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임의 늪
홍준표의 말에는 분명 힘이 있다. 당대표에서 물러난지 오래 인데도 계속 정치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걸 보면 말이다. 비록 지금은 막말의 아이콘으로 이미지가 굳어졌지만 얼마전 까지만 하더라도 홍준표는 지금 자신의 유튜브 채널 이름인 ‘홍카콜라’ 처럼 보수 진영에게 사이다 같은 모습을 보여 주곤 했다. 4선 의원, 재선 도지사, 당 대표 2회를 역임한 거물 정치인이 어쩌다 막말의 아이콘으로 전락해 버린 것일까.
자유한국당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궤멸 직전에 놓여 있었다. 이 때 홍준표는 다 죽어가는 자유한국당에게 심폐소생술을 해주었다. 분산된 보수 지지층들을 자극적인 워딩으로 결집 시키는데 성공한 것이다. 공격적인 워딩과 앞 뒤 재지 않는 직진 화법은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이슈 몰이에 성공하고 단숨에 대권 후보에까지 이르렀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4 퍼센트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을 때 연달아 있는 대선에서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이 16 퍼센트에 육박한 걸 보면 홍 전 대표의 전략이 아주 잘 먹혔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 빛은 오래가지 못했다. 상대 진영에게 부정적 프레임 씌우기가 과해지면서 방향성을 잃게 된 것이다. 마치 브레이크가 없는 기차처럼 ‘문재인은 쇼를 잘한다.’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 등의 막말이 멈출 줄 모르고 계속되었다.(지금도 계속되는 중이다.) 프레임은 양날의 검과 같다. 적절한 프레임 사용은 득이 되지만 과한 프레임 씌우기는 독이 된다. 자신이 내뱉는 부정적인 이미지의 발언이 곧 자기 이미지가 되기 때문이다. 바로 홍준표의 경우다. 공격적이고 부정적인 이미지의 워딩을 지속적으로 사용함으로써 그것이 곧 자기 이미지가 되는 결과를 낳았다. 또한 자극적 발언으로 결집된 지지층들을 유지하기 위해서 계속 더 강한 말 만을 골라 하게 된다. 자신의 ’스트롱맨‘ 이라는 프레임에 스스로 갇히게 되는 것이다. 이런 모습은 결국 자기가 뱉은 말을 하지 않은 척 해야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한다. 국민들이 가장 혐오하는 전형적인 정치인처럼 말이다.
훙 전 대표의 말이 힘을 가지는 여러 이유 중 하나는 화제 될 만한 이슈를 아주 잘 알아본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이용한 자극적인 발언으로 지지자들을 결집시킨다. 이슈가 될만한 논제를 잘 고르는 능력은 정치인에게 아주 큰 장점이다. 국민의 이목을 자신에게 집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순히 이슈가 되는 것에 그쳐서는 안된다. 넓은 지지층 구축을 위해서는 그 논제를 어떻게 사용하느냐 가 중요하다. 홍 전 대표는 자신이 만들어낸 프레임에 갇혀 여론을 움직이기 좋은 논제를 상당히 비효율적으로 사용한다. 자기 진영이 아닌 사람들과는 벽을 세워 소통이 불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자극적인 발언은 잠깐의 이슈 몰이에는 성공할 수 있겠지만 그것이 지지 세력의 확장으로 이어질 수는 없다.
홍준표는 반짝 인기를 얻은 정치인들과 달리 굵직한 경력이 있는 정치인이다. 이것이 가능할 수 있는데 에는 국민들의 지지가 존재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지지에는 분명이 위에서 언급한 이유들이 작용 했을 것이다. 여론을 움직일 수 있는 논제를 파악하는 능력, 지지자들을 결집 시키는 능력 같은 것 들 말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자신이 가진 능력을 아주 잘못된 방식으로 이용하면서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있다. 만약 정치인으로서 지속하기를 원한다면 자신의 말이 가지는 힘을 바르게 이용해야 한다. 스스로를 가두는 프레임의 늪에서 벗어나 국민들의 마음에 울림을 주는 진실한 한마디가 필요하다.
첫댓글 막말은 그 사람의 좋은점이라고 하기보단 정치 공세 하나의 방법이라 생각이 들고, 오히려 일관적인 모습이나 그런것들을 부각시켜서, 사리분별 못하는 일관성을 가진 초점을 잡아서 비평했다면 좀 더 좋은 글이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스트롱맨이라는 프레임을 갖추지 못하면 홍준표가 갖고 있는 극우세력의 지지를 포기하게 됩니다. 내 편을 포기하서라도 상대진영을 받아들이겠다는 전략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논리가 부족해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