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운동연구소 ‘이슈페이퍼’서 지적
-“세월호, 적정화물량 3배 훌쩍 넘었을 것”
세월호가 적정 화물 적재량의 3배가 넘는 화물을 싣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비일비재하게 이뤄지는 화물차 과적 관행에 비춰볼 때 세월호의 전체 화물양은 3배를 훌쩍 뛰어넘었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금까지 이뤄진 조사는 서류상 기재된 화물 무게를 기준으로 한 것으로 육상 화물운송 과정에서 과적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현실을 감안할 때 실제 세월호에 실린 화물은 서류상 화물적재량을 훨씬 초과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세월호 침몰의 원인으로 화물과적이 지목되고 있는데 화물차의 과적 관행이 세월호의 화물 과적으로까지 이어졌을 것이란 지적이다.
사회진보연대 부설 노동자운동연구소 조은석 연구원은 최근 이슈페이퍼 ‘길 위의 과적이 바다 위의 과적으로-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본 화물차 과적 문제’를 통해 이 같이 분석했다.
이슈페이퍼에 따르면 세월호는 일본에서 도입 후 2012년 8월29일부터 이듬해 2월6일까지 객실 증설, 선수 램프 제거 등 여객설비 증설공사를 진행, 그 결과 세월호의 적정 화물량은 987t으로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용량 987톤 실제 3608톤
하지만 1998년부터 청해진해운과 계약을 맺고 세월호의 화물 선적과 하역을 담당하고 있는 종합물류회사인 ○○통운은 차량과 컨테이너·기타 화물의 무게가 3608t이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즉 세월호는 이미 적정 화물 적재량의 3배가 넘는 화물을 싣고 운항하고 있던 것이다.
조 연구원은 “화물을 많이 실으면 실을수록 무게 중심이 높아져 복원력이 취약하게 된다고 알려져 있다”면서 “또 출항 전 검사에서 세월호가 적정 화물 적재량의 3배가 넘는 화물을 싣고도 과적심사를 통과했다는 것은 배의 복원력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평형수를 그만큼 빼내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또 “세월호에서는 통상 그랬던 것처럼 컨테이너든 화물트럭이든 항만에서 무게를 따로 측정하지 않고 서류에 적힌 무게를 기준으로 선적했다고 한다”면서 이는 “세월호 화물 적재량이 단지 3608t을 훨씬 초과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유로 “육상 화물운송차량의 과적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현실을 감안하면 실제 세월호의 적재량은 서류상 화물적재량을 훨씬 초과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면서 “실제로 세월호에 실린 2.5톤 이상 화물차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4.5톤 차량의 경우 축을 다는 등 개조를 거쳐 서류상 무게보다 많은 화물을 적재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육로운송에서의 과적은 필연적으로 해상운송의 과적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육로운성 과적은 얼마나 광법위하게 이뤄지고 있을까?
▶육상서도 고발기준 넘는 화물차 비율 11% 달해
2011년 최신의 고속축중기를 통하여 과적 차량의 통행량을 조사한 결과, 중대형 화물차량(12종 차종분류표 중 4~12종, 2.5톤 이상 화물차)중 고발기준을 상회하는 과적 차량의 비율은 11%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6년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의 ‘대형차 사고특성과 대책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화물 적재 시 과적한 경험이 있는지 묻는 물음에 74.7%가 과적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고, 반면 25.3%가 없다고 답하여 총 응답자의 75%정도가 불법 과적운행 경험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2011년 이동단속을 통해 현장에서 고발된 과적 차량의 하중 최대치를 통해 과적 정도를 살펴보면 축하중은 19톤, 총중량은 88톤으로 기준치의 2배를 넘어 과적이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조 연구원은 “과적 차량은 사고를 유발할 위험도 높고, 일단 사고가 났을 경우 크게 날 확률도 높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07~2012년(2009년 제외), 화물차 사고로 사망한 사람은 연평균 1269명으로 일 평균 3명이 넘는 사람이 화물차 사고로 사망한다는 의미이다.
또 2010년 전체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389명) 가운데 38%(148명)는 과적과 적재불량 화물차 사고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화물차 과적 이유 "차량 소유주 강요 때문"
그렇다면 화물차가 과적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2006년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의 ‘대형차 사고특성과 대책에 관한 연구’에서 과적 차량의 운행 경험이 있는 응답자를 대상으로 과적의 동기를 묻는 질문에는 과반수 이상(53.5%)이 차량 소유주의 강요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즉 지입계약 상 화물차의 법적 차주인 운송사, 화물차량 운행에 있어 우월적 지위에 있는 화주들이 운전자에게 과적 차량 운행을 강요하는 횡포가 과적 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 운송회사들은 자신의 화물차를 가지고 노동자를 고용해 운송업무를 하는 것이 아니라 화물차를 소유한 화물노동자와 위수탁 계약(지입 계약)만을 맺는다.
그리고 화물확보 기능을 하지 못하는 운수회사에 소속된 대부분의 화물운송노동자는 지입료와는 별도로 알선료를 추가로 지불하고 알선업체로부터 물량을 받아야 한다.
조 연구원은 “이들은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데, 그 결과 실질적 해고나 다름없는 계약해지가 용이해져 고용불안이 심각하다”면서 “따라서 화물노동자는 계약의 권한을 쥔 화주나 운송사(사측)이 과적을 요구할 경우 이를 현실적으로 거부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화물 운송비가 생계를 유지하는데 충분치 않을 정도로 낮기 때문에 화물량에 따라 운임이 정해지는 경우 과적을 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지경”이라고 덧붙였다.
▶안전운임제 도입, 과적 단속 실질화해야
조 연구원은 화물차 과적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으로 안전운임제 도입과 과적단속 실질화를 제안했다.
조 연구원은 “세월호에 들어가던 화물차에도 과적된 화물이 실려 있었고, 지금도 전국의 고속도로에는 생계를 위해, 아니면 갑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해 자신의 안전을 담보로 과적을 할 수 밖에 없는 화물운송노동자들이 달리고 있다”면서 “시급히 표준운임제와 과적단속의 실질화가 필요한 이유”라고 밝혔다.
화물연대는 지난 2005년부터 화물차의 과적이나 노동자 저임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표준운임제’ 도입을 요구해 왔다. 화물차 과적 문제가 잇따르면서 노무현, 이명박 정부는 표준운임제 실시를 약속했지만 현재까지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