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롱이꽃
시 / 김인수
그늘이 살갗 닿을 때마다 비명을 지르던 꽃
겨울 그 송곳날 눈빛이
생을 파먹어 오면 이름 하나 달지 못한 풀꽃
기억의 지느러미가 젖동냥 주듯
찔끔 거렀던 시선
푸른 눈망울로 이방인의 언어를 오릴 때 누군가는 해독이 되어
애옥살이하는 날들의 책갈피에 얼룩지고
사금파리 같은 가탈스런 세월이
개골창으로 한소끔 흐르고부터
꽃망울을 피워, 여물이 들수록 고샅길 몇 보 안을
그루잠을 자면서 비추는데
그러니까 우리는 누구를 위해
저렇게 한 방향만 바라본적 있었는가?
경사진 세상을 걷던 날들 가늘게 살아도 한 보름 하양 웃다 져도 좋으리
꽃의 품으로 들어가 살면
도사리 같은 날들 지워지고 푸른 물결 쿡쿡 눌러 담고 계산대가 없는
그 환한 유리바다를 건널수 있을까
-----------------------------------------------------------------------
1. 애옥살이 - 가난에 쪼들려 고생하는 삶
2. 가탈 - 까다롭게 구는
3. 개골창 - 수쳇물이 흐르는 작은 도랑
4. 고삿길 - 좁은 골목길
5. 그루잠 - 자다 깨고 자다 깨는 잠
6, 도사리 - 열매를 다 떨거버리는 나무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