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내 책임이다
내가 만나는 모든 사건이나 문제들은 그것이 아무리 상대방으로 인해 생겨난 문제일지라도, 심지어 내게는 잘못이 없다고 할지라도 근원에서 본다면 그 모든 문제는 곧 내 문제며, 내 책임이다. 상대방의 나쁜 성격 탓으로 이런 문제가 생겨났다고 할지라도, 그 사람이 하필 나에게 와서 문제를 일으켰다는 그 상황 자체가 이미 내 안에 그 사람을 끌어들일 수밖에 없는 원인이 있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상대를 탓할 일은 하나도 없다. 상대를 바꾸려고 애쓰지 말라. 그 문제를 상대의 문제로 돌리고, 그 잘못을 상대방의 잘못으로 돌리면서 상대방이 바뀌기를 바라는 한 그 문제의 본질은 흐려지고 만다.
그 문제를 내 내면이 투영된 ‘나의 문제’요, ‘나의 책임’이라고 자각하면서 나 자신으로 돌아올 때, 그 문제는 이제 본격적인 열쇠를 스스로 찾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나 자신을 관하고, 나 자신의 내면을 닦아갈 때 나와 연결되어 있는 상대방의 문제, 내 밖의 경계들까지 함께 닦여가기 시작하는 것이다.
문제를 바깥 탓으로 돌리지 말라. 내가 그 문제를 인식했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그것은 내 문제요, 내 숙제다. 내 안에서 그 문제를 풀라. 사실 내 안에서 세상의 모든 문제를 풀 수도 있다. 정치문제, 경제문제, 사회적인 각종의 문제들, 부정부패들, 환경문제, 가정문제, 아들문제, 남편문제, 이 모든 문제들은 사실 내 안에서 벌어지는 ‘내 문제’이기도 하다. 내 문제가 풀리고 나면 내가 사는 세상이 청정해진다. 마음이 청정하면 국토가 청정해 진다는 경전의 말씀은 이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근본불교에서도 나를 내입처(內入處), 내 밖의 세상을 외입처(外入處)라고 부르는데, 그 두 가지는 모두 결국 마음 안에서 일어난 허망한 착각일 뿐, 실체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렇기에 우리 마음의 허망한 착각만 없애면 나와 세상이 텅 비게 되고, 세상은 본래의 완전성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나와 세상이 둘이 아니기에 세상의 문제를 풀기 위해 내면을 변혁하라는 가르침이다.
때때로 사회 변혁을 꿈꾸는 사회운동가들이 자기 자신의 변혁은 등한시 한 채, 부정부패로 얼룩지고 탐욕으로 점철된 시대를 나라를 개혁하고자 하지만 마음 같이 사회가 변하지 않는 것을 보면서, 오히려 그로인해 자신 안에 화를 키우고, 사회에 대한 불신과 미움과 증오를 키우다가 오히려 자신 몸에 병도 나고, 자신의 마음이 미움과 증오로 얼룩지곤 하는 것을 본다. 사회를 변화시키고 제도를 변화시키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 먼저 선결되어야 하는 것이 바로 자기 자신에 대한 변화이며, 자기 자신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다.
나는 선이고 너는 악이라거나, 나는 맞고 상대는 틀렸다는 생각에 집착하게 되면, 상대를 바꾸는 것만이 올바른 길이라 여기게 되고, 그것을 절대시하게 될 때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하게 될 수도 있다. 내 생각이 절대선이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리에서는, 그것이 아무리 옳다고 할지라도 거기에 전적으로 집착해 있다면 그것은 잘못되었다고 말한다. 내가 아무리 옳을지라도 내가 옳다는데 과도하게 집착해 있으면 그것은 틀린 것이 되고 만다.
중요한 점은 상대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먼저 나 자신을 바꾸는 것이다. 내 마음이 먼저 평화로와진다면 바깥 또한 평화로울 것이다. 또한 그런 평화로운 마음, 분별 없는 마음 위에는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거나, 남 탓만하며 자기 책임을 회피하는 일도 사라지게 된다.
자기 생각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없고, 스스로 책임지려는 사람이야말로 이 세상을 비폭력적인 방식, 연기적인 방식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지닌다. 내면의 변화가 자연스럽게 외부의 변화를 촉발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내가 변하면 세상이 변한다. 세상은 이미 깨달아 있기 때문이다. 세상은 법계로 언제나 청정해 있다. 다만 내 마음이 오염되고 물들어 있기 때문에 내 마음이라는 필터로 걸러서 본 나의 세상도 오염되어 있을 뿐이다.
깨닫고 보니 이 세상은 본래부터 깨달아 있었다는 말이 있다. 부처의 눈으로 세상을 보면 특별히 구제해야 할 중생은 없다는 말도 있다. 내가 깨달음을 얻는 순간, 이 우주는 동시에 함께 깨어난다. 내 업장을 닦고 소멸시키는 순간, 이 우주도 함께 어둠을 닦아내고 있는 것이다.
모든 문제를 바깥으로 돌리지 말고, 내 문제로 보고 나 자신을 닦으라.
BBS 불교방송 라디오 '법상스님의 목탁소리'(평일 07:50~08:00) 방송중에서
첫댓글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_()()()_
아침부터 혼란스러움과 두통이 있었는데 괜찮아졌지만
뭔가 찝찝함이 남아 있었습니다.
이 글 덕분에 그 원인을 깨달았습니다.
내가 옳다는 생각에 빠져 남을 탓하고 있었습니다.
또 생각에 놀아나고 있었네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