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8일, 오전 6시 47분.
형사 강윤호는 베란다에서 담배를 태우다 참새 두 마리를 보았다. 작은 것들이 난간에 앉았다가, 바람도 없이 날아가 버렸다. 그는 꽁초를 비볐다. 핸드폰이 울렸다.
호르무즈 해협. 나무호. 폭발.
그는 담배를 마저 다 비비지도 못하고 외투를 집었다.
해양수산부 합동조사단이 꾸려진 건 사고 이틀 만이었다. 강윤호는 팀장 자격으로 현장 감식 영상을 넘겨받아 사무실 프로젝터 앞에 앉았다.
영상이 재생되었다.
선체 외벽. 구멍 하나. 직경 약 80센티미터. 가장자리가 안쪽으로 말려 있었다.
그는 리모컨을 내려놓았다.
"내부 원인."
팀원 박세진이 옆에서 말했다.
"어제 대변인실에서 발표한 내용이에요. 내부 요인에 의한 화재 가능성."
강윤호는 화면을 멈추고 철제 자로 모니터를 짚었다. 구멍의 가장자리. 안쪽으로 말린 금속.
"폭발이 내부에서 시작되면 외벽은 밖으로 휜다."
"……."
"이건 밖에서 안으로 들어온 거야."
박세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강윤호는 다시 영상을 돌렸다.
나무호는 스스로 움직이지 못했다.
기관실 두 곳이 손상되었고 연료 라인이 끊겼다. 예인선 두 척이 선미와 선수를 잡아끌며 항구를 향해 갔다. 하루에 수억 원. 비용은 쌓였다. 선원 177명은 선실 안에 있었다.
강윤호의 책상에 팩스 한 장이 올라왔다.
피해 현황 내부 보고서. 기밀 표시가 찍혀 있었다.
선체 관통 흔적 확인. 외부 충격에 의한 손상 추정. 추가 공개 보류.
그는 보고서를 뒤집어 놓았다. 그리고 전화를 들었다.
"오재원 팀장님. 저 강윤호입니다."
해양수산부 팀장은 수화기 너머에서 잠시 침묵했다.
"……강 형사, 이건 우리 선에서 끝낼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화하는 겁니다."
다시 침묵. 그 침묵이 대답이었다.
강윤호는 수화기를 내려놓으며 창밖을 보았다. 참새 한 마리가 전신주에 앉아 있다가 날아갔다.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었다.
강윤호는 메모지에 숫자를 적었다.
26. 20억. 75일.
26척의 선박. 하루 부담금 20억 원. 그리고 해결되지 않은 75일.
HMM 소속 선박이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 보상이 어떻게 가능한지 — 정부는 아직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가해자를 전쟁으로 지목하면 외교 문제가 되고, 운영자 과실로 처리하면 보상 의무가 회사에 떨어진다.
편리한 침묵.
그는 손가락으로 메모지를 두드렸다. 잠시 후, 노크 소리가 들렸다.
"들어와."
문을 연 건 박세진이었다. 그의 얼굴이 좋지 않았다.
"형사님. 선원 가족 중 한 분이 로비에 와 계세요."
"이름은?"
"이준혁 씨. 나무호 1등 항해사 이준서 씨 동생이라고 합니다."
강윤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준혁은 마른 청년이었다. 로비 의자에 앉아 핸드폰을 쥐고 있었다. 화면에는 선원 가족 단체 채팅방이 열려 있었다.
우리 남편 살아있는 거 맞나요.
외교부에서 아무 연락이 없어요.
누가 책임지는 건지.
강윤호가 맞은편에 앉자 청년은 핸드폰을 뒤집어 놓았다.
"형이 살아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확인 중입니다."
"열흘째예요."
강윤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준혁이 다시 말했다.
"정부가 사고라고 했잖아요. 선박 내부 원인. 그런데 갇혀있는 선박이 연료도 아끼면서 왜 폭발합니까. 뭘 태운다고요."
강윤호는 그를 잠시 바라보았다.
"그 질문을 저한테 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형사님이 이 사건에서 제일 아래 있는 사람이니까요."
아래. 강윤호는 그 단어를 씹었다. 맞는 말이었다. 제일 아래에 있는 사람은 가끔 제일 솔직할 수 있다.
"저도 같은 의문을 갖고 있습니다."
같은 날 오후, 서울 서초동.
법정 복도 벤치에 최서윤이 앉아 있었다. 손해배상 소송 6개월째. 원고는 그녀. 피고는 여덟 명.
변호사 박인성이 복도를 걸어오며 말했다.
"장지현 씨 의견서 나왔습니다."
"뭐라고요?"
"'혐의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주면 답변하겠다'고요. 나머지 일곱은 여전히 묵묵부답입니다."
최서윤은 잠시 눈을 감았다. 포렌식 감정 결과는 석 달 전에 나왔다. 파일 생성 시각, 메타데이터 변조 흔적, 입력 로그의 불일치. 법원은 그것을 근거로 이미 판결을 예고한 상태였다.
"조정안 아직 살아있죠?"
"살아있습니다. 진실을 말하면 소송을 취하하겠다는."
"기다립시다."
박인성이 돌아섰다. 복도 유리창 너머로 법원 정원의 나무가 흔들리고 있었다.
그날 밤, 장지현은 혼자였다.
메모해둔 번호를 오래 바라보다가, 결국 전화를 걸지 않았다. 대신 종이를 꺼내 글씨를 썼다. 천천히.
특검이 불러주는 대로 답했을 뿐.
다 쓰고 나서 그녀는 종이를 접었다. 아직 때가 아니었다. 어쩌면 영영 때가 오지 않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거짓말이었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진실은 접혀 있어도 종이 안에 있다. 접힌 종이는 언젠가 펴진다.
경기 양주. 새벽 두 시.
이성호는 선박업계에서 30년을 일했다. 숫자를 알았다. 하루 20억. 두 달 반. 177명.
그는 글을 다 쓰고 저장 버튼 위에 마우스를 올렸다. 잠시 멈췄다.
피격이라 말하면 될 일이다.
그는 버튼을 눌렀다. 창밖은 조용했다. 가로등 하나만 켜져 있었다.
강윤호는 새벽 세 시에 보고서를 완성했다.
결론 항목 앞에서 오래 멈췄다.
선체 손상 형태 및 각도 분석 결과, 외부 충격에 의한 관통 가능성이 내부 폭발에 의한 손상보다 물리적 일관성이 높음.
그는 다음 줄에 타이핑했다.
이상의 내용을 근거로, 공식 발표의 '내부 원인' 단정은 재검토가 필요함을 건의함.
그리고 멈췄다. 이 보고서가 어디까지 올라갈지, 아니면 어디에서 멈출지, 그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쓰기는 써야 했다. 쓰지 않으면 없는 것이 되니까.
그는 제출 버튼을 눌렀다.
5월 9일 아침.
강윤호는 다시 베란다에 섰다.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 그냥 서 있었다.
참새는 오지 않았다.
그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어딘가에서 날고 있겠지, 하고 생각했다. 우리가 보지 못할 뿐.
진실도 그런 것이었다. 억눌려도 형태를 바꿔 어딘가에 남는다. 관통 흔적으로, 포렌식 로그로, 새벽 두 시의 글로, 그리고 한 형사의 보고서로.
나무호는 아직 항구에 도착하지 않았다. 177명은 아직 선실 안에 있었다.
하지만 보고서는 이미 존재했다.
그것으로 오늘은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