각점은
내평 312, 2005 재설.
6. 가리산, 느랏재 임도에서
7. 춘천시내와 봉의산
8. 삼악산, 월두봉도 보인다. 순정마루에서
9. 구봉산, 순정마루에서
10. 삼악산
▶ 구봉산(九峰山, △440m)
구봉산 가는 명봉 내림 길도 가파르다. 뚝뚝 떨어지다 멈칫한 곳이 순정마루. 춘천시내와 그 주위
를 샅샅이 살필 수 있는 최고의 조망처다. 유유한 소양강과 용화산 화악산 삼악산 월두봉이 분명하
게 보인다. 순정마루 내리는 길은 슬로프. 밧줄이 달려있어 재미가 적다. 오른쪽 사면은 강원도산
림개발연구원에서 두충나무 물박달나무 등등 조림하고 한 가닥 녹슨 철사 드리워 무용자의 출입
을 막았다. 정연한 조림이 보기 좋다.
바닥 친 ┼자 갈림길 안부. 왼쪽은 굼벵이로 내리고 오른쪽은 지내천 따라 연산골로 간다. 한메 님
은 내내 후미 챙기다가 여기서 오늘 처음 나온 이학동 님 데리고 연산골로 탈출했다. 한메 님의 따
뜻한 마음 씀은 여러 사람을 감동케 하였다. 칼바람 부는 산릉에서 후미 돌보는 것이 결코 쉽지 않
을뿐더러 자신의 산행을 포기하고 탈출을 안내하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 나는 이 다중에서 솔선
하여 그렇게 못하겠다.
막판 스퍼트 낸다. 표고 140m를 올라야한다. 루프식 등로를 어지럽도록 오른다. 칼바람을 봄바람
으로 맞는다. 428m봉. 통나무 장의자에 걸터앉아 얼음물 찾는다. 봉우리 9개가 맞나보다. 넘고 또
넘는다. 지능선마다 등로가 뚜렷이 나 있다. 구봉산 정상. 벙커 위 너른 공터다. 오석의 자그마한
정상 표지석이 있다. 삼각점은 내평 313, 2005 재설.
조망 좋다. 봉의산(鳳儀山, 301.5m)에서 강 건너 삼악산 월두봉에 이르는 산릉이 황혼의 빛으로 눈
부시다. 감정교 쪽으로 내린다. 길 따른다. 급전직하. 306m봉을 안부에서 왼쪽 사면으로 돌아내린
다. 도로는 산그늘 졌다. 미리 부른 차가 마침 도착한다.
11. 구봉산 가는 길. 고사목이 작품이다.
12. 대룡산, 구봉산에서
13. 봉의산, 구봉산에서
14. 춘천시내, 구봉산에서
15. 가평 쪽 조망, 구봉산에서
첫댓글 오랫만에 많은 인원이 참여한 분위기 좋은 산행이었습니다.. 올 한해도 쭉맛갈란 사진과 산행기 부탁합니다...
대부대가 이동하여 등로가 새롭게 만들어질듯합니다...구제역이 빨리 사라져야지 마음대로 산행도 다닐텐데...수고 많으셨고, 저도 금년한해 잘 부탁드립니다.
보고싶은 분들 한 번에 뵐수 있는 기회를 놓쳤습니다. 이제 저도 일근하니까 가끔 뵈러 가겠습니다~~ 죄송스럽습니다. 설 명절 잘 보내세용~~^^*
산행기 잘 읽었습니다..선배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올 한해 건강하십시요.아울러 어설픈 초심자에게 많은 지도편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