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파스토 기법
유화라고 하면 보통 물감이 두껍게 칠해진 그림을 떠올리는데, 바로 그렇게 물감을 두껍게 칠하는 것이 유화의 대표적 기법인 임파스토입니다. 물감을 의도적으로 두껍게 칠해 생생한 붓 자국과 물감의 물성을 강조하는 것이지요. 붓에 물감을 듬뿍 묻힌 후 펴 바른다기보다는 묻힌다는 생각으로 붓을 놀리면 됩니다. 때로는 젯소를 사용해 미리 임파스토 효과를 낸 후 그 위에 얇게 물감을 덧칠하기도 합니다.
[그림 11-1] Vincent van Gogh / 부분
글레이징 기법
글레이징은 임파스토에 반대되는 기법으로 물감을 묽게 희석하여 이미 채색한 그림 위에 얇게 덧칠하는 방법입니다. 임파스토와 더불어 유화의 대표적인 기법이지요. 물감을 희석할 때 린시드유나 테레빈유를 사용할 수도 있지만 효과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화방에서 파는 글레이징용 미디엄을 따로 구입해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주의해야 할 점은 만약 건조가 덜 된 부분에 글레이징을 할 경우 물감이 섞이면서 탁해지므로 확실히 건조된 채색 위에 글레이징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글레이징 기법을 잘 활용하면 광택 나고 투명한 채색을 할 수 있는데, 특히 임파스토 위에 글레이징으로 다른 색의 뉘앙스를 살짝 얹는 처리는 색감을 풍부하게 하는 데 매우 효과적입니다.
[그림 11-2]
웨트 온 드라이 기법
유화에서도 수채화처럼 ‘웨트 온 드라이’(wet-on-dry ≒ 겹쳐 칠하기) 기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유화는 칠한 것이 마르려면 며칠에서 일주일 이상 걸리므로 작업 시간을 길게 잡아야 합니다. 유화에서 웨트 온 드라이 기법을 적용한 부분은 이미 칠해진 물감과 붓 자국의 영향으로 마치 갈필처럼 거친 붓질이 나옵니다. 그래서 섬세한 맛은 떨어지지만 유화 재료의 재질감을 충분히 드러내며 중후하고 거친 맛을 살릴 수 있습니다.
[그림 11-3] John Peter Russell / 부분웨트 온 드라이 기법으로 칠한 유화는 중후하고 거친 맛을 냅니다.
나이프 페인팅 기법
유화에서 나이프는 팔레트 위의 물감을 떠내고, 섞고, 긁는 데 쓰는 도구지만 채색할 때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손에 물감이 묻지 않도록 손잡이가 구부러진 페인팅용 나이프를 사용하면 효과적으로 색을 칠할 수 있지요. 나이프의 아래쪽 면에 물감을 묻힌 후 위에서 누르며 밀어내듯 칠하면 평평하면서 변화가 풍부한 가장자리가 만들어지고 붓으로 칠한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채색이 가능합니다. 마르지 않은 물감 위에 적용할 경우 자연스럽게 섞이는 효과도 만들어지고, 나이프의 종류나 칠하는 방향, 누르는 압력 등을 달리하면 조금씩 다른 표현을 얻을 수 있습니다. 특히 물감을 조금 묻혀 문지르면 물감이 드문드문 묻어 자연스러우면서도 거친 질감이 생기는데, 이는 고목나무 껍질이나 바위의 질감 등을 표현할 때 효과적입니다.
[그림 11-4]
블렌딩 기법
블렌딩(blending)은 색이 다르거나 명암이 다른 색을 부드럽게 연결시켜 칠하는 기법입니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우선 한쪽 색을 칠한 다음 새로운 색을 칠하면서 경계 부분에 부드럽게 붓질을 반복하는 방식인데, 그렇게 하면 [그림 11-5]처럼 부드러운 경계가 만들어지지요. 하지만 이 방법으로는 고운 블렌딩이 어렵습니다. 곱고 부드러운 블렌딩을 하기 위해서는 깨끗하고 큰 팬 붓 팬으로 먼지를 털듯 가볍게 왕복 운동을 해 주거나 천을 손가락에 감아 빙글빙글 돌리듯이 살살 문지르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림 11-5]
블렌딩이 가능한 것은 물감의 건조 속도가 느리기 때문입니다. 먼저 칠한 물감이 마르지 않은 상태로 있기 때문에 새로 칠하는 물감과 섞일 수 있는 것이지요. 따라서 블렌딩은 유화의 특성을 잘 활용한, 유화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의 [그림 11-6]처럼 우리가 기억하는 대화가들의 부드러운 명암 처리나 색 처리는 대부분 블렌딩 기법에 의한 것입니다.
[그림 11-6] William Adolphe Bouguereau / 부분유화의 부드러운 톤 변화는 대부분 블렌딩 기법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바림 기법
바림은 건조된 채색 위에 새로운 물감을 가볍게 펴 발라 색에 미묘한 변화를 주는 기법입니다. 처음부터 색의 변화를 주며 채색한 그림과는 달리 은은하면서도 깊이 있는 색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지요. 바림 기법은 붓에 물감을 묻혀 부드럽게 비비듯이, 혹은 빙글빙글 돌리거나 찍듯이 해서 효과를 냅니다. 꼭 붓이 아니라 천으로도 할 수 있는데 블렌딩을 할 때처럼 손가락을 천으로 감싼 후 물감을 묻혀 빙글빙글 돌리듯이 문지르면 됩니다.
[그림 11-7]
[그림 11-8]에서 알 수 있듯이 바림 기법을 적용할 때 물감은 주로 캔버스의 도드라진 올에 묻게 됩니다. 따라서 밝은색 위에 어두운색을 바림하면 도드라진 올만 어두워지므로 마치 때가 묻은 것처럼 지저분해 보일 수 있지요. 그래서 밝은색 위에 어두운색을 바림 하는 것보다는 어두운색 위에 밝은색을 바림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림 11-8] 바림으로 물감이 묻은 캔버스의 단면
※ 블렌딩이나 바림 시 손가락을 사용할 때는 반드시 천으로 감싸는 것이 좋습니다. 물감에는 인체에 유해한 성분이 들어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지요. 부득이 맨손가락으로 직접 해야 할 경우에는 작업 후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합니다.
점묘 기법
점묘는 물감을 넓게 칠하지 않고 붓으로 점을 찍듯이 채색하는 기법입니다. 점묘로 채색을 하면 팔레트에서 물감을 혼합하지 않고도 혼색의 효과를 낼 수 있지요. [그림 11-10]에서 볼 수 있듯이 작은 점으로 된 두 색이 조밀하게 인접해 있을 경우 혼색된 것처럼 보이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팔레트에서 물감을 섞으면 색이 탁해지지만 눈의 착시에 의한 혼색은 그렇지 않으므로 점묘 기법을 활용하면 투명하고 생생한 색감을 낼 수가 있습니다. 또한 점묘의 수많은 점들은 그림의 밀도감을 높여 주고 아른거리는 듯한 느낌의 부드럽고 독특한 그림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그림 11-9] Camille Pissaro / 부분
[그림 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